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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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김초희가 남긴 동영상은 시종일관 그를 탓하는 말 한마디 없이 계속 사과만 하고 있었다.두 사람 관계는 늘 지현우가 우위를 점했고 김초희는 항상 그에게 자그마한 사랑이라도 베풀어 달라고 간청했다.지현우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지현우는 차 안에 앉아 창문을 반쯤 내리고 눈을 늘어뜨리고는 덤덤하게 한 무리의 불량배들에게 둘러싸인 김초희와 케이시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차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무료해하던 그는 그저 힐끗 쳐다보았을 뿐이지만 어지러운 사람들 속에서 머리를 끌어안고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김초희가 한눈에 들어왔다.김초희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볼 때, 눈에서는 맑고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청초한 눈빛은 이런 지저분한 환경에 속하지 않았다. 지현우는 저도 모르게 그만하라고 소리쳤다.그때 지현우는 김초희 곁을 지키고 있던 케이시가 바로 지씨 가문의 사생아이자, 그의 이복형이라는 것을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케이시와 함께 있는 김초희를 절대 후원하지 않았을 것이다.김초희의 말에 의하면, 바로 그 후원을 받고 나서부터 그녀는 항상 방과 후에 묵묵히 지씨 저택 앞을 지키면서 지현우에게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현우는 매일 차를 타고 드나들면서 한 번도 차창을 내리고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나중에 김초희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그와 같은 대학에 입학했고 동창이 되었다. 그렇게 천천히 다가갔지만 지현우는 여전히 김초희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의 지현우는 사랑을 알지 못했다.단지 한 여학생이 매일 아침 그의 책상에 아침 식사를 놓고, 매일 학교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면서 그의 차를 따라 반쯤 쫓아가다가 따라잡을 수 없으면 멈춰 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현우가 화실에서 그림에 몰두할 때도 그녀는 창문 입구에 몰래 서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유리창을 통해 화필을 들고 있는 그를 바라보곤 했다.나중에 지현우는 그녀도 화실에 앉아 몇 가지 물감을 반복해서 사용하여 기괴한 모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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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그가 유일하게 적극적이었던 건, 케이시가 왕실의 자제들을 데리고 김초희에게 미친 듯이 구애하고 심지어 그녀를 끌고 운동장을 뛰쳐나오는 것을 봤던 때였다.해 질 녘의 노을을 맞으며 운동장을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고 그 장면은 마치 세기의 멜로 영화를 방불케 했다.지현우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경멸하듯 코웃음을 쳤다. 그는 김초희가 케이시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김초희가 줄곧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조지가 말해줄 때까지...당시 김초희는 편하게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학교 밖에 세 들어 살았는데, 그게 바로 조지의 집이었다.지현우는 김초희가 혼자 사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봐 옆집에 사는 조지에게 자주 그녀에게 가보라고 했다.조지가 집에 돌아왔을 때 김초희의 방에 불이 켜지지 않은 것을 보고 지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현우는 그녀가 집에 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화필을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머릿속에서는 김초희가 까치발을 들고 케이시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이 떠올랐다.그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되었다. 김초희는 자신만 좋아하는데 어떻게 케이시에게 뽀뽀할 수 있겠는가?그는 그럴 리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난 그는 화가 나서 화필을 내던지고는 외투를 챙겨 차를 몰고 김초희를 찾으러 나갔다.밤새 찾아 헤맨 지현우는 그녀가 케이시의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그는 차 문을 열고 달려들어 김초희의 손을 덥석 잡고는 왜 그의 집에서 나오냐고 따져 물었다.김초희는 지현우를 보고 약간 의아해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밀어냈다.지현우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김초희가 그의 손을 밀쳐내다니.다급해진 그는 자신을 지나쳐 가려 하는 김초희를 잡아당기며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대체 뭘 피하는 거야?”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말없이 있다가 갑자기 마음을 굳힌 듯 그를 무시해버렸다.