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04화

작가: 알라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0 18:00:00
반년 만에 살아 돌아온 이승하를 본 주태현은 나이 든 얼굴에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련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저는 도련님께서...”

“저는 괜찮아요.”

이승하는 손바닥을 들어 주태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간단히 그를 안심시킨 후, 곧바로 서재로 들어갔다.

이승하가 바쁜 듯 보이자 주태현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은 뒤 주방에 요리를 준비해 달라 부탁하고는 학교에 있는 연이를 데리러 나갔다.

이승하와 서유가 집을 떠난 후, 연이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어른들이 겪은 일은 위험했지만 주태현은 아이가 걱정할까 봐 출장을 갔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연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해서, 출장 간 사람들이 전화나 영상 통화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더 이상 감출 수 없던 차에 이승하가 돌아와 주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연이도 안심시킬 수 있게 됐다.

이승하는 머릿속의 칩에 대한 문제를 소수빈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소수빈이 뒤따라 서재에 들어오자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소 비서, 난 이미 무사히 돌아왔으니 가족 곁으로 가서 아내와 아이를 돌봐.”

이승하가 떠난 동안, 소수빈은 아버지가 되었고 갓 태어난 아이와 산후의 아내에게는 남편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하지만 소수빈은 떠나려 하지 않았다.

“대표님, S 멤버들을 이끌고 복수를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실 겁니다. 저도 일을 나눠 맡게 해 주십시오.”

이승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책상 앞에 걸음을 옮겼다. 종이에 S 조직 전 소속인 ‘darkness’와 정여희의 이름을 적은 뒤, 이를 찢어 소수빈에게 건넸다.

“이 조직이 왜 정여희를 죽이려 했는지 자세히 조사해.”

“네!”

임무를 받은 소수빈은 즉시 메모를 받아들고 서재를 나갔다.

소수빈이 사라지자 이승하는 자신의 큰 체구를 소파에 기대며, 반년 동안 팽팽하게 긴장했던 신경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잠시의 여유도 가질 새 없이, 그는 곧바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진서
제발..승하 칩좀 제거해줘.. 눈물난다..작가님 제발 서유랑 승하 아기낳고 행복한 엔딩부탁드려요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05화

    가늘고 긴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화면 속 코드가 처음의 암호화를 하나씩 돌파해 나갔다. 그러나...프로그래밍 작업 도중, 이연석은 칩 프로그램이 하나에서 둘로 나뉘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형, 이건 해커 목록에서 본 적 있어.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하던데, 이걸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옆에서 손을 모아 차분히 앉아 있던 이승하는 살짝 눈길을 돌려 의문에 찬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에 있어.” 그 한마디에 이연석은 심장이 멎을 듯했고, 마치 독사에 발목을 물린 듯,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형, 이건 치명적인 살인 무기라던데. 어떻게 형 머릿속에 이런 게 들어가 있을 수가 있어!”이연석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이승하는 의연하고 차분한 얼굴로 그저 사실을 전달할 뿐이었다. “이미 들어와 있는 걸 어쩌겠어. 네가 할 일은 이 시스템들을 멈출 수 있는지 말해주는 것뿐이야.” 이승하는 스스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무심한 듯 모든 것을 감내해 왔다. 이러한 성격 탓에 사람들은 그가 무적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고통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그런 이승하를 이해하는 사람은 오직 이연석뿐이었다. 그는 타이핑하던 손을 멈추고 조심스레 이승하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비록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연석은 머릿속에 칩을 삽입하는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마치 형을 위해 울 것 같은 눈빛으로 이승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형, 많이 아프지?” 이승하는 다른 사람의 손이 머리를 만지는 것을 꺼렸지만, 이번만큼은 이연석의 진심 어린 위로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의 손길을 잠깐 허락한 뒤, 곧 손을 멈추게 했다. “난 여전히 S를 이끌고 루드웰로 돌아가야 해. 그러니 내 머릿속의 감시, 위치 추적, 폭발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해제해줘.”통제에서 벗어나야만 상철수와의 이 싸움에서 S를 이끌고 완전한

