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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1화

정가혜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유야, 지난 반년 동안, 이 대표가 널 깨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어. 그분의 행동과 태도를 보면 송사월보다도 널 더 사랑한다는 게 느껴져. 그러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잘해줘. 이 대표도 가족의 사랑을 느껴볼 수 있게 말이야.”부부 사이는 단순히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족 같은 정이 생기기도 마련이다. 이승하가 어린 시절 받지 못한 그 사랑을, 아내인 서유가 대신해 줘야 했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다.서유는 힘껏 고개를 끄덕인 뒤, 부드러운 눈빛을 떨구며 졸려 하는 아기를 내려다봤다.“이제 내 세상엔 그 사람과 아기밖에 없어. 당연히 최선을 다해 잘해줄 거야. 다만...”그녀의 눈에 이내 안개 같은 물기가 가득 차올랐고, 심장이 저도 모르게 아려왔다.“가혜야, 승하 씨 머릿속엔 아직도 칩이 있어. 난 어느 날 그게...”정가혜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위로했다.“서유야, 의사가 말했잖아.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다고. 게다가 연석 씨랑 다른 형제들도 다 의사를 찾고 있잖아. 이 정도 힘을 합치면 꼭 잘될 거야.”서유는 대답하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의사를 빨리 찾아서 그 칩을 꺼낼 수만 있다면, 승하 씨가 더 이상 그렇게 아프지 않을 텐데...”다른 사람들은 이승하의 생명을 위협할까 봐 걱정했지만, 서유는 그의 고통이 두려웠다. 정가혜는 알았다.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내만이 이렇게 마음 아파할 수 있다는 것을.“네가 이 대표 곁에 있는 한, 아프지 않을 거야.”이승하에게 있어 가장 큰 슬픔은 아마 서유에게 버려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육체적인 고통이란 건, 그런 슬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말을 떠올리며 정가혜는 문득 송사월을 생각했다.그 소년 역시 서유를 그렇게 사랑했었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는 과연 이 일을 어떻게 견디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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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서유가 웃으며 말했다.“방금 전 가혜가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줬는데, 아이가 싫다며 울면서 발을 차는 거예요. 처음엔 어디가 아픈 줄 알고 의사를 부르려다가, 가혜가 이름을 바꾸겠다고 말하자 바로 울음을 멈추더라고요.”이승하는 한 손을 병상에 대고 몸을 살짝 숙여 서유의 얼굴 옆에 기대어, 그녀 품에 안긴 아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어떤 이름인데 아기가 그렇게 싫어한 거예요?”질문은 정가혜를 향한 것이었고, 당사자가 앞에 있으니 정가혜는 머뭇거리다가 대보스가 눈을 한 번 들자 곧바로 대답했다.“이갑돌이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기가 다시 발을 차며 울었고, 이번엔 유난히 서러운 듯 울음소리가 컸다. 아기 입장에서는 그 이름이 빵순이 만큼이나 못마땅했던 것이다. 아기를 또 울게 만든 정가혜는 급히 아이의 작은 배를 토닥이며 달랬다.“알았어, 알았어. 이 이름은 안 쓸게. 나중에 가장 예쁜 이름으로 다시 지어줄게...”‘이갑돌’이라는 이름은 촌스러운 느낌으로, 아기가 울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이승하는 정가혜가 서유의 언니라는 점을 고려해 일단 넘어가 주며 말했다.“이름은 내가 직접 짓는 게 좋겠어요.”이승하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백가성을 참고해 몇 가지 이름을 조합한 뒤 서유에게 보여줬다. 서유가 이름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아기는 다시 발을 차며 울었다.결국 아기가 울 힘조차 다한 듯 울음을 그치고는, 이번엔 다리를 차는 대신 두 팔을 흔들며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온 힘을 다해 화를 내며 뭐라 하는 듯한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서유와 정가혜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고, 이승하는 손가락으로 아기의 볼을 살짝 튕기며 말했다.“보아하니 이 녀석, 커서 만만치 않은 성격이 될 것 같은데.”아기는 기분이 상했는지 고개를 돌려 이승하의 손길을 피했다. 아기가 고개를 돌리는 건 평범했지만, 고개를 돌리면서 흥 하고 한숨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그 소리를 들은 이승하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반면 서유는 웃음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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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심이준은 건장하고 근육이 터질 듯한 이연석을 한번 보고, 다시 자신의 가늘고 약한 팔다리를 내려다보더니, 말없이 말아 올린 소매를 다시 내렸다.“다음, 다음...”이연석은 이제 이하율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는 아기를 안아 들고 계속 말했다.“하율아, 너만큼은 절대 너희 누나처럼 돈만 보지 말고 꼭 많은 지식을 배워야 한다, 알겠지?”