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451 - 챕터 1460

1532 챕터

제1451화

“신경 쓰지 마요.” 서유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상연훈에게 말했다. “오빠 잘못이 아니잖아요. 오빠도 명령에 따랐을 뿐이고 오히려 나를 도와줬잖아요.” 상연훈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눈에 깃든 죄책감을 감추더니, 서유의 불룩한 배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 이름은 정했어?” 서유는 그의 시선을 따라 배를 한번 내려다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오빠, 좋은 이름 추천해 줄래요?” 상연훈의 시선이 서유를 기다리며 멀찍이 서 있는 남자를 향했다. “저분이 옆에 계신데 내가 어떻게 함부로 정해.” 서유도 고개를 들어 길쭉한 키와 단정한 외모, 그리고 고고한 기품을 가진 이승하를 바라봤다. “사실 저 사람은 겉으로만 차가워 보이는 거지 속은 참 따뜻해요. 오빠도 오래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이승하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대했다. 그래서 택이, 소수빈, 소지섭 같은 사람들이 평생토록 그를 따랐던 것이다. “이승하랑 오해 지낸다고?” 상연훈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앞으로 너랑 네 아이 보러 가는 게 전부일 거야. 그 사람과는 친해지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 어차피 우리 둘, 루드웰에서도 싸웠잖아.” 게다가 할아버지와 얽힌 일들 때문에 서로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할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끝내고 이승하가 원한다면, 서유를 위해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싸웠다고요?” 서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오빠, 그 사람 이길 수는 있었어요?” 서유의 의심에 상연훈은 소매를 걷어 단단한 팔뚝을 드러내며 턱을 치켜들었다. “네 오빠인 내가 이 팔 힘으로 그 사람한테 질 리가 있겠어?” 서유는 그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오빠, 의외로 대단한데요?” 상연훈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네가 네 남편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그런 거지.” 서로 장난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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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2화

강중헌은 죽기 전까지도 강도윤의 출생 비밀에 대해 끝내 함구했다. 강도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 점에서 강도윤은 약간의 감동을 느꼈다. 사실 강도윤에게 강중헌은 자신의 출생을 속이고 적을 아버지로 여기게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강중헌은 그를 해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에게 매우 잘해줬다. 어릴 적 우유를 먹이는 일조차도 강중헌이 직접 했을 정도였다. 본부의 S 멤버가 강중헌의 사망 소식을 전해왔을 때, 강도윤은 해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전화를 들고 여러 번 물었다. 강중헌이 죽기 전 상철수에게 무슨 말을 남겼는지. 그러나 멤버들은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 순간, 강도윤은 고개를 숙이며 자연스레 눈물을 흘렸다. 그는 멤버들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식사하셨습니까?” 멤버는 대답했다. “어르신은 최근 상철수 씨의 추격을 피해 밤낮으로 싸우며 며칠간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식사를 하실 시간이 없으셨습니다.” 멤버는 이어 말했다. “어르신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가 있습니다. 강세은 양을 잘 보살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어릴 때부터 도련님을 좋아했으니 절대 그분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세은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 양아버지의 마지막 싸움을 돕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듯했다. 만약 자신들이 함께했다면, 양아버지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갈등과 복수는 어떻게 끝날 수 있을까? 마치 죽음만이 그 답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강씨 집안이 남긴 이 업보를 갚을 수 있을까? 강도윤일까? 강도윤은 너무나도 무고한 존재였다. 강도윤을 위해서라도 강중헌은 스스로 모든 업보를 짊어지기로 결심했다. 이 삼대에 걸친 복수의 고리는 그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전화기 너머에서 강도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승하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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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3화

