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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그가 유일하게 적극적이었던 건, 케이시가 왕실의 자제들을 데리고 김초희에게 미친 듯이 구애하고 심지어 그녀를 끌고 운동장을 뛰쳐나오는 것을 봤던 때였다.

해 질 녘의 노을을 맞으며 운동장을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고 그 장면은 마치 세기의 멜로 영화를 방불케 했다.

지현우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경멸하듯 코웃음을 쳤다. 그는 김초희가 케이시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김초희가 줄곧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조지가 말해줄 때까지...

당시 김초희는 편하게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학교 밖에 세 들어 살았는데, 그게 바로 조지의 집이었다.

지현우는 김초희가 혼자 사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봐 옆집에 사는 조지에게 자주 그녀에게 가보라고 했다.

조지가 집에 돌아왔을 때 김초희의 방에 불이 켜지지 않은 것을 보고 지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현우는 그녀가 집에 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화필을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머릿속에서는 김초희가 까치발을 들고 케이시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되었다. 김초희는 자신만 좋아하는데 어떻게 케이시에게 뽀뽀할 수 있겠는가?

그는 그럴 리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난 그는 화가 나서 화필을 내던지고는 외투를 챙겨 차를 몰고 김초희를 찾으러 나갔다.

밤새 찾아 헤맨 지현우는 그녀가 케이시의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는 차 문을 열고 달려들어 김초희의 손을 덥석 잡고는 왜 그의 집에서 나오냐고 따져 물었다.

김초희는 지현우를 보고 약간 의아해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밀어냈다.

지현우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김초희가 그의 손을 밀쳐내다니.

다급해진 그는 자신을 지나쳐 가려 하는 김초희를 잡아당기며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대체 뭘 피하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말없이 있다가 갑자기 마음을 굳힌 듯 그를 무시해버렸다.

화가 난 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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