화가 난 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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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지현우는 그녀가 말하지 않는 모습이 방금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저도 모르게 더 깊은 맛을 맛보고 싶었다.당시 김초희의 모습은 지현우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어 매번 생각이 날 때마다 회심의 미소를 짓곤 했다.김초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는 맑은 눈에는 놀라움에서 경악, 그리고 기쁨에 이르기까지 족히 1분이 걸렸다.지현우가 그녀를 놓아주었을 때 턱을 치켜들고 그의 목을 감고는 수줍게 웃으며 물었다.“현우야, 비니보다 나 더 좋아하는 거지. 맞지?”지현우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계속 떠들면 또 키스할 거야.”김초희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발끝을 세우고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난 네가 키스하는 거 좋아.”뜨거운 호흡이 지현우의 귓가에 닿고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눈과 입가에 그녀의 말 한마디에 웃음기가 물들었다.그날 밤, 누가 먼저 밀쳤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다.김초희는 금기를 맛보기 전 그의 옷깃을 잡고 그날 케이시의 집에서 나온 일을 설명해야 했다.“설명할 필요 없어. 곧 알게 될 테니까.”그 결과는...이튿날 지현우는 한 손으로 김초희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눌러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그녀를 향해 강하게 말했다.“잘 들어. 네 처음을 내가 가졌으니 난 무조건 널 책임질 거야. 넌 내 것이야.”“앞으로 감히 날 배신한다면 지옥에 떨어질 줄 알아.”지현우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늘 고고하고 세상에 관심도 없고 자기만의 세상에 사는 사람이었다.하지만 한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평생 사랑하고 누구라도 배신하면 인과를 막론하고 절대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는 김초희와 사귀는 6년 동안 확실히 그녀에게 책임을 다했다.하지만 그는 늘 오만했다. 김초희의 사랑을 받기만 할 뿐 그녀에게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그래서 김초희는 한 번도 그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그러나 김초희의 사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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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케이시가 영화관 문을 걷어차자 순식간에 조명이 켜졌다.그는 군화를 신고 계단을 올라 한 걸음씩 지현우 앞으로 다가갔다.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앞 좌석의 버튼을 눌렀다.그 의자가 천천히 돌아선 후 케이시는 의자에 앉아 지현우를 올려다보았다.“짐작했겠지만 당신이 감옥에 간 건 내 작품이야.”지현우는 생각을 접고 어둡고 빛을 잃은 눈을 천천히 들어 올려 케이시를 차갑게 쏘아보았다.“앨런은 어릴 때부터 너한테 잘해줬어. 형 노릇을 잘했는데 왜 죽였어?”“내 길을 막는 자는 모두 죽어야지. 그게 내 형이 됐든 누구든. 더구나 친형도 아닌데 뭐가 아쉽겠어?”케이시는 개의치 않는 듯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의 눈에 생명이란 모두 장난감 같았다.“네가 앨런을 죽이면 왕실이 너한테 상속권을 넘겨줄 거라고 생각했어?”혈연관계가 없는 양자에게 왕실이 어떻게 상속권을 넘겨줄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헛된 망상이었다.“당연히 나에게 상속권을 주지 않지. 내가 그렇게 한 건 사실 모두 너 때문이야.”지현우 때문에 그는 일찍이 덫을 놓아 그가 안으로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당시 지현우가 앨런을 치어 넘어뜨리고 떠난 뒤, 케이시는 다시 차를 몰고 앨런을 치어 죽였다.만약 지현우가 자기 목숨으로 죄를 갚았다면 케이시는 그 정도에서 멈췄을 것이다.하지만 지씨 가문은 왕실과 맞서서라도 지현우를 지키려 했고 결국 법정에서 1년 형만 선고받았다.그 이유는 뜻밖에도 지현우가 떠난 후 또 다른 아시아인이 차를 몰고 앨런을 치었다는 것을 본 목격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케이시가 치밀하게 계획했지만 그런 사각지대에 목격자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리고 지씨 가문이 지현우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지 증거를 수집할 줄도 몰랐다.다행히 그 영국인은 두 번째로 앨런을 친 아시아인이 케이시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거 알아? 네가 1년 형만 선고받았을 때 난 법정에서 당장 널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어.”“하지만 어렵게 손에 넣은 물건을 충동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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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케이시는 지현우가 죽을 만큼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계속 부채질했다.“지현우, 난 어떻게 널 무너뜨리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네가 출소한 후에 리얼리티 쇼를 준비했지.”