이 모든 일들은 나중의 이야기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서유의 출산이었다. 그래서 이승하는 Y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이연석의 집에 아내를 데리러 갔다. 그가 없는 이틀 동안 서유는 정가혜의 집에 머물며 이연석의 아이를 안으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행히 이연석은 딸을 더 좋아해서 서유가 ‘깡순이’를 안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뭐든 허락해 줬다. 두 사람이 있으니 정가혜는 편히 손을 놓고 침대에 누워 산후조리를 할 수 있었다. 이승하가 저택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이연석은 마침 아이를 안고 있던 서유와 함께 있었다. “형수님, 보세요. 형이 우리 아이한테 애칭을 지어줬으니까 저도 형수님의 아이에게 애칭을 하나 지어드릴게요!” 이연석은 아이를 능숙하게 안은 후 한 손을 비워 ‘오뚝이’와 서유 품의 ‘깡순이’를 가리켰다. “통일성을 위해 ‘빵순이’ 어떠세요? 이렇게 하면 오뚝이랑 깡순이가 친구가 되겠죠. 좋죠?” “별로.” 서유가 대답도 하기 전에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둘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니 겨울 햇살을 받으며 걸어오는 완벽하게 잘생긴 남자가 보였다. 그가 서유 앞에 다가와 길고 하얀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아 올리더니, 바로 이연석에게 되돌려주었다. “집안에 이런 둘이면 충분해.” “...” 충분하다니... 이연석은 이를 악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형, 형처럼 이렇게 이중잣대인 사람은 처음 봐!” 이승하는 이연석을 무시하고 곧바로 몸을 숙여 서유를 소파에서 들어 올렸다. “여보, 집에 가자.” 서유는 정가혜의 아이가 조금 아쉬웠지만, 이제 남편이 해외에서 돌아왔으니 집에 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응.” 이승하는 서유를 단단히 안고 발걸음을 밖으로 옮겼다. “빵순아!”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이연석의 귀를 찢는 외침이 들려왔다. “난 몰라! 난 무조건 형네 아이를 ‘빵순이’ 라고 부를 거야!” 서유는 약간 고개를 들어 이승하의 튼튼한 팔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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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이승하는 아기의 모습을 뚜렷하게 보려는 듯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눈가가 뜨거워졌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이승하였지만, 그를 잘 아는 서유는 그의 눈매에서 깊은 감동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이승하의 긴 손가락을 잡아 자신의 배 위로 옮겼다. 그 손이 닿은 위치는 마침 아기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자리였다. 두 사람의 손바닥이 배를 사이에 두고 꼭 맞닿아 있었다. 마치 아기가 아빠에게 인사하는 듯 자연스러운 조화였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아기의 작은 손 움직임에 겨우 억누르던 이승하의 뭉클함이 다시금 치솟았다. 이때 서유가 부드럽게 물었다. “여보, 우리 아기 귀엽지 않아요?” 그 순간 이승하는 심장이 세차게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만약 이 원장이 곁에 없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서유를 안고 배에 얼굴을 묻으며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여보, 난 두 사람 모두 너무 사랑해.”이승하의 격한 감정은 떨리는 손끝에서 드러났지만 그는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서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여보, 아들이라고 생각해요? 딸이라고 생각해요?” 이승하는 애정 어린 눈길로 초음파 화면에 보이는 아기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봤지만,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진심으로 말했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당신이 낳은 아기라면 다 좋아.” 아이의 엄마가 서유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뼛속까지 사랑하는 남자는 자연히 모든 것을 사랑했다. 아이는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기에 중요하지만 서유에 비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서유는 이승하와 반대였다. 그녀는 이승하를 사랑하면서도 그들의 아이를 똑같이 사랑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아이의 성별에 개의치 않았고 단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검사 결과, 아이는 건강했고, 다음 검진 때까지 별문제는 없었다. 이승하는 서유를 부축해 차로 데리고 갔다. 집에 도착하자 피곤했던 서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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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서유가 넘어졌을 때, 마침 이승하가 돌아오던 중이었다. 그는 상황을 재빨리 알아차렸고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도 지체하지 않아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서유는 곧 의식을 되찾았지만, 이승하는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이 원장에게 전신 검사를 지시했다. 이전에 서유는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임신 이후에도 주기적인 산전 검진을 받지 않았고 이번에도 간단한 검사만 했을 뿐이었다. 특히 서유는 이번에 목욕 전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넘어졌는데, 이는 목욕으로 인한 산소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이승하는 더욱 불안해하며 정밀 검사를 고집했다. 이 원장은 검사를 마친 뒤, 서유의 과거 진료 기록을 확인하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여러 번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고, 심지어 심장 이식 수술까지 받았으며 시력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몸 상태라면 임신성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아도 의사의 세심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지금의 상황은 정상 분만에 전혀 적합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 사실을 이승하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 원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이태석이었다. 이태석은 이승하가 쓰러진 서유를 병원으로 데려온 것을 알고, 서유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이 사실을 숨기라고 명령했다. 이 원장은 이태석의 말을 듣고 그가 서유의 출산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의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르신, 며느리분의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습니다. 이제는 임신성 고혈압까지 생겼는데 억지로 자연분만을 강행하면 산모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이 원장은 자신의 실력으로 아기는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산모는 대출혈과 각종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태석은 차갑게 대답했다. “지금 임신 7개월을 넘겼으니 수술하는 것도 위험해. 차라리 아이를 낳은 후에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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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이 원장은 차갑고 우아한 분위기의 이승하가 갑자기 섬뜩하고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지만, 설명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위험성을 포함한 평가 결과를 계속해서 전해야 했다. “만약 주 원장님이 계셨다면, 지속적으로 사모님의 건강을 세심히 관리하셨을 겁니다. 그렇게 했다면 임신성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아무리 몸 상태가 나빠도 출산의 고비를 넘길 가능성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갑작스럽게 임신성 고혈압이 생긴 데다, 혈액 응고 장애까지 동반되었습니다.”“물론 혈액 응고 장애는 많은 임산부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며, 치료를 통해 출산 중 대출혈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모님의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은 상황에서 임신성 고혈압까지 겹쳐 출산 도중 대출혈이 발생하거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현재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출산을 강행할 경우 태아가 너무 커 난산으로 산모가 사망하거나 대출혈, 혹은 기타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존 가능성은 10%에 불과합니다.”“둘째, 지금 당장 유도 분만을 시행하는 겁니다. 물론 이 역시 위험하지만, 태아가 아직 크지 않아 산모가 생존할 확률이 30%로 더 높습니다.” 현재 아이는 이미 7개월을 넘겼고, 산모에게 조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유도 분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데, 두 경우를 비교해 보면 후자가 조금 더 희망적이었다. 이 원장의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한 단어 한 단어 이승하의 귀에 꽂힐 때마다, 그것은 마치 악마가 그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승하는 손에 든 보고서가 차갑게 느껴졌고, 온몸의 혈액이 얼어붙은 듯했다. 그는 몸이 떨리고 감각을 잃는 차가움을 느꼈다. 이 원장이 그의 귀에 대고 이름을 부르며 그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을 때, 이승하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깨어났다. “대표님, 두 번째 선택지를 택하신다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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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화