    최신 업데이트 : 2024-11-21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06화

    이연석은 충격에 빠진 채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칩이 형 머릿속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죽음이 예정된 거라는 겁니까?” 그의 분노에 찬 질문에 의사들은 침묵했다. 그러나 이연석은 갑작스럽게 폭발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들은 우리 집안에서 돈을 써가며 지원해 준 최고급 의사들이잖아요! 어떻게든 칩을 제거해서 형을 치료해 줘야 할 거 아닙니까!” 의사들은 그의 분노가 이해가 되지만, 고개를 숙여 수석 자리에 앉아 말없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저희 실력으로는 칩 제거 수술이 가능하긴 하지만 생명에 큰 위험이 따르기에 정말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의사의 말을 잠시 응시하던 이승하는 몇 초간 침묵 후,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마세요.” 이연석은 형의 이러한 체념에 가까운 반응에 얼굴을 찌푸렸다. “형, 이 의사들로 안 되면 다른 의사들한테 부탁해 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이승하는 냉정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칩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걸 발견한 것만 봐도 이 사람들이 최고의 의사라는 건 분명해. 더 이상 이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지 마.” 이승하는 고개를 들어 의사들에게 손짓했다. “이제 그만 나가 보세요.” 명령을 받은 의사들은 서류와 스캔 결과물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에 다다른 수석 의사는 문을 열기 직전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이승하를 돌아보며 신중하게 당부했다. “대표님, 일상생활에서 특히 두뇌 휴식에 신경 써주시고, 절대 머리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뇌종양이 재발할 우려가 큽니다. 만약 재발하게 된다면 단순 뇌종양이 아니라 뇌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매우 큽니다. 꼭 조심하세요.” 그 말을 듣자 이연석은 책상을 내리치며 외쳤다. “어서 나가요! 제대로 치료도 못 하면서 형을 저주하기나 하고!” 의사들은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더 이상

    최신 업데이트 : 2024-11-21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07화

    김종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루드웰의 신호가 차단돼 있어서 지금은 안에 있는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네.”이승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돌파구를 찾는 동안 상철수도 그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재는 누가 먼저 공략할지가 관건이었다. 서유를 미리 구할 수 없다면 폭파 시스템부터 해결해야 한다. 상철수가 그의 생명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분명 서유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가 전화를 끊고 이연석을 쳐다보았다.“폭파 시스템을 정지시킬 수 없다면 폭파 시간을 늦춰봐.”시뮬레이션하고 있던 이연석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입을 열었다.“조금만 시간을 더 줘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프로그램 정지시킬 테니까.”프로그램을 정지시키는 것은 물론 도청 시스템이나 위치추적 시스템처럼 폐쇄한 뒤 다시는 작동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코드를 두드리면서 그는 생각에 잠긴 듯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이승하를 훑어보았다. 둘째 형한테 형수가 K국으로 가서 가족을 만났던 사실을 얘기할 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둘째 형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루드웰에서 형수를 만났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형이 전화 통화를 하는 걸 듣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도 루드웰의 보스가 둘째 형수의 외할아버지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고 둘째 형수가 루드웰에 갇혔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서유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연석도 많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상철수가 형수의 외할아버지이니 가족을 해치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저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승하의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내 머리 안에 칩이 있다는 사실을 가혜 씨한테 얘기하지 마.”흠칫하던 그는 모니터 너머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가혜 씨가 알면 형수한테 얘기할까 봐 그래요?”대답이 없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형, 형수가 알면 형 생각을 얼마나 하겠어요? 아는 게 좋은 거 아닌