이씨 집안 식구들과 상씨 집안 삼 형제는 모두 이연석의 이 행동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연석아, 애가 아직 이렇게 어린데, 벌써부터 그렇게 큰 부담을 주면 어떡하냐? 너희 애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하겠다.”이연석는 그들의 말에 눈길 한 번 주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다시 아기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따가 너를 내려놓으면 바로 정중앙에 있는 세계 명작으로 달려가야 해. 그 책만 집으면 너는 이씨 집안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사람이 될 거야. 그러면 너희 아빠인 내가 네 승하 삼촌을 학력으로 놀릴 수 있단다.”그는 말을 마치고 아기를 내려놓은 뒤 오른손을 구부려 응원하는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하율아, 힘내자. 우리가 뭘 위해 싸우는 건 아니지만, 자존심은 걸려 있잖아!”이연석에게 큰 기대를 받는 오뚝이 이하율은 마치 깡순이처럼 바닥을 잠시 기어다니다가, 모두의 긴장된 시선 속에서 천천히 카펫 끝으로 기어갔다. 그러고는 한 손은 세계 명작 책에 올리고, 다른 한 손은...이연석은 아기의 손 아래에 놓인 황금을 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율아, 제발 그 황금을 잡지 마라, 제발...”하지만 오뚝이 이하율은 단호하게 그 황금을 잡아 손바닥에 올리고, 기뻐하며 가지고 놀았다. 심지어 그 황금을 높이 들어 올려, 돈다발을 들고 있는 깡순이에게 흔들어 보였다. 이를 본 깡순이도 돈다발을 흔들며 화답했다.돈과 황금을 손에 넣은 남매는 손발을 흔들며 기쁨에 들떴지만, 이연석만 벽을 치며 분노했다.“하늘이시여, 우리 가족 네 명 중 둘은 돈을 사랑하고, 하나는 황금을 좋아하는데, 제가 어떻게 살아요”아무도 이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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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심이준이 아기 이름을 공개한 뒤, 이름이 적힌 종이 뭉치를 다시 아기에게 건넸다. 아기는 한 손으로 이름을, 다른 손으로는 칼을 쥐고,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칼을 만지작거렸다.주변 사람들은 그런 아기를 보며, 이름이 아이의 성격과 어울리긴 한다며 약간 음울하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오히려 형식적으로 칭찬을 하며 이승하와 서유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모두들 아기가 만족할 만한 이름을 찾았다며 기뻐했지만, 두 아이를 안고 있던 이연석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이 이름, 내가 지은 빵순이보다도 못한데? 누가 우리 둘째 형이랑 원수 지려고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원.”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원래 이름을 칭찬하던 상씨 집안 사람들은 순간 멈칫했다. 그 순간 상연훈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문밖을 향했고, 멀리 떨어진 철문 옆에 서 있는 곧고 단단한 그림자를 발견했다.검은색 중절모를 쓴 상철수는 안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고 있는 장면을 바라보며 이미 한 살이 된 증손자를 보고 싶었지만, 서유와 이씨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반기지 않을 것을 알고 들어가지는 못했다.상철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지팡이를 짚은 채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과거 강중헌과의 싸움에서 다리에 총을 맞은 이후, 그는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나이가 들어 이제는 절뚝거리는 것쯤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걷는 속도가 느려졌을 뿐이었다.느릿하게 걸어가는 동안, 이승하의 차가운 시선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 그 뒷모습을 무심히 스쳤다.얼마 후, 상철수는 힘겹게 차 문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차 안에서 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하려던 순간, 창문 가장자리에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닿았다.상철수는 그 뼈마디가 또렷한 손을 따라 고개를 들었고, 냉랭하고 무심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의 주인은 살짝 눈을 내리깔며 감정 없는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전에 일, 감사드립니다.”그가 말하는 것은 수술실 문을 뜯고 서유를 구해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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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이 말에 상준석은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라 멈칫했다. 그러나 상철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내가 서유에게 한 일은 떳떳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잔인하기까지 했어. 서유가 날 미워하는 게 낫지, 용서받고 싶지는 않아.”상준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늘 잘해주셨다. 늘 그가 잘생겼다고 칭찬하며, 국제적인 스타들보다도 나을 거라며 격려하셨다. 