그 시각, 이태석 역시 막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소파에 제대로 앉지도 못했을 때 거실의 통유리창 너머로 이승하의 차가 급가속하며 저택으로 들이닥치는 모습을 보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대문은 차에 부딪혀 부서졌고 놀란 하인들은 모두 뒤로 물러섰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분노에 가득 찬 걸음으로 곧장 거실로 들어섰다. “이태석 씨, 당신은 서유가 아이를 낳는 게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저한테 숨겼습니까? 이제는 아이를 낳아도, 낳지 않아도 죽게 생겼는데, 당신은 내가 서유를 잃고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이승하의 격렬한 추궁과 분노에 이태석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태연히 탁자 위의 찻잔을 들었다. 그러나 찻잔을 입에 대기도 전에, 그의 앞에 선 이승하가 단번에 탁자를 발로 차 뒤집었다. 찻잔이 떨어지며 뜨거운 차가 이태석의 손등 위로 쏟아졌다. 옷과 바지를 적신 물기가 처음엔 뜨겁더니 금세 차가워졌다. 그런 감각을 느끼며 이태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앞의 분노로 가득 찬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너 같은 유전자를 가진 놈은 반드시 집안의 후계자를 낳아야 해. 네가 고집을 부려 애도 못 낳는 여자를 아내로 삼았잖아. 그래서 내가 하 박사를 불러 서유를 임신하게 만들었어. 이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됐는데, 그걸 숨겼다고 날 원망해? 세상일이 다 네 맘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태석의 입에서 나온 이기적이고 냉혹한 말은 그의 차가운 본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승하는 그런 냉혈한의 태도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황금빛 단도를 뽑아 들었다. 이태석은 이승하가 이렇게 큰 분노를 드러낸 것은 처음 보았기에,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네가 이런 잔인한 기운을 품고 있으니 이런 재앙이 서유에게 돌아오는 거야!” 그 한마디에 이승하의 얼굴이 굳어졌다. 손에 쥔 칼날은 방향을 틀었고 날카로운 칼날이 소파에 꽂히는 순간, 이태석은 숨을 크게 내쉬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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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화

