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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471 - Chapter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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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1화

아무리 서유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남편인 이승하보다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육성재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좋아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을 남들이 뭔 상관이겠는가?다만 이런 서유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는 많이 후회되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날 그녀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솔직하게 대답할 걸 그랬다.나약한 자신을 원망했고 끝까지 예의를 지킨다고 선을 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서유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비하면 이런 감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할 수만 있다면 하느님께 그녀를 대신해 자신이 이 고통을 받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그럼 이승하와 서유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아무도 그의 죽음은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 그러나 서유는 그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승하는 물론 정가혜, 연이 그리고 갓 태어난 그녀의 아들... 그녀를 아끼는 사람이 이 세상에 너무도 많다. 그가 마음속으로 하늘에 빌고 있을 때, 검은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비를 맞으며 차에서 내리더니 다급한 걸음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송사월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서유는 이미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승하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곁을 지키며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의사의 말은 단호했고 사람들은 서유가 깨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중환자실 밖에서 하루 동안 지켜보고 있다가 하나둘씩 자리를 떴고 이승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서유는 단지 길을 잃었을 뿐, 곧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는 소수빈과 소지섭에게 세계 각지에서 유명한 의사를 찾아보라고 하였다. 언젠가는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약속대로 그녀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가 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송사월은 피범벅이 된 서유를 보지 못하고 중환자실 유리창 너머로 창백한 얼굴의 이승하가 그녀의 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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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송사월은 예의를 지켰고 선을 넘지 않았다. 서유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굳건하게 사랑했다. 그 마음이 귀하다고 생각한 이승하는 고개를 들고 정직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핏발이 선 그의 눈망울에 복잡한 감정이 차올랐다. 중환자실의 문이 닫히려고 할 때 차가운 목소리가 송사월의 귓가에 들려왔다. “고마워요.”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병상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들 앞에서는 늘 당당하던 남자가 서유의 앞에서는 한껏 작아진 모습이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진심으로 그한테 고맙다고 하는 것이겠지...그 후, 송사월은 여기저기서 의사를 수소문하였고 찾는 족족 의사를 병원에 데리고 왔다. 그러나 그들은 서유의 상황을 보고 피터와 똑같이 깨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했다. 육성재가 찾아온 의사도 그렇게 말했고 상씨 가문, 이씨 가문 그리고 김씨 가문에서 찾아온 의사도 하는 말이 똑같았다.희망이 없다는 의사들의 말에 상철수는 모든 잘못을 이태석의 탓으로 돌렸다. 이태석이 퇴원 후, 기회를 봐서 차로 그를 치어 죽일 작정이었다. 어차피 살 생각이 없었던 터라 노인네 하나쯤 끌어들여 같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상철수가 액셀을 미처 밟기도 전에,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 이태석을 향해 대형 화물차가 돌진했고 그가 타고 있던 차량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 광경에 상철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의 말을 떠올렸다. 악한 사람은 하늘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한편, 이태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승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는 오직 서유를 구하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하지만 매번 불타올랐던 희망은 의사의 답변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아이한테 문제가 발생하였다. 밤낮으로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던 남자는 매일 병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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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아이를 건네받지 않은 그 모습에 정가혜는 더 이상 그를 강요하지 않았다. 서유가 이렇게 된 게 아이 탓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아이를 멀리하는 것은 아닌지...그녀는 아이를 안아 서유 옆에 놓고는 서유의 손을 잡아 아이의 아랫배에 가져다 댔다. 엄마와 아들 사이에는 마음이 통하는 것인지 서유의 손을 얹는 순간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이승하는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아이의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엉엉 울고 있던 아이는 남자의 손이 닿자 천천히 울음을 그쳤고 눈물을 머금은 깨끗한 눈을 뜨고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승하를 쳐다보면서 작은 손으로 이승하의 새끼손가락을 잡았다. 아이의 작은 손이 그의 새끼손가락을 잡는 순간, 아이한테 이승하는 이 세상의 전부였다. 