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천천히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아빠, 연이 죽일 거예요?”“아니, 아빠는 단지 너랑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이야.”케이시는 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자, 아빠랑 계속 총 쏘기 게임 하자.”연이는 머리를 흔들고 작은 손을 뻗어 지현우의 목덜미를 낚아챘다.그의 몸에 달라붙어 아무리 해도 총을 쏘려고 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케이시는 웃음기가 점점 옅어졌다.“연아, 아빠 말 듣지 않을 거야? 말 듣지 않는 나쁜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해.”연이는 말을 안 들으면 아빠한테 까만 방에 갇힌다는 생각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품 안의 작은 몸이 끊임없이 떨리는 것을 느낀 지현우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런 아픔은 시림과 고통, 후회와 아쉬움, 알 수 없는 복잡한 생각들이 뒤섞여 그를 숨 막히게 했다.그는 연이를 꽉 안은 후 풀어주고 힘줄이 드러나는 손을 뻗어 연이 머리에 겨눈 총을 덥석 잡았다.지현우는 그 총을 빼앗아 케이시를 한 방 더 쏘고 싶었다!그러나 케이시는 그보다 한발 앞서 허리춤에서 다른 총을 꺼내 지현우의 머리에 겨누었다.아무런 우세도 점하지 못하고 의자에 꽁꽁 묶여 있던 지현우는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다시 케이시를 향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뭐든 나한테 해. 애 이용하지 마.”연이는 아직 그가 친아버지인 것을 모르고 있다. 만약 오늘 케이시가 연이를 협박해 그를 죽이라고 강요한다면, 나중에 사실을 안 연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지현우는 연이가 앞으로 남은 생을 후회 속에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연이가 항상 순진하고, 즐겁고, 건강하기를 바랐다.케이시는 분명 지현우를 쉽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그는 허리를 굽혀 지현우의 매처럼 붉은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아니면 이렇게 해. 연이가 표적이 되고 네가 총을 쏘는 거야.”지현우는 진짜 미친 사람은 바로 케이시라고 생각했다.그가 거듭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케이시는 여전히 그의 딸을
친부녀 사이는 항상 신기하게도 서로 눈만 마주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지현우는 손가락을 들어 부드럽게 연이의 통통한 볼을 감싸 안으며 더없이 진지하게 말했다.“연아, 네 아빠가 한 말은 모두 거짓이야. 아빠는 너랑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그는 오늘 자신이 살아서 이 별장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만약 오늘이 그의 기일이라면 연이가 자신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영원히 모르기를 바랐다.그는 아버지의 책임을 다한 적도 없고, 연이를 돌본 적도 없으니 연이의 입에서 아빠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었다.지현우의 손가락은 연이의 눈에서부터 어깨를 쓰다듬더니 아쉽게 놓아줘야만 했다.삼촌이 자신을 놓아주려고 하자 당황한 연이는 얼른 그를 껴안고 울부짖었다.“삼촌, 빨리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해요. 아니면 절대 삼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지금 이 순간까지, 연이는 여전히 케이시가 자기를 봐서라도 지현우를 풀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연이는 누가 자기 친아빠인지 알고 싶지 않았고, 단지 마음속에는 아빠와 지현우가 똑같게 중요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연이는 지현우에게 사과하라고 달래고는 다시 울면서 케이시에게 사정했다.“아빠, 연이가 삼촌을 좋아하는 걸 봐서라도 그냥 풀어주면 안 돼요?”연이는 아빠가 삼촌이랑 화목하게 지내길 바랐다. 두 사람과 함께 자라면 행복할 것 같았다.하지만 케이시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옆에 서서 연이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연이는 케이시의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자신에게 온유하고 부드러웠다.연이에게 실망한 것 같았다. 아주 실망해서 더 이상 연이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연이는 순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아빠가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지현우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연이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지현우의 다리에서 내려와 다시 케이시 곁으로 갔다.“아빠, 연이가 표적이 될게요. 총을 삼촌한테 주세요.”연이는 말을 마치고 머리를 숙이고
