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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391 - Chapter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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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1화

서유는 복도를 따라 걷다가 회의실 앞을 지날 때 안에서 날카로운 호통 소리가 들려오는 걸 듣고는 걸음을 멈췄다. 열려 있는 문 너머로 보니 회의실에 있는 조종자들이 상철수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고 있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짓을 한다면, B구역 2조 사람들은 중구역 베팅에 절대 관여하지 마. 돈 벌 방법이 남아있을지 한번 보지!” 상철수는 호통을 치고서 고개를 들어 문밖에 있는 그녀를 보고는 말끝을 흐리며 목소리를 한층 낮췄다. “나가봐.” 사람들이 모두 나간 뒤, 상철수는 손을 들어 부드럽게 그녀에게 손짓했다. “들어오거라.” 서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안으로 들어갔고, 상철수의 권유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앉자마자 상철수는 서랍을 열고 매실 한 통을 꺼내어 그녀 앞에 놓았다. “대화는 끝났니?” 서유가 답하려던 순간, 상철수가 갑자기 그녀를 지나쳐 바깥쪽을 보고는 지나가던 이승하를 불렀다. “잠깐 들어와.” 이승하는 발길을 멈추고 회의실 쪽을 돌아보았다가, 서유를 발견하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안으로 들어왔다. “맡은 일은 다 끝났나?” 상철수의 의도를 알아챈 이승하는 뒤로 감춘 주먹을 꽉 쥐었지만, 표정은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끝났습니다.” “잘 됐군. 2조 책임자가 초대 손님을 모셔 오다가 일이 틀어졌다고 하더군. 자네가 B국 화영시에 가서 좀 도와줘.” 서유는 상철수가 이승하의 정체를 알아챈 뒤 자신을 위협하여 이승하와 헤어지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 의심을 확인하고자 들어온 것이었지만, 상철수의 말을 듣고 그 의심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만약 상철수가 정말 이승하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그를 루드웰에 가둬두지 왜 이렇게 쉽게 보내줄까? 상철수의 깊고 교활한 계산 앞에 누구도 당해낼 수 없었다. 이승하조차도 그가 불렀을 때 그의 의도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승하는 떠날 기회를 얻었으니 지금 이 순간 마음속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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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서유는 생이별의 아픔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임산부들은 다들 통통하게 보이지만, 서유는 임신한 지금조차도 여전히 마른 몸이었다. 그녀가 바람이라도 불면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에, 이승하는 참을 수 없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서유야.”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서유는 발걸음을 멈췄으나 뒤돌아보진 않았다. 그녀는 그가 우리 함께 떠나자고 말하길 바랐지만 그런 말은 끝까지 들려오지 않았다.“난 S를 위해 복수할 거야. 넌 루드웰에 남아있지 마, 여긴 위험해.” 그가 한 말은 그뿐이었다. 서유는 깊은 실망을 삼키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뒤돌아보지 않은 채 A구역의 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번엔 이승하도 그녀를 불러세우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간절했지만 자신이 떠난다면 상철수가 그녀를 해치지 않으리란 걸 알기에 참아야 했다. 상대방의 행동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승하는 상철수의 계획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를 떠나야 하는 아픔은 여전했다. 마치 그의 아쉬움을 감지한 듯, 서유는 몇 걸음 걷다 말고 다시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전할 정보가 두 가지 있어요. S가 설립된 건 승하 씨가 태어나기 전이고, 그때는 ‘darkness’라고 불렸어요. 상철수 씨가 S를 노리는 이유는 S의 누군가가 외할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했기 때문이에요. 이걸 단서로 ‘darkness’와 상철수 씨 사이의 원한을 추적해 봐요.” 서유는 말을 마치고 다시 발길을 돌려 걸어갔고 이승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S가 그의 출생 전부터 존재했고 그때는 ‘darkness’라고 불렸다니?그런데 강중헌은 그의 세력을 키워주기 위해 S를 설립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로는, 그 모든 것이 김율을 위한 것이었다. 만약 S가 이미 그의 출생 전에 존재했다면 강중헌은 처음부터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한 걸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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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상철수는 서유를 중구의 감금실로 데려갔고 검은 옷을 입은 이가 문을 열기 전 그녀에게 설명했다. “네가 연중서 때문에 바다에 빠졌다는 걸 알고 나서 그들 부녀를 각각 감금해 두었다. 두 사람도 내가 네 외할아버지라는 걸 알았지.”“잠시 후, 내 외손녀라는 신분을 마음껏 이용해 그 부녀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 절대 쉽게 봐주지 말거라.” 서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감금실 문이 열리자, 어둠이 가득한 방 안이 한순간 환하게 밝혀졌다. 눈을 찌르는 백열등 불빛에 연지유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빛에 익숙해지자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시야에는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연지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가 그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그 얼굴이 증오스러웠다. 그 얼굴만 아니었다면, 이승하의 눈에 그녀가 들어왔을 리가 없었으니까. “네가 죽지 않았다니, 정말 유감이군. 그렇지 않았다면 불꽃놀이를 하며 축하했을 텐데.”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밖에서 상철수가 검은 옷을 입은 이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는 재빨리 감금실 안으로 들어와 연지유의 얼굴을 거세게 후려쳤다. “당신이 뭔데 우리 보스께 그 따위 말을 지껄이지?” 얼굴을 감싸며 통증에 몸을 웅크린 연지유는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불신 가득한 눈으로 서유를 바라보았다. “네가 루드웰의 보스라니?” 