    최신 업데이트 : 2024-11-21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08화

    상철수의 그 말에 조종자들은 한껏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빨리요?”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도청도 안 되고 위치추적도 안 된다고 폭파 위험도 사라졌으니 나 같아도 당장 복수하러 달려올 것이다.”게다가 서유가 이곳에 있는데. 서유를 위해서라도 이승하는 당장 움직일 것이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이승하 쪽의 해커가 폭파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상철수는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을 밀어내고 직접 자리에 앉아 상대방이 설치한 까다로운 암호 시스템을 손쉽게 해제하고 빠른 속도로 폭파 시간을 단축시켰다. 한편, 컴퓨터 앞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연석은 여렵게 연장한 시스템 폭파 시간이 또다시 변하는 것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코드를 연속 두드렸다. 얼마 지나서 않아 폭파 시간이 또 연장되었고 상철수는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 참 대단하네. 여기 있는 자네들보다 훨씬 나아.”조종자들은 해커의 실력이 뛰어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들이 무사히 물러날 수 있을지에만 신경 쓰고 있다.“형님, 이승하가 내일 쳐들어온다면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외곽에만 폭탄을 설치해서 되겠습니까?”그들은 내부에서 S 조직의 헬기가 언제 오는지 확인한 다음 폭탄 작동 키를 누를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그들은 그곳에서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폭탄으로는 S 조직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불안해하는 조종자들과 달리 상철수는 담담한 모습이었다.“다섯째, 신호를 보내 김종수한테 알리거라.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있다가 폭탄이 터진 후 S 조직을 사살하라고.”평소 김종수와 친하게 지냈던 다섯째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형님, 우리만 철수하고 김종수를 남겨두고 S 조직과 싸우게 하는 게 김종수한테는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상철수는 다섯째 어르신을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잊었는가? 김종수가 돕지 않았다면 이승하는 그

    최신 업데이트 : 2024-11-21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09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차창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김종수는 끝내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네한테 미리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상철수가 날 밖으로 내보냈어. 아마도 내가 자네의 적이 되겠지.”이승하는 이미 상철수의 이런 생각을 예상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루드웰을 나오기로 결정하신다면 강 건너 불구경도 가능한 일이지요.”그 소리에 김종수는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난 1-4로 루드웰에 처음으로 가입한 조종자일세. 어찌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네한테는 손을 대지 않을 것이네.”루드웰 안에는 상철수 외에도 많은 형제들이 있었다. 그 형제들을 위해 함께 세운 루드웰을 위해서라도 그는 명을 받들어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다만 승하야... 자네한테는 손을 대지 않더라도 S 조직의 사람들은 내 가족을 죽였어. 그러니 S 조직의 사람들을 몇 명 죽일지도 모르겠다.”다정한 그의 부름에 이승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순간 자신을 아끼는 어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내일 봅시다.”각자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 김종수는 쉽게 조직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 이승하는 더 이상 그를 설득하지 않았다.“외삼촌.”이전에도 이승하가 그한테 외삼촌이라고 불렀던 적이 있어서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다르게 느껴졌다. 이승하가 진짜 그의 조카라도 된 것처럼.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이승하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침실 방문이 열리더니 육성재가 팔짱을 낀 채 문밖에 서 있었다. “삼촌이 1-4 맞아요?”덜미를 잡힌 김종수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담담한 척하며 그를 지나쳐 침실을 나섰다. “제가 루드웰에 꼭 가야 한다는 걸 알고 황금잎을 보내준 겁니까? 바보라는 코드명도 지어주고 주제넘은 짓이라고 놀리기도 하다가 제가 위험에 처하니까 절 구해준 거잖아요.”김종수는 그를 무시한 채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꺼

    최신 업데이트 : 2024-11-22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10화

    깊은 눈매를 가진 이승하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제가 조사를 하지 않아도 찾아올 거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살아서 돌아올 거라는 걸 예상하신 겁니까?”강중헌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소수빈에게 건네주고는 소파에 앉았다.“네 실력이라면 살아 돌아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가 훤칠한 몸을 돌리고 앉아 있는 강중헌을 마주 보았다.“왜 절 찾아온 겁니까?”강중헌은 매우 나른한 자세로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았다.“네가 darkness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너한테 말해주려고 한다.”빛을 등지고 서 있던 남자는 차가운 눈을 내리깔고 강중헌을 쳐다보았다.“제가 그 존재를 몰랐다면 영원히 절 속일 작정이셨습니까?”강중헌은 그의 물음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너한테 말을 하지 않았던 건 darknes가 좋은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이야.”창밖으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이승하의 몸에 내려앉자 그의 몸에서 옅은 금빛이 뿜어 나왔다. 그러나 그의 몸은 여전히 얼음장같이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강중헌에게 따져 물었다.“일부러 속인 것이군요. 어르신, 제가 쉽게 휘둘릴 사람이라고 생각하신 겁니까?”“그건 아니다. 내가 너한테 쏟은 에너지가 얼마인데. 너한테 들인 시간과 정성은 도윤이나 세은이보다 훨씬 더 많아. 절대 널 속일 생각은 없었다. 어찌 널 휘두를 생각을 했겠느냐?”그 말에 이승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런가요?”대답이 없는 강중헌을 보고 그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내리다 보았다.“S 조직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께서는 모든 정보를 지우고 절 위해 만든 조직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셨죠.”빛 속에 잠겨 있는 심판자 같은 남자를 바라보며 강중헌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다.“이 일은 일부러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맞아. 그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너한테 비밀로 했던 거다.”강중헌이 인정해도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이리 직접 듣

