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771 - Chapter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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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치를 떨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김선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VIP룸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는 아주 예의 바르게 가늘고 긴 손을 내밀며 이승하를 향해 말을 건넸다.“가시죠. 이 대표님, 내기 한 판 합시다.”“이 대표, 내기하지 마.”바로 이때, VIP룸에서 나온 로버트, 케네디, 스티븐, 제프 네 사람이 앞으로 다가와 이승하를 막았다. “저자는 카지노의 황제라고 불리는 사람이야. 도박에서 저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로버트가 먼저 이승하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카지노의 사장으로서 김선우를 막아섰다.“김선우 씨는 이곳의 단골손님이잖이. 이 대표는 이곳에 처음 놀러 온 사람이야. 그런 이 대표한테 한판 하자고 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김선우가 로버트를 향해 차갑게 웃었다.“뭡니까? 카지노 사장으로서 손님들의 도박판에 끼어들 생각인가요?”“그런 뜻이 아니야.”“그럼 무슨 뜻인가요?”로버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좋아. 꼭 해야겠다면 방법을 바꾸는 건 어때?”“그래. 방법을 바꿔.”테이블 위에서는 김선우를 당해낼 자가 없었다. 조금 전, 아무리 그들과 내기해서 이긴 이승하라도 말이다. 일 년 내내 카지노에서 빈둥거리는 김선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김선우가 어떤 사람인지 로버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자연히 이승하가 속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명문 집안의 자제들이 이승하를 두둔하는 것을 보고 김선우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이승하같이 이렇게 냉혈한 인간에게도 그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한편, 김선우는 로버트가 좀 꺼렸다. 라스베이거스 쪽은 앞으로도 로버트의 가문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바꿉시다. 어차피 이기는 사람은 나니까.”말을 마치고는 그가 몸을 옆으로 돌려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레이싱 대결은 어떠합니까?”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이승하를 말해 물었다. 서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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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그러나 김선우 또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승하가 판돈을 바꾸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지.“좋아요. 하지만 그 대신 대결하는 동안 누나가 제 뒤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그가 손을 뻗어 모터사이클의 뒷좌석을 두드리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김선우, 정도껏 해.”주먹을 불끈 쥔 이승하의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났고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쥐어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동의 못 합니다.”추첨에서 이긴 사람은 그였으니 그의 제안에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혀 바꿔 줄 이유가 없었다. 결국 이번 내기는 이승하를 엿먹이려는 김선우의 속셈이었다. 때문에 이승하가 제안한 것처럼 유리하게 판돈을 바꾸는 것이 먼저였다. 판돈을 바꿔야만 이승하가 이기게 되었을 때 김선우한테 뽀뽀를 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승하도 김선우의 파트너와 엮이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남편은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다만 김선우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고 조건을 제시하는 대가를 얻으려 했다. 날라리 같은 김선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이승하의 손을 놓고는 빠른 걸음으로 김선우를 향해 걸어갔다.“그래요. 내가 뒤에 앉을게요. 시작해요.”그녀의 한마디로 상황이 종료되었고 이승하가 막으려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뭐 하는 거야?”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여보, 힘내요. 꼭 이겨야 해요.”그녀의 눈빛을 읽은 듯 미간을 찌푸리던 그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승하는 무조건 그녀를 믿기로 했다. 서유는 그를 다독인 후, 주먹을 뻗어 김선우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헬멧 좀 줘요.”그녀에게 한 방 얻어맞은 김선우는 등에서 전해진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서유를 돌아보았다. “뭘 먹고 자랐길래 힘이 이렇게 센 거예요?”“사람이요.”그는 헬멧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올바른 착용법까지 가르쳐 준 뒤, 반대편에 서 있는 이승하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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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펑.총성이 울리는 순간, 모터사이클 두 대가 화살처럼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이승하가 운전하던 그 사이클에서 책 한 권이 날아왔고 로버트가 그걸 주워 확인해 보았다.그걸 펼쳐보던 로버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세상에. 모터사이클 사용 설명서라니.”익숙하게 모터사이클을 운전하는 이승하의 모습을 보고 몰래 배운 줄 알았다. 근데 이 현장에서 운전법을 터득하게 될 줄이야?대단한 배짱이었다. 한편, 김선우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서유는 잘 잡히지 않자 그의 뒷덜미를 꽉 잡았다. 모터사이클의 속도가 빠르고 서유가 뒤에서 옷깃을 꽉 잡자 김선우는 숨이 막혀 미간을 찌푸렸다.“이것 좀 놓아요. 목 졸려 죽겠네.”그러나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한사코 손을 놓지 않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줄였다.속도를 내면 서유가 뒤로 넘어지면서 더욱 목을 조였기 때문이다. 