케이시는 다시 손바닥을 부딪치더니 화면에서 또 다른 동영상이 흘러나왔다.케이시와 김초희가 침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이었다. 지현우가 의자에 묶인 채 어쩔 수 없이 보던 장면이었다.지현우는 순간 손등에 핏줄이 솟아올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케이시의 얼굴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쇠사슬에 단단히 묶인 그는 케이시의 앞 머리카락만 건드렸을 뿐, 아무런 위협감도 주지 못했다.그는 벌게진 눈으로 이를 갈며 소리쳤다.“죽여버릴 거야! 내가 너 반드시 죽일 거야!”케이시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만약 아직도 그 떠돌이였다면 네가 나 개미 한 마리 죽이듯이 없애버렸을지도 모르지. 아쉽게도 난 운이 좋았어. 내가 왕실에 입양될 줄 누가 알았겠어? 네 아버지조차 의아해했잖아, 아니야?”케이시는 앞으로 목을 내밀어 지현우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도록 했다.지현우는 그의 얼굴을 찢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케이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케이시는 그에게 화를 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알려주려는 것이었다.“이것 봐. 이게 너와 나의 거리야. 지금의 넌 절대 날 죽일 수 없어.”웃으며 말한 케이시는 목을 뒤로하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늘씬한 다리를 포개고 스크린을 보았다.아직도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고 케이시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네가 왜 초희를 사랑했는지 알겠어. 그 몸은 너무 아름다웠어. 한번 맛보고 나니까 중독되더라고.”“닥쳐!”지현우는 온몸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화가 났고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지옥에서 온 아수라처럼 보였다.“그 더러운 입으로 초희 모욕하지 마!”지현우가 뻘게진 눈으로 김초희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는 모습에 케이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그러나 대꾸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아쉽게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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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케이시는 김초희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의자에 묶인 채 꼼짝도 못 하는 지현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초희를 속여 나랑 결혼하게 하고, 또 잠자리까지 들게 한 건 모두 널 자극하기 위해서였어! 역시 넌 속았고, 미친 듯이 날뛰면서 초희를 괴롭히고 날 미워했지.”“그때 난 네가 미쳐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걸로 역부족이었어! 널 완전히 미치게 하려고 일부러 초희를 데리고 도망쳤지.”“초희가 도망가니 넌 정말 완전히 미쳐버리더군. 그런 네 모습에 내가 얼마나 기뻤는 줄 알아?”“특히 지씨 가문이 널 버리고 조카를 후계자로 세웠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기뻐 미치는 줄 알았어!”“하지만 난 초희가 안락사를 택할 줄은 전혀 몰랐어...”케이시가 마지막 말을 했을 때, 얼굴의 유쾌한 표정이 갑자기 무너졌다.“초희가 왜 안락사를 선택한 줄 알아?”케이시는 몸을 곧게 펴고 지현우의 새하얀 얼굴을 움켜쥐고 힘껏 위로 들어 올렸다.그는 고개를 떨구고, 죽어라 지현우의 붉게 물든 두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루게릭병의 고통이 두려운 것도 아니고, 너한테서 탈출하기 위해서도 아니야.”“초희는 자기가 널 배신했으니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죽음을 선택한 거야.”이 말을 들은 지현우는 숨이 차오르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강력한 통증이 엄습하자 지현우는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충격을 견디지 못한 듯 갑자기 광기에 휩싸였다.김초희가 죽음을 선택한 건, 루게릭병으로 인한 고통이 두려운 것도, 그를 탈출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그녀는 자신이 지현우를 배신하고 살 자격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김초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그를 위하고 있었다.하지만 지현우는 오해 때문에, 그녀가 아팠던 나날에 미친 듯이 그녀를 괴롭혔다!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이를 살려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던 김초희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현우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녀는 분명 그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말했다.“현우야, 연이는 네 아이야. 