    최신 업데이트 : 2024-11-22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11화

    “이때의 정씨 가문은 점점 몰락하기 시작했고 빚도 많이 지고 사람들에게 미움도 많이 받고 있었어.”“빚쟁이들한테 쫓기고 원수들에게 쫓기는 걸 거의 대부분 상철수가 막아줬었지.”“상철수의 보호 아래 아무도 감히 정씨 집안을 건드리지 못했고 darkness조차도 정여희를 가까이하지 못했어.”“그러다가 상철수는 아버지의 강요로 강은영과 결혼하게 되었고 정여희는 홧김에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지. 그래서 곽도원에게 복수할 기회가 있게 된 거야.”“곽도원은 darkness를 이끌고 정여희의 일가를 죽였고 밑에 있는 건달들에게 출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여희를 성폭행하게 하였어.”“잔인하기 그지없었지.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그 당시 정여희의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대. 결국 죽을 때까지도 눈을 감지 못한 거야.”“그 당시 곽도원은 세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상철수의 미움을 살 수가 없었어. 하여 정여희를 죽이고 난 뒤, 정씨 집안에 원한이 있는 다른 가문의 짓으로 위장했어.”“그 덕에 상철수는 몇 년이 지나서야 darkness를 조사하게 되었어. 그러나 그때 darkness에 내란이 일어나 숙청된 후라 상철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어.”“그 후, S 조직이 나타났고 상철수가 그때 실마리를 알아차리게 된 거야. 그러고는 몇 년 뒤에 S 조직을 모방해 Ace를 만들었고 S 조직 멤버들의 명단을 수소문하게 되었어...”정여희와 곽승민 그리고 상철수 세 사람 사이의 원한에 대해 자세히 말한 뒤, 강중헌은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앉아 있는 차분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사실 곽승민을 실제로 죽인 사람은 상철수였어. 곽도원은 그저 강은영의 꼼수에 놀아난 것이야.”“상철수가 계약이 끝난 뒤 이혼하려 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야. 그러나 강은영은 곽도원의 칼을 빌려 정여희를 처리했어.”강중헌의 말을 듣고 있던 이승하의 차가한 얼굴에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강중헌을 탓하는 눈빛이었다.그런 그의 모습에 강중헌은 무의식적으로 해명했다.“너한테

    최신 업데이트 : 2024-11-22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412화

    이승하의 말에 추억에 잠겨있던 강중헌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고개를 들고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이승하의 눈빛을 마주 보았다. “맞아. 널 이용해서 그들을 제거하는 게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그랬어. 어찌 됐든 그들은 너의 가족이니까.”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원수를 갚으려고 곽씨 가문처럼 무턱대고 사람을 죽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우물 안에 가두고 아주 조금씩 괴롭혀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할 것이다.상철수가 독한 인간이라면 강중헌은 그보다 더 악랄하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서 이런 판을 짰는데 그에 이끌려 이 판에 들어온 바둑 이승하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작부터 그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었다.“일곱 살 때, 죽을 때까지 맞은 저한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어르신이었습니다. 절 구원해 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르신에게 전 그저 바둑알에 불과한 존재였군요.”강중헌에게 자신이 이용당했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리 직접 확인하고 나니 가슴이 아팠다. 눈앞에서 쏟아지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평생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낳아준 어머니를 본 적도 없다. 게다가 새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그를 키워준 할아버지조차도 단지 그가 이용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하여 일곱 살이 되던 해, 피투성이인 그를 안아주며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던 강중헌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겁먹지 말거라. 내가 있으니 앞으로 다 좋아질 것이다.”그땐 정말 강중헌이 그의 인생의 구원자인 줄 알았고 마지막 희망인 줄 알았다. 물론 강중헌도 그를 진심으로 잘 대해주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친 강중헌은 그한테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스승 같은 존재였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S 조직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겨울이 오기도 전에, 자상했던 강중헌은 얼음장처럼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얼어붙었다. 이 순간부터 일곱 살짜리 그 남자아이는

