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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401 - Chapter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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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1화

상철수는 잠시 멍하니 서유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엔 깊은 증오가 담겨 있었고, 문득 서유의 얼굴에서 과거의 정여희가 떠올랐다. 당시의 정여희도 이토록 강하고 단호했었다. 상철수는 아마도 정여희의 기억 때문에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서유의 대담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갔다. “연훈아, 네 동생을 데리고 메인 통제실로 돌아가 쉬게 해라.” 상연훈은 상철수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서유에게도 손찌검을 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저 조용히 돌아가라고 한 말에 순간 당혹스러웠다. 상철수에게도 약간의 죄책감이 있는 걸까? 상철수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없었던 상연훈은 서유의 손을 잡아 메인 통제실로 향했다. 서유는 상연훈을 대신해 한마디 해주려 했지만, 상연훈은 여기서 쓸데없는 다툼을 벌이기보다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상연훈의 신호를 알아챈 서유는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상연훈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두 사람이 문턱을 나서자마자 상철수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서유야, 네가 이곳에 오기 전 앞으로 영원히 상씨 집안에 남겠다고 약속했던 거, 기억하니?” 서유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가 마치 생사마저 쥐락펴락하는 듯한 상철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약속은 당신이 저를 속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이었어요. 본인이 저를 속여놓고 어떻게 그 약속을 지키라 하세요?” 그녀가 약속을 깨겠다고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상철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 약속은 무효다. 이제부터는 네가 이승하를 대신해 영원히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한다.” 서유의 눈동자가 어두워졌고, 상철수는 그녀를 지나쳐 상연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감금실에 들어가 있어라. 내가 이승하를 처리하고 나면, 그때 풀어주마.” 상철수가 이승하를 처리하겠다는 말에 서유의 억눌렀던 분노가 불길처럼 치솟았다. “당신이 복수하려는 대상은 S 조직이고, 승하 씨는 그것과 아무 관련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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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김해 삼역 외곽, 헬리콥터가 잔디밭에 조용히 착륙했다. 조종석의 정장을 입은 남자는 뒤돌아 눈을 감고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어르신, 하차하시고 환승 준비하시죠.” 언제나처럼 짙고 길게 내려온 속눈썹이 서서히 올라가며, 차가운 살기가 눈동자에서 번져 나오자 정장 남자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더니 곧바로 시야가 흐려지며 조종대에 고꾸라졌다. 이승하는 무표정하게 손을 거둔 뒤, 셔츠 위쪽에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 손가락에 감으며 헬리콥터에서 천천히 내렸다. 그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비행사들이 그가 정장 남자를 제압한 모습을 보고 일제히 그를 둘러쌌다. 이승하는 손가락에 감아놓은 넥타이를 풀고 주먹을 꽉 쥔 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맹렬히 주먹을 날렸다. 그는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루드웰에서 나온 이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며 단 한 순간도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쓰러진 비행사를 발로 밀어낸 그는 얼음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주변을 스캔하며, 손에 감겨 있던 넥타이를 풀고 다시 헬리콥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조종간을 잡아 일련의 동작으로 헬리콥터를 공중으로 띄우며 김해 삼역을 빠져나갔다. 떠오르는 헬리콥터에서 낡은 검은 넥타이가 한 줄기 바람을 타고 떨어졌다. 그 넥타이를 바라보던 쓰러진 비행사들은 반쯤 정신을 차리며, 핸드폰을 들어 모니터링실로 전화를 걸었다. “보스, 이승하가 도망쳤습니다.” 통제실에 있던 이들은 그 소식을 듣고 모두 잠시 시선을 상철수에게 돌렸다. 그러나 그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도망가게 놔둬.” 그는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야 일망타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씩 처리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 뿐이었으니까. 이승하는 헬리콥터를 조종해 김해 삼역을 벗어나면서도, 뇌에 심어진 칩이 반응하지 않는 걸 느끼며 상철수가 일부러 자신을 풀어줬음을 직감했다. 그는 상철수가 능수능란한 계략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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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이렇게 서 있는 이승하를 본 소수빈과 소지섭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동시에 차 문을 열고 이승하를 향해 달려갔다. “대표님!” “대표님!” 두 남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이승하는 살짝 감동했지만, 다리가 저절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이승하의 후퇴에 당황한 소수빈과 소지섭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지만, 여전히 눈물을 머금고 빛 속에 서 있는 이승하를 바라봤다.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정말 너무 잘 됐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이승하는 두 사람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소수빈과 소지섭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미안해. 걱정시켜서.” 