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는 지현우가 죽을 만큼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계속 부채질했다.“지현우, 난 어떻게 널 무너뜨리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네가 출소한 후에 리얼리티 쇼를 준비했지.”케이시는 다시 손바닥을 부딪치더니 화면에서 또 다른 동영상이 흘러나왔다.케이시와 김초희가 침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이었다. 지현우가 의자에 묶인 채 어쩔 수 없이 보던 장면이었다.지현우는 순간 손등에 핏줄이 솟아올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케이시의 얼굴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쇠사슬에 단단히 묶인 그는 케이시의 앞 머리카락만 건드렸을 뿐, 아무런 위협감도 주지 못했다.그는 벌게진 눈으로 이를 갈며 소리쳤다.“죽여버릴 거야! 내가 너 반드시 죽일 거야!”케이시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만약 아직도 그 떠돌이였다면 네가 나 개미 한 마리 죽이듯이 없애버렸을지도 모르지. 아쉽게도 난 운이 좋았어. 내가 왕실에 입양될 줄 누가 알았겠어? 네 아버지조차 의아해했잖아, 아니야?”케이시는 앞으로 목을 내밀어 지현우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도록 했다.지현우는 그의 얼굴을 찢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케이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케이시는 그에게 화를 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알려주려는 것이었다.“이것 봐. 이게 너와 나의 거리야. 지금의 넌 절대 날 죽일 수 없어.”웃으며 말한 케이시는 목을 뒤로하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늘씬한 다리를 포개고 스크린을 보았다.아직도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고 케이시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네가 왜 초희를 사랑했는지 알겠어. 그 몸은 너무 아름다웠어. 한번 맛보고 나니까 중독되더라고.”“닥쳐!”지현우는 온몸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화가 났고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지옥에서 온 아수라처럼 보였다.“그 더러운 입으로 초희 모욕하지 마!”지현우가 뻘게진 눈으로 김초희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는 모습에 케이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그러나 대꾸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아쉽게도 초
케이시는 김초희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의자에 묶인 채 꼼짝도 못 하는 지현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초희를 속여 나랑 결혼하게 하고, 또 잠자리까지 들게 한 건 모두 널 자극하기 위해서였어! 역시 넌 속았고, 미친 듯이 날뛰면서 초희를 괴롭히고 날 미워했지.”“그때 난 네가 미쳐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걸로 역부족이었어! 널 완전히 미치게 하려고 일부러 초희를 데리고 도망쳤지.”“초희가 도망가니 넌 정말 완전히 미쳐버리더군. 그런 네 모습에 내가 얼마나 기뻤는 줄 알아?”“특히 지씨 가문이 널 버리고 조카를 후계자로 세웠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기뻐 미치는 줄 알았어!”“하지만 난 초희가 안락사를 택할 줄은 전혀 몰랐어...”케이시가 마지막 말을 했을 때, 얼굴의 유쾌한 표정이 갑자기 무너졌다.“초희가 왜 안락사를 선택한 줄 알아?”케이시는 몸을 곧게 펴고 지현우의 새하얀 얼굴을 움켜쥐고 힘껏 위로 들어 올렸다.그는 고개를 떨구고, 죽어라 지현우의 붉게 물든 두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루게릭병의 고통이 두려운 것도 아니고, 너한테서 탈출하기 위해서도 아니야.”“초희는 자기가 널 배신했으니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죽음을 선택한 거야.”이 말을 들은 지현우는 숨이 차오르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강력한 통증이 엄습하자 지현우는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충격을 견디지 못한 듯 갑자기 광기에 휩싸였다.김초희가 죽음을 선택한 건, 루게릭병으로 인한 고통이 두려운 것도, 그를 탈출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그녀는 자신이 지현우를 배신하고 살 자격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김초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그를 위하고 있었다.하지만 지현우는 오해 때문에, 그녀가 아팠던 나날에 미친 듯이 그녀를 괴롭혔다!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이를 살려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던 김초희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현우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녀는 분명 그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말했다.“현우야, 연이는 네 아이야. 뱃속에