그가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쏟았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흐느끼면서 그가 서유를 향해 애원했다. “당신은 언제쯤이면 깨어날 수 있을까? 당신이 다시 깨어나지 않으면 난 어떡하라고... 나 정말 너무 힘들어...”옆에 있던 정가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서유는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고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기만 했다. 석 달이 되던 그때, 소수빈과 소지섭은 수소문 끝에 연세가 있는 한의사 한 명을 찾아냈다. 그 의사는 의식불명인 환자를 치료하는 걸 전문으로 하였다. 그러나 나이가 있어 진작에 퇴직하고 외국에 머물고 있었다. 소수빈과 소지섭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니다가 끝내 상대방의 주소를 알아냈다. 한의사는 환자를 치료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고 상대가 JS 그룹의 안주인이라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치료하지 못할까 봐 더더욱 두려워하며 거절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승하는 한의사가 서유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말의 희망조차 놓치고 싶지 않아 3일 동안 시간을 내서 외국으로 갔다. 거액의 돈을 챙겨와서는 한의사에게 몇 번이나 부탁하여 그를 서울로 데려갔다. 서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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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지금의 그로서 는 서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용기가 있었다.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녀는 이내 그에게 주소를 알려주었고 주소를 받은 남자는 곧장 절로 향했다. 감은사는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한 발짝 앞으로 걸을 때마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여태껏 부처님을 믿지 않았던 남자는 예전 같으면 그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만 생각했겠지만 지금...양복 차림을 한 그가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가며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무릎이 다 까지고 이마가 부딪혀 피를 흘리면서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산꼭대기에 오른 그가 부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을 들고 두 손을 모은 채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불을 피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부처님, 세 가지 청이 있습니다. 첫째, 서유가 하루빨리 깨어나게 해주십시오.둘째, 아이가 건강히 자라게 해주십시오.셋째, 아내와 아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다른 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뜻을 이루게 해주신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치겠습니다. 재물은 물론이고 제 목숨까지 다 바치겠습니다. 그는 절에 있는 모든 신들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그때, 그의 이런 경건한 모습을 보고 한 스님이 다가와 그에게 소원 띠를 건네주면서 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걸어두라고 했다. 그럼 신께서 그걸 보신다고...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소원 띠를 받아 붓을 들어 소원을 적었다. 그러고는 시큰거리는 다리를 짚고 사다리에 올라가 소원 띠를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걸었다. 띠를 묶고 내려오려고 하는데 얼룩덜룩한 나뭇가지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소원 띠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와 소원 띠가 날아갔다. 사다리에서 내려와 나무 밑에 서서 소원 띠를 뒤적거렸다. 잠시 후, 소원 띠를 발견한 남자는 자신의 이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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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침대는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있었고 유리창이 조금 열려 있어 산들바람과 함께 눈꽃이 안으로 들어왔고 하얀 커튼이 살랑살랑 흔들려 시원한 느낌이 침대 위를 스쳐 지나갔다.기온의 변화를 느낀 서유가 천장에서 눈을 떼고는 천천히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았다. 깨끗한 하늘에 하얀 눈송이가 꽃잎처럼 흩날렸다. 손가락을 움직여서 날아오른 눈송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움직이기만 해도 고통이 전해졌다. 손끝에서부터 배, 심장, 하반신 그리고 머리까지 온몸이 떨릴 정도로 아파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때, 병실 입구에서 의약 상자를 들고 있던 한의사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서유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흠칫하더니 이내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 눈꺼풀을 뒤집어 보고 맥박을 짚어보고 정말 깨어난 것인지를 확인했다. 잠시 후, 확인을 마친 그가 소리를 질렀다.“가혜 씨, 사모님께서 깨어났습니다.”화장실에서 수건을 씻고 있던 정가혜는 한의사의 감격스러운 소리에 급히 화장실을 뛰쳐나왔다.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서유의 모습에 그녀는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속에 쌓인 감정이 폭발했다.“서유야.”그녀는 달려가 서유의 손을 덥석 잡았고 기쁨에 겨워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드디어 깨어났네.”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서유가 계속 깨어나지 않는다면 이승하는 물론 그녀도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늘이 도운 건지 다행히도 서유는 드디어 깨어났다.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 서유는 손을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려고 하였지만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가혜야...”이름을 부른 것뿐인데 메마른 목구멍에서 통증이 전해져 한 글자도 더는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한의사가 재빨리 의약 상자를 열고 은침 몇 개를 꺼내 그녀의 팔에 찔러 넣었다.침을 놓자 통증이 순식간에 많이 줄어든 것 같았지만 여전히 아팠고 몸에 꽂혀있는 튜브가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튜브를 뽑으려고 발버둥 치니 한의사가 그녀를 막아섰다.“방금 깨어났으니 완쾌할 때까지는 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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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정가혜는 절망스러운 얼굴을 한 채 의자에 주저앉았다.