늘 변함없는 차분한 목소리와 어깨 위에 닿은 손길이 이상하게도 소수빈과 소지섭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가 돌아온 이상, 어떤 문제라도 해결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웠던 두 사람은 이승하를 안내해 검은 차량으로 데려가 문을 열었다. 이승하가 타자 그들은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에 탑승해 빠르게 차량을 출발시켰다. 차 안에서 소수빈과 소지섭은 반년 동안 이승하를 찾지 못해 애태웠던 심정을 차례로 토로하며, 누가 더 그를 걱정했는지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대표님을 더 걱정했어!” “무슨 소리야! 대표님을 제일 걱정한 건 나라고!” 뒷좌석에서 두 사람의 말다툼을 듣던 이승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비로소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미소도 잠시, 그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치는 한마디가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이번엔 정말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서유의 말이 그의 기쁨을 순식간에 어두운 심연으로 끌어내렸다. 그녀를 잃고 얻은 생존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 생각에 마음이 쓰라리고, 허벅지 위에 얹어 놓았던 손가락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백미러를 통해 그의 변한 표정을 엿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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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반년 만에 살아 돌아온 이승하를 본 주태현은 나이 든 얼굴에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련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저는 도련님께서...” “저는 괜찮아요.” 이승하는 손바닥을 들어 주태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간단히 그를 안심시킨 후, 곧바로 서재로 들어갔다. 이승하가 바쁜 듯 보이자 주태현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은 뒤 주방에 요리를 준비해 달라 부탁하고는 학교에 있는 연이를 데리러 나갔다. 이승하와 서유가 집을 떠난 후, 연이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어른들이 겪은 일은 위험했지만 주태현은 아이가 걱정할까 봐 출장을 갔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연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해서, 출장 간 사람들이 전화나 영상 통화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더 이상 감출 수 없던 차에 이승하가 돌아와 주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연이도 안심시킬 수 있게 됐다. 이승하는 머릿속의 칩에 대한 문제를 소수빈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소수빈이 뒤따라 서재에 들어오자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소 비서, 난 이미 무사히 돌아왔으니 가족 곁으로 가서 아내와 아이를 돌봐.” 이승하가 떠난 동안, 소수빈은 아버지가 되었고 갓 태어난 아이와 산후의 아내에게는 남편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하지만 소수빈은 떠나려 하지 않았다. “대표님, S 멤버들을 이끌고 복수를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실 겁니다. 저도 일을 나눠 맡게 해 주십시오.” 이승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책상 앞에 걸음을 옮겼다. 종이에 S 조직 전 소속인 ‘darkness’와 정여희의 이름을 적은 뒤, 이를 찢어 소수빈에게 건넸다. “이 조직이 왜 정여희를 죽이려 했는지 자세히 조사해.” “네!” 임무를 받은 소수빈은 즉시 메모를 받아들고 서재를 나갔다. 소수빈이 사라지자 이승하는 자신의 큰 체구를 소파에 기대며, 반년 동안 팽팽하게 긴장했던 신경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잠시의 여유도 가질 새 없이, 그는 곧바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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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5화

가늘고 긴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화면 속 코드가 처음의 암호화를 하나씩 돌파해 나갔다. 그러나...프로그래밍 작업 도중, 이연석은 칩 프로그램이 하나에서 둘로 나뉘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형, 이건 해커 목록에서 본 적 있어.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하던데, 이걸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옆에서 손을 모아 차분히 앉아 있던 이승하는 살짝 눈길을 돌려 의문에 찬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에 있어.” 그 한마디에 이연석은 심장이 멎을 듯했고, 마치 독사에 발목을 물린 듯,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형, 이건 치명적인 살인 무기라던데. 어떻게 형 머릿속에 이런 게 들어가 있을 수가 있어!”이연석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이승하는 의연하고 차분한 얼굴로 그저 사실을 전달할 뿐이었다. “이미 들어와 있는 걸 어쩌겠어. 네가 할 일은 이 시스템들을 멈출 수 있는지 말해주는 것뿐이야.” 이승하는 스스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무심한 듯 모든 것을 감내해 왔다. 이러한 성격 탓에 사람들은 그가 무적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고통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그런 이승하를 이해하는 사람은 오직 이연석뿐이었다. 그는 타이핑하던 손을 멈추고 조심스레 이승하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비록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연석은 머릿속에 칩을 삽입하는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마치 형을 위해 울 것 같은 눈빛으로 이승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형, 많이 아프지?” 이승하는 다른 사람의 손이 머리를 만지는 것을 꺼렸지만, 이번만큼은 이연석의 진심 어린 위로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의 손길을 잠깐 허락한 뒤, 곧 손을 멈추게 했다. “난 여전히 S를 이끌고 루드웰로 돌아가야 해. 그러니 내 머릿속의 감시, 위치 추적, 폭발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해제해줘.”통제에서 벗어나야만 상철수와의 이 싸움에서 S를 이끌고 완전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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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6화