지현우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아픔을 뒤로하고 다가가 그녀를 안아 주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애초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은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어.”김초희는 태아를 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당시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지현우는 기억나지 않았다.아마 차갑고 무정하게 옆에 서서 차갑게 그녀를 쳐다봤을 것이다.어쨌든 김초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하던 눈이 점차 실망으로 변했다.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손에 든 배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지현우가 멀리 간 뒤에야 그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은은히 들려왔다.“내가 죽었어야 했네.”지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쓰레기통 옆에 서 있는 창백한 얼굴의 김초희를 보았다.죽은 사람처럼 뼈만 앙상한 그녀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럽기 그지없었다!지현우는 차마 회억조차 하지 못했다. 진한 어둠이 자신을 삼킬까 봐 두려웠지만, 그는 진작 어둠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지금의 그는 무엇이란 말인가?지옥에 가서 김초희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껍데기만 남은 생명체에 불과했다.김초희는 아마 그의 말 때문에 죽고 싶어 했을 것이다.즉 지현우가 김초희의 목숨을 일찍 끝낸 것이다. 그가 김초희를 죽였다!의자에 쓰러진 지현우는 마치 큰 손이 그의 심장을 옥죈 듯 사무치는 아픔에 온몸을 떨고 있었다.‘나 진짜 인생을 어떻게 산 거야. 대체 뭔 짓을 했기에 날 그렇게 사랑하던 여자를 직접 밀어내고 죽음에까지 몬 거야!’‘난 짐승만도 못해. 살 자격이 없어. 하지만 죽어서도 다시 초희를 만날 자격이 없어!’케이시는 지현우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지현우가 죽는 것만도 못한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는 마치 큰 원수를 갚은 듯 통쾌하게 느껴졌다.케이시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어 총상을 입은 지현우의 허벅지에 대고 다시 그 선혈이 낭자한 상처 속으로 힘껏 찧었다.
연이는 지현우가 의자에 묶인 채 두 다리에 총상을 입고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보고 너무 무서웠다.연이는 서둘러 경호원한테서 벗어나 짧은 다리로 케이시 곁으로 달려가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겨 흔들었다.“아빠, 내가 의사를 불렀으니 먼저 의사에게 삼촌 다리를 봐달라고 해요. 네?”‘삼촌 얼굴이 창백하고 온몸을 떨고 있어. 아빠한테 혼쭐이 나서 그런 걸까? 아니면 상처가 너무 아파서?’연이는 그런 모습의 지현우를 보며 마음이 아파졌다.연이 기억 속의 지현우는 줄곧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갑고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무기력한 적은 없었다.연이는 아빠가 지현우를 용서하고 의사가 빨리 구해주기를 바랐다. 계속 미루면 지현우가 피를 너무 흘려 죽을지도 모른다.케이시는 고개를 떨구고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어린 소녀를 보더니 얼굴에 점차 온화한 웃음기가 떠올랐다.“연아, 아빠랑 게임 할까? 그럼 의사한테 삼촌 다리 봐달라고 할게. 어때?”“좋아요.”단순한 연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케이시는 연이를 번쩍 들어 보이며 손에 든 총을 건네주며 말했다.“아빠가 어떻게 총을 쏘라고 가르쳤는지 기억해?”연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해요!”케이시는 손을 뻗어 연이의 콧등을 만졌다.“역시 똑똑하군.”아빠의 칭찬을 들은 연이는 통통한 턱을 치켜들고 케이시에게 상을 요구했다.“아빠, 연이가 이렇게 똑똑한데 이상한 삼촌 용서해주면 안 돼요?”케이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하지만 연이가 먼저 아빠랑 게임을 해야 해.”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어떤 게임이요?”케이시는 연이의 작은 손을 잡고 방아쇠에 올려놓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동안 총을 쏘는 연습만 했지 실전은 못 했잖아. 오늘은 이상한 삼촌을 과녁으로 삶고 실전으로 한 번 쏴봐. 응?”연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아빠의 말을 알아듣고 약간 납득이 가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었다.“싫어요. 연이는 삼촌 죽이기 싫어요.”케이시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 번졌다.“연아, 네가