“선생님, 기억상실증인가요? 어떻게 열여덟 살 전의 일만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그 물음에 한의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글쎄요. 정확한 건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바로 의사한테 검사 진행하라고 하겠습니다. 승하 씨가 돌아오기 전에 기억이 돌아와야 해요.”정가혜는 진심으로 이승하가 걱정되었다. 하여 그가 절에서 돌아오기 전에 서유가 기억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검사 결과 의사들은 뇌출혈로 인한 일시적인 기억상실이라고 했다. 그 말인 즉 서유의 기억은 지금 열여덟 살에 멈춰있고 그 후의 일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검사 결과를 듣고 정가혜는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럼 기억은 언제쯤 회복되는 거예요?”검사 결과를 내려놓으며 의사가 대답했다.“구체적인 건 환자의 상태에 달렸습니다.”“약물 치료를 할 수는 없나요?”“기억이라는 게 약물로 치료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뭔가 자극이 필요한데...”자극이라면... 그녀는 서유가 목숨 걸고 낳은 아이가 생각나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난 반년 동안 아이는 정가혜가 데리고 있으면서 돌보았다. 모유 수유도 직접 했고 함부로 다른 사람의 손에 아이를 맡기지 않았다.그녀와 이연석의 정성 어린 보살핌 끝에 아이는 지금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귀여운 아이를 보면 서유가 분명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이승하가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집에 가서 아이를 데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병원을 나서자마자 마침 송사월과 마주쳤다.“누나, 서유는 오늘 좀 어때요? 깨어날 기미 없었어요?”발걸음을 멈추던 그녀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깨어났어. 깨어나긴 했는데...”서유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어두웠던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반짝였다.“정말이에요? 다행이네요.”그가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서려 할 때, 정가혜가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깨어나긴 했지만 기억을 잃었어. 열여덟 살 전의 일만 기억하고 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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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자신의 얼굴이 비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그는 한순간 넋을 잃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젠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니.”송사월과의 아이가 아니라면 이승하와의 아이겠지. 낯선 이름, 낯선 사람 때문에 그녀는 매우 혼란스러웠다.“우리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한 거 아니었어? 왜 헤어진 거야?”정가혜와 의사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남편이 이승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가장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은 송사월인데... 왜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된 걸까?그녀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마음속에서 갈등하던 송사월은 결국 그녀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내가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과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 말이 너무 슬펐다.“네가 그랬잖아. 영원히 날 사랑할 거라고. 이런 핑계 대지 마. 하나도 믿지 않으니까.”마음이 변한 건 내가 아니라 너라는 말을 그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네가 나보다 널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거야. 그 사람이 돌아오면 우리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너도 알게 될 거야.”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눈을 보며 그녀는 뭔가 깨달은 듯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돼서 우리가 헤어지게 된 거구나...”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소수빈과 소지섭의 부축을 받으며 이승하가 병실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왔다. 정가혜가 아닌 의사한테서 소식을 들었을 때, 이승하는 한창 부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는 중이었다. 서유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무릎이 아파 일어서질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소수빈과 소지섭의 부축을 받아 겨우 병원으로 돌아왔다. 의사는 서유가 깨어났다는 말만 하고 그녀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 깨어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동안 늘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느슨해졌다. 절망스러웠던 그의 눈빛에 다시 희망이 불타올랐다. 소수빈과 소지섭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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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그녀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내 목숨까지 다 바치겠다고 부처님께 애원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의 목숨을 빼앗아 가지 않았고 서유는 기억만 잃었을 뿐 무사히 의식이 돌아왔다. 어찌 보면 수지에 맞는 장사다.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헛웃음이 나왔다. 십여 년 동안 그녀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은 그저 한 여름날의 꿈에 불과했던 것일까?수척하고 초췌한 얼굴과 핏발이 선 그의 두 눈, 쓴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마음이 불편했다. 심장이 또 고장 난 줄 알고 손을 뻗어 가슴을 누르니 이상한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이때 송사월이 그 틈을 타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서유야, 남편이 돌아왔으니까 잘 얘기 나눠봐. 난 이만 가볼게. 다음에 또 보러 올게.”그가 자리를 뜨려 하자 서유가 급하게 그를 향해 소리쳤다.“가지 마. 나 저 사람 모른단 말이야. 나 혼자 여기 두지 마. 무서워.”