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자 철문이 열렸고 유골함을 든 직원이 걸어 나왔다.“서유 씨 화장 끝났습니다. 가족분들은 유골함 받아 가세요.”그러자 김시후의 경호원이 즉시 다가가 유골함과 주민등록증을 가져왔다.경호원은 유골함을 손에 받쳐 들고 허리를 숙여 반쯤 정신을 잃은 김시후에게 건넸다.“대표님, 이만 서유 씨를 집에 데려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집으로 가는 길을 몰라...”‘이승을 떠도는 외로운 망령이 될지도 모릅니다.’감히 이 말까지는 뱉지 못했지만, 김시후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이윽고 핏빛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유골함에 닿았다.조금 전까지 살아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한 움큼의 재로 변했다고 생각되자, 그는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이때 하늘에서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교통사고를 당한 그날 밤처럼 콩알만 한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쳤다.쏟아지는 비가 김시후의 머리카락과 뺨을 흠뻑 적셨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벗어 유골함을 덮었다.애써 진정시킨 뒤 떨리는 손을 들어 유골함을 건네받으려 했지만, 몇 번이나 실패하고 말았다.“내가 할게.”소준섭이 유골함을 받으려 손을 뻗었지만, 결국 김시후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그는 떨리는 손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며 유골함을 받아내려 했다.그렇게 안정된 후, 김시후는 유골함을 한사코 품에 꼭 안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서유야,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광풍이 불며 번개가 내리치자 그 빛 사이로 김시후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그는 유골함을 꼭 껴안고 소준섭의 부축 하에 떨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한 걸음 한 걸음 화장터를 빠져나갔다.예전에 김시후는 어른이 되면 서유를 아내로 삼아 집에 데려오겠다 약속한 적이 있었다.불행하게도 그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그녀가 황급히 세상을 떠났지만 말이다.하지만 서유가 살아있든 죽었든, 김시후는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차가 구청에 들어섰을 때, 소준섭은 그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했고 김시후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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