    최신 업데이트 : 2024-11-22

최신 챕터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6화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제시카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러나 그가 걸음을 옮길 때까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이를 악물고 애써 참았다. 이하준, 이번 생에 절대 내 손안에 떨어지지 마.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줄 거니까. 그러나 아직까지 감정이라는 게 뭔지 몰랐던 이하준은 그녀의 복수심을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잠시 후, 연이를 업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하준이는 연이가 뚱뚱하다고 투덜댔고 화가 난 연이는 그의 머리카락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렇게 두 남매는 웨딩카에 올라타는 그 순간까지도 옥신각신 다투었다. 두 사람을 지켜보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던 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웨딩카의 뒤를 따라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아빠가 없는 연이에게 오늘 이승하는 아빠 노릇을 해주기로 했다. 연이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어가 그녀의 손을 신랑에게 맡겼다.입장하기 전, 문밖에 서 있던 연이가 곱게 화장한 얼굴을 치켜들고는 그를 쳐다보았다.“이모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모부한테 손도 못 대게 하시더니. 오늘은 어쩔 수 없죠?”검은 정장 차림의 그가 담담한 얼굴로 하이힐을 신고 있는 연이를 내려다보았다.“오늘만이야. 다음은 없어.”연이가 입을 삐죽거리며 눈을 흘겼다.“어쩜 이리 하준이랑 똑같아요? 이렇게 좋은 날 꼭 그런 말을 해야겠어요?”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덕담 한마디 내뱉었다.“우주랑 평생 행복하길 바란다. 이번 생에 이리 네 손 잡고 입장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해...”연이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연이의 손을 잡고 입장하여 그녀의 손을 심우주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조카한테 경고했다.“내 딸한테 잘해. 안 그러면 내가 너 가만 안 둬.”그 말 한마디에 연이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흐릿한 시선 속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승하의 얼굴이 들어왔다.이모부한테 그녀는 처음부터 딸이었다...감동을 받은 연이는 발길을 돌리려는 이승하를 덥석 끌어안고 낮은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5화

    그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힘겹게 말을 뱉었다.“연이야, 뒤돌아서 나 좀 봐봐.”화를 참으며 고개를 돌리니 얇은 셔츠 차림에 눈밭에 서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잠깐 멈칫하던 그녀는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심우주, 나 이제 너한테 관심 없어.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찾아오지 마.”말을 마친 연이는 전화를 끊고 남자 친구의 손을 잡은 채 숙소로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이때, 남자 친구가 허를 찌르는 물음을 내던졌다.“그렇게 귀찮아할 거면서 왜 연락처를 아예 차단하지 않았어?”차단하면 다시는 연락할 수 없을 것이다. 눈을 내리깔며 한동안 망설이던 연이는 남자 친구 앞에서 심우주의 연락처를 차단해 버렸다.연이를 찾을 수 없었던 심우주는 2년 동안 혼이 빠진 사람처럼 살았다. 문자를 받지도 못하는 그녀의 핸드폰으로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문자를 보냈다. 시간이 지나 졸업을 앞두고 연이의 남자 친구는 바람을 피우고 연이를 차버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화가 나야 할 상황인데 연이는 오히려 침착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를 찾아가 따지지도 않았다. 그후, 심우주 학교의 퀸카가 그를 미친 듯이 따라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연이는 그제야 남자 친구의 바람에 자신이 왜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우주였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누구한테 먼저 고개를 숙일 사람이 아니었다. 졸업식 당일 밤, 우연히 심우주를 다시 만난 그녀는 지난 4년 동안 그가 수없이 몰래 찾아와서 자신을 보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마음이 변치 않은 그를 보며 그녀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날 좋아하지 않았던 애가 언제부터 날 좋아하게 된 걸까?그녀의 의혹에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진한 키스로 뒤늦게 알아버린 자신의 진심을 쏟아냈다. 그의 고백을 받아들일 때, 연이는 뼛속까지 보수적이었던 자신을 다행으로 여겼다. 첫 번째 남자 친구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지 않았기 때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4화