그런 좋은 할아버지가 이제 곧 떠난다니, 그는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상철수는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상준석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준석아, 어릴 때 나는 너를 가장 좋아했단다. 네가 내가 떠나는 걸 견디기 힘들어할 걸 알지만, 인생은 결국 이런 순간을 맞이하는 법이다. 헤어짐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단다.”상철수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연기 속에서 그의 세월의 흔적이 깃든 얼굴은 담담하면서도 속세를 초월한 여유로움을 풍겼다.마치 젊은 시절의 상철수가 복수라는 신념 하나로 수많은 세월을 버텨낸 것처럼, 이제 모든 원한이 끝난 지금,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듯했다.상준석은 그런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싫어 고개를 돌렸고, 상태준 역시 고개를 숙이며 마음속의 아쉬움을 삼켰다. 반면, 상연훈은 이미 할아버지의 결정을 받아들인 듯,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상철수는 시선을 상준석에게서 떼어내고 상연훈의 고요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서유에게 미안한 것 외에도, 너에게도 참 미안하구나.”그는 담배를 낀 손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그때 너는 이만큼밖에 안 되었지. 내가 네 아버지 손에서 너를 데려왔단다.”그는 말하며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널 데려오고 나서, 너의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기를 형들과 다르게 만들어버렸어. 내가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더구나.”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세월이 깃든 눈에 후회와 안도의 감정을 담았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네가 그런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선함을 지키고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너희 할머니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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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상철수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서유는 아이를 안고 연이의 숙제를 봐주고 있었다. 연이의 성적은 별로였다. 특히 수학 성적이 별로였는데 기본적인 산수 문제조차도 어려워했다. 서유도 학교 다닐 적에는 수학을 가장 어려워했었다. 다행히 초등학교 수학 문제였기 때문에 가르치는 데 큰 문제 없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치고 있는데 품 안에 있던 아이가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연이의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피식피식 웃었다. 머리를 잡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연이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아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 소리가 몇 번이나 반복되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동그랗고 큰 눈을 들어 아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펜을 잡고 장난을 치던 이하준은 연이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이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흥.”콧방귀를 뀌는 아이를 보며 연이가 통통한 손을 뻗어 거만한 얼굴의 이하준을 가리키며 큰소리쳤다.“이모, 하준이가 날 도발하고 있어요.”수학책을 들춰보던 서유는 아이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하였다.“그럴 리가. 하준이는 이제 고작 한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무슨 도발을 해?”연이는 하준이를 가리키며 발을 동동 굴렀다.“봐봐요. 나한테 고개를 치켜들면서 눈으로 날 비웃고 있잖아요.”책에서 시선을 떼고 아이를 쳐다보자 아이는 이내 고개를 떨구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서유가 잡아당기자 아이는 일부러 손에 든 펜을 잡고 서유를 향해 환하게 웃기도 했다. 한 살배기 아이가 갑자기 얼굴을 확 바꾸는 모습에 연이는 깜짝 놀랐다.“이모, 하준이 얘... 좀 무서운 것 같아요.”아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서유는 연이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 이모랑 같이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까?”하준이를 노려보고 있던 연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집에서 하준이랑 같이 있을 거예요. 하준이가 저녁에 잘 때 침대에 오줌 싸는지 안 싸는지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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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그동안 매일 아이를 안고 잤던 서유는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남편의 마음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저녁에 샤워 시키고 나서 연이랑 같이 재울게요.”