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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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소준섭은 병실 문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급하게 뛰어오는 소수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준섭은 잠시 잊고 있던 증오의 감정이 솟구쳐 오름을 느꼈다. 아까 주서희를 보며 간질거렸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소준섭은 소수빈을 노려보며 그의 어깨를 밀쳐냈다. 소수빈이 한쪽으로 넘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소준섭은 기분 더럽다는 듯이 자리를 떴다.그 뒷모습을 보는 소수빈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잠잠하더니 또 주서희 옆에 모습을 드러낸 소준섭이 탐탁지 않았다.소준섭이 싫어하는 사람은 소수빈 자신이었지만 늘 주서희를 찾아가 괴롭히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가 무엇을 생각하든 소수빈이 주서희 옆을 지키고 있는 한 다시는 괴롭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 소수빈은 소준섭을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고 주서희의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서희의 상처들을 눈에 담는 순간 아까의 분노 대신 걱정과 안쓰러움이 밀려왔다."서희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나 괜찮아요."주서희는 괜찮다고 하며 멍이 들어있는 소수빈의 얼굴부터 걱정했다."오빠 얼굴은 왜 이래요?"소수빈은 멋쩍게 얼굴을 만졌다.사실 이승하가 서유를 보러 가던 날, 소수빈은 이승하가 따라오지 말라 했음에도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몰래 그를 따라나섰다.무덤 쪽으로 가는 이승하를 보고 소수빈은 서유를 보러 가는 줄 알고 따라 들어가진 않았는데 갑자기 박화영이 보낸 사람들에게 업혀 나오는 이승하를 보게 된 것이다.손목에 피가 흐르는 채로 쓰러져있는 이승하를 보고 박화영이 보낸 사람들한테 당한 걸로 착각하고는 바로 달려들어 이승하를 지키려 했지만 결국 본전도 못 찾고 박화영 지시로 감금까지 당한 상태였다.소수빈은 이 사실을 굳이 말하기 싫어 대충 둘러댔다."말하자면 좀 길어. 나중에 얘기해줄게."주서희도 더 묻지 않고 말했다."오빠 내가 지금까지 모은 돈 그래도 꽤 되잖아요. 그거 가혜 씨 줘요."주서희가 서유를 구할 때 서유가 깨어나기만 한다면 서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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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꿈에서 깬 가혜는 한참을 울었다.이 세계에서 서유는 정말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어릴 때 심장병을 유전 받고 조금 커서 만난 첫사랑한테는 그렇게 배신당하고.아무리 오해였다 해도 서유가 힘들었던 시간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그리고 만난 마지막 사랑의 손에 숨을 거두고... 죽을 때도 실망과 유감만 한가득 안고 떠난 것 같다.서유가 미련을 둘 거라곤 전혀 없는 세계니 오고 싶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여러 번 꾼 꿈속에서 본 저승에서 서유는 정말 잘 지내는 듯 보였다. 그편이 서유가 더 행복한 길이라면 가혜는 그걸로 만족했다.사람은 언젠가는 죽는 것이고 저도 명이 다하는 그 날, 그곳으로 가 서유를 만나게 될 것이다.서유가 꿈속에서 늘 가혜와 송사월이 그곳으로 가게 되면 예쁜 집을 지어놓고 마중 나오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면 보육원에서처럼 한 집에서 셋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이승에선 오래 함께하지 못한 인연일지라도 그곳에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가혜는 서유가 남긴 글을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그래..."가혜는 여기서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내고 꼭 서유를 만나러 가서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가혜가 생각 정리를 마치자 마침 초인종이 울렸다.가혜는 김시후가 돌아온 줄 알고 얼른 일어나 문을 열어줬는데 눈에 보이는 이는 다름 아닌 이승하의 비서 소수빈이었다.이승하와 관련된 모든 것에 치를 떠는 가혜가 그를 반갑게 맞아줄 리가 없었다. 가혜가 다시 문을 닫으려 하자 소수빈이 다급하게 말했다."잠시만요. 서희가 부탁해서 왔어요."주서희라는 이름을 듣고 가혜는 문은 닫지 않았지만 그 태도는 여전히 냉랭했다."주 선생님이 뭘 부탁한 거죠?"소수빈은 그런 차가운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드를 가혜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서희가 서유 씨랑 약속을 하나 했대요. 자기 돈 가혜 씨한테 주기로. 이건 서희가 주는 거니까 꼭 받아줘요."가혜는 잠시 멍해 있다가 급히 카드를 돌려주며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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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서유가 죽은 지 7일째 되던 날 김시후는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서류봉투를 챙겨 정가혜의 아파트로 향했다.한편, 정가혜는 서유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때, 집 안으로 들어온 김시후가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뭘 이리 많이 준비했어요?”정가혜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7일째 되는 날이면 한번 왔다 간다고 들었어. 서유가 가기 전에 내가 산 죽도 먹지 못했는데. 아마 며칠 동안 많이 배고팠을 거야. 서유가 와서 음식을 먹고 싶어 할까 봐 좀 많이 준비했어.” 그 말에 김시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픔이 밀려왔다. 정가혜의 말처럼 서유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 쓸쓸하게 죽은 서유를 생각하니 그는 온몸에 힘이 빠져서 의자를 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그의 모습에 정가혜는 어서 앉으라고 말한 뒤 주방으로 가서 빈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와 테이블 한쪽 편에 놓아두었다.“우리 같이 서유랑 밥 먹자.”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던 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건네주는 젓가락을 받아 음식을 집어 들었지만 별로 입맛이 없었다. 정가혜도 입맛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억지로 먹었다. 밥 먹고 기운을 차려야 강은우 그 개자식한테 복수할 수 있을 테니까. 