이를 깨달은 지현우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총을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스크린아래에서 그가 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연이를 바라보았다.그 보들보들하고 작은 얼굴, 눈매, 윤곽은 그와 매우 닮았지만 눈은 초희처럼 맑고 깨끗해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이렇게 깨끗한 눈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으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지현우는 연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아, 삼촌이랑 약속 하나만 해 줘.”“좋아요.”연이는 묻지도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현우는 연이의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고 아주 아쉬웠지만 꾹 참고 입을 열었다.“먼저 돌아서 있어.”연이는 고분고분 돌아섰다.포동포동한 그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현우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연아, 이따가 총소리가 나도 돌아보지 마. 삼촌이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알겠어?”“네!”연이가 큰소리로 응답하자 극장 전체가 그 젖먹이 목소리로 메아리쳤다.지현우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눈동자를 늘어뜨리는 순간 눈물이 흘러나와 손등에 떨어졌다.그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가볍게 닦은 후, 갑자기 그 총을 들고 벽에 네 발을 연발했다.이 총은 케이시가 총알 세 개를 꺼냈으니 안에 세 개가 남았다. 연이가 한 번 쏜 것이 비었고 지금 연발한 4발 중 2발은 비었고 2발은 총알이 나왔다.이제 총알은 딱 하나 남았다.지현우는 그 총알을 자신에게 남겼다.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을 거두어 심장 쪽으로 겨누고 힘껏 쏘았다.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살 자격이 없었지만 김초희를 만나러 갈 용기가 없었다.이제 이 총은 오히려 그를 해방시켰다. 다만... 그가 가장 아쉬운 건 그의 딸이었다.그는 붉게 상기된 눈을 들어 뒤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연이는 그의 말을 매우 잘 들었다. 단지 8개월을 함께 지냈을 뿐이지만 연이는 그를 좋아했다.이 순간, 지현우는 문득 연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졌다...귀여운 딸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아빠라고 부르면 어떤 기분인지
그렇게 많은 피를 보고 연이는 금방 깨달았다.방금 삼촌은 그녀에게 총을 쏘지 않고 자신에게 총을 쏜 것이다.삼촌은 연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표적이 된 것이다.연이는 삼촌을 보러 가야 했다...강한 집념에도 연이는 경호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무력한 연이는 순간 큰 소리로 울었다.“삼촌, 얼른 일어나서 연이 안아주면 안 돼요?”지현우는 의자에 앉아 여전히 덤덤한 자세를 유지했다.그는 연이를 바라보며 떨리는 입술로 힘겹게 연이를 달랬다.“연아... 울지 마.”그가 이 말을 꺼냈을 때 몸속의 선혈이 쏟아져 나왔다.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솟구치는 피를 보고 놀란 연이는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아빠, 삼촌 좀 살려주세요. 빨리 살려주세요.”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그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군화를 신은 발로 지현우에게 다가가 코웃음을 쳤다.“지현우, 너한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케이시는 지현우의 입술에서 흘러내린 피를 손가락으로 몇 번 문지른 후 허리를 굽혀 그를 보았다.“너랑 초희가 정식으로 사귀던 날 내가 한 말 기억해?”케이시는 언젠가 지현우가 자살하게 만들고 지씨 가문의 모든 것을 빼앗을 거라고 했다.지금, 지현우가 죽었으니 그다음 목표는 지씨 가문이었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케이시는 손을 들어 지현우의 핏기 없는 얼굴을 두드렸다.“지현우, 네 딸은 내가 잘 키울게.”케이시는 얄밉게 웃더니 몸을 곧게 펴고 계단을 내려갔다.경호원은 케이시가 떠나자 즉시 연이를 안고 극장을 떠났다.경호원에게 안겨 간 연이는 작은 몸을 뒤틀며 목을 길게 빼고 울며 돌아보며 외쳤다.“삼촌!”의식을 잃어가는 지현우는 연이의 목소리를 듣고 억지로 버티며 나지막이 말했다.“연아...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총 놀이는 그만하고.”비록 낮은 목소리였지만 연이는 그 소리를 듣고 대답했다.“알겠어요. 다시는 총 놀이 안 하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삼촌도 꼭 잘 살겠다고 약속해요. 네?