이연석은 충격에 빠진 채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칩이 형 머릿속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죽음이 예정된 거라는 겁니까?” 그의 분노에 찬 질문에 의사들은 침묵했다. 그러나 이연석은 갑작스럽게 폭발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들은 우리 집안에서 돈을 써가며 지원해 준 최고급 의사들이잖아요! 어떻게든 칩을 제거해서 형을 치료해 줘야 할 거 아닙니까!” 의사들은 그의 분노가 이해가 되지만, 고개를 숙여 수석 자리에 앉아 말없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저희 실력으로는 칩 제거 수술이 가능하긴 하지만 생명에 큰 위험이 따르기에 정말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의사의 말을 잠시 응시하던 이승하는 몇 초간 침묵 후,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마세요.” 이연석은 형의 이러한 체념에 가까운 반응에 얼굴을 찌푸렸다. “형, 이 의사들로 안 되면 다른 의사들한테 부탁해 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이승하는 냉정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칩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걸 발견한 것만 봐도 이 사람들이 최고의 의사라는 건 분명해. 더 이상 이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지 마.” 이승하는 고개를 들어 의사들에게 손짓했다. “이제 그만 나가 보세요.” 명령을 받은 의사들은 서류와 스캔 결과물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에 다다른 수석 의사는 문을 열기 직전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이승하를 돌아보며 신중하게 당부했다. “대표님, 일상생활에서 특히 두뇌 휴식에 신경 써주시고, 절대 머리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뇌종양이 재발할 우려가 큽니다. 만약 재발하게 된다면 단순 뇌종양이 아니라 뇌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매우 큽니다. 꼭 조심하세요.” 그 말을 듣자 이연석은 책상을 내리치며 외쳤다. “어서 나가요! 제대로 치료도 못 하면서 형을 저주하기나 하고!” 의사들은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더 이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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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김종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루드웰의 신호가 차단돼 있어서 지금은 안에 있는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네.”이승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돌파구를 찾는 동안 상철수도 그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재는 누가 먼저 공략할지가 관건이었다. 서유를 미리 구할 수 없다면 폭파 시스템부터 해결해야 한다. 상철수가 그의 생명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분명 서유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가 전화를 끊고 이연석을 쳐다보았다.“폭파 시스템을 정지시킬 수 없다면 폭파 시간을 늦춰봐.”시뮬레이션하고 있던 이연석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입을 열었다.“조금만 시간을 더 줘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프로그램 정지시킬 테니까.”프로그램을 정지시키는 것은 물론 도청 시스템이나 위치추적 시스템처럼 폐쇄한 뒤 다시는 작동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코드를 두드리면서 그는 생각에 잠긴 듯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이승하를 훑어보았다. 둘째 형한테 형수가 K국으로 가서 가족을 만났던 사실을 얘기할 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둘째 형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루드웰에서 형수를 만났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형이 전화 통화를 하는 걸 듣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도 루드웰의 보스가 둘째 형수의 외할아버지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고 둘째 형수가 루드웰에 갇혔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서유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연석도 많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상철수가 형수의 외할아버지이니 가족을 해치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저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승하의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내 머리 안에 칩이 있다는 사실을 가혜 씨한테 얘기하지 마.”흠칫하던 그는 모니터 너머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가혜 씨가 알면 형수한테 얘기할까 봐 그래요?”대답이 없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형, 형수가 알면 형 생각을 얼마나 하겠어요? 아는 게 좋은 거 아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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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8화

상철수의 그 말에 조종자들은 한껏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빨리요?”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도청도 안 되고 위치추적도 안 된다고 폭파 위험도 사라졌으니 나 같아도 당장 복수하러 달려올 것이다.”게다가 서유가 이곳에 있는데. 서유를 위해서라도 이승하는 당장 움직일 것이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이승하 쪽의 해커가 폭파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상철수는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을 밀어내고 직접 자리에 앉아 상대방이 설치한 까다로운 암호 시스템을 손쉽게 해제하고 빠른 속도로 폭파 시간을 단축시켰다. 한편, 컴퓨터 앞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연석은 여렵게 연장한 시스템 폭파 시간이 또다시 변하는 것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코드를 연속 두드렸다. 얼마 지나서 않아 폭파 시간이 또 연장되었고 상철수는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 참 대단하네. 여기 있는 자네들보다 훨씬 나아.”