주먹을 쥔 채로 그녀를 노려보는 연지유에 비해 서유는 제법 침착해 보였다. 그녀는 몇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이들 사이에서 문밖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왜요? 실망했어요?” 검은 옷을 입은 이가 가져온 의자에 앉으면서 서유는 부드럽게 부른 배를 살며시 감싸안았다. 여유롭게 앉은 서유에 비해, 연지유는 손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연지유의 질투심을 불타오르게 했다. 심지어 눈빛마저도 악독하게 변해갔다. “정말 네가 뭘 믿고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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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그때 이시원의 심장이 급격히 뛰기 시작했고 얼굴도 창백해졌다. 그 소식이 그의 마음을 짓누른 것처럼 보였으나, 실망한 잠깐의 순간이 지나자 그는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시원은 말했다. “나았다 한들 난 여전히 반신불수일 수 있어요. 지유 씨가 나랑 함께한다면 정말 힘들 거예요. 내 동생을 좋아한다면 두 사람 이어줄게요. 그것도 해방이겠죠.” 사실 이시원은 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연지유가 바꾼 약을 스스로 삼켰고 약을 먹는 동안 내내 연지유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자신을 막아주길 바라는 듯했지만 연지유는 그러지 않았다. 결국 이시원은 약을 모두 삼켰고, 그 모습을 보며 연지유는 그가 자신이 약을 바꿔치기해 그의 몸이 나빠졌다는 것을 눈치챘음을 깨달았다. 이시원이 눈앞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는 장면을 떠올리자, 연지유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것이 그녀가 저지른 첫 번째 살인이자,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주던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그림자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연지유는 이시원을 죽인 게 자신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약을 바꾸고 그 양을 늘렸을 뿐이라는 생각에 후회하는 기색조차 없이 서유를 향해 얕은 미소를 지었다. “약을 바꾼 건 나지만 시원 씨는 그걸 알고도 먹었어. 결국 나를 이루어주기로 선택한 건 시원 씨 본인이었으니까.” 서유는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연지유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녀가 미울 뿐 아니라 가엾기도 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진실하고 소중한 사랑을 얻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 손으로 그것을 망치고 승하 씨 형마저 죽였어요. 아마 그게 승하 씨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겠죠.”‘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겠죠...’연지유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마치 무언가에 심하게 자극이라도 받은 듯, 그녀는 지독한 분노로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너는 뭐야? 내가 이승하를 먼저 알았고, 그 사람을 위해 한 일이 너보다 훨씬 많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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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앞부분에서 연지유는 꼴좋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뒷부분을 듣자 더 이상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정말로 부모의 죄로 인한 업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졌지만 사랑하는 사람만은 끝내 가질 수 없었다. 반면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서유는 그의 사랑을 얻었고, 그는 그녀를 위해 연지유를 파멸로 이끌었다. 정말로 업보일까?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부모님이 저지른 거야. 그때 난 너무 어렸고 전혀 알지 못했어. 왜 나한테까지 업보가 돌아와야 하는 건데? 왜 내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데?” “왜냐하면.” 서유는 그녀의 얼굴을 움켜잡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당신은 본질적으로 그 사람들과 똑같이 잔혹하고, 심지어 더 악랄하니까!” 어린 나이에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시원을 해치고도, 끝내 자신이 그를 죽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이 여인은, 그 자체로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서유는 말을 마치고 연지유의 얼굴을 휙 내던졌고, 그 순간 연지유는 주먹을 쥐고 그녀의 배를 치려 했지만 순발력 좋은 검은 옷의 남자들이 그녀를 붙잡았다. 연지유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외쳤다. “서유, 넌 그냥 운이 좋은 거잖아. 내가 이승하를 이용해 널 여기로 유인하지 않았다면 넌 네 가족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지금처럼 내 앞에서 큰소리를 칠 자격이 어떻게 생겼겠냐고?” 다시 의자에 앉은 서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 점은 나도 감사해요. 당신의 계략과 복수만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당신의 일그러진 가면을 바라볼 기회가 없었을 테니까.” 연지유는 더욱 분개했다. “대단할 것도 없잖아. 고작 좋은 탯줄 잡고 내 앞에서 큰소리치는 주제에. 그 신분 없이는 진흙탕에 뒹굴 파리 같은 존재일 뿐이야.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손바닥으로 연지유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아가씨 앞에서 말조심해. 그렇지 않으면 네 그 더러운 입을 찢고 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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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서유는 굳이 연중서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그녀에게 아버지라 불릴 만한 자격도, 그녀가 만날 가치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대신 모니터에서 연중서와 연지유가 게임 구역에서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연중서는 의외로 연지유를 무척 아꼈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가 품에 안고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녀를 위로하며 아빠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연중서는 실제로 아버지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김초희와 서유에게는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을 뿐이다. 