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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8시 정각, 이승하는 서유를 데리고 공항으로 나와 육성재와 김선우를 만난 뒤 각각 Y국행 전용기에 올랐다.

한편, 택이는 시간을 계산하여 오후 6시쯤, 육성아의 제비집에 약을 넣고 직접 그녀에게 먹여줬다.

제비집을 먹고 난 뒤 허둥지둥 어지러운 몸을 가누며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예쁘게 화장해 달라고 하는 그녀를 보며 택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정성껏 화장을 하고 있었다. 설마 정말 그에게 마음이 움직였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툭하면 그한테 손찌검했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게 틀림없었다. 그저 그의 몸이 좋았을 뿐 어떻게 진심일 수가 있겠는가?

잠시 후, 그녀가 쓰러지기 직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우택, 제비집에 뭘 넣은 거야? 나한테 왜 이래...”

미처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택이는 부드러운 그녀의 몸을 덥석 안아 올려 그녀를 차에 태웠다.

안전벨트를 매주며 그녀를 쳐다보는데 두 눈을 꼭 감은 채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택이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문득 이 순간에 봉태규의 생각이 났다.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봉태규가 왜 연지유한테 마음을 빼앗겼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자들은 그들한테 치명적인 약점인 듯하다.

하지만 임무의 상대와 정이 드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는 봉태규가 아니고 보스를 배신할 일도 없다. 하여...

택이는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이상한 감정을 빠르게 짓누르고 그녀한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차에 시동을 걸고 런던 트라팔가 광장으로 향했다.

이승하의 전용기 착륙 시간은 저녁 8시였다. 아직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육성재가 경호원들을 이끌고 와서 그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려고 했다.

“미안하지만 여긴 내 구역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당신들의 일정은 내가 책임지도록 하지.”

육성재는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기내에 서서 이승하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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