조종자들은 해커의 실력이 뛰어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들이 무사히 물러날 수 있을지에만 신경 쓰고 있다.“형님, 이승하가 내일 쳐들어온다면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외곽에만 폭탄을 설치해서 되겠습니까?”그들은 내부에서 S 조직의 헬기가 언제 오는지 확인한 다음 폭탄 작동 키를 누를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그들은 그곳에서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폭탄으로는 S 조직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불안해하는 조종자들과 달리 상철수는 담담한 모습이었다.“다섯째, 신호를 보내 김종수한테 알리거라.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있다가 폭탄이 터진 후 S 조직을 사살하라고.”평소 김종수와 친하게 지냈던 다섯째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형님, 우리만 철수하고 김종수를 남겨두고 S 조직과 싸우게 하는 게 김종수한테는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상철수는 다섯째 어르신을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잊었는가? 김종수가 돕지 않았다면 이승하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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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9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차창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김종수는 끝내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네한테 미리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상철수가 날 밖으로 내보냈어. 아마도 내가 자네의 적이 되겠지.”이승하는 이미 상철수의 이런 생각을 예상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루드웰을 나오기로 결정하신다면 강 건너 불구경도 가능한 일이지요.”그 소리에 김종수는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난 1-4로 루드웰에 처음으로 가입한 조종자일세. 어찌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네한테는 손을 대지 않을 것이네.”루드웰 안에는 상철수 외에도 많은 형제들이 있었다. 그 형제들을 위해 함께 세운 루드웰을 위해서라도 그는 명을 받들어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다만 승하야... 자네한테는 손을 대지 않더라도 S 조직의 사람들은 내 가족을 죽였어. 그러니 S 조직의 사람들을 몇 명 죽일지도 모르겠다.”다정한 그의 부름에 이승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순간 자신을 아끼는 어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내일 봅시다.”각자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 김종수는 쉽게 조직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 이승하는 더 이상 그를 설득하지 않았다.“외삼촌.”이전에도 이승하가 그한테 외삼촌이라고 불렀던 적이 있어서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다르게 느껴졌다. 이승하가 진짜 그의 조카라도 된 것처럼.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이승하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침실 방문이 열리더니 육성재가 팔짱을 낀 채 문밖에 서 있었다. “삼촌이 1-4 맞아요?”덜미를 잡힌 김종수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담담한 척하며 그를 지나쳐 침실을 나섰다. “제가 루드웰에 꼭 가야 한다는 걸 알고 황금잎을 보내준 겁니까? 바보라는 코드명도 지어주고 주제넘은 짓이라고 놀리기도 하다가 제가 위험에 처하니까 절 구해준 거잖아요.”김종수는 그를 무시한 채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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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0화

깊은 눈매를 가진 이승하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제가 조사를 하지 않아도 찾아올 거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살아서 돌아올 거라는 걸 예상하신 겁니까?”강중헌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소수빈에게 건네주고는 소파에 앉았다.“네 실력이라면 살아 돌아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가 훤칠한 몸을 돌리고 앉아 있는 강중헌을 마주 보았다.“왜 절 찾아온 겁니까?”강중헌은 매우 나른한 자세로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았다.“네가 darkness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너한테 말해주려고 한다.”빛을 등지고 서 있던 남자는 차가운 눈을 내리깔고 강중헌을 쳐다보았다.“제가 그 존재를 몰랐다면 영원히 절 속일 작정이셨습니까?”강중헌은 그의 물음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너한테 말을 하지 않았던 건 darknes가 좋은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이야.”창밖으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이승하의 몸에 내려앉자 그의 몸에서 옅은 금빛이 뿜어 나왔다. 그러나 그의 몸은 여전히 얼음장같이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강중헌에게 따져 물었다.“일부러 속인 것이군요. 어르신, 제가 쉽게 휘둘릴 사람이라고 생각하신 겁니까?”“그건 아니다. 내가 너한테 쏟은 에너지가 얼마인데. 너한테 들인 시간과 정성은 도윤이나 세은이보다 훨씬 더 많아. 절대 널 속일 생각은 없었다. 어찌 널 휘두를 생각을 했겠느냐?”그 말에 이승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런가요?”대답이 없는 강중헌을 보고 그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내리다 보았다.“S 조직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께서는 모든 정보를 지우고 절 위해 만든 조직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셨죠.”빛 속에 잠겨 있는 심판자 같은 남자를 바라보며 강중헌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다.“이 일은 일부러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맞아. 그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너한테 비밀로 했던 거다.”강중헌이 인정해도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이리 직접 듣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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