아빠가 직접 삼촌에게 총을 쏘면 삼촌도 경호원 아저씨처럼 피를 튀긴 후 영원히 눈을 감고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연이가 직접 총을 쏘면 총알이 없을 수도 있으니 삼촌은 살 기회가 있는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연이는 지극히 표준적인 자세로 손에 든 총을 들고 과감하게 방아쇠를 당겼다.“안돼!”지하실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조지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연아, 네 친아버지를 죽여서는 안 돼!”그러나 연이는 이미 방아쇠를 당겼다.다행히 총알은 비어있었다!총을 쥔 연이는 순간 한숨을 돌렸다.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조지 역시 팽팽했던 신경이 풀리기는 마찬가지였다.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만이 창백한 얼굴로 연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그의 딸은 뜻밖에도 케이시의 복수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우스웠다!지현우는 분명 연이에게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지만 그의 고집이 연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지금 이 지경이 된 것은 아마 하늘이 준 벌일까?하지만 이 모든 건 지현우가 받아야 할 벌이지 연이와는 무관했다.지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다리 상처의 아픔, 쇠사슬에 묶인 속박은 그를 폐인처럼 힘없이 의자에 쓰러지게 했다.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새빨간 눈으로 케이시의 위선적인 얼굴을 노려보았다.“케이시, 넌 오늘 날 반드시 죽여야 할 거야. 아니면 내가 너 죽기보다 못한 생활을 하게 만들 거니까.”연이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케이시는 그 말을 듣고는 코웃음을 쳤지만 지현우를 무시하고 연이만 바라보고 있었다.“봤지? 내가 삼촌을 가만두지 않는 게 아니라 삼촌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어.아빠가 삼촌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삼촌이 아빠를 죽일 거야.”“연아, 아빠 아주 난감한데 어떡하면 좋을까?”조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궁리하던 연이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연이는 보라색 포도알 같은 큰 눈을 들고 지현우와 케이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한 손에는 총
연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천천히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아빠, 연이 죽일 거예요?”“아니, 아빠는 단지 너랑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이야.”케이시는 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자, 아빠랑 계속 총 쏘기 게임 하자.”연이는 머리를 흔들고 작은 손을 뻗어 지현우의 목덜미를 낚아챘다.그의 몸에 달라붙어 아무리 해도 총을 쏘려고 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케이시는 웃음기가 점점 옅어졌다.“연아, 아빠 말 듣지 않을 거야? 말 듣지 않는 나쁜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해.”연이는 말을 안 들으면 아빠한테 까만 방에 갇힌다는 생각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품 안의 작은 몸이 끊임없이 떨리는 것을 느낀 지현우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런 아픔은 시림과 고통, 후회와 아쉬움, 알 수 없는 복잡한 생각들이 뒤섞여 그를 숨 막히게 했다.그는 연이를 꽉 안은 후 풀어주고 힘줄이 드러나는 손을 뻗어 연이 머리에 겨눈 총을 덥석 잡았다.지현우는 그 총을 빼앗아 케이시를 한 방 더 쏘고 싶었다!그러나 케이시는 그보다 한발 앞서 허리춤에서 다른 총을 꺼내 지현우의 머리에 겨누었다.아무런 우세도 점하지 못하고 의자에 꽁꽁 묶여 있던 지현우는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다시 케이시를 향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뭐든 나한테 해. 애 이용하지 마.”연이는 아직 그가 친아버지인 것을 모르고 있다. 만약 오늘 케이시가 연이를 협박해 그를 죽이라고 강요한다면, 나중에 사실을 안 연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지현우는 연이가 앞으로 남은 생을 후회 속에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연이가 항상 순진하고, 즐겁고, 건강하기를 바랐다.케이시는 분명 지현우를 쉽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그는 허리를 굽혀 지현우의 매처럼 붉은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아니면 이렇게 해. 연이가 표적이 되고 네가 총을 쏘는 거야.”지현우는 진짜 미친 사람은 바로 케이시라고 생각했다.그가 거듭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케이시는 여전히 그의 딸을
