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지금의 그로서 는 서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용기가 있었다.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녀는 이내 그에게 주소를 알려주었고 주소를 받은 남자는 곧장 절로 향했다. 감은사는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한 발짝 앞으로 걸을 때마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여태껏 부처님을 믿지 않았던 남자는 예전 같으면 그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만 생각했겠지만 지금...양복 차림을 한 그가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가며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무릎이 다 까지고 이마가 부딪혀 피를 흘리면서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산꼭대기에 오른 그가 부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을 들고 두 손을 모은 채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불을 피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부처님, 세 가지 청이 있습니다. 첫째, 서유가 하루빨리 깨어나게 해주십시오.둘째, 아이가 건강히 자라게 해주십시오.셋째, 아내와 아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다른 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뜻을 이루게 해주신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치겠습니다. 재물은 물론이고 제 목숨까지 다 바치겠습니다. 그는 절에 있는 모든 신들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그때, 그의 이런 경건한 모습을 보고 한 스님이 다가와 그에게 소원 띠를 건네주면서 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걸어두라고 했다. 그럼 신께서 그걸 보신다고...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소원 띠를 받아 붓을 들어 소원을 적었다. 그러고는 시큰거리는 다리를 짚고 사다리에 올라가 소원 띠를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걸었다. 띠를 묶고 내려오려고 하는데 얼룩덜룩한 나뭇가지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소원 띠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와 소원 띠가 날아갔다. 사다리에서 내려와 나무 밑에 서서 소원 띠를 뒤적거렸다. 잠시 후, 소원 띠를 발견한 남자는 자신의 이름
Last Updated : 2024-12-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