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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심혜진은 부잣집 사모님답게 고상한 모습을 보이며 예의 바르게 서유를 향해 설명했다.

“서유 씨, 초희가 현우를 쫓아다닐 때부터 난 우리 집안에 들어올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었어요. 근데 우리 가문의 며느리가 안 돼도 괜찮다고 초희가 그러더군요. 그저 현우 옆에만 있겠다고 했어요. 우리 같은 집안에서는 비슷한 집안의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초희한테는 명분을 줄 것 같지 못해요.”

서유는 심혜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근데 심혜진은 줄곧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였고 그 모습이 서유는 수상쩍었다.

“아주머니, 혹시 저 아세요?”

심혜진은 남편의 손을 잡고 몸을 살짝 떨면서 괜찮은 척 입꼬리를 올렸다.

“난 계속 Y국에서 살았어요. 서유 씨를 알 리가 없죠.”

근데 왜 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걸까?

서유가 입을 떼려는 찰나 심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서유 씨, 내 뜻은 분명히 전달했어요. 언니가 명분도 없이 현우 옆에 있었던 거예요. 살아 생전에 원하지 않던 명분이니 아마 죽어서도 개의치 않을 거예요.”

언니가 살아있을 때, 심혜진은 이미 언니한테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아 두었었다. 그럼 처음부터 언니가 싫었다는 건데, 지금 심혜진의 말을 들어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머니, 저희 언니가 현우 씨를 쫓아다닌 건 맞지만 일방적으로 그랬던 건 아니에요. 현우 씨도 언니를 사랑하고 있었어요. 언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했었죠. 언니에 대한 편견으로 세상을 떠난 언니를 모욕하지 마세요.”

서유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심혜진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비로소 용기를 내어 서유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던 눈동자도 금세 처져버렸다.

아내의 이런 약한 모습에 지강현은 아내가 괴롭힘이라도 당한 줄 알고 화를 벌컥 냈다.

“서유 씨,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서유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다른 뜻은 없어요. 그저 한평생 희생만 하다 간 언니를 위해 명분 하나쯤 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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