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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481 - Chapter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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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1화

이승하의 뇌 속 칩 문제를 두고, 이씨 집안 사람들은 상철수를 찾아가서 그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상철수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이건 이씨 집안 장녀인 이승연이 한 말이다.이제 이태석은 세상을 떠났고, 전체 저택은 이승연이 관리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승하가 상철수에게 뇌수술을 당했고, 칩까지 이식한 걸 알게 된 후, 이씨 집안 사람들과 함께 북미로 떠났다.이씨 집안 사람들은 거세게 밀고 들어왔고, 상철수는 이를 진압할 능력이 있었지만, 본래 자신이 잘못한 일이었기에 뭐라 말하지 않고, 이씨 집안 사람들이 마음대로 때리고 욕하도록 내버려두었다.이승연과 몇몇 동생들이 상씨 집안에서 난리를 친 후, 드디어 목적을 말했다.“지금 당장은 당신을 죽이진 않을 거예요. 다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내 동생 뇌 속의 칩을 빼내요. 그렇지 않으면...”분노와 증오의 말을 끝까지 내뱉지는 않았지만, 상철수는 그녀의 위협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뇌과 수술에 능숙한 박사를 알고 있어. 먼저 그 사람을 데려가서 이 대표의 상태를 확인하게 하고, 그 후에 약속을 하지. 괜찮겠나?”소파에 기대어 있던 이승연은 턱을 치켜들며 냉소적으로 말했다.“그 칩은 당신이 한 일이에요. 만약 그 박사가 칩을 빼낼 수 없다면, 그래서 내 동생을 치료할 수 없다면, 당신은 반드시 자결하고 사죄해야 해요!”즉, 지금 당장 상철수에게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씨 집안 사람들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씨 집안 형제자매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며, 상철수는 자신의 후손들을 떠올리고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약속하겠네.”그에겐 이미 남은 게 별로 없었다. 죽기 전에 서유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 다만 이승하 뇌 속의 그것은 확실히 까다로운 일이었다.상철수는 박사 피터와 함께 다시 국내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서유를 만나볼 시간도 없이, 이승연의 강요로 먼저 이승하를 보러 갔다.몸이 부서질 것 같은 이승하는 마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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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서유는 정가혜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힘겹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내가 목숨 걸고 낳은 아이인데... 한 번 안아볼 수 있을까?”기억을 잃고 모든 것이 낯설어졌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에겐 본능적으로 끌렸다. 그 아이를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들었다.정가혜는 아기를 침대 위에 눕히며 말했다.“지금 네 몸 상태로 어떻게 아이를 안겠어. 그냥 옆에 두고 만져보는 걸로 만족해.”아이가 내려지자, 그제야 서유는 아기의 생김새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하얗고 말랑말랑한 피부, 통통한 볼,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눈썹과 눈 아래에는 까맣고 또렷한 눈동자가 있었다. 마치 겨울에 녹기 직전의 얼음처럼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를 보며 떠오른 형용사들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치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거나, 혹은 이런 아이를 상상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서유는 아기의 오뚝한 코와 가늘게 빚어진 입술을 한참 바라보다가, 갑자기 겁에 질린 듯 손을 거둬들였다.“가혜야... 내 기억 속에 너희는 있는데, 아이는 없어. 없는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기억을 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이었다. 예전에 송사월도 그랬다. 그녀들이 찾아와 압박했을 때, 당황한 나머지 보안 요원을 불러 그녀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정가혜는 서유의 심정을 이해했다.“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으면, 당장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그냥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언젠가 이 대표와 아기의 존재에 익숙해지면, 그때 가서 천천히 받아들여도 늦지 않아.”정가혜는 의사의 조언을 따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접근하기로 했다. 과거 송사월을 몰아붙였던 것과 달리, 이번엔 서유를 다독이며 시간을 두었다.정가혜의 말을 들은 후, 서유의 두통 증상이 한결 가라앉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다시 아기의 볼을 만져보며 물었다.“정말 예쁘고 귀여운 아이야. 남자아이야, 여자아이야?”정가혜는 손에 들고 있던 젖병을 뒤에 있던 가정부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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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외손녀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서유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겨우 남편과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는데, 이번엔 외할아버지라니... 정말이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서유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자, 정가혜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지금은 자극을 받으면 안 돼요. 서유의 기억을 되돌리고 싶으시다면,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주세요.”상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이해하는 듯했지만, 병실을 떠나지 않고 지팡이를 짚으며 서서히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서유가 자극을 받으면 안 되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서유야, 이 대표에게는 시간이 없어.”그 말에 정가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상철수가 또다시 서유를 자극해 기절하게 만들까 봐 겁이 났지만,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가혜 양, 잠시만 병실 밖으로 나가줄 수 있겠나? 