무섭다는 그녀의 말이 비수처럼 이승하의 심장에 박혀버렸다. 그 칼이 심장을 관통하여 그의 목숨을 조금씩 조금씩 앗아갔다. 여전히 침대에 기대고 있던 남자는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짙은 눈을 내리깔고는 겁에 질려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내가 무서워?”그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낯섦이 두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송사월을 쳐다보았다. 그는 예전의 그녀가 송사월을 어떻게 사랑했는지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잠결에 송사월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았을 뿐, 지금 이리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침대 시트에 놓인 손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피부를 긁어 피가 흘러내렸고 그가 통증을 억누르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절망적인 눈을 들어 송사월을 쳐다보았다. “날 무서워한다니 당신이 여기 남아있어요. 난... 먼저 가볼게요.”그 말을 하면서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이 볼까 봐 두려웠던 건지 이승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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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송사월은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힘들게 여기까지 왓는지 그녀에게 다 얘기해줬다. 그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서유는 약간 멍해졌지만 이내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가 한 얘기들은 전부 다 소설 같아. 내가 겪었던 일 아닌 것 같아.”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예전에 내가 기억을 잃었을 때도 그랬어. 네가 찾아와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줬었는데 그때 나도 소설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었지... 그래서 내게 없는 낯선 기억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다시 기억을 찾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어. 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 함께하고 있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나한테는 더 이상 널 붙잡을 자격이 없다라고...”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서유야, 너한테 이런 말을 해주는 건 네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길 바라서가 아니야.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지 마. 나중에 네가 나처럼 후회하는 걸 난 원치 않아.”그녀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고 이승하의 절망적인 모습을 떠올렷다. 여전히 낯설기는 했지만 그 남자가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 순간, 그녀는 막막하기만 했다. 미간을 찌푸리며 그와 관련된 일에 대해 애써 기억해 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고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더 아팠다. 머리 전체가 폭발하는 것처럼 아팠고 온몸의 상처까지 덩달아 터질 것 같았다. 결국 엄청난 통증에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깜짝 놀란 송사월은 미친 듯이 의사를 불렀다. 마침 아이를 안고 병실을 들어서던 정가혜는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의사가 들어와서 응급처치를 했지만 서유는 여전히 혼수상태였다. 한의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환자가 기억을 잃어서 조급한 건 알겠는데 이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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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이연석이 제때에 나타나 이승하의 머릿속에 있는 칩에 바이러스가 있어 움직이면 폭발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정가혜는 그 사실에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편, 루드웰에 있을 때 그 칩이 이승하의 머릿속에 박혔다는 걸 안 소수빈과 소지섭은 불같이 화를 내며 벽을 내리쳤다. “개자식들. 감히 대표님한테!”머릿속에 뭐가 들어있으니 바이러스가 폭발하는 것은 둘째 치고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러나 겉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이승하 때문에 그들은 이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루드웰의 그 인간들을 처참히 죽여버렸을 것이다. 이승하의 머릿속에 칩이 있는 사실을 병원에서 알아낸 뒤, 그 비밀은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고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듣고 너도나도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때, 이승하는 이미 의식이 돌아온 상태였다. 분노에 가득 찬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아무 반응도 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유 때문에 다친 그의 마음을 정가혜는 잘 알고 있었다. 분노에 찬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녀는 그저 이승하가 안타까운 마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모든 사람이 떠난 뒤, 그녀가 그에게 다가와 위로를 건넸다.“서유는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은 것뿐이니 곧 기억이 다시 돌아올 거예요.”짙은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아래로 늘어지면서 눈 밑에 차오르는 희망을 덮어버렸다.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건 서유의 기억상실이었을까? 그게 뭔지는 그 자신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쩌면 알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문득 자신이 너무 속 좁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나인데 굳이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누구인지를 따져야만 했던 걸까?일시적인 기억상실이 ‘영원히’가 될까봐 마음을 졸였던 건지도 모른다. 송사월도 기억상실로 인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니까. 그녀가 그를 완전히 밀어낸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그 생각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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