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781 - 챕터 790

1194 챕터

제781화

정신을 차린 이승하가 그녀의 머리를 톡톡 쳤다.“아니야. 먼저 식당 가서 밥 먹어. 난 택이한테 볼 일이 있어.”그녀는 조직에서 또 그를 찾는 줄로만 알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그녀가 자리를 뜨자마자 그가 유람선의 창문을 두드렸고 이내 택이가 나타났다. “보스, 무슨 일이십니까?”“육성재가 계속 김초희를 찾고 있어. 무엇 때문에 김초희를 찾는 건지 한 번 알아봐.”육성재의 어머니 김윤주는 김영주의 언니였고 육성재는 김초희와 서유의 사촌 오빠였다. 그가 이렇게 공을 들여 김초희를 찾고 있는 걸 보면 김초희가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고 또한 김씨 가문에서 김영주 세 모녀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지금 와서 애타게 김초희를 찾고 있는 걸까? 김초희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다. 육씨 가문에서 단순히 가족을 만나기 위해 김초희를 찾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그 당시 어린 김초희와 갓난아기였던 서유를 죽이려고 사람을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여 육성재가 무엇 때문에 김초희를 찾고 있는 건지 미리 알아봐야 했다. 김초희는 이미 죽었고 살아있는 사람은 서유뿐이다. 만약 그들이 김영주의 딸을 찾아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서유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서유의 신상에 대해 깨끗하게 지워버렸기 때문에 육성재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찾지 못한다는 법은 없으니까.그리고 또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 당시 김영주는 김초희와 서유를 데리고 도움을 요청하러 갔었다. 그렇다면 김씨 가문과 육씨 가문에서 서유의 존재를 알고 있을 텐데. 왜 육성재는 김초희만 찾고 서유를 찾지 않는 것인지?설마 김씨 가문과 육씨 가문에서는 서유를 잃어버린 줄 알고 더 이상 찾지 않는 건가?하지만 만약 김영주의 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두 사람을 다 찾아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고민 끝에 내린 결과는 단 하나였다. 그 이유는 서유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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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서유 씨의 아버지가 연중서 이사장이라고 의심하시는 겁니까?”이승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고 택이는 뭔가 미심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정말 그렇다면 서유 씨가 그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 거죠?”그가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택이를 쳐다보았다.“지난번에 김영주가 얼굴이 망가진 채로 귀국했다고 하지 않았어?”아마도 김영주가 성형을 하고 신분을 바꾼 뒤 연중서를 만난 것 같다. 게다가 김영주가 신분을 바꿨다는 것은 그녀가 아픈 과거를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었고 당연히 연중서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연중서는 김영주의 예전 얼굴을 본 적도 없고 그녀의 과거도 모르고 있으니 고아인 서유를 몰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말에 택이는 그제야 깨달았다.“그럼 연지유가 서유 씨의 언니 아닌가요?”손가락으로 소파를 두드리던 그가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연지유가 서유의 언니? 그럴 리가 없다. 연지유의 어머니 송옥숙은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그러나 김영주가 두 아이를 데리고 김씨 가문으로 찾아간 건 근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시간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 송옥숙은 신분을 바꾼 김영주가 아닌 게 틀림없다. 이 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태산이한테 당장 알아보라고 해. 연중서와 송옥숙이 언제 결혼한 건지.”“5분 내로 알아봐.”택이는 짧게 대답하고는 태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잠이 든 태산은 그의 전화를 받고 바로 일어나서 확인했다. 5분 뒤, 태산이 보내온 자료를 받아 택이가 이승하한테 다시 전송했다.남자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자료들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연중서가 송옥숙과 결혼한 시기가 바로 김영주가 Y국으로 가서 김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시기였다. 정확하게 들어맞는 시기가 너무 의심스러웠다. 연중서와 송옥숙이 결혼하기 전에 연지유는 이미 태어났고 김초희보다 네 살 어렸다. 이 시간대로라면 연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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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일 처리가 빠른 택이는 다음날 바로 이승하를 찾아왔지만 그가 가지고 온 소식은 그리 탐탁지 않았다. “육성재의 어머니가 살날이 얼마 남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영주의 딸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정확한 이유는 육성재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그의 여동생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김씨 가문의 사람들조차도 알지 못합니다.”육씨 가문은 해외에서 최고의 가문으로 손꼽히는 명문 가문이었다. 김씨 가문, 심씨 가문과 같은 레벨은 감히 육씨 가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육씨 가문의 권력자 육성재는 조울증을 앓기 전까지만 해도 이승하와 똑같이 일 처리가 거침없고 칼 같은 사람이었다. 그 당시 이씨 가문과의 대결에서 졌어도 육성재가 가업을 이어받은 후부터는 빠른 속도로 가문을 이끌고 재기에 성공했다. 다만 병을 앓고 난 뒤로는 정상적으로 사고를 할 수가 없었고 생각이 많으면 조급해지기 일쑤였다. 자신의 몸이 안 좋고 운이 없어서 번번이 이승하한테 패한 것이라고 한탄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말도 맞는 말이었다. 병만 아니었다면 아마 이승하한테는 강력한 상대였을 것이다. 하여 육씨 가문에 대한 정보는 그쪽에서 의도적으로 누설하지 않은 한 깊은 곳에 숨겨둔 비밀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 점을 이승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택이를 탓하지 않았다. 