아마 그의 마음속에 자식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연지유뿐이었으리라.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나니 서유도 마음이 편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원래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할 운명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특별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하층 구역에서의 게임은 곧 시작되었고, 조종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매 단계를 순조롭게 통과해 벌을 받지 않았다. 각 단계를 넘길 때마다 그들은 기쁨에 겨워 서로를 끌어안았고, 마치 그들의 생명은 귀중하지만 서유의 생명은 쉽게 빼앗아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서유는 점점 불쾌해졌고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일어나려던 그때, 모니터에서 연지유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왜 잘못 선택한 거지? 그럴 리가 없어!” 그들이 있는 곳은 일곱 번째 관문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면 뱀 구덩이에 빠지게 되는 단계였다. 그들이 진행 중인 A구역의 게임에서 뱀 구덩이가 열리는 방식은 발밑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문이 열리는 방식이었다. 눈앞의 죽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 연지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니터 방향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녀는 이 한마디를 겨우 남겼고, 문 안에서 나온 로봇 팔이 재빠르게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 연지유는 상철수에게 따질 겨를도 없이 황급히 연중서 쪽으로 달려갔다. “아빠, 빨리 날 구해줘요!” 연지유가 달려오는 것을 보자 연중서는 잠시 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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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서유는 이 장면을 보며 연지유의 삶이 정말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했던 이시원은 물론, 봉태규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결국 자신을 아껴주던 유일한 아버지까지 손으로 죽게 했다. 연지유는 꿀단지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착하게 살았다면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가질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여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만약 연지유가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자신의 뒤틀린 마음으로 모든 잘못을 서유에게 돌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애초에 욕심으로 가득 찬 이 길을 선택했기에 오늘날의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연지유는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상철수는 약속을 했는데, 왜 말을 지키지 않은 걸까?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차분히 생각해 보자 곧바로 깨달음을 얻었다. 상철수는 그들에게 조건을 제시하며, 서유 앞에서 이승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했다. 이는 단지 그들을 안정시켜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술수였고, 서유가 이승하 때문에 상철수를 원망하지 않도록 하려는 계산이었다. 그들이 조건에 따르자마자 상철수는 게임 속에서 손을 써 그들이 첫 여섯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도록 힌트를 주었다. 경계심이 풀린 순간을 틈타 그들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상철수가 그들을 제거하려 한 이유는 연중서가 자신의 딸과 외손녀를 그렇게 다룬 것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을 이용하고 나서는 함께 일망타진하려고 했던 것이다. 상철수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한 연지유는 더 이상 살아남을 길이 없음을 직감했다. 어차피 상철수의 덫에 걸려 빠져나갈 길이 없다면, 차라리 서유와 상철수 사이의 믿음을 깨버리겠다는 결심이 섰다. 자신이 살 수 없다면, 그들도 고통 속에 빠지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자 연지유는 빠르게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말했지만 갑자기 모니터에서 소리가 사라져 서유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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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상연훈이 떠난 후, 서유는 제자리에 서서 일부러 상철수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철수가 정말로 그녀를 따라 나왔다. 상철수는 그녀를 쫓아 나오면서 검은 옷의 남자에게 몇 마디를 일러두었고, 고개를 돌린 순간 서유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이내 그녀가 복도에 기대어 멍하니 서 있는 걸 발견하고는 걸음을 늦추며 물었다. “서유야, 혹시 무서운 거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서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내 친아버지인데 조금 잔혹하게 느껴져서요.” 상철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낳아놓기만 하고 키우지도 않은 채 아내와 자식을 버린 인간이 무슨 아버지야?” 서유는 그를 한 번 쓱 쳐다보고 반박하지 않았다.“아마 임신해서 그런지 이런 걸 보면 좀 불편한 것 같아요.” 상철수는 그녀의 말에 특별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하고 무심코 말했다. “불편하다면 가서 좀 쉬도록 해라.” 서유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럼 어디서 쉬면 돼요?” 상철수가 대답했다. “이제부터 네가 루드웰 보스니까 메인 통제실이 네 공간이야. 거기 가서 쉬면 되겠군.” 마침 메인 통제실에 가려던 서유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에 휴게실도 있으니 임산부인 저한테는 딱이겠네요.” 