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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마음이 심란한 남자는 머리를 약간 기울이다가 싸늘한 눈빛과 마주쳤고 그 눈 밑에서는 피에 굶주린 섬뜩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 김선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하다. 예전에는 이리 무서운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섬뜩한 거야?

사촌 형이 화를 낼 때 저도 모르게 겁을 잔뜩 먹던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선우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돌렸다.

“저기... 서유 누나. 왜 보자고 한 거예요? 혹시 나랑 같이 Y국으로 돌아가서 큰고모를 만나려는 거예요?”

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이리 보자고 한 건 선우 씨의 머리카락이 필요해서예요.”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결혼생활이 불행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머리카락을 빌려달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지...”

이승하를 조롱하는 말이라는 걸 서유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김선우 이 인간, 간도 크지. 감히 승하 씨 앞에서 이리 깐족대다니. 또 얻어맞으려고 이러나?

“유전자 검사를 하려고 해요.”

그제야 이유를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우리 작은고모랑 똑같이 생겼어요. 분명 우리 김씨 가문의 사람일 거예요. 검사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세상에는 닮은 사람들이 많아요. 많이 닮았다고 해서 내가 선우 씨 작은고모의 딸이라고는 할 수 없죠.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믿을 수가 없어서요.”

김선우는 고래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 머리카락으로 해요. 검사 끝나면 나랑 같이 Y국으로 가서 큰고모 만날 거죠?”

서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마지막으로 만나러 가는 게 도리겠죠. 하지만 아니라면 가지 않을 거예요.”

Y국으로 가겠다고 한 그녀의 말에 그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쳤다.

“걱정하지 말아요. 누나는 분명 우리 김씨 가문의 사람일 거예요...”

이내 그가 옆에 있는 잘생긴 이승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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