    이승하를 따라 차에 올라탄 하준이는 서유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안이 벙벙해졌다.“엄마, 엄마가 여긴 어떻게...”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이젠 어엿한 어른이 된 모습에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몰래 네 얼굴만 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얼굴에 찍힌 신발 자국을 보니 서유는 더 마음이 아팠다.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려다가 아이가 어색해할까 봐 허공에서 손이 굳어버렸다. 조심스러워하는 엄마를 보고 하준이는 예전처럼 무뚝뚝하게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수척해진 아이의 얼굴에 손끝이 닿는 순간, 그녀는 비에 흠뻑 젖은 아들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네가 외국에서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았더라면 5년 전에 엄마는 절대 널 외국으로 보내지 않았을 거야.”아이가 그녀보다 더 큰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평소에는 제가 애들을 괴롭히는 편이에요.”아이가 당하는 꼴을 직접 눈으로 본 서유는 자신을 위로하는 아이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그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 나름 솜씨가 좋아요. 그러니까 아빠가 올 때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고요.”말을 마치고 그가 고개를 들어 앞줄에 앉아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는 남자를 우러러보았다.“아빠, 방금 절 구해주던 아빠의 모습은 진짜 영웅 같았어요.”옅은 미소를 짓던 이승하는 소수빈이 건네준 수건을 받아 아이에게 건네줬다.“너도 이제 다 큰 어른인데. 언제까지 내가 와서 구해주기만을 기다릴 거야? 나중에 아빠가 없으면 어떡하려고 그래?”수건을 받아 대충 머리를 닦던 아이는 모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가 얼마나 대단하고 위풍당당한 사람인데 어떻게 없을 수가 있겠어요?”아이의 말에 차가운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유도 소수빈도 아무 말이 없었고 차 안의 분위기가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3화

    비가 쏟아진 그날 밤, 이하준은 우산을 쓰고 학교를 나와 골목으로 들어갔다. 마침 쇠몽둥이를 든 외국인 무리와 마주쳤고 그들은 하나 같이 근육질 몸매에 흉악한 얼굴이었다. 가끔 멍청이 같은 사람들이 그를 귀찮게 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이승하의 말을 명심하고 애써 참았지만 상대의 모함을 받게 되었다. 한 번은 누군가 그가 개발한 약을 교수의 물컵에 넣었다. 다른 친구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이하준은 그들을 응징하기로 결심했다. 하루 만에 수십 명의 사람들을 응징했고 학교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교수가 그를 믿고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학교에서 쫓겨났을지도 모른다. 그를 무너뜨리지 못한 악당들은 교수의 신임을 받고 있는 그를 질투하고 증오했다. 지금 눈앞의 놈들은 분명 그들이 그를 혼내주려고 부른 사람들일 것이다.학교에 다니면서도 소지섭에게 격투 기술을 배우는 걸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두렵지가 않았다. 우산을 살짝 받쳐 드는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눈이 드러났고 그 눈 밑에 살의가 가득했다.근육질 남자들은 순식간에 그를 에워쌌고 이하준은 손에 든 우산을 접어 날카로운 한끝으로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을 세게 찔렀다. 싸움 실력이 뛰어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더라도 점점 더 많이 달려오는 근육질의 남자들을 혼자 당해낼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고 교수님과 약속했었지만 수세에 몰리자 그는 어쩔수 없이 허리춤에 있던 금빛 칼을 빼 들고 근육질 남자의 복부를 향해 찔렀다. 어린 나이에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몇몇 근육질의 남자는 흠칫했다. 그러나 이내 쇠몽둥이를 들어 온 힘을 다해 이하준의 머리를 내리쳤다.이하준의 목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바보로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려면 머리를 쳐야 한다. 바보가 안 된다면 적어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근육질의 남자들은 이하준을 제압하기 위해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2화