김시후는 몇 입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고 정가혜에게 서류봉투를 건네줬다. “누나,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부동산이에요. 이미 누나 명의로 다 옮겼어요.”“그리고 다른 재산도 누나 은행 계좌로 옮겨두었으니 구체적인 금액은 누나가 직접 확인해 봐요.”“이제 저녁 일은 그만둬요. 몸 잘 챙기고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유언을 남기는 것 같아 정가혜는 마음이 불안해졌다.“너 왜 그래?”김시후는 담담하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서유한테 누나를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해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누나도 알다시피 난 화진을 관리해야 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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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김시후는 국화꽃 한 다발을 사서 묘원으로 갔다.묘비로 걸어가던 중에 그는 멀리서 묘비 앞에 우뚝 솟은 그림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에 핏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김시후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이었다.이승하가 서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아서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이승하는 입을 열지 않았고 그저 그녀의 영정 사진만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김시후는 가까이 다가가서 국화꽃을 묘비 앞에 놓아두었다.인기척을 느낀 이승하는 눈꺼풀이 살짝 떨렸지만 누구인지 아는 사람처럼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묘비 앞에 서서 그녀의 영정사진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로를 쫓아낼 정도로 적대시하지도 않았다.오랜 침묵이 흐른 후 김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서유를 사랑하나요?”이승하는 가슴이 아팠고 절망에 휩싸여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오른쪽 손목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있는 힘껏 눌렀고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그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본 김시후가 뭔가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은 서유를 사랑하나 봅니다...” 이승하는 여전히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이 없었고 오른쪽 손목을 더 힘껏 눌렀다. 한편, 김시후는 그를 쳐다만 볼 뿐 그를 막지 않았다.“서유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까?”그의 말에 이승하는 자극받은 듯 고개를 들고는 빨간 눈으로 김시후를 노려보았다.“서유가 사랑한 사람은 당신이었습니다.”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잠결에 송사월의 이름만 불렀었고 단 한 번도 그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찌 그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녀가 남긴 몇 마디 말을 들어보면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움직였다 하더라도 그게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득 이승하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유의 마음조차 잘 알지 못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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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서유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그는 서유를 건드린 적이 없다. 아무리 사랑이 깊어도 그녀한테 키스만 했을 뿐이다.그녀와 결혼을 하고 멋진 가정을 꾸린 다음 그녀와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유는 그를 위해 자신을 이승하에게 바쳤다. 몸만 나누는 사이로 시작해서 그녀는 점점 이승하에게 마음이 움직였다.서유와 관계를 가지지 않은 걸 후회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녀를 생각하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다 이승하에게 주었는데 이승하는 그녀한테 이리 못되게 굴었다. 그가 보는 앞에서 서유를 강요하는 일까지 한 걸 보면 이승하는 그녀를 사람이 아닌 욕정을 푸는 도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승하가 질투심에 불타올라 화를 내고 소유욕 때문에 이성을 잃었다는 걸 알면서도 김시후는 여전히 서유가 이승하에게는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서유와 잠자리를 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이승하에게 진실을 말해줄 생각이다. 그가 평생 서유를 오해한 죄책감 속에 살기를 바랐다. 김시후의 말은 그에게 또 한 번 큰 충격을 주었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승하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그는 간신히 몸을 지탱한 채 눈을 붉히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두 사람... 잔 적이 없다는 겁니까?”서유는 분명히 자신에게 김시후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김시후는 그녀를 건드린 적이 없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믿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김시후는 참지 못하고 차갑게 웃었다.“누구나 다 당신처럼 사랑하면 꼭 그녀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사랑하는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게 어찌 사랑인가?이승하의 머릿속에는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를 차지하고 그녀의 몸과 마음도 다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그러나 김시후는 지금 그한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꼭 그 사람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 내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김시후 이 자의 사랑만이 사랑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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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사월...”