상철수는 서유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배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비록 그는 이승하의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지 않았지만, 조건을 수락한 이상 별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유가 상씨 가문에 머무는 한,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건, 길들이는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었으니까.서유는 상철수가 메인 통제실로 가라고 지시한 덕분에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검은 옷의 남자가 긴급한 일이 생겼다며 상철수를 불렀고, 그는 떠나기 전에 서유에게 휴게실에서 푹 쉬라고 당부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녀에게 전 구역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유는 고분고분 대답했다. 그가 떠난 후 얼굴에는 어두운 빛이 드리워졌고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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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상연훈은 말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곧고 당당한 뒷모습은 결의에 찬 기운을 뿜어내며 서유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해 주었다. “오빠, 고마워요.” 상연훈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힘찬 팔을 들어 흔들며 약간은 멋있는 태도로 답했다. 서유는 미소 지으며 시선을 거두고, 한가득 있는 간식을 바라보았다. 사실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많이 챙겨오다니... 오빠가 자신을 아껴주는 마음을 느끼며 서유의 마음은 서서히 따뜻해졌다. 마치 따스한 햇살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잠시 자리에 멈춰 서서 상연훈이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메인 통제실을 벗어나 모니터링 실로 향했다. 모니터링실 안에서 상철수는 조작대에 코드를 입력하고 있었다. 상연훈이 들어오자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 “중앙 구역 관리를 안 하고 여긴 왜 왔지?” 상연훈은 주먹을 살짝 쥐었다 풀며 태연한 척 다가섰다. “할아버지, 전에 연씨 부녀를 살려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이 말을 듣자 상철수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는 냉정한 시선으로 상연훈을 보며 말했다. “내가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모르겠냐?” 상철수의 추궁에 잠시 긴장했던 상연훈은 이내 차분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알죠. 그런데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시면 서유가 눈치채지 않을까요?” 상철수는 차갑게 상연훈을 쳐다보다가 다시 조작대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좀 급했지. 하지만 어차피 서유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의심을 잠재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역시나, 할아버지는 언제나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상연훈조차 그의 속내를 헤아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서유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미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상철수는 몰랐다. 상연훈은 서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상철수를 보며 말했다. “물론 할아버지가 의심을 잠재우실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거예요. 그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상철수는 의심 어린 눈길로 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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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상철수의 기억 속에서 서유는 언제나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고,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 느낌은 금세 사라졌다. “너랑 이승하는 어울리지 않아.” 그 비웃음이 그녀의 입술을 따라 번져 나왔다. “전 그 사람과 벌써 십여 년을 넘게 함께해 왔어요. 생사의 고비를 넘고 온갖 고난을 함께 헤쳐왔는데, 당신이 무슨 근거로 우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세요?” 상철수는 반박했다. “나는 이승하와 거래를 했다. 그자가 너랑 헤어지기만 하면 자유를 주기로 했지. 그자는 자유를 얻기 위해 너랑 주저 없이 헤어졌어. 언제든 너를 버릴 수 있는 그런 남자가 뭐가 좋다는 거냐?” 서유는 냉소했다.“승하 씨의 자유를 억압한 것도, 내 배 속 아이를 빌미로 협박한 것도 당신이잖아요. 혼자서 진흙탕에 빠져버린 승하 씨가 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겠어요?” 이승하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자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상철수의 집요한 압박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먼저 타협하고 다시 힘을 모아 돌아오려고 했다.언제나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그가 그녀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적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것은, 그가 진정으로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철수는 이를 절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그자였다면, 어떤 위협을 받더라도 절대 헤어지는 걸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이승하는 너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 거야.” 서유의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럼 할아버지는요? 과거에 정여희 씨와 첫사랑 사이에 억지로 끼어들어 강제로 그분을 손에 넣고도 결혼하지 않으셨잖아요. 그게 사랑인가요?” 상철수는 그녀가 자신의 선택을 비난하는 게 뜻밖이었는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네가 감히 나랑 네 외할머니 사이의 일에 끼어들어?” 그의 화난 얼굴을 보고 상연훈이 다급하게 나서서 서유를 붙잡으려 했지만, 서유는 그의 손을 밀어냈다. “할아버지 일에 제가 간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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