    그가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입을 열었다.“난 죽는 게 두려운 사람이 아니었어. 그런데 당신을 만난 후부터 죽는 게 그렇게 겁이 나더라.”죽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전 서계를 돌아다니며 의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는 끝내 얻지 못하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기만 했다. 겁이 난 서유는 그를 꼭 껴안았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당신한테는 내가 있고 우리 하준이가 있어요. 그러니까 절대 죽으면 안 돼요. 당신이 죽으면 우리는 어떡하라고요?”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미 5년을 버텨온 그는 점점 더 통증이 심해졌고 하느님이 조금씩 조금씩 그의 목숨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통이 전해지는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통증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 칩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 같았다. 다만 떠나기 전에 모든 일을 다 마치고 가야 하는데...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품 안에 있는 여인이 가장 걱정되었다. 소리 없이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깊이 파고들었다.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릴 만큼 뜨겁고 짜릿한 느낌, 슬픈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은 뜨겁게 몸을 섞으며 하나가 되었다. 그녀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때쯤, 두 사람의 아찔한 행위가 끝이 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소중한 물건을 끌어안듯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유람선 안으로 들어온 희미한 달빛을 빌려 그가 세월의 흔적도 없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다음 생에도 당신이 내 여자였으면 좋겠는데. 당신의 다음 생은 송사월한테 주기로 약속했었나?”아직 잠들지 않은 서유가 그의 가슴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 생에 당신이 나보다 먼저 가면 나 절대 당신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다음 생에 당신 안 만날 거라고요.”그가 슬픈 표정을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1화

    그 당시 풋풋한 어린 소녀였던 연이는 심우주가 자신과 같은 학교에 간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교과서는 정말 내가 가져오지 않았어. 아마도 애들이 가져간 것 같은데 내일 학교에 가면 돌려주라고 할게.”연이도 하준이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는 짱이었다. 친구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지만 너무 인기가 많아서 여자아이들이 그녀를 짱으로 받들고 남자아이들도 하루 종일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꼬리를 흔들었다.반면, 심우주는 착실히 공부만 했고 가끔 연이의 괴롭힘에 그는 반격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였기 때문에 심우주는 그런 그녀가 얄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제멋대로 하는 걸 사랑스럽게 지켜보았았다. 다들 오냐오냐하니까 연이는 학교에서도 늘 제멋대로였다. 그러나 그 당시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던 심우주는 연이의 그런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잠시 후, 어른들에게 차례로 작별 인사를 마친 이하준이 차에 올라탔다. 늘 차갑기만 하던 아이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차에서 내려와 서유를 덥석 끌어안았다.“엄마, 몸 잘 챙겨요.”갑작스러운 아이의 행동에 서유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하준아, 엄마 아빠는 집에서 우리 하준이 기다리고 있을게.”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손을 풀고 옆에 있던 이승하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아빠, 제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아빠도 절 이길 수 없을 거예요.”입꼬리를 살짝 올리던 그가 손을 뻗어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남의 칼에 찔리기 쉬운 법이야. 자세를 낮추는 법을 배우거라.”아빠의 충고를 아이는 가슴 깊이 새겼다.“네, 그렇게 할게요.”이내 그가 허리춤에서 ‘S'라고 새겨진 금빛 칼을 꺼내 아이한테 건네주었다. “돌잡이 때 네가 잡은 칼이야. 이제는 네가 갖고 있어.”전에 소지섭한테서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0화

    서유는 어쩔 수 없이 의사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문밖을 지키고 있던 소지섭은 의사가 떠나는 것을 보고 급히 물었다.“방금 연이랑 하준이가 와서 묻더라고요. 대표님한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고...”서유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이승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감기라고 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고개를 끄덕이던 소지섭은 자리를 떴고 그녀 혼자 덩그러니 문밖에 서 있었다. 그가 얼마나 더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을지...어느 순간 갑자기 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가 옆에 있어도 그녀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하준이 유학길에 오른 그날, 이씨 가문과 상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배웅하러 왔다. 마치 하준이의 돌잡이 때처럼 정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른들의 모습이 이미 많이 변했고 아이들도 훌쩍 자란 상태였다. 서유와 이승하의 우월한 유전자만 이어받은 이하준은 10살밖에 안 된 나이지만 정교한 이목구비에 곧은 몸매를 가지고 있어 보기만 해도 귀티가 철철 흘러넘쳤다. 게다가 180 가까이 되는 아이큐를 가지고 있어 누가 봐도 엄친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이연석은 흰색 스웨터 차림에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에 가방을 든 채로 계단을 내려오는 이하준의 모습을 보고 숨이 턱 막힐 것만 같았다. 그는 옆에서 초등학생 교복을 입은 채 케이크를 뺏어 먹고 있는 오뚝이와 깡순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똑같은 10살인데 이게 뭐냐? 누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명문 학교에 입학하고 누구는 아직도 초등학교나 다니고 있으니.”그 말에 정가혜가 그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나는 거죠. 내가 몇 번을 말해요. 자꾸만 애들 다그치지 말라고 했죠.”이를 갈던 그가 두 아이 앞으로 다가가 케이크를 낚아채 입에 쑤셔 넣었다.“너희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로 일찍 진학 못 하면 아빠 진짜 가만 안 둬.”두 아이는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9화