“송사월...”하얀 셔츠를 입은 소년이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책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소년의 몸을 비추며 부드러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이때, 소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캠퍼스 밖에서부터 들려왔다.“사월아, 너 보러 왔어.”그 소리를 듣고 소년은 고개를 들었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천천히 뛰어.”천천히 달리라는 소년의 말에 소녀는 반항하듯 더 빨리 달렸고 소년은 참지 못하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를 향해 뛰어갔다.그는 그녀를 안은 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콧등을 쓰다듬었다. “심장병도 있는 애가 이렇게 빨리 뛰어다니면 어떡해? 참 말 안 들어.” 소녀는 그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가슴에 머리를 얹으며 애교를 부렸다. “나 매일 약도 잘 챙겨 먹고 있어. 아주 착하다고.”소년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서유야, 너희 학교는 서울대랑 너무 멀어. 다음부터는 이렇게 힘들게 찾아오지 말고 내가 보고 싶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너 보러 갈 테니까. 알았지?” 그의 품에 안겨있던 소녀는 고개를 들고 자상하게 말했다.“넌 공부하느라고 바쁘잖아. 됐어. 내가 시간 날 때마다 너 보러 올게.”소년은 그녀를 말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사월아, 방금 학교 문 앞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무 밑에 앉아 있었어. 누구에게 맞았는지...되게 불쌍해 보여서 물 한 병 줬더니 날 무시하더라고.”소녀는 말을 하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이상한 사람 아니야?”소년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그제야 소녀는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역시 우리 사월이가 최고야.” 소년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는 햇살을 받으며 그녀와 나란히 걸었다. 바람이 산들거리고 향기로운 꽃향기가 풍겨왔다. 서유가 서서히 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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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그 사람의 시선에 서유는 괜히 당황스러웠다.그녀는 빠르게 눈을 내리깔고 이글거리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주시하다가 그녀의 눈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비로소 그녀가 정말로 깨어났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더니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고 곧 한 노인을 데리고 들어왔다.그 노인은 금발에 푸른 눈, 흰머리를 하고 있었고 하얀 양복 차림의 그는 정정해 보였고 기품이 흘러넘쳤다. 그 남자는 노인을 데리고 들어온 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침대 위에 있는 서유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조지, 이 여자가 어떻게 깨어날 수 있는 거죠?”조지?서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주서희는 이승하가 그녀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장병 전문의를 찾았다고 했었다.‘그 전문의의 이름이 조지였는데 설마 그 사람인가?’조지는 그 남자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장비를 켜고 그녀의 몸을 자세히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검사에 집중했다. 그의 표정도 그 남자와 마찬가지였고 서유가 어떻게 깨어났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들에게는 그녀가 깨어나서는 안 될 사람처럼 말이다.조지는 지체없이 그녀의 상태를 살핀 후 고개를 들고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일반적으로 이렇게 깊은 혼수상태에서는 환자가 깨어나기 어려워요. 근데 이 여인은 갑자기 깨어났고 확실히 매우 드문 일이긴 하죠.”잘생긴 그 남자의 얼굴에 갑자기 짜증이 드러났다.“깨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짜증이 섞인 그의 물음에 조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전에 진단했을 때는 확실히 깨어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남자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이제 어떡합니까?”조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나도 잘…”남자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더니 조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그냥 죽여버리죠.”줄곧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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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남자는 침대 옆의 소파에 앉더니 서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왕 깨어났으니 그녀를 대신해 잘 살아요.”그가 말하는 그녀에 대해 몰랐던 서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눈을 깜빡거렸고 그가 좀 더 자세하게 말해주기를 바랐다. 서유에게 더 이상 말해주고 싶지 않았던 그 남자는 갑자기 침대 옆에 놓여있던 면도칼을 집어 들고 그녀의 머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면도기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서유는 깜짝 놀랐다.‘이 남자가 지금 내 머리를 깎고 있는 거야? 왜?’충격받은 그녀의 모습을 눈치챈 듯 남자는 머리를 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간병인의 말로는 당신 머리가 너무 길어서 머리 감기기가 번거롭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깎아주면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아서요.”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보니 많이 짧아 보였고 아마도 이렇게 깎은 것이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인 듯했다.