친부녀 사이는 항상 신기하게도 서로 눈만 마주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지현우는 손가락을 들어 부드럽게 연이의 통통한 볼을 감싸 안으며 더없이 진지하게 말했다.“연아, 네 아빠가 한 말은 모두 거짓이야. 아빠는 너랑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그는 오늘 자신이 살아서 이 별장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만약 오늘이 그의 기일이라면 연이가 자신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영원히 모르기를 바랐다.그는 아버지의 책임을 다한 적도 없고, 연이를 돌본 적도 없으니 연이의 입에서 아빠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었다.지현우의 손가락은 연이의 눈에서부터 어깨를 쓰다듬더니 아쉽게 놓아줘야만 했다.삼촌이 자신을 놓아주려고 하자 당황한 연이는 얼른 그를 껴안고 울부짖었다.“삼촌, 빨리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해요. 아니면 절대 삼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지금 이 순간까지, 연이는 여전히 케이시가 자기를 봐서라도 지현우를 풀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연이는 누가 자기 친아빠인지 알고 싶지 않았고, 단지 마음속에는 아빠와 지현우가 똑같게 중요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연이는 지현우에게 사과하라고 달래고는 다시 울면서 케이시에게 사정했다.“아빠, 연이가 삼촌을 좋아하는 걸 봐서라도 그냥 풀어주면 안 돼요?”연이는 아빠가 삼촌이랑 화목하게 지내길 바랐다. 두 사람과 함께 자라면 행복할 것 같았다.하지만 케이시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옆에 서서 연이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연이는 케이시의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자신에게 온유하고 부드러웠다.연이에게 실망한 것 같았다. 아주 실망해서 더 이상 연이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연이는 순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아빠가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지현우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연이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지현우의 다리에서 내려와 다시 케이시 곁으로 갔다.“아빠, 연이가 표적이 될게요. 총을 삼촌한테 주세요.”연이는 말을 마치고 머리를 숙이고
이를 깨달은 지현우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총을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스크린아래에서 그가 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연이를 바라보았다.그 보들보들하고 작은 얼굴, 눈매, 윤곽은 그와 매우 닮았지만 눈은 초희처럼 맑고 깨끗해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이렇게 깨끗한 눈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으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지현우는 연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아, 삼촌이랑 약속 하나만 해 줘.”“좋아요.”연이는 묻지도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현우는 연이의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고 아주 아쉬웠지만 꾹 참고 입을 열었다.“먼저 돌아서 있어.”연이는 고분고분 돌아섰다.포동포동한 그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현우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연아, 이따가 총소리가 나도 돌아보지 마. 삼촌이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알겠어?”“네!”연이가 큰소리로 응답하자 극장 전체가 그 젖먹이 목소리로 메아리쳤다.지현우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눈동자를 늘어뜨리는 순간 눈물이 흘러나와 손등에 떨어졌다.그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가볍게 닦은 후, 갑자기 그 총을 들고 벽에 네 발을 연발했다.이 총은 케이시가 총알 세 개를 꺼냈으니 안에 세 개가 남았다. 연이가 한 번 쏜 것이 비었고 지금 연발한 4발 중 2발은 비었고 2발은 총알이 나왔다.이제 총알은 딱 하나 남았다.지현우는 그 총알을 자신에게 남겼다.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을 거두어 심장 쪽으로 겨누고 힘껏 쏘았다.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살 자격이 없었지만 김초희를 만나러 갈 용기가 없었다.이제 이 총은 오히려 그를 해방시켰다. 다만... 그가 가장 아쉬운 건 그의 딸이었다.그는 붉게 상기된 눈을 들어 뒤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연이는 그의 말을 매우 잘 들었다. 단지 8개월을 함께 지냈을 뿐이지만 연이는 그를 좋아했다.이 순간, 지현우는 문득 연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졌다...귀여운 딸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아빠라고 부르면 어떤 기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