서유와 몇 마디 나누고 싶어.”그는 예의를 지키며 부탁했지만, 이미 상황은 강압적이었다. 결국 정가혜는 그의 사람들에 의해 병실 밖으로 나갔고, 유리창 너머로 안을 걱정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서유의 혼란스러운 시선이 그를 따라가는 동안, 상철수는 천천히 침대 옆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리고 아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죽기 전에 증손자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이제는 여한이 없다.”서유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아기를 끌어안았다. 기억은 없지만, 정가혜가 그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그녀의 눈에 담긴 경계심을 본 상철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기억을 잃어도 여전히 나를 경계하는군. 정말 고집은 타고났어. 그런데 그렇게 고집이 센 네가 왜 이승하는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그의 말에서 비아냥이 느껴지자 서유의 목소리도 차가워졌다.“고집은 타고났어도, 기억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그런 걸로 나를 비웃고 있다면, 그건 억지를 부리는 거죠.”상철수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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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긴급한 치료 끝에 서유의 생명 징후는 다시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번에 과연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너무 성급했어. 이번에 버텨내지 못하면 서유는 영영 깨어나지 못할지도 몰라...”피터는 서유를 치료한 후, 병상 옆에 앉아 있는 상철수를 살짝 책망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환자를 자극해서 기억을 되찾게 하려면, 좀 더 완화된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이렇게 무모한 방식은 잘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하지만 상철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오직 핏기 없는 서유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녀가 깨어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만약 서유가 이승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의 죽음을 들었을 때나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반드시 의지의 힘으로 깨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상씨 집안의 사람은 그래야 했다. 견고한 심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집안의 피를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고 그는 믿었다.상철수는 서유가 반드시 깨어날 것이며, 그의 극단적인 자극이 그녀의 기억을 곧 되찾게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생사의 문턱을 넘은 그녀에게 일시적인 기억 상실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게 그는 하루 밤낮을 꼬박 병상 곁에서 지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눈발이 흩날리는 새벽이 되었을 때, 상철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서유, 내 외손녀. 이제 깨어나야지.”24시간이 위험한 고비였다. 그 고비를 넘기면 괜찮겠지만 넘기지 못한다면 그는 자신의 손으로 외손녀를 죽인 셈이 되고, 이승하의 생명에 또 다른 죄를 더하는 셈이 될 것이다.시간이 조금씩 흘렀지만 서유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상철수는 손에 쥔 지팡이를 점점 더 꽉 쥐었다. 포기하려는 순간, 서유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상철수는 재빨리 피터를 깨웠다.“손가락이 움직였어! 빨리 와서 서유가 깨어날 것인지 확인해 줘.”피터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기계로 상태를 확인했다.“5분만 더 기다려봐. 눈을 뜨면 괜찮을 거야.”5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상철수에게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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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큰 고통을 견뎌냈을 이승하를 떠올리자, 서유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왔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조여오고, 눈물이 주르르 쏟아져 내렸다.그때 그가 왜 자신에게 이혼 서류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처음엔 그녀도 연지유에게 협박당한 줄로만 알았다. 그 후엔 상철수에게 협박받은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나자, 서유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이승하, 그 바보는 그녀가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마디도 내뱉지 않고, 모든 고통을 혼자 감당해냈던 것이다.그런데 자신은... 기억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열여덟 살 이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송사월을 사랑하던 때만을 기억하며 그를 완전히 잊어버린 채,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만을 했다.‘무서워.’그 세 글자를 내뱉고 난 후, 이승하의 절망에 찬 눈빛이 떠올랐다. 서유의 심장은 마치 칼에 찔린 듯 아파왔다.그가 어떻게 그런 말을 했을까?‘네가 깨어나기만 하면, 날 잊어도 상관없어.’그 말을 할 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서유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든 그를 만나야 했다. 비록 다리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두 손으로라도 기어서 그를 찾아가야 했다.관을 뽑은 자리에서 피가 흘러내려 옷을 적시고,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그럼에도 서유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철수의 눈은 점점 붉어졌다.“서유야, 외할아버지가 잘못했어. 내가 데려다줄게. 이승하를 만나게 해줄 테니까 나한테 기회를 줘.”상철수는 이승하를 여기로 부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서유가 직접 찾아가야만 두 사람 사이의 기억 상실로 인한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서유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무엇보다 승하 씨가 제일 중요해.’결국 상철수는 포기하고 문을 열어 정가혜를 안으로 들였다.