‘그러니까 내가 깨어나지 않는 동안 계속 민머리였던 거야?’자신이 대머리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멘붕이 왔다.그녀는 눈앞에서 자신의 머리를 미친 듯이 밀고 있는 남자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남자는 살기가 가득한 그녀의 눈빛을 조금도 개의치 않고 머리를 깎는 데만 집중했다.머리를 다 깎은 뒤 그는 그녀에게 거울까지 가져다주었다.“이 헤어스타일 괜찮지 않아요?”거울 속 민머리가 될 정도로 짧게 머리가 깎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서유는 눈이 뒤집혔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남자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었고 마치 무슨 재미난 장난감이라도 찾은 듯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거울을 내려놓고 소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서유 씨,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요.”그의 말에 서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이 남자가 날 이렇게 부르는 건 분명 날 알고 있다는 뜻인데? 근데 난 왜 이 남자에 대해 기억이 없는 거지?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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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서유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에게 엎드려 있는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아래로 내려다보니 숱이 많은 머리카락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고 꼼짝도 할 수 없어서 그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한숨을 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나 좀 더 기다려주지 그랬어...”그의 목소리는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은 듯한 슬픈 목소리였고 지난날의 추억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심장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심장은 지현우 애인의 심장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가 낮에 서유에게 깨어났으면 그녀를 대신해 잘 살라고 말한 건 그의 애인을 대신해 잘 살라는 말이었다. 그녀의 몸 위에 엎드려 있던 지현우는 그녀의 심장 박동이 잠들었을 때보다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가 깨어난 걸 눈치챘다. 그가 고개를 살짝 들고 그녀와 가까이 눈을 마주친 그 순간 아득하고 그윽한 눈 밑에 갑자기 악한 기운이 떠올랐다.그는 그녀가 깨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듯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락사 주사를 들고 서유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난 당신이 눈을 뜨는 게 싫어요. 그냥 당신을 죽여야겠어요.”그녀는 이 남자가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서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미 한 번 죽었다 살아난 그녀는 사실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그녀와 잠깐 눈을 마주쳤다. 뭘 망설이고 있는 것인지 그가 갑자기 주사기를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됐어요. 어찌 됐든 그녀의 심장은 아직 있으니까.”서유는 눈을 깜박거렸고 그녀와 자신이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증자를 찾지 못했는데 왜 자신이 죽게 되니 갑자기 기증자가 나타난 건지 너무 궁금했다. 그녀의 의혹을 눈치챈 지현우가 주사기를 내려놓고는 소파에 앉아 등받이에 기댄 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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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죽는다는 말은 그저 옛말인 줄 알았는데 그걸 정말 해내는 사람이 있더군요.”그의 말은 서유의 귀에 쏙쏙 들어와 그녀의 가슴을 후려쳤고 그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서유는 몸부림치며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지현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고 마침내 몇 글자를 힘겹게 내뱉었다. “꿈에서 봤어요... 그 사람은... 죽지 않았어요.”그녀는 송사월이 자신의 묘비 앞에서 총으로 자살하는 꿈을 꾼 건 맞지만 꿈에서 누군가가 그를 구하는 모습도 봤었다. 송사월이 이렇게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가혜를 잘 돌봐주겠다고 그녀와 약속한 송사월이다. 근데 어떻게 이리 그녀를 따라갈 수가 있겠는가?지현우는 핸드폰을 거두고 동정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소식은 2년 전, 당신이 혼수상태에 빠져있을 때 TV에서 보도된 거예요. 그때 당신의 몸은 강한 반응을 보였지만 깨어나지는 못했죠. 아마도 당신은 그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받아들이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아요.”서유는 그게 자신이 꾼 꿈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렇게 생동한 데 어떻게 꿈일 수가 있겠는가?마음속으로는 믿지 않았지만 눈에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와 실이 끊어진 구슬처럼 계속 떨어져 내렸다.예전에 송사월은 만약 그녀가 죽는다면 그도 그녀의 무덤 앞에서 자살할 거라고 절대 혼자 이 세상에서 살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녀가 죽기 전에도 그는 그녀한테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었다. 그가 말한 약속이 이거란 말인가?‘송사월... 정말 죽은 거야? 그럼 가혜는 어떡해? 이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이잖아. 그리고 난 어떡하라고? 난 다시 살아났는데 넌 죽었어. 난 어떡해?’서유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고 꼼짝도 할 수가 없었던 그녀의 몸이 강한 충격에 반응이라도 한 듯 조금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지현우 쪽으로 뻗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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