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이준은 무릎을 꿇고 지현우를 향해 세 번 절했다.그는 지현우와 약속했다. 획득한 트로피가 스승님을 능가하면 지현우는 그에게 황금오두막을 지어주겠다고.하지만 이번 생은 불가능해졌다.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지현우의 제자로 살 수 있기를 바랐다.그때가 되면 심이준이 황금오두막을 지어 스승님께 드릴 것이다.이번 생에 받은 은혜를 보답할 겨를도 없이 가버렸으니...심이준이 무릎을 꿇고 오열하자 조지가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임종 전에 소유했던 회사를 이준 씨에게 맡기고 갔어요.”“이준 씨가 회사를 이끌고 전 세계를 제패하기를 바랐어요.”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는 늘 심이준을 강하게 만들었다.그의 스승님은 생전에 그를 후원하고 가르쳤고, 죽을 때까지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천성이 쾌활하던 심이준은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서유는 여전히 병실에 앉아 이승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승하는 택이를 보내 케이시의 전용기를 막으라고 지시했지만 아직 결과를 얻지 못했다.서유는 조지를 통해 케이시가 연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총 쏘는 것만 가르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케이시의 목적은 간단했다. 바로 연이가 직접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이게 하기 위해서였다.지현우가 유언을 남기지 않더라도 서유는 연이가 이렇게 미친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걸 놔두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반드시 연이를 데려와야 했고, 연이에게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주어야 했다.이것이 그녀가 언니와 형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택이의 전화가 걸려왔다.서유는 재빨리 몸을 곧게 펴고 긴장한 표정으로 이승하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남자는 그녀 앞에서 숨김없이 핸즈프리를 켰고, 이내 택이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죄송합니다. 착오가 생겨 목표물을 요격하지 못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승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까짓 것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 너희들 대체 뭐 하는 거야?”전에 이승하가
서유는 강세은을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매번 그녀를 볼 때마다 그녀에게서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빛을 발하는 아름다움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온몸에서 풍기는 고귀함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그녀 앞에서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서유의 손을 잡고는 깍지를 끼었다.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꼭 잡고 늘씬한 다리에 그녀의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강세은을 바라보았다.“케이시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봐. 아니면 본사로 돌아가서 벌을 받던지.”인사치레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일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강세은은 그가 서유의 오해를 살까 봐 이러는 것이라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승하를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왔다.더는 긴 말 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가방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있는 가면을 꺼내 이승하에게 건네주었다. 그건 양아버지의 가면이었다. 이승하한테 지씨 가문과 왕실 사이의 원한에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한편, 지현우가 케이시 때문에 죽게 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지씨 가문에서 알게 되었고 현재 Y국의 행세는 매우 복잡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부 왕실의 일원들은 이승하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이 일에 끼어든다면 S 조직까지 연루됐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께서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가면을 건네받은 이승하는 손가락으로 몇 번 문지르더니 옆으로 내동댕이쳤다.“지씨 가문과 왕실 사이의 일은 상관할 생각 없어. 그러나 내 아내의 조카딸은 반드시 내가 직접 찾아올 거야.”강세은은 양아버지의 충고조차 듣지 않는 그를 향해 눈을 흘기더니 이내 서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대표님, 아버지께서는 대표님과 서유 씨의 결혼을 못마땅해하셨지만 대표님의 선택을 존중하셨어요. 그러니 대표님께서도 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S 조직은 그녀의 양아버지가 만든 조직이었다. 비록 현재는 이
그녀가 깨어났을 때 이승하는 이미 Y국으로 떠난 상태였다. 그에게 거의 화를 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Y국으로 같이 가자고 했던 사람이 그녀가 잠든 사이에 홀로 떠났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의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직 비행기 안이라고 짐작했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정가혜가 노크를 하고 들어와서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는 그녀를 부축했다.“왜 바닥에 앉아 있어?”심장이 떨려 그녀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였고 벽 구석에 몸을 기대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감을 찾았다.“이 사람 언제 간 거니?”정가혜는 그녀를 부축해 소파에 앉힌 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아침에 떠났어. 지금쯤 아마도 비행기 안이겠지. 걱정하지 마. 도착하면 너한테 연락할 거라고 했어.”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미간을 눌렀다.