정가혜의 부축을 받으며 서유는 비틀거리며 이승하의 병실로 향했다.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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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이승하가 정말로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은 서유의 기억 상실이 아니었다.그는 서유가 기억을 잃은 후, 송사월만 기억하고, 오직 자신만을 잊어버린 것을 더 마음 아파했던 것이다.그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서유의 마음 깊은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송사월이었을 거야.’사실, 서유가 기억해 낸 것도 송사월이었지, 이승하는 아니었다. 그녀 자신도 왜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서유의 침묵에 잠긴 표정이 이승하의 눈에 들어왔다.순간, 그의 마음이 시리게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은 잠깐이었다.그는 이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서유의 손을 놓고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됐어. 네가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설령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송사월이라 해도, 상관없어.”서유는 그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과다출혈에 합병증까지 겪으며 죽음의 문턱을 넘었고, 겨우 살아 돌아온 그녀가 지금 눈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승하에게는 기적이었다.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이제 무슨 소용이 있을까?이승하가 바란 것은 그저 서유의 평안과 아이의 건강뿐이었다.그 소망이 이루어진 지금, 자신의 사소한 감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서유는 아직 답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승하가 먼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심지어 그녀가 송사월을 더 사랑한다고 해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그의 야윈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서유는 천천히 손을 돌려 그의 손가락을 꽉 잡았다.“내가 송사월을 사랑했을 때, 사월이를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결혼하는 것뿐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서유는 다른 손을 들어 그의 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손가락 끝이 그의 이마에서부터 천천히 뒤로 미끄러져 내려갔다.“만약 언젠가, 당신 머릿속의 칩이 당신을 데려간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당신과 함께 이 세상을 떠날 거예요.”서유의 목소리는 이전에 없던 확고한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그 말은 마치 마법처럼 이승하를 둘러싼 고독을 단숨에 흩어버렸다.그는 깨달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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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정말이에요?”서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승하 씨, 당신은 항상 다친 걸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사실 당신이 겪은 일들은 하나같이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도 늘 나한테 숨기고,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죠.”말을 마친 서유는 난간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그저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반쯤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다.뽑아낸 주삿바늘 자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많지는 않았지만, 그 통증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렸다.서유가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 이승하는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보지 못했다.하지만 그녀가 일어서자마자 그는 비로소 그것을 알아차렸다.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린 이승하는 즉시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이는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선생님!”그는 서유를 품에 안고 큰 소리로 의사를 불렀다.하지만 서유는 그의 손을 막으며 조용히 말했다.“당신이 그 칩 때문에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나도 당신과 함께 이 고통을 나누고 싶어요.”이승하는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서유의 의도를 알고 있었기에, 눈을 내리깔고 무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 그러니까 의사를 부르게 해줘. 응? 피부터 멈추자, 응?”그의 입에서 마침내 인정하는 말이 나오자, 서유는 갑자기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그의 어깨에 파묻었다.“어떡하죠...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 머릿속의 칩을 빼낼 수 있을까요...”따뜻한 눈물이 그의 어깨를 적시고, 옷을 스며들어 이승하의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그는 서유가 그토록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려왔다.“바보야, 넌 의사가 아니잖아.”이승하는 길고 섬세한 손가락을 들어 서유의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가볍게 두드렸다.“걱정하지 마. 네 남편은 쉽게 죽지 않아. 그까짓 작은 칩 하나가 내 목숨을 앗아갈 수 없다고.”아이를 달래듯 하는 그의 말에 서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상철수 씨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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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이승하는 서유보다 빠르게 회복되었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가 서유를 돌보고 있었다.서유가 눈을 떴을 때, 이승하가 뜨거운 수건을 들고 그녀의 다리를 부드럽게 닦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오늘은 눈이 오지 않았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었다.금빛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그 남자의 모습을 비추었다. 마치 따뜻한 기운처럼 포근하게 서유의 가슴속을 채웠다.