그저 끝까지 조사해 보라고 당부했다.생각해 보니 신분을 속여 육성재의 여동생에게 접근하면 소식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병상에 누워 있는 그의 어머니는 경비가 삼엄한 병원에서 간호를 받고 있으니 아예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여동생에게 손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럼 신혼여행 동안은 철호한테 두 분의 경호를 맡기겠습니다. 전 육성재의 목적에 대해 알아볼게요.”“그래.”이승하의 쉰 목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뒤돌아서 나가던 택이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걸음을 멈추고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참. 저번에 어르신의 첫사랑에 대해 물어보셨잖아요.”“어젯밤 태산이가 마침 본사로 돌아가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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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택이는 철호를 이승하의 곁에 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호가 부족한 것 같아서 소수빈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라스베이거스로 오라고 했다. 한편, 소수빈은 허윤서와 식사 중이었다. 택이의 전화를 받고 그는 포크를 내려놓고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요 며칠 소수빈은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기 위해 회식하는 곳까지 찾아와서 일부러 만날 기회를 만들었다. 정신없이 서툰 변명을 늘어놓더니 오늘은 특별히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그가 어떤 뜻에서 이러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로 했다. 전화를 받고 들어온 소수빈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저기... 윤서 씨... 정말 미안해요.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바로 라스베이거스로 떠나야 할 것 같아요.”JS 그룹 대표 이승하의 비서인 소수빈은 늘 바쁜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서 일 봐요.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같이 밥 먹어요.”자신을 탓하기는커녕 다음에 또 만나는 그녀의 말에 소수빈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보면 볼수록 상냥하고 아름다운 여자 같았다. 주서희 말처럼 이젠 가정을 이룰 때가 된 듯하다. 그 생각을 하던 그가 자신의 개인 연락처를 허윤서한테 남겨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하라고 하면서. “정말 미안해요. 먼저 가볼게요.”신신당부를 한 뒤, 의자에 걸쳐놓은 양복 재킷을 집어 들고 발길을 돌렸다.그가 자리를 뜬 후, 메모지에 적힌 번호를 보고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오늘의 소수빈은 밥 먹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녀에게 스테이크도 잘라주고 말도 걸고 갈 때 인사도 하고 갔다. 태생이 목각처럼 딱딱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이런 남자는 믿을만한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지만 마음에 들면 먼저 다가오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남자와의 결혼이라면 틀림없이 평생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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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한동안 단식을 한 소준섭은 많이 여윈 모습이라고 했다. 마음이 약해진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녀와의 결혼을 포기하면 그를 풀어주겠다고 했다.그러나 소준섭은 포기하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죽은 사람처럼 매일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는 집안 사람들에게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한다면 그녀가 돌아올 거라고 그녀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 말까지 듣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참 우스운 일이다. 전에는 항상 그에게 자신과 결혼할 것인지에 대해 묻곤 했었다. 돌아오는 말은 자궁도 없는 여자가 어떻게 그와 결혼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토록 그녀를 싫어하던 그가 그녀에게 유혹당하고 그녀에게 속아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와서 죽기 살기로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니... 그러나 그녀는 그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약속했으니까.10년을 계획한 복수가 바로 이거였다. 원망 어린 주서희의 눈빛을 보며 정가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곧 윤 선생님과 결혼하잖아요. 지난 일의 일들은 훌훌 털어버려요.”이제 곧 그녀만의 울타리가 생기게 되었으니 비록 아이를 낳지는 못하더라도 그녀의 앞날은 행복할 것이다. 주서희가 과거의 원한에 갇혀 사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저 남은 인생을 윤주원과 함께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그래요. 다 털어버릴 거예요.”말을 마친 주서희가 손을 뻗어 연이를 품에 안았다.“인형이 더러워졌네. 서희 이모가 깨끗하게 빨아줄까?”“싫어요.”인형을 씻어야 한다는 말에 연이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이모랑 이모보가 돌아오면 이 인형을 줄 거예요.”연이를 돌봐주던 아주머니가 그랬었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이 인형을 준 거라고. 앞으로 커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이 인형을 선물하라고 엄마가 그랬었다. 이모와 이모부는 그녀가 가장 믿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돌아온 후에 그들에게 이 인형을 줄 생각이다. 꼬질꼬질한 인형을 이리 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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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뭔데?”