“케이시가 현우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 전에도 이렇게 마음이 불안했었어. 나 지금 너무 불안해. 그 사람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단 말이야.”그 생각에 그녀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Y국으로 가는 비행표를 예약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정가혜가 그녀를 막아섰다.“이승하 씨가 너한테 집에서 푹 쉬라고 했어. 반드시 언니의 아이를 데리고 올 거라고도 했고.””정가혜는 그녀의 핸드폰을 낚아채며 말을 이어갔다.“지금 너한테는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 지현우 씨 부모님이 오셔서 지현우 씨의 시신을 가져가겠다고 해. 조지는 너희 언니와 함께 묻어달라는 그의 유언대로 시신을 가져가는 걸 막고 있어. 지금 병원에서 양쪽이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 모양인데 서희 씨가 너한테 결정을 내리라고 하더라.”부모가 아들의 시신을 찾아가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지현우가 언니와 함께 있고 싶다는 유언을 서유에게 남긴 이상 이 일은 서유가 결정해야
그녀는 서유를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서유 씨, 당신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요?”아들을 잃은지 얼마 안 된 심혜진의 첫마디가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라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던 심혜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면 그만, 김씨 가문의 비밀은 김초희가 죽은 후 영원히 땅속에 파묻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눈앞의 고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답을 들은 심혜진은 영안실로 들어갔고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서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현우의 시신은 우리가 가지고 갈 겁니다.”서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언니와 함께 묻히겠다는 형부의 유언이 있었어요. 데려가실 수 없습니다.”그녀의 단호한 말투에 지강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현우는 내 아들입니다. 현우를 데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게다가 현우와 김초희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형부라니요?”서유는 담담하게 한마디 내뱉었다.“결혼했었어요.”언니의 신분으로 지현우와 결혼한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혼인 서류까지 만든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 관계가 유효하다. 지강현도 이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나중에 이혼하지 않았냐는 말 한마디를 내뱉고 말길을 돌맀다. “지씨 가문의 자손은 우리 가문의 공동묘지에 묻혀야 합니다. 이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어요. 우리가 서유 씨를 이리 찾아온 건 통보하기 위함이지 상의하러 온 거 아니란 말이에요.”사실 서유는 지현우의 시신을 강제로 남겨둘 자격이 없었다. 한참 동안 고민에 빠져있던 그녀가 뭔가를 제안했다.“저도 마침 Y국에 가려던 참이에요. 언니의 무덤을 Y국으로 옮길 테니 언니와 형부를 함께 지씨 가문의 공동묘지에 묻는 건 어떠할까요?”언니는 어려서부터 Y국에서 자랐고 국적도 Y국이었다. 그 나라에 언니의 모든 추억이 담겨 있었다. 언니와 형부가 함께 묻
점잖은 지강현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웠다. “내 아들의 시신을 어디에 묻을지 의논하고 있을 뿐인데 미움을 산다니?”어쩐지 서유 이 아가씨가 단호하게 말을 하더라니. 이제 보니 이씨 가문이라는 세력을 믿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이런 배짱은 결국 남자가 준 것이겠지.지강현은 내심 서유를 얕잡아봤다. 김초희처럼 신분도 배경도 없이 현우에게 빌붙어 평생을 괴롭히고 죽어서까지도 사람들을 못살게 굴면서 현우의 목숨까지 빼앗아 간 그런 여자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런 속셈을 눈치챈 서유였지만 그녀는 온통 다른 데 신경을 쓰고 있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잘 생각해 보시고 4시간 후에 답을 주세요.”4시간 후면 이승하의 비행기가 Y국에 도착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Y국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지현우는 지강현의 아들이다. 그가 자신의 아들을 데려가는 건 사실 서유의 동의가 없어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유언 때문에 서유를 이리로 불러 통보하려 했었다. 마지막 유언을 서유에게 한 것이니 그녀가 동의하면 좋겠지만 동의하지 않더라도 강제로 데려갈 생각이었다.근데 서유가 곧 이승하의 아내가 될 사람이라니. 일이 좀 까다롭게 되었다.지강현은 심혜진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그녀한테 결정하라고 하였다.“김초희를 공동묘지에 묻고 우리 집안의 며느리로 인정하든지 아니면 JS 그룹의 안주인과 맞서 현우를 강제로 데리고 가든지. 당신이 결정해.”서유가 이승하의 약혼녀라는 말에 심혜진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저 여자가 이승하의 약혼녀라는 말이에요?”지강현은 짜증 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냥 별 볼 일 없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이승하의 약혼녀일 줄이야.”심혜진은 눈물을 닦으며 손을 약간 떨었다.“저 여자와 김초희가 누구의 딸인지 알아요?”그는 그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저들이 누구의 딸이든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그와는 확실히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그녀와는 관계가 있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승하가 문자를 보내왔다.[당신이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게 아니야. 난 당신이 위험해질까 봐 그래.][약속할게. 이틀 뒤에 꼭 돌아갈 거니까 화내지 마. 응?]그녀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그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요. 집에서 기다릴게요.]