그가 속도를 낮추자 옆에 있던 모터사이클이 그를 가뿐히 앞질렀다.속도를 올리는 것과 목이 졸려 죽는 것 두 가지 선택을 놓고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목이 졸려 죽는 걸 선택했다. 어찌 됐든 이승하에게 뺨을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건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코너를 돌던 그때, 그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고 미친 듯이 이승하의 뒤를 쫓았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서유는 한 손을 떼어 김선우의 허리를 잡았다.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그녀의 손을 보고 김선우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진작에 그럴 것이지.”말이 마치고 그는 다시 속도를 냈고 엄청난 속도에 서유는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안아야 했다.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녀를 보고 그는 미친 듯이 이승하의 뒤를 쫓으며 휘파람을 불었다.“봐요. 누나가 제 허리를 잡았어요.”이승하가 차가운 눈빛으로 오만방자한 김선우를 쳐다보았다.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아내한테 이런 바보 동생이 있다는 게 정말 창피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바보 동생 김선우는 신나서 다시 속도를 내어 앞으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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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김선우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차를 돌려 산길로 접어들었다.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뒤에 앉아 있던 서유는 하마터면 튕겨 나갈 뻔했다. 그녀는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김선우 씨, 패배를 인정할 용기가 없어요?”분노에 찬 그녀의 목소리가 쌩쌩 부는 바람과 함께 귓가를 스쳐 갔다. “그러길래 누가 경기를 방해하래요?”그녀보다 더 화가 난 그가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목 조르고 간지럽히지 않았으면 내가 이겼을 거라고요.”흠칫하던 그녀가 이를 악물고 다시 반박했다.“그러길래 왜 날 뒤에 앉혀요?”화가 난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의 말처럼 그녀를 뒤에 태우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아내의 방해로 대결에서 이긴 것이니 이승하도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이 대결의 결과를 김선우는 승복할 수 없었다. 백미러를 통해 다시 모터사이클을 운전해서 뒤를 쫓아오고 있는 이승하의 모습이 보였다.그가 따라잡을 수 있다면 기꺼이 뺨 두 대를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원래의 코스대로 속도를 내어 앞으로 질주했고 다시 이승하와 대결이라도 하듯 안간힘을 썼다. 서유는 고개를 돌리고 뒤따라오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거리가 멀어서 남자의 안색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가 미친 듯이 두 사람을 쫓아오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김선우가 자신을 납치할까 봐 걱정되어 이렇게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는 것이었다.이러다가는 그한테 큰일이라도 날까 봐 두려웠던 그녀는 손을 뻗어 김선우의 뒷덜미를 꽉 잡았다.“당장 내려줘요. 그렇지 않으면 목 졸라 죽일 거예요.”“그러든지 말든지. 난 죽어도 멈출 생각 없어요.”원수한테 지고 뺨 맞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훨씬 더 나았다. 김선우는 필사적으로 속도를 냈고 끊임없이 질주했다. 자신이 방해받지 않고 진정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이승하가 따라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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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온 힘을 다해 내려친 이승하의 뺨에 의해 김선우의 희고 부드러운 얼굴에 이내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바닥에 쓰러진 김선우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고는 우뚝 솟은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이런 젠장. 처음으로 누구한테 맞았다. 근데 그 사람이 원수 가문의 이승하라니. 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이승하한테 뺨을 맞았다. 뭐랄까... 형이나 아버지한테 교육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창피하기 짝이 없었던 그가 슬그머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대로 보기도 전에 이승하가 또다시 엄청난 힘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뺨을 연달아 두 대 맞으니 눈에서 불꽃이 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런데 왜 오른쪽 얼굴만 때리는 건지. 같은 곳을 맞으니 아파 죽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승하가 다시 손을 뻗어 그의 왼쪽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한 대 때린 것도 모자라 또다시 한 대 내리쳤다. 마치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이기면 뺨 두 대만 때린다고 했던 사람이 무턱대고 두 대를 더 때르니 김선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주먹을 불끈 쥐고는 바닥에서 일어나 이승하와 싸우려고 했다.근데 일어나기도 전에 상대방의 발길에 세게 걷어차여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한번 발버둥을 쳤지만 늘씬한 다리에 꼼짝없이 짓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승하는 그의 가슴을 힘껏 밟은 후 팔꿈치를 무릎 위에 괴고 몸을 약간 숙이며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첫 번째 뺨은 누나를 대신한 혼내준 거야.”“두 번째 뺨은 매형인 내가... 네가 마음에 안 들어서고.”그 뜻을 김선우는 알아듣지 못했다. 자신을 매형이라고 하는 그의 말에 김선우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앞에 맞은 두 대의 뺨은 제가 졌으니까 인정할게요. 근데 그 후의 뺨은 무슨 자격으로 때리는 겁니까?”