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종모마가 뭔지 몰라요? 난 당신은 뭐든 다 알 줄 알았는데. 우리 남편도 뭐든 다 잘하는 건 아니었구나...”못 하는 게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당연히 알고 있지.”그녀는 그의 턱을 치켜올리더니 볼을 꼬집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요.”이승하는 제멋대로 해석했다. “담력이 큰 말이라는 뜻 아니야?”웃음이 터진 그녀는 하마터면 웃다가 숨이 넘어갈 뻔했다.“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남자는 처음으로 모르는 걸 아는 척하다가 와이프의 놀림을 받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그녀한테 아래층에 내려가서 먹을 것을 찾아 먹으라고 손짓하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종모마가 무엇인지 대해 검색해 보았다. 한편,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고 음식을 찾으려는데 그녀의 뒤에서 플래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젠장. 소리를 끈다는 걸 깜빡했네.”문 뒤에 숨어 있던 김선우는 셰프 차림으로 핸드폰을 들고 그녀가 있는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을 찍기 위해 유람선까지 들어온 그를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선우 씨, 제정신이에요?”서유에게 들키자 김선우도 차라리 잘 됐다는 듯이 모자와 마스크를 훌훌 벗고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솔직히 말할게요. 누나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느낌이에요. 누나의 사진을 아버지한테 보여드리고 확인받고 싶었어요. 내 가족인지 아닌지.”며칠 동안을 따라다녀도 정면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서 화가 엄청 나 있었다. 오늘은 소수빈이라는 남자가 도착하여 유람선이 기슭에 닿았고 그도 방법을 생각에 따라 올라온 것이었다. 그녀가 내려올 때까지 주방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긴장하고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끄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사진 찍는 데 실패한 것도 모자라 주방장의 지시에 따라 하루 종일 양파를 썰었다. 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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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알죠. 우리 작은고모의 딸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요? 근데 만난 적은 없어요.”그가 의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김초희를 알고 있어요? 두 사람은 무슨 사이예요?”흠칫하던 그녀는 김선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김선우는 김초희에 대해 알고 있었고 김초희는 김선우의 작은고모 딸이었다.그렇다면 김선우가 그녀의 사촌 동생이란 말인가?어쩐지 그가 누나라고 부를 때마다 왠지 모르게 진짜 동생처럼 느껴졌었다. 이런 혈연관계가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이런 혈연관계를 그녀는 원치 않았다. 이씨 가문과 김씨 가문 사이에 원한이 있다는 걸 예전에 이승하한테서 들었었다. 사업적으로 얽힌 원한이 아니라 죽고 죽일 만큼의 피맺힌 원한이라고 했다. 이렇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데 그녀가 이승하와 결혼까지 했으니 만약 이씨 가문에 그걸 알게 된다면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생각해 보니 예전에 이승하는 그녀의 신분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은 그가 그녀의 신분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인데. 그럼 그는...그는 개의치 않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꼭 자신을 믿어달라고 절대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그 사람이 있으면 이씨 가문에서 두 사람을 갈라놓을 일은 없겠지?이씨 가문에서 그녀를 받아들인다면 김씨 가문 쪽은...어렸을 때, 언니는 거리를 떠돌아다닐지언정 김씨 가문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거부했다. 김씨 가문의 사람들이 얼마나 그들한테 못되게 했는지 얼핏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고 김선우한테 사진을 찍힐 수 있겠는가?이승하와의 행복한 가정을 잘 지키려면 그녀가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남들한테 들켜서는 안 되었다. 그 생각을 한 서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김선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잖아요. 당연히 알죠. 두 사람이 같은 성씨라서 그냥 물어본 건데. 진짜로 사촌지간일 줄은 몰랐네요.”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김선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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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김선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아버지한테 형제자매가 세 명이었어요. 아버지까지 포함해서 자식이 총 네 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밖에서 낳은 자식이에요.”밖에서 낳은 딸이라니. 김씨 가문도 참 복잡한 집안이었다. 내심 꺼리면서도 겉으로는 놀란 척하며 말했다.“네 명을 낳은 걸 보면 할아버지께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않으셨나 보네요.”은근히 할아버지를 엿먹이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김선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 밖에서 낳은 딸이 김씨 가문에게 큰 상처를 주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그 딸을 가문에서 쫓아내신 거예요. 원래는 김씩 가문의 둘째 아가씨였어요.”상황 파악이 잘 안됐던 그녀는 다시 물었다.“그럼 현재 김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는 누구예요?”“우리 작은고모요.”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김선우는 그녀의 머리를 톡 쳤다.“진짜 바보네. 우리 첫째 고모는 김윤주이고요. 둘째 고모는 김율. 셋째 고모가 김영주예요. 우리 아버지 김종수는 네 남매 중에 제일 막내이고요. 지금은 둘째 고모가 없으니 셋째 고모가 둘째가 된 것이죠.”어머니의 이름은 김영주였다. 