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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지현우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아픔을 뒤로하고 다가가 그녀를 안아 주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애초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은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어.”

김초희는 태아를 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당시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지현우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차갑고 무정하게 옆에 서서 차갑게 그녀를 쳐다봤을 것이다.

어쨌든 김초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하던 눈이 점차 실망으로 변했다.

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손에 든 배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현우가 멀리 간 뒤에야 그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은은히 들려왔다.

“내가 죽었어야 했네.”

지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쓰레기통 옆에 서 있는 창백한 얼굴의 김초희를 보았다.

죽은 사람처럼 뼈만 앙상한 그녀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럽기 그지없었다!

지현우는 차마 회억조차 하지 못했다. 진한 어둠이 자신을 삼킬까 봐 두려웠지만, 그는 진작 어둠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무엇이란 말인가?

지옥에 가서 김초희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껍데기만 남은 생명체에 불과했다.

김초희는 아마 그의 말 때문에 죽고 싶어 했을 것이다.

즉 지현우가 김초희의 목숨을 일찍 끝낸 것이다. 그가 김초희를 죽였다!

의자에 쓰러진 지현우는 마치 큰 손이 그의 심장을 옥죈 듯 사무치는 아픔에 온몸을 떨고 있었다.

‘나 진짜 인생을 어떻게 산 거야. 대체 뭔 짓을 했기에 날 그렇게 사랑하던 여자를 직접 밀어내고 죽음에까지 몬 거야!’

‘난 짐승만도 못해. 살 자격이 없어. 하지만 죽어서도 다시 초희를 만날 자격이 없어!’

케이시는 지현우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지현우가 죽는 것만도 못한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는 마치 큰 원수를 갚은 듯 통쾌하게 느껴졌다.

케이시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어 총상을 입은 지현우의 허벅지에 대고 다시 그 선혈이 낭자한 상처 속으로 힘껏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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