옅은 미소를 짓던 이승하의 얼굴에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내 허락 없이 내 아내를 데려갔으니 당연히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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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그 생각이 떠오르자 김선우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육성재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정가혜의 클럽으로 가고 있던 육성재는 김선우의 전화를 보고 짜증스러운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형, 김초희를 찾고 있지? 사진 좀 보여줄 수 있어?”마침 육성재는 손에 김초희의 사진을 들고 그녀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있었다.“사진은 왜?”남편을 따라 떠나는 서유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김선우가 입을 열었다.“어떤 여자를 봤는데 왠지 낯이 익어서 말이야. 형이 찾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네.”그 말에 육성재는 바로 전화를 끊고 김초희의 사진을 찍어서 김선우에게 보냈다. 사진을 받아 확대해서 자세히 보니 사진 속 김초희의 모습은 서유와 비슷했다. 하지만 닮았을 뿐 김초희가 아니었다. 서유는 작은고모의 딸도 아니고 사촌 형이 찾던 사람도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 작은고모가 도와달라고 찾아왔을 때, 아이를 두 명 데려왔다고 했다. 한 명은 다섯 살이 된 김초희였고 또 한 명은 갓난아기였다. 다만 그 아기는 작은고모가 굶어 죽고 김초희가 그녀를 안고 거리를 돌아다닐 때 이미 심장마비로 죽었다.이 일은 김초희가 김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직접 알린 것이었다.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다섯 살짜리 아이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았었다.김초희와 닮은 서유가 설마 그 죽은 아이는 아니겠지?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마침 육성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낯이 익다는 그 사람이 내가 찾던 사람 맞아?”성격이 급한 육성재는 그새를 못 참고 바로 전화를 걸어 결과를 물었다. “형이 찾던 사람은 아니야. 근데 그 여자가 작은고모의 또 다른 딸일 가능성은 없을까?”“네 말은 그 갓난아이가 다시 살아나서 네 앞에 있다는 거야?”“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지.”그의 황당한 말에 화가 치밀어오른 육성재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욕설을 퍼부었다.“김선우, 허구한 날 먹고 놀고 도박이나 하는 너한테 김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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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게임을 하면서 그녀는 심형진이 확실히 유흥업소에 자주 드나들지 않고 카드놀이도 잘할 줄 모른다는 걸 느꼈다. 저도 모르게 심형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선배, 선배는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고 노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죠?”좋은 패를 손에 쥐고도 제대로 카드놀이를 못 하는 심형진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응. 담배도 안 하고 술도 안 하고 막 놀지도 않아.”이연석과는 정반대인 사람이었다. 깨끗하고 물들지 않는 사람이고 남자 친구로서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이연석 때문에 그녀의 남자 친구가 되었으니. 이 사람한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심형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무슨 생각해?”고개를 흔들던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패를 보려고 고개를 숙이는데 앞머리가 흘러내려 시야를 가렸다. 머리카락을 정리하려고 손을 뻗는데 큰 손이 다가와 그녀의 시선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손끝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다시 귀 뒤로 향할 때,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진도가 너무 빠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어제 맞선 파티에서 심형진을 남자 친구로 받아들였으니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진도가 빨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고마워요.”“난 네 남자 친구야. 이제부터 나한테 고맙다는 얘기 하지 마.”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심형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저 그녀가 수줍어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한편, 소수빈을 거절한 이연석은 술을 몇 잔 더 마셨다. 술에 취하면 정가혜의 클럽으로 그녀를 찾아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근데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고 아무리 애를 써도 지워지지가 않았다.그녀가 많이 보고 싶었다. 저도 모르게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클럽으로 향했다. 술기운을 빌려 그녀한테 묻고 싶었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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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는 얼굴은 잘생겼지만 성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 이곳에 와서 김초희의 행방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육성재의 기세에 잔뜩 겁을 먹었었다. 무서워서 죽을 뻔했지만 서유를 보호하기 위해 김초희가 Y국으로 갔다고 육성재에게 거짓말을 했었다. 이렇게 또 찾아온 걸 보면 아마 그녀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따지려 온 듯하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를 향해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을 대할 때는 최대한 부드럽게 상대방의 뜻에 맞혀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김초희 지금 어디 있나요?”육성재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키가 큰 그는 우뚝 서 있었고 그녀를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했다.다행히 오늘은 외출하기 전에 약을 챙겨 먹었기 때문에 급한 성질을 조금은 억누를 수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가 육씨 집안의 권력자인데. 