그의 손길은 매우 익숙하고 부드러웠다.그녀를 깨우지 않으려는 듯, 또 그녀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서유가 그의 따뜻한 시선을 느꼈을 때, 이승하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의사 선생님이 말했어. 혼수 상태가 길어지면 다리 혈액 순환이 안 되니까, 매일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주면 좋다고.”그는 간단히 설명하고, 옆으로 몸을 돌려 새로운 수건을 가져왔다. 그리고 종아리에 대고,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사실 이승하는 사람을 돌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 반년 동안 그는 많은 간호 지식을 익혔다.ㅍ서유가 깨어나고 나서 몸이 많이 약해졌을 때 돌볼 수 있기 위해서였다.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제 뼛속 깊이 스며들어,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이건 평생을 함께한 부부라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서유는 감동을 느끼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여보.”서유는 상체를 일으켜 남자를 안았다.“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지금 이 순간,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해요. 그 누구보다도 더요.”남자는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럼 나랑 아이 중에서 누굴 더 사랑해?”서유는 원래 감동을 받았었지만, 이 말을 듣고는 웃음이 나왔다. 자기 아들과 비교하다니, 이거 완전히 질투 왕이었다. 그녀는 이미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으므로 대답 대신 물었다.“그럼 당신은요? 나랑 아이 중에서, 누굴 더 사랑해요?”이승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히 너지. 그놈이 네 목숨을 위협했잖아. 그 애를 내가 사랑한다고? 그럴 리가 없지.”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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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계속 아쉬움이 남은 채로 이승하는 어쩔 수 없이 서유를 놓아주고는 불쾌한 눈빛으로 돌아서서, 이연석이 정가혜를 끌고 나가려는 모습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차라리 들어와. 마음껏 보고 가게.”이연석은 자신이 이미 뻔뻔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승하가 더 대단했다. 그는 두 번 혀를 찼다.“봐, 우리 둘째 형의 담대함 좀. 모르고 보면 생중계라도 하겠다는 줄 알겠네.”이승하는 여유로운 태도로 손가락을 들어 올려, 서유가 무너뜨린 셔츠를 바로잡고 1인용 소파에 기대앉으며 턱으로 이연석을 가리켰다.“내가 생중계한다면, 넌 볼 자신 있냐?”이미 방 안으로 들어온 이연석은 의자를 끌어다가 이승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유료야? 무료라면 내가 마지못해 형 방송의 첫 번째 시청자가 되어줄게.”이 말을 듣고 서유는 얼굴을 가렸다. 이 두 형제가 평소에 나누는 대화가 도대체 어떤 건지,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할 수 있다니.서유가 얼굴이 빨개진 것과는 달리, 정가혜는 이미 익숙한 듯했다. 특히 이연석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란 걸 잘 알기에, 평소에도 침대 위에서는 온갖 농담을 늘어놓다가 막상 내려오면 바지가 채 올라가기도 전에 황당한 농담을 또 해댔다. 하지만 그 농담이 이번엔 이승하에게까지 닿을 줄이야, 진정한 용자였다.‘용자’ 이연석은 한마디 더 하려다, 이승하의 차갑고 음산한 눈빛에 기가 죽어, 어쩔 수 없이 주제전환을 시도했다.“저기... 가혜야, 빵순이 좀 데려와서 형과 형수님께 보여드리자.”서유는 굳어진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정가혜가 아이를 안아서 그녀에게 건네줄 때, 약간 죄책감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아이를 받아들었다.“다 내가 잘못했지... 반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서, 아이 이름도 못 지었으니...”이연석은 형수를 의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형수님, 애 이름은 급하게 짓지 않아도 돼요. 돌잡이 때, 아이가 스스로 고를 수 있도록 하죠. 지금은 그냥 빵순이라고 불러요. 잘 자랄 것 같잖아요.”서유가 말을 꺼내기도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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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뭔가 감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갓 태어난 이 생명을 바라보는 순간, 이승하는 문득 깨달았다. 왜 이전에 서유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10%의 가능성에 매달렸는지를.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선택하게 되는 일이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선량한 본성이고, 또한 생명을 이어가는 본능이었다.이승하가 아기를 안고 햇살 속에서 미소 짓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유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다. 이 장면을 위해서라면 몇 번을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녀는 변함없이 이 아이를 선택할 것이다.이연석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한 장의 사진을 찍어, 이승하가 없는 형제들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내 말 좀 들어봐. 우리 이 둔감한 둘째 형이 애를 안을 줄 알다니, 내가 진짜 놀랐다니까!]그러고 나서 형제들이 놀릴 댓글을 기다리는 중, 정가혜가 그의 팔꿈치를 찌르며 말했다.“빨리 삭제해. 가족 단톡방에 보냈어...”이연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휴대폰을 붙잡고 황급히 삭제하려는데 맞은편의 이승하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가져와.”이연석은 휴대폰을 꼭 껴안고 끝까지 버텼다.“형, 내가 실수로 동영상을 가족 단톡방에 올린 거야. 그래서 가혜가 삭제하라 한 거지. 형은 보지 마. 나중에 형수님이 안 계실 때 단독으로 보내줄게.”이 어이없는 변명에 이승하는 반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대신 정가혜에게 시선을 돌렸다.“클럽 운영권 30% 투자해 줄게요. 그리고 클럽 1위 자리도 넘겨주죠. 어때요?”이 제안에 정가혜가 1초라도 망설인다면, 그것은 돈에 대한 무례였다.“방금 ‘내 말 좀 들어봐. 우리 이 둔감한 둘째 형이 애를 안을 줄 알다니, 내가 진짜 놀랐다니까!’라고 올렸어요.”그리고 한술 더 떠, 정가혜는 대형 폭탄을 던졌다.“이 사람이 방금 아주버님 외 다른 가족들을 채팅방에 초대했어요. 단톡방 이름은 ‘짜증 나는 둘째 형’이에요.”옆에서 옷을 잡아 뜯으며 정가혜를 말리던 이연석은 결국 포기하고, 다급하게 병실 밖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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