정가혜 별장, 서재.서유는 자를 들고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녀가 충분히 몰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은 계속 비뚤어지고 있었다.심장이 너무 불편하고 뭔가 잃을 것 같은 영문도 모르는 기분이 그녀를 끌어당겼다.서유는 너무 불안해서 아예 필을 내려 놓고 의자에 기대어 미간을 비볐다.책상 옆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서유는 이승하의 전화인 것을 보고 손을 뻗어 수화 버튼을 누르고는 핸즈프리를 켰다.“승하 씨, 어떻게 됐어요? 지현우는 봤어요?”전화기 너머로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비로소 서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천천히 서유의 귀에 들려왔다.“서유야, 지현우 마지막 모습 보러 와.”서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답답하고 조금 아프기도 했다.이 감정은 그녀의 것이 아닌데 그녀는 컨트롤할 수 없이 휘어 잡히고 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허둥지둥 일어나다가 실수로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다.서유가 아파서 쉰 소리를 내자 휴대폰 너머의 남자는 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분명히 그녀가 매우 급하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서희네 병원으로 옮겨졌고 내가 너한테 사람을 보냈어.”서유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꼿꼿한 몸매의 이승하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병실 입구에 똑바로 서 있었다.“좀 어때요?”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이승하 앞으로 달려갔는데, 너무 급해서 이마에 땀이 촘촘히 맺혔다.이승하는 양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땀을 닦아주면서 대답했다.“피는 멈췄지만 총알이 심장 부위에 박혀서 구할 수 없어.”오는 길에 서유는 이미 전화로 지현우의 상황을 물었고 또 케이시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았다.서유는 분명 케이시에게 지현우가 묘원에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케이시가 이렇게 빨리 지현우를 찾을 줄이야.‘케이시 이 사기꾼. 8개월 시간이 되어서 지현우를 찾아 연이를 돌려받으러 왔다더니. 이건 분명 지현우 죽이러 온 거잖아!’서유가 케이시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지현우의 위
지현우는 그녀의 뺨을 만지던 손을 힘없이 내리더니 손끝을 스치다가 그녀의 긴 곱슬머리에 닿았다.김초희는 그렇게 긴 머리가 아니었다.지현우의 흐릿한 시선 속에 처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목구비의 윤곽이 서서히 떠올랐다.서유였다. 김초희가 아니었다.그가 또 사람을 잘못 보았다.지현우의 빛을 발하던 눈 밑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시선을 옮긴 채 천천히 그 심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그를 안심시켰다.“서유...”그는 간신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옆에 앉은 서유는 그가 정신을 차리자 서둘러 눈물을 닦고 그에게 다가갔다.“형부.”비록 지현우가 전에 그녀를 괴롭혔지만 서유는 그를 형부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선량함에 지현우는 죄책감에 눈을 늘어뜨렸다.몇 초 동안 묵묵히 있다가 갑자기 입을 열더니 서유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미안해...”죽음이 임박해서인지, 지현우 역시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나쁜 놈이었는지를 깨닫고 뒤늦은 사과를 했다.서유는 지현우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것을 알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지만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현우는 생기가 없는 눈동자로 서유를 바라볼 때, 담담한 기색 속에 약간의 구걸이 섞여 있었다.“우리 계약 기억하죠?”“기억해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 언니 대신 프로젝트 완성.두 번째, 언니의 한 달 대역.세 번째, 지현우는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세 번째...”지현우는 세 글자를 어렵게 말하고는 곧 힘이 빠졌다.그는 병상에 누워 선혈이 낭자한 침대 시트를 잡고 오랫동안 쉬다가 선혈이 묻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나 대신... 연이를 돌봐줘요.”그가 말하지 않아도 서유는 연이를 돌볼 것이다.“형부, 걱정 마요. 내가 연이를 잘 돌볼게요.”지현우는 이승하가 서유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드시 연이를 찾아 데려올 것이다. 그래서 케이시가 연이를 데려갈 때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그녀가 대답하자, 지현우는 안심하고 입꼬리를 말았지만 눈은 간신히 입구 쪽으로 돌렸다.그곳에는 여전히 보호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곧게 서 있는 차갑고 고귀한 그림자가 있었다.