언니가 설립한 건설회사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지은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그 외에 또 한 가지 사실은 우리 사촌 형도 잘 몰라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얘기하는 걸 내가 엿들었거든요.”“세 명의 고모 중에서 한 사람은 우리 김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했어요.”김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혹시 그녀의 어머니였던 걸까? 그래서 김선우의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미움을 받았던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가 자신을 의심할까 봐 그만두기로 했다. 가뜩이나 작은고모와 닮았다고 하는데 자신이 바로 김초희가 어렸을 때 잃어버린 그 아기라는 게 들통나게 될까 봐 경솔하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우리 집안의 비밀까지 다 알려줬으니까 이젠 사진 한 장 찍어줄 거죠?” 테이블을 치는 소리에 놀라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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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두 사람은 몰디브로 향했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정가혜와 심형진의 왕래는 점점 더 잦아졌고 아무리 병원 일이 바빠도 심형진은 틈틈이 그녀를 보러 왔었다. 아침이면 그녀에게 아침을 가져다주고 저녁에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가끔 클럽의 일 때문에 새벽까지 밤을 새우면 그는 잠도 자지 않고 그녀를 기다렸다. 묵묵히 자신을 기다려주는 심형진을 볼 때마다 그녀는 감동받았다. 이렇게 그녀한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시간을 내어 심형진과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봤다.점점 데이트도 많아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손도 잡게 되고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오늘도 늦게까지 일하고 나온 그녀는 우산을 쓰고 입구에 서 있는 그를 보고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선배, 비가 오는 데 안 들어오고 거기서 뭐해요?”사귀는 사이는 맞지만 선배라고 부르는 게 더 편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자연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아.”무슨 일이라도 생긴 듯 우울한 눈빛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 있어요?”검은 우산을 쓰고 있던 그가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우산을 내려놓고는 그녀를 끌어안았다.남자의 턱이 어깨에 닿자 그녀는 몸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를 밀어내지 않고 그의 포옹을 받아주려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녀를 품에 안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고 눈 밑의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오늘 저녁에 수술이 있었는데. 환자가 죽었어.”그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그러나 결국은 살리지 못했고 심장 박동수 그래프가 점차 일직선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의학을 배우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사람을 살리는 것인지 아니면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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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다시는 찾아올 줄 몰랐다. 이렇게 우연히 맞은편에 그가 서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저 현재 자신의 남자 친구가 심형진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새겼다. 잠시 후, 그녀를 놓아준 심형진이 그녀에게 우산을 씌어주며 그녀를 차에 태운 뒤 익숙하게 그녀의 별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작별 인사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그가 그녀를 불렀다.“가혜야.”그가 쑥스러워하며 한 걸음 다가왔다.“왜 그래요?”그를 올려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집까지 데려다주고 바로 돌아섰던 사람이 오늘은 왜 그녀를 부른 건지?심형진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붉은 입술을 빤히 쳐다보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키스를 하고싶은 데 망설이고 있는 눈치였다. 결혼까지 해본 그녀였으니 욕망이 가득 한 그의 눈빛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았다. 솔직히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어른들이니 사실 그리 빠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자꾸만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망설이게 된다. 마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심형진과 키스를 하거나 잠자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던 그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다.“키스해도 돼?”직설적으로 물어보긴 했지만 그의 얼굴은 원래의 얼굴색을 잃어버릴 정도로 빨개졌다.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그를 쳐다보니 엄청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어린 소년처럼 수줍어하는 모습이 그녀의 앞에서 훤히 드러났다. 인생 경험이 많지 않은 고등학생처럼 깨끗하고 순수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불현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선배, 선배는 내가 좋은 거예요? 아니면 단순히 내가 결혼에 적합한 상대라서 그런 거예요?”맞선 자리에서 만난 상대이니 대부분은 결혼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좀 더 만나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결혼만을 위해 이러는 건 같지 않았다.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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