그녀는 확실히 그한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를 따라 Y국으로 간다면 그의 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바꾼 서유는 이승하가 답장을 보낸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잠시 후, 그녀가 지현우의 부모님을 찾아가려는 찰나 조지가 원장실로 들어와 그녀에게 USB를 건네주었다.“이건 케이시 집 영화관에서 찾은 거예요. 안에는 언니가 현우 씨한테 남긴 영상이 들어있어요. 아직 언니의 모습을 본 적이 없죠? 받아요.”눈시울이 붉어진 조지를 보니 아마 계속 울고 있었던 것 같았다. 조지는 특히 이 영상을 보고는 더 슬프게 울었다. 언니의 영상이라는 말에 서유는 가슴이 아팠고 손이 떨렸다. 주서희는 컴퓨터를 내어준 뒤 정가혜와 함께 원장실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서유는 컴퓨터에 USB를 꽂은 뒤 동영상을 클릭했고 이내 모니터에 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이때의 김초희는 이미 병든 상태였기 때문에 피부색이 칙칙하고 근육도 위축되어 사진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픈 와중에도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화장도 하고 옷까지 정성껏 골라서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보니 아마 지현우에게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았다. 예전에 그녀도 곧 세상을 떠날 것을 알았을 때 늘 화장으로 창백한 얼굴을 가렸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고 싶었었다. 언니가 지현우의 이름을 부를 때부터 그녀는 언니가 지현우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서유는 언니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심혜진은 부잣집 사모님답게 고상한 모습을 보이며 예의 바르게 서유를 향해 설명했다. “서유 씨, 초희가 현우를 쫓아다닐 때부터 난 우리 집안에 들어올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었어요. 근데 우리 가문의 며느리가 안 돼도 괜찮다고 초희가 그러더군요. 그저 현우 옆에만 있겠다고 했어요. 우리 같은 집안에서는 비슷한 집안의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초희한테는 명분을 줄 것 같지 못해요.”서유는 심혜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근데 심혜진은 줄곧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였고 그 모습이 서유는 수상쩍었다. “아주머니, 혹시 저 아세요?”심혜진은 남편의 손을 잡고 몸을 살짝 떨면서 괜찮은 척 입꼬리를 올렸다.“난 계속 Y국에서 살았어요. 서유 씨를 알 리가 없죠.”근데 왜 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걸까?서유가 입을 떼려는 찰나 심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서유 씨, 내 뜻은 분명히 전달했어요. 언니가 명분도 없이 현우 옆에 있었던 거예요. 살아 생전에 원하지 않던 명분이니 아마 죽어서도 개의치 않을 거예요.”언니가 살아있을 때, 심혜진은 이미 언니한테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아 두었었다. 그럼 처음부터 언니가 싫었다는 건데, 지금 심혜진의 말을 들어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아주머니, 저희 언니가 현우 씨를 쫓아다닌 건 맞지만 일방적으로 그랬던 건 아니에요. 현우 씨도 언니를 사랑하고 있었어요. 언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했었죠. 언니에 대한 편견으로 세상을 떠난 언니를 모욕하지 마세요.”서유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심혜진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비로소 용기를 내어 서유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던 눈동자도 금세 처져버렸다. 아내의 이런 약한 모습에 지강현은 아내가 괴롭힘이라도 당한 줄 알고 화를 벌컥 냈다.“서유 씨,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서유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다른 뜻은 없어요. 그저 한평생 희생만 하다 간 언니를 위해 명분 하나쯤 얻고
자신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는 걸 눈치챈 그녀는 얼른 소매를 정리하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서유를 쳐다보았다. “서유 씨, 언니가 현우의 딸까지 낳았으니 현우의 아내로 우리 집안의 공동묘지에 묻어요.”그녀는 한 발짝 물러서는 동시에 요구를 제안했다.“그리고 그 아이는 내가 키울 거예요.”아이를 원한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지는 그제야 자신이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현우 씨의 유언은 서유 씨가 아이를 돌보는 것입니다.”지현우의 부모님은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었다. 지현우의 말에 따르면 그가 말을 들을 때는 그를 후계자로 양성하였고 그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통제가 가능한 꼭두각시 조카에게 상속권을 넘겨주려 하였다고 한다. 아들한테까지도 이렇게 대하는 두 사람이 하물며 손녀딸한테 어떻게 대할지...그 도리를 알고 있던 서유도 이내 말을 꺼냈다.“이건 유연장에 서명까지 한 일이에요. 아이는 제가 돌보기로 했어요.”그 말에 심혜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이모가 아이를 돌본다고?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심혜진은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아이를 푸대접하지 않을 테니까. 아이를 잘 돌보고 사랑을 듬뿍 줄 거예요. 최고의 명문 학교에도 보낼 것이고 우리 심씨 가문과 지씨 가문에서 공주님처럼 떠받들 거예요.”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심혜진은 지현우를 끔찍하게 여겼으니까. 그러나 서유는 그녀가 뭔가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두 자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만약 원한이 있는 거라면 심혜진이 정말 연이한테 잘해줄까?서유는 심혜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재판을 하더라도 언니의 아이를 곁에 두고 싶었다. 그러나 이건 다 뒷말이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연이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한편, 비록 지강현은 아들을 하나 잃었지만 또 다른 아들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케이시한테 악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