전화기 너머의 이 원장은 잠시 침묵한 후 신중하게 대답했다. “대표님, 사모님의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유도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수술을 통해 최대한 태아를 살리려고 하겠지만...” 이 원장은 말을 잠시 멈춘 뒤 계속했다. “사모님은 과거에 대형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셨고 심장 이식을 하신 데다 시력도 좋지 않으십니다. 게다가 현재 임신성 고혈압과 혈액 응고 장애까지 동반된 고위험 산모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술로 조산아를 출산한다 해도 생존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그리고 산모의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건 너무나 위험합니다. 수술 중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기에, 태아를 살리려다가 산모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 심지어 산모와 태아 모두 잃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원장은 확답을 내릴 수 없었기에 처음부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아이를 선택할 경우, 모든 의료 자원을 총동원해 산모가 정상 분만까지 버티게 할 수 있지만, 분만 후 산모는 거의 목숨을 잃게 된다.이태석이 이승하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서유가 정상 분만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 이유는 유도 분만이나 수술 모두 아이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의사로서 산모의 생명을 우선시해야 했다. 이승하가 이 원장에게 전화를 건 이유 역시 아내와 아이를 모두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모와 태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아내의 생명이 최우선입니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승하에게 아이는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던 존재였다. 그가 원하는 건 오직 서유뿐이었다. 물론 태아의 움직임과 초음파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세상 그 무엇도 서유보다 소중할 수는 없었다. 결정을 내린 이승하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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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9화

“그렇게 하면 네 생존 확률은 10%에 불과해. 지금 아이를 꺼낸다면 30%까지는 가능해.” 이승하는 다른 손으로 서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녀의 눈썹, 이목구비, 얼굴선을 섬세히 그렸다. “서유야, 난 네가 다시 떠나는 걸 견딜 수 없어. 아이는 신경 쓰지 말고, 네 목숨부터 살려야 해. 알겠지?” 그의 말을 들은 서유는 온몸이 얼음 속으로 떨어진 듯했다. 자신의 생존 가능성이 10%와 30%로 나뉜다는 말은, 결국 어떻게 해도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자신도, 아이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밀려왔다. 생사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던 그녀였지만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하... 그녀는 촉촉해진 눈망울을 들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죽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당신을 두고 떠나는 건 정말 싫어요.” 그와 헤어질 생각만으로도 서유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뺨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이승하의 손등에 닿았다. 그 따뜻한 눈물은 마치 그의 목을 조이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에 가슴이 죄어오는 고통을 느꼈다. 이승하는 그 아픔을 견디며 그녀의 손을 자신의 심장 위로 가져갔다.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난 네가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의 허락 없이는 저승사자조차 그녀를 데려갈 수 없었다. 설령 그녀를 데려간다 해도, 그는 그 뒤를 따라 지옥의 악령이 되어 모든 저승사자를 무너뜨릴 것이다. 이승하의 충혈된 눈을 바라보며 서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 심장 이식도 했고, 지금은 임신성 고혈압에 혈액 응고 장애까지 있어요. 솔직히 내가 살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그녀는 그의 손을 밀어내며 자신이 부풀어 오른 배 위에 올렸다. 마치 어떤 결심을 한 듯, 담담하게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내가 죽을 가능성이 높다면 차라리 아이를 살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모든 어머니는 아이를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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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이승하는 최고 수준의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서유의 상태를 다시 평가하도록 했다. 그녀와 아이 모두를 살릴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의사들이 내놓은 결과는 이 병원의 이 원장이 말한 것과 동일했다. 그는 이번엔 조지와 워싱턴 병원의 원장에게 보고서를 보내 자문을 구했다. 두 사람 모두 보고서를 검토한 후, 임신성 고혈압으로 수술을 할 경우 대량 출혈, 심부전, 뇌출혈 등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서유는 게다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결과는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였다. 조지와 워싱턴 병원 원장은 산부인과 수술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다른 권위 있는 전문가를 찾아 이승하에게 추천했다. 그 전문가는 이승하를 만난 자리에서 병원의 이 원장과 함께 힘을 합쳐 30%의 성공 가능성을 4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수술의 위험성을 인정하며, 확실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선택지는 30% 또는 40%의 가능성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둘 다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그는 의사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수술을 완벽하게 성공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며, 그렇지 못하면 그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위협적인 말을 남겼다. 그의 강렬한 압박에 의사들은 어쩔 수 없이 수술 전 또 한 번의 심도 있는 평가 회의를 열었다. “임 선생님, 이번 수술의 집도는 임 선생님이 맡아줘요. 아이를 꺼낼 때 아이의 생명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저는 추가로 다른 의사를 대기시켜 만일의 상황에 즉시 응급 처치가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장님, 산모의 현재 상태로는 첫 칼을 대는 순간 대량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가능한 한 신속히 지혈하며 산모를 살리는 데 집중할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지만은 없어요. 지금은 아이의 생사보다 산모의 생명을 먼저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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