그 말 하지 않은 답을 문밖의 그 남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김초희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언제부터일까. 아마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제멋대로 그의 차 뒤를 쫓아갔을 때부터였을 것이다.그는 백미러를 통해 그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볼 때마다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떤 사람들은 항상 사랑을 알지 못한다. 잃고 나서야 알게 되고 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 된다.죽음을 앞두고 나니 인생의 조각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빨리 스쳐 지나갔다.지현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김초희를 뼈저리게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그는 눈을 감기 전에 떨리는 손을 내밀어 마지막으로 심장을 만지며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초희야, 사랑해. 나도 너 사랑해.하지만, 그는 힘이 없다.끝내 그는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김초희는 그를 배웅하러 오지 않았고 문밖은 텅 비어 있었다.병상의 남자는 그런 아쉬움으로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귓가에 들려오는 의료기기의 소리, 그리고 가슴을 찢는 조지의 울부짖음 소리.이 소리를 서유는 전혀 듣지 못했고 그저 옆에 앉아 조용히 지현우를 바라보고만 있었다.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은 마치 인간 세상에 떨어진 천사와 같았다. 지금 그의 몸은 먼지로 돌아가고 영혼은 조용히 떨어져 나갔다.그는 자신이 속한 곳으로, 또는 언니가 있는 곳으로 가겠지. 어쨌든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속하지 않다.서유는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하얀 손을 내밀어 지현우가 방금 허공에 뻗었다가 떨어진 손을 잡았다.순간 그녀는 지현우가 세상을 떠나기 전 무엇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고, 그 손을 가볍게 자신의 심장에 올려놓았다.그의 손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의 청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심이준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 지현우의 몸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그는 영안실에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흰 천으로 덮인 지현우를 보고 있었다.서유가 본 것과 달리 지금 이 순간의 지현우는 깨끗이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는 잠든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에 누워 있었다. 아무런 죽음의 기운도 없이 고요했다.심이준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지현우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스승님...”그는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지현우가 잘 때 누군가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일어나 상대방을 한 대 때렸을 것이다.그런 지현우였는데, 지금은 조용히 누워 그의 방해를 받고 있지 않았다.심이준은 코끝이 찡해지며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스승님, 왜 이러고 계세요? 제가 이길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하셨잖아요?”그가 출사하던 날, 지현우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이준아, 네가 나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받으면 내가 너를 위해 황금 오두막을 지어줄게.”지현우는 심이준이 황금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가끔 작은 황금을 사서 그의 황금 창고에 넣었다.분명 심이준을 위해 산 것이지만 입으로는 앞으로 돈이 없으면 그 황금 창고를 턴다고 했다.그의 스승님은 좋은 사람도, 철저한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슬픈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는 표현을 잘 못 하는 것 같고 항상 반대로 말해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오직 심이준만이 그가 외롭다고 여겼다.가끔 그가 김초희의 사무실에서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을 보면 불쌍하게 느껴졌다.그럴 때마다 심이준은 그를 웃기려고 노력했다.비록 허술한 농담이었지만 지현우는 항상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한마디 했다.“이준아, 가죽이 근질근질하지?”그러면 심이준은 뻔뻔스럽게 대답했다.“가죽은 괜찮은데 살이 가려워요. 스승님께서 좀 긁어주실래요?”심이준은 얼어붙은 지현우의 몸을 바라보며 울면서 말했다.“스승님, 나 가죽이 가려워요. 일어나서 좀 긁어주시면 안 돼요?”분명히 우스꽝스러운 말인데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