뱃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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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지현우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아픔을 뒤로하고 다가가 그녀를 안아 주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애초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은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어.”김초희는 태아를 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당시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지현우는 기억나지 않았다.아마 차갑고 무정하게 옆에 서서 차갑게 그녀를 쳐다봤을 것이다.어쨌든 김초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하던 눈이 점차 실망으로 변했다.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손에 든 배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지현우가 멀리 간 뒤에야 그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은은히 들려왔다.“내가 죽었어야 했네.”지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쓰레기통 옆에 서 있는 창백한 얼굴의 김초희를 보았다.죽은 사람처럼 뼈만 앙상한 그녀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럽기 그지없었다!지현우는 차마 회억조차 하지 못했다. 진한 어둠이 자신을 삼킬까 봐 두려웠지만, 그는 진작 어둠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지금의 그는 무엇이란 말인가?지옥에 가서 김초희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껍데기만 남은 생명체에 불과했다.김초희는 아마 그의 말 때문에 죽고 싶어 했을 것이다.즉 지현우가 김초희의 목숨을 일찍 끝낸 것이다. 그가 김초희를 죽였다!의자에 쓰러진 지현우는 마치 큰 손이 그의 심장을 옥죈 듯 사무치는 아픔에 온몸을 떨고 있었다.‘나 진짜 인생을 어떻게 산 거야. 대체 뭔 짓을 했기에 날 그렇게 사랑하던 여자를 직접 밀어내고 죽음에까지 몬 거야!’‘난 짐승만도 못해. 살 자격이 없어. 하지만 죽어서도 다시 초희를 만날 자격이 없어!’케이시는 지현우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지현우가 죽는 것만도 못한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는 마치 큰 원수를 갚은 듯 통쾌하게 느껴졌다.케이시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어 총상을 입은 지현우의 허벅지에 대고 다시 그 선혈이 낭자한 상처 속으로 힘껏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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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연이는 지현우가 의자에 묶인 채 두 다리에 총상을 입고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보고 너무 무서웠다.연이는 서둘러 경호원한테서 벗어나 짧은 다리로 케이시 곁으로 달려가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겨 흔들었다.“아빠, 내가 의사를 불렀으니 먼저 의사에게 삼촌 다리를 봐달라고 해요. 네?”‘삼촌 얼굴이 창백하고 온몸을 떨고 있어. 아빠한테 혼쭐이 나서 그런 걸까? 아니면 상처가 너무 아파서?’연이는 그런 모습의 지현우를 보며 마음이 아파졌다.연이 기억 속의 지현우는 줄곧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갑고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무기력한 적은 없었다.연이는 아빠가 지현우를 용서하고 의사가 빨리 구해주기를 바랐다. 계속 미루면 지현우가 피를 너무 흘려 죽을지도 모른다.케이시는 고개를 떨구고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어린 소녀를 보더니 얼굴에 점차 온화한 웃음기가 떠올랐다.“연아, 아빠랑 게임 할까? 그럼 의사한테 삼촌 다리 봐달라고 할게. 어때?”“좋아요.”단순한 연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케이시는 연이를 번쩍 들어 보이며 손에 든 총을 건네주며 말했다.“아빠가 어떻게 총을 쏘라고 가르쳤는지 기억해?”연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해요!”케이시는 손을 뻗어 연이의 콧등을 만졌다.“역시 똑똑하군.”아빠의 칭찬을 들은 연이는 통통한 턱을 치켜들고 케이시에게 상을 요구했다.“아빠, 연이가 이렇게 똑똑한데 이상한 삼촌 용서해주면 안 돼요?”케이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하지만 연이가 먼저 아빠랑 게임을 해야 해.”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어떤 게임이요?”케이시는 연이의 작은 손을 잡고 방아쇠에 올려놓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동안 총을 쏘는 연습만 했지 실전은 못 했잖아. 오늘은 이상한 삼촌을 과녁으로 삶고 실전으로 한 번 쏴봐. 응?”연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아빠의 말을 알아듣고 약간 납득이 가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었다.“싫어요. 연이는 삼촌 죽이기 싫어요.”케이시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 번졌다.