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입을 삐죽거리며 한마디 내뱉었다.“왜 그래? 성질 좀 죽여.”화가 난 육성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당장 내려! 꺼지라고.”김선우은 안전벨트를 꽉 잡고 반항적인 표정을 지었다. “싫은데.”육성재가 발로 그를 차려고 할 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승하가 매혹적인 눈을 들어 앞쪽을 쳐다보았다. “그만들 하지. 너희 형수 홑몸도 아닌데 운전에만 집중해. 싸우지 말고.”...덤덤한 그의 말 한마디에 얼굴을 붉히며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김선우가 입을 다문 건 사촌 형 때문이었고 육성재가 입을 다문 건 형수인 서유 때문이었다. 임산부인 서유를 생각해 육성재는 이내 차 속도를 늦추었고 김선우를 걷어차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채 묵묵히 차를 운전하여 절로 향했다. 한편, 육성아는 부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있었다. 매일 오후마다 10분씩 주지 스님이 불경을 낭독하는 것을 들으러 오곤 했다. 불경을 들으며 택이를 생각하고 절의 향기를 맡으니 비통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매일 밤 택이가 꿈에 나타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니 그 고통이 어찌 하루아침에 잊혀지겠는가? 창가에 앉아 밤하늘의 밝은 달을 바라보며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웠다. 별을 쳐다보면서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비추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자신의 눈에 들어본 별이 분명 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왜 그녀의 눈에만 자꾸 들어오는 것일까?그렇게 자신을 속여가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러면 택이가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택이는 약속대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 남자는 불교를 믿는 신도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부처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눈을 감고 택이의 명복을 빌고 있을 때,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부처님, 속세를 떠나면 속세의 번뇌가 말끔히 사라진다고 하던데 왜 전 아직도 평안하지가 않은 것인지요?”“속세의 인연이 아
Last Updated : 2024-11-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