    “승하 씨...”깜짝 놀란 그녀는 미친 듯이 핸드폰을 찾았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일어서지도 못하였다. 어떻게 의사를 찾아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애틋한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바닥을 짚고 있던 손에도 덩달아 힘이 풀렸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고 입술이 파르르 떨려 말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당신... 왜... 그래요?”지난 10년 동안, 이승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온 그녀는 거의 울어본 적이 없다. 잠깐 정신을 잃은 모습에도 이렇게 펑펑 우는 것을 보니 그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애써 두통을 참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던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녀를 품에 안고 소파에 쓰러지더니 세월조차 비껴간 잘생긴 얼굴을 살짝 치켜들었다.“깊게 잠이 든 것뿐이야. 왜 이렇게 겁을 먹어?”말을 하면서 손을 뻗어 눈물로 뒤덮인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부러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당신 요즘 살이 좀 오른 것 같은데.”화제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눈물이 글썽한 두 눈을 들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도 그렇죠. 어떻게 사람이 깨우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요?”맑고 깨끗한 그녀의 눈을 그는 차마 마주칠 수가 없었다.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떼어 그녀의 등을 눌러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얹었다. “바보,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야. 피곤할 때는 꿈을 꾸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거든.”그 말을 그녀는 당연히 믿지 못하였다.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단단한 가슴 위에 얹혀있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안해요. 당신 머릿속에 있는 칩을 꺼낼 의사를 찾아야 하는데...”겁이 났다. 이승하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 자신을 목숨보다 더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8화

    지난주, 토론 대회에 나간다고 말하는 연이를 향해 이하준은 엄청 비꼬았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연이는 씩씩거리며 이하준과 내기를 했고 뜻밖에도 그녀가 이기게 될 줄은 몰랐다.눈꺼풀을 내리깔던 하준이가 손을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평소에 그렇게 재잘재잘하더니 실력 한번 제대로 발휘했네. 축하해.”진심으로 축하하는 것 같지 않고 그가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아무튼 이번에는 네가 졌어. 그러니까 잊지 말고 돈 입금해.”이하준은 천천히 냅킨을 깔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밥 먹고 나서 줄게. 근데 누나...”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기세등등하게 연이를 쳐다보았다.“누나 올해 열일곱이지? 아직까지 고등학교에 다니고. 수시 자격도 따내지 못했으니 수능 봐서 어떤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다.”그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너...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잘난 척하지 마. 내년에 나도 그 학교에 합격할지 모르니까.”이하준은 칼과 포크를 집어 들고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넣었다.“그럼 내 후배가 되는 건가?”화가 난 연이가 반격할 겨를도 없이 그가 또 빈정거렸다.“내년에 학교에서 만나. 만나면 나한테 선배라고 부르는 거 잊지 말고.”“아악. 열받아 죽겠네.”연이가 가슴을 내리치더니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서유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댄 채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이모, 하준이 쟤 정말 얄미워죽겠어요. 빨리 학교에 보내버려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요.”서유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막상 가고 나면 또 보고 싶을걸?”“아니요.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입을 삐죽거리면서 시선은 이하준의 얼굴로 향해 있었다. 솔직히 이 녀석과 10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정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얄미운 동생인 건 사실이다.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웃음을 짓던 서유가 포크로 과일을 집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연이는 과일을 받아먹으면서 이하준을 향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