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기분이 좋아진 건지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고개를 확 돌리더니 서유를 덥석 껴안고는 그녀의 품에 안기며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허공에서 멈칫하던 그의 손은 이내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아이는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작은 몸을 비틀었다. 그는 아이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리 어린아이가 아빠의 뜻을 알아차릴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알아차리면 뭐 어떠한가? 말도 못 하는 아이가 그에게서 서유를 빼앗을 수 있을까?잠시 후, 저녁을 마친 뒤 서유는 하준이를 안고 샤워하러 갔다. 집에 육아 도우미가 있긴 하지만 아이를 낳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졌던 터라 아이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다는 생각에 그녀는 최대한 아이를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 이승하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씻긴 후, 목욕 수건을 집어 아이의 몸을 감싸고 다른 수건으로 아이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향긋한 아이를 보며 그녀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참지 못하고 아이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여보, 우리 하준이 너무 귀엽지 않아요? 매일 안고 있어도 놓기가 아쉬워요.”잠옷을 가지고 온 그가 욕조 옆에 걸터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를 쳐다보았다.“요즘 무릎이 너무 아파. 이따가 좀 많이 주물러줘.”무릎이 아프다는 그의 말에 그녀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얼른 방에 가 있어요. 하준이 재우고 나서 마사지 해줄게요.”그가 발걸음을 옮기더니 아이의 앞으로 다가가 아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내가 재울게.”힘찬 손에 억지로 어깨가 눌린 아이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지만 아이가 어찌 그의 힘을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승하는 아이를 안고 연이의 방으로 들어왔다. 한편, 저녁을 먹을 때 주태현은 오늘 밤 아이가 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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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저도 모르게 그의 몸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달라붙어 아찔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남자의 애무는 끝이 없었고 그녀는 얕은 신음을 토해냈다. 결국 참을 수 없었던 그녀가 그를 향해 애원하자 남자는 그제야 그녀의 손을 잡고 옆에 놓인 콘돔을 집어 들었다.“해줘.”정신이 혼미해진 그녀는 한껏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새빨간 그의 눈동자를 따라 손을 조심스럽게 뻗었다. 그 순간,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잡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남자에 의해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남자의 포악한 몸짓에 그녀는 이내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나 온몸이 떨리면서도 그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를 썼고 자석처럼 그의 몸에 매달려 있어 등이 침대 시트에 닿지도 않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팽팽한 느낌에 그는 점점 더 깊숙이 들어왔고 절정에 이른 그가 결국 얕은 신음을 토해냈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그가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한 번만 더 해.”힘에 부친 그녀는 고개를 저었지만 그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그녀를 자신의 아래로 가두어버렸다. 이제는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몸이 후끈 달아올라 그녀는 흠뻑 젖은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 그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처음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즐기며 서로를 탐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모, 이모부. 하준이가 안 보여요. 얼른 나와보세요.”아이가 사라졌다는 말에 서유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흥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급히 이승하를 밀어내고는 바닥에 흩어진 잠옷을 집어 들어 아무렇게나 몸에 걸치고는 문밖으로 잽싸게 걸음을 옮겼다.“어떻게 된 거야? 하준이가 왜 갑자기 없어져?”“저도 잘 모르겠어요. 공부 끝나고 방에 갔더니 아기 침대에 없는 거예요. 주 집사님이 별장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찾지 못했어요.”