클럽 사장이라는 자가 이렇게 홀대를 하다니? 장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장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사실 그가 두려웠기 때문에 룸으로 안내하는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돈 많은 다른 손님이었다면 진작에 룸으로 안내해 잘 대접했을 것이다.그를 속인 적이 있어서 제 발이 저려 감히 그러지 못한 것이다. 근데 김초희의 행방만 묻고 더는 뭐라 하지 않는 모습에 정가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생각대로 성격이 급한 육성재는 김초희의 항공편 정보를 확인할 인내심이 없어서 그녀의 말을 믿었던 것 같다. 그녀의 말을 믿고 있으니 더 이상 따지지 않은 것이고. 차라리 다행인 것 같다. 하지만 김초희의 일에 대해 어떻게 그한테 말을 해야 할지?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계속 그를 속이기로 했다. 어차피 그다지 똑똑해 보이지 않은 것 같으니까.“저기...”그녀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자신의 입을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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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붉게 물들어진 그의 눈빛을 보고 그녀는 가슴이 떨렸다.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한 건지? 멀쩡하게 얘기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Y국이요. 지씨 가문의 공동묘지에 묻었어요.”지씨 가문의 공동묘지라는 걸 알려주면 김초희가 오래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조사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육성재는 김초희가 언제 죽었는지조차 조사할 인내심이 없어 보였다. 어디에 묻혀있냐고 물어본 건 그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고 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죽었는지는 그한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죽었는데 더 물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여 김초희가 언제 죽었는지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다면 김초희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서유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서유에 대해 조사하지 못하는 이상 어디에 묻혔는지 알려주는 것이 더 진실할 것 같았다. 그럼 김초희가 죽었다는 걸 알고 육성재도 다시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지씨 가문이요?”지씨 가문의 공동묘지에 묻혔다면 김초희가 죽었다는 소식은 아마도 진실인 것 같다.김초희가 지현우의 후원으로 자랐고 그 후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어머니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대로라면 지씨 가문에 공동묘지에 묻히는 것도 정상이었다.다만 김초희가 죽었으니 어머니는 어떡하지?“제가 알고 있는 건 이미 다 얘기했어요. 이것 좀 놓아주세요.”조금만 더 붙잡고 있으면 정가혜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것이다. 육성재는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덥석 내려놓았다.똑바로 선 뒤, 그녀는 붉게 물든 자신의 목덜미를 만지며 육성재를 빤히 쳐다보았다.“안으로 들어갈래요?”핸드폰을 꺼내고 있던 그가 그 말을 듣고 애써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내가 지금 저 안에 들어가서 놀 기분으로 보입니까?”이를 악물고 말하는 그 모습에 정가혜는 더 이상 감히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러나 호기심에 슬그머니 그를 훔쳐보았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왜 이렇게 김초희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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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한껏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육성재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지현우가 죽었을 때, 같이 묻은 사람이 있다는 걸 왜 난 몰랐었지?”지현우와 케이시가 죽었다는 소식은 이 바닥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왕실까지 얽힌 사건이라 소식은 이미 봉쇄된 지 오래되었고 정확한 이유도 합장 소식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전화기 맞은 편의 사람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나도 이제 막 알게 된 소식이야. 지씨 가문 쪽에서 소식을 꽉 잡고 있어서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은 것 같아.”“지씨 가문에서는 김초희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었잖아? 근데 왜 갑자기 죽은 뒤에는 합장에 동의한 거지?”“지현우한테 짝을 만들어 주고 싶었나 보지. 살아있을 때는 결혼도 안 했으니까.”어렴풋이 지씨 가문에서 합장을 동의한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뭔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김초희는 어떻게 죽은 거야? 언제 죽었어?”전화기 너머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모르겠어. 최근 몇 년 동안의 행적을 누군가 다 바꿔버린 것 같아. 찾을 수가 없어.”설마 누군가 자신이 김초희를 찾는 목적을 알고 미리 김초희의 진짜 정보를 차단이라도 한 걸까? 그래서 김초희를 찾을 수 없었던 걸까?줄곧 이상하다고는 느꼈지만 정보가 모두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누군가가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다고 의심한 적이 없다. 근데 이제 보니 그가 입수한 정보는 대부분 거짓이었다. 다만 김초희에 관한 정보를 조작한 사람은 누구일까?설마 그를 가지고 놀던 이승하는 아니겠지?그러나 이승하가 무엇 때문에 김초희의 정보를 조작하려고 한 것일까? 그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었던 그는 생각할수록 짜증이 나서 아예 생각을 접고 전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말했다.“사람이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조사해 볼 필요 없을 것 같아. 적당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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