“연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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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아빠가 직접 삼촌에게 총을 쏘면 삼촌도 경호원 아저씨처럼 피를 튀긴 후 영원히 눈을 감고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연이가 직접 총을 쏘면 총알이 없을 수도 있으니 삼촌은 살 기회가 있는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연이는 지극히 표준적인 자세로 손에 든 총을 들고 과감하게 방아쇠를 당겼다.“안돼!”지하실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조지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연아, 네 친아버지를 죽여서는 안 돼!”그러나 연이는 이미 방아쇠를 당겼다.다행히 총알은 비어있었다!총을 쥔 연이는 순간 한숨을 돌렸다.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조지 역시 팽팽했던 신경이 풀리기는 마찬가지였다.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만이 창백한 얼굴로 연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그의 딸은 뜻밖에도 케이시의 복수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우스웠다!지현우는 분명 연이에게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지만 그의 고집이 연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지금 이 지경이 된 것은 아마 하늘이 준 벌일까?하지만 이 모든 건 지현우가 받아야 할 벌이지 연이와는 무관했다.지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다리 상처의 아픔, 쇠사슬에 묶인 속박은 그를 폐인처럼 힘없이 의자에 쓰러지게 했다.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새빨간 눈으로 케이시의 위선적인 얼굴을 노려보았다.“케이시, 넌 오늘 날 반드시 죽여야 할 거야. 아니면 내가 너 죽기보다 못한 생활을 하게 만들 거니까.”연이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케이시는 그 말을 듣고는 코웃음을 쳤지만 지현우를 무시하고 연이만 바라보고 있었다.“봤지? 내가 삼촌을 가만두지 않는 게 아니라 삼촌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어.아빠가 삼촌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삼촌이 아빠를 죽일 거야.”“연아, 아빠 아주 난감한데 어떡하면 좋을까?”조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궁리하던 연이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연이는 보라색 포도알 같은 큰 눈을 들고 지현우와 케이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한 손에는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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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연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천천히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아빠, 연이 죽일 거예요?”“아니, 아빠는 단지 너랑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이야.”케이시는 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자, 아빠랑 계속 총 쏘기 게임 하자.”연이는 머리를 흔들고 작은 손을 뻗어 지현우의 목덜미를 낚아챘다.그의 몸에 달라붙어 아무리 해도 총을 쏘려고 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케이시는 웃음기가 점점 옅어졌다.“연아, 아빠 말 듣지 않을 거야? 말 듣지 않는 나쁜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해.”연이는 말을 안 들으면 아빠한테 까만 방에 갇힌다는 생각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품 안의 작은 몸이 끊임없이 떨리는 것을 느낀 지현우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런 아픔은 시림과 고통, 후회와 아쉬움, 알 수 없는 복잡한 생각들이 뒤섞여 그를 숨 막히게 했다.그는 연이를 꽉 안은 후 풀어주고 힘줄이 드러나는 손을 뻗어 연이 머리에 겨눈 총을 덥석 잡았다.지현우는 그 총을 빼앗아 케이시를 한 방 더 쏘고 싶었다!그러나 케이시는 그보다 한발 앞서 허리춤에서 다른 총을 꺼내 지현우의 머리에 겨누었다.아무런 우세도 점하지 못하고 의자에 꽁꽁 묶여 있던 지현우는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다시 케이시를 향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뭐든 나한테 해. 애 이용하지 마.”연이는 아직 그가 친아버지인 것을 모르고 있다. 만약 오늘 케이시가 연이를 협박해 그를 죽이라고 강요한다면, 나중에 사실을 안 연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지현우는 연이가 앞으로 남은 생을 후회 속에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연이가 항상 순진하고, 즐겁고, 건강하기를 바랐다.케이시는 분명 지현우를 쉽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그는 허리를 굽혀 지현우의 매처럼 붉은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아니면 이렇게 해. 연이가 표적이 되고 네가 총을 쏘는 거야.”지현우는 진짜 미친 사람은 바로 케이시라고 생각했다.그가 거듭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케이시는 여전히 그의 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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