서유는 놀라서 심장이 벌벌 떨렸고 빨갛게 달아올랐던 얼굴빛도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녀는 비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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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까지 이승하는 서유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마다 아이를 먼저 재우고 나서 아이의 방으로 안고 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잠에서 깨어났고 자꾸 떼를 쓰는 바람에 둘만의 시간은 늘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끝이 났다. 예전처럼 뜨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는 아이를 아예 이연석의 집으로 보내버렸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를 보내니 이연석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욕정이 많은 형이 아들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집으로 보낸다는 걸 그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여 이승하가 아이를 데려다줄 때마다 이연석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형을 비웃었다. 그러나 이승하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급히 자리를 떴다. 하지만 아들을 동생의 집에 보내는 방법도 얼마 되지 않아 쓸 수 없게 되었다. 오뚝이와 깡순이 남매가 하준이의 괴롭힘에 매일 대성통곡을 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하준이는 이연석까지 괴롭히고 있었다. 어떻게 괴롭히냐는 서유의 물음에 그가 쌓인 불만을 토해냈다. “가혜 씨가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얌전히 잘 놀기만 하더니. 가혜 씨가 출근하기만 하면 떼를 쓰는 겁니다.”“육아 도우미의 손길도 거부하고 꼭 나한테만 안아달라고 하네요.”아이가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겠는가? 그러나 하루 종일 안고 있는다면 아무리 체력이 좋은 남자라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하준이를 안은 채 울고 있는 두 아이까지 달래야 하니 정신이 없었다. 문제는 세 명의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니 머리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컴퓨터를 연구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하준이를 돌려보냈다.형과 형수의 뜨거운 시간을 망칠 수밖에. 나부터 살고 봐야지. 이연석의 말을 서유는 믿기 어려웠다. 하준이는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얌전한 아이였다. 정가혜도 그렇게 말하는데... 이연석은 하준이가 겉으로만 순진한 척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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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이씨 가문의 삼 남매가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괴롭히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사실이 곧 원장의 귀에 전해졌고 유치원 원장은 이하준을 불러와 어디서 배운 나쁜 버릇이냐고 다그쳤다. 그 물음에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육성재 삼촌이라고 했고 유치원 원장은 서유에게 전화를 걸어 육성재가 어떤 사람인지, 왜 아이한테 이런 나쁜 것만 가르친 것인지 물었다. 마침 이하준을 보러 블루리도에 왔던 육성재는 유치원 원장의 말을 듣고는 불같이 화를 내며 서유의 핸드폰을 빼앗아 유치원 원장과 한참 동안 말다툼을 했다.유치원 원장은 아이가 현재 유치원에서 짱이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유치원생들과 싸움을 한다고 했다. 그제야 육성재는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그와 확실히 관계가 있는 일이니까. 육성아가 결혼하고 나서 육성재는 바로 귀국했고 줄곧 블루리도 맞은 편의 별장에 묵고 있었다. 그는 툭 하면 찾아와서 이승하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승하가 없는 틈을 타서 하준이를 데리고 다니며 위세를 부렸다. 아이한테 아래 부하들을 데리고 다니는 게 얼마나 위풍당당한 일인지만 알려준 것뿐이었다. 싸움을 하라고 가르쳐준 적은 없는데... 그러나 육성재가 가르쳤든 가르치지 않았든 서유는 그가 더 이상 이하준에게 접근하는 걸 금했고 앞으로 아이를 보러 올 권한도 박탈해 버렸다. 어쩔 수 없었던 육성재는 하준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아이를 ‘납치’했다. 아이가 서유한테 자신이 결코 싸움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걸 말해주길 바라서였다. 길가에 서 있던 이하준은 턱을 치켜들고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는 한마디 내뱉었다.“호랑이 삼촌, 죄송해요. 유치원에 가고 싶지도 않고 혼나고 싶지도 않아서 삼촌이 가르쳐 준 거라고 했어요.”아이는 육성재와 김선우에게 각각 별명을 붙여줬는데 육성재는 호랑이 삼촌, 김선우는 작은 호랑이 삼촌이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더 가깝게 여긴 줄 알고 엄청 기뻐했다. 이승하에게 자랑을 하니 그는 피식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없었다. 어린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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