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는 상철수의 속셈을 꿰뚫어 본 듯한 눈길로 뒤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쓱 훑었다. S팀은 항상 호흡이 척척 맞아,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도 리더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다. 강도윤과 강세은은 발걸음을 늦추었고, 다른 이들도 한 발짝 더 나아가지 않고 멈춰 섰다. 지금의 상철수는 서유를 위협의 도구로 삼는다 해도, 이는 몰락의 끝에서 내놓는 무책임한 선택일 뿐이었다. 그들은 이승하가 먼저 들어가는 것을 따르기로 했지만, 그가 들어가자마자 남은 사람들은 곧바로 감시 카메라를 망가뜨리고 뒤따라 들어갈 계획이었다. 상철수를 처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이승하가 먼저 들어가더라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결국, S팀의 강도윤, 강세은, 소수빈, 육성재까지 모든 이들이 이승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터였다. 이승하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하얀 사각 벽이 양쪽으로 빠르게 열렸다. 그는 긴 다리를 우아하게 뻗으며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고, 자동문은 곧바로 원상태로 닫혔다. 어두운 통로가 하나씩 켜지는 불빛으로 밝혀졌고, 그는 그 빛을 따라 엘리베이터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약 다섯 층 정도 아래로 내려가자,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그 빛은 탈출실의 백열등이 엘리베이터 유리에 반사된 것이었는데 다소 눈부셨다. 그는 짙은 눈썹 아래 눈을 빛에 맞추어 찬찬히 바라보다가 통로에 서 있는 상철수를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고 그 거리에 무수히 많은 적외선 레이저가 교차하고 있었다. 만약 이승하가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어둠 속에서 숨죽이던 총알이 그를 꿰뚫을 터였다. “어쩔 수 없었다네. 서로 적대 관계인 만큼 방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 않겠나.” 상철수의 허울 좋은 인사에 이승하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적외선을 넘어 주변을 담담히 둘러보았다. “서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상철수가 조작대 위에 손을 올리자, 서유가 갇혀 있는 방의 문이 서서히 열렸다.
Last Updated : 2024-11-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