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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이를 깨달은 지현우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총을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스크린아래에서 그가 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연이를 바라보았다.

그 보들보들하고 작은 얼굴, 눈매, 윤곽은 그와 매우 닮았지만 눈은 초희처럼 맑고 깨끗해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

이렇게 깨끗한 눈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으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

지현우는 연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아, 삼촌이랑 약속 하나만 해 줘.”

“좋아요.”

연이는 묻지도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우는 연이의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고 아주 아쉬웠지만 꾹 참고 입을 열었다.

“먼저 돌아서 있어.”

연이는 고분고분 돌아섰다.

포동포동한 그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현우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연아, 이따가 총소리가 나도 돌아보지 마. 삼촌이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알겠어?”

“네!”

연이가 큰소리로 응답하자 극장 전체가 그 젖먹이 목소리로 메아리쳤다.

지현우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눈동자를 늘어뜨리는 순간 눈물이 흘러나와 손등에 떨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가볍게 닦은 후, 갑자기 그 총을 들고 벽에 네 발을 연발했다.

이 총은 케이시가 총알 세 개를 꺼냈으니 안에 세 개가 남았다.

연이가 한 번 쏜 것이 비었고 지금 연발한 4발 중 2발은 비었고 2발은 총알이 나왔다.

이제 총알은 딱 하나 남았다.

지현우는 그 총알을 자신에게 남겼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을 거두어 심장 쪽으로 겨누고 힘껏 쏘았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살 자격이 없었지만 김초희를 만나러 갈 용기가 없었다.

이제 이 총은 오히려 그를 해방시켰다. 다만... 그가 가장 아쉬운 건 그의 딸이었다.

그는 붉게 상기된 눈을 들어 뒤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연이는 그의 말을 매우 잘 들었다. 단지 8개월을 함께 지냈을 뿐이지만 연이는 그를 좋아했다.

이 순간, 지현우는 문득 연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졌다...

귀여운 딸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아빠라고 부르면 어떤 기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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