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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431 - Chapter 1440

1532 Chapters

제1431화

“알았어.”이연석이 혼자 앉아 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허벅지를 툭 쳤다.“아내도 내팽개쳐 두고 여기 와서 형 돌봐주고 있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신세라니 정말 서럽다니까.”이연석은 천천히 문을 향해 걸어가며 투덜댔지만 아쉽게도 돌아보는 이는 없었고, 대신 들려온 건 한마디였다.“문 닫고 나가.”“...”이연석은 씁쓸한 표정으로 문을 닫고, 이를 악문 채 휴대폰을 꺼내 정가혜에게 영상 전화를 걸어 이승하의 무정한 행동을 고발하기 시작했다.병실 안에서 이연석이 투덜대며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서유는 미소를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왜 그렇게 동생한테 엄하게 굴어요?”“눈치가 없으니 그렇지.”이승하는 태연히 대꾸했고, 이때 소수빈이 부른 의사가 들어오자 그의 표정은 다시 싸늘해졌다.의사는 분위기를 파악한 듯, 상처를 신속하게 처치하고는 서둘러 병실을 나갔다. 병실 문이 닫히자 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살며시 풀고 옆에 자리를 가리켰다.“옆에 와서 누워.”방금 전 의사를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르게 그의 목소리에는 한층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서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신발을 벗고 이승하의 부드러운 손에 이끌려 옆에 누웠다. 그는 다친 어깨를 피해 다른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그녀를 품에 안고, 그윽하게 내려다보았다.“그 이혼 계약서, 강제로 작성된 거야. 널 떠날 생각은 없었어.”“알고 있어요.”“그리고 그동안의 입장 문제도 진심이 아니었어. 어느 때든, 난 너 하나뿐이야.”이승하에게 있어 이씨 집안이든, S든 그녀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전부였고 생명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다.“그것도 알아요.”서유는 손가락을 들어 이승하의 잘생긴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절대 돌아보지 않겠다는 말도 화가 나서 한 거예요.”몇 번이나 상처받고 떠밀렸어도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 이는 그녀의 진심이었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그녀의 말에 이승하는 억눌렸던 감정이 차츰 풀리는 것을 느끼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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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이승하는 더 원했지만 그래도 적절한 한계를 지키며 키스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그녀의 얼굴을 높은 콧날로 살며시 스치며 다정하게 어루만졌다.“딱 5분만 더 키스하면 안 돼?” 가쁜 숨을 고르는 서유의 몸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마 임신 중인 호르몬 영향 때문인지도 그녀도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건 다르지 않았다.“당신 다쳤잖아요. 움직이지 말아요.”그녀는 그를 부드럽게 눕히려 했지만 이승하는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고, 허리를 감싸더니 한 번의 힘찬 동작으로 그녀를 자신의 위에 끌어당겼다. 이승하는 더 이상 서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눌러 천천히, 정확히 그녀의 붉은 입술을 다시 포갰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고 갈등이 계속되자, 서유는 그의 몸 어느 부분이 살살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자신 또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걸 느꼈다. 이 생각에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승하는 비록 부상과 아이를 고려하여 마지막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서유의 옷과 바지는 그의 손에 의해 다 망가져 버렸다.“여보.”이승하는 서유의 귓불을 살짝 물며 속삭였다. “어쩌지, 너무 하고 싶어.” 서유는 그에게서 발 물러나며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다. “안 돼요.”그는 아랫배의 뜨거움을 참으며 그녀의 손을 자신의 그 부분으로 끌어갔다. “미칠 것 같아.” 서유는 임신 6개월이 지나면 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가 다친 상황이니 단호히 거절했다.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기다려요.” 그는 총상을 입고 피를 많이 흘렸기에, 지금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승하는 자신의 부상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뱃속 아이를 고려해 마지막 순간을 참고 있었을 뿐이다.그는 힘이 세서 조절이 어려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자칫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까 염려하며 스스로를 억눌렀다. 이승하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그녀를 감싸던 손을 풀며 약간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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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이승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마치 야수처럼 절제하며 그녀를 애타게 응시했다. 붉어진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여보, 아이 낳고 몸이 회복되면... 그땐 정말 놓아주지 않을 거야.”이승하는 오로지 강렬하게 욕망을 채우는 그 시간만이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부드럽게 다가가는 것은 그에게 잠시 위안이 될 뿐, 여전히 마음속 갈증을 달래지 못했다.서유는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한 욕망을 느끼고는 어느새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난번 한밤중에 그에게 지칠 때까지 끌려다닌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안 하면 안 돼요?” 그녀의 말을 듣자 이승하는 일부러 동작을 멈추고,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잡았다. “할 거야, 안 할 거야?”그녀는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고 단호히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몇 번 움직이며 그녀의 얼굴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여보, 한 번 더 ‘안 한다’고 말해봐.”서유가 입을 열려던 순간, 이승하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가장 민감한 곳에 입술을 맞췄다. “아... 하....”그녀는 힘겹게 조용히 신음을 내며 항복을 선언했다. “제발... 그만 좀 해요...”그녀의 말에 이승하는 살짝 귀를 그녀의 목에 붙이며 속삭였다.“여보, 날 원한다고 말해줘.” 서유는 이런 일을 견디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의 이런 모습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싫어요.” 원하는 말을 왜 굳이 해야 하는지, 그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정말?”“응!”이승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유는 결국 이승하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고개를 숙였다.“...당신을 원해요...”이승하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그래... 나도 그래.”두 번의 열정적인 순간이 지나자, 서유는 지쳐 이승하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이승하는 잠들지 않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달래 주었다. 불면의 이유는 여전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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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이연석의 자랑스럽고 기뻐하던 마음은 ‘오뚝이'와 '깡순이'라는 이름에서 완전히 꺾였다.“형, 정말 너무해! 나 이제 형이랑 말 안 할 거야!”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자, 이연석의 마음은 차가워졌다가 금세 화가 치밀었다.“두고 봐라, 이승하! 네 아이가 태어나면 나도 아주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지어줄 테다!”이연석은 이를 악물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꽃을 들고 산실 밖에서 정가혜를 기다렸다.이승하는 전화를 끊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놀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서유를 향해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왜?”서유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이승하를 바라보았다.“내 남편한테도 이런 장난기 있는 모습이 있었네요?”이승하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코에 자기 콧등을 살며시 비비며 속삭였다.“이제 알아챘어? 너무 늦은 거 아니야?”서유는 그의 은은한 향을 맡으며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마치 양이 호랑이 굴에 들어온 기분이네요.”이승하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 그녀의 붉어진 입술에 입맞춤을 남겼다.“그럼 오늘 밤 한 번 더 호랑이 굴에 들어와 볼래?”“...”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가혜는 산실에서 나온 뒤였다. 이연석과 정가혜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친척들도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이승하와 서유가 병실로 들어서자, 방 안은 꽃과 선물 상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은 이씨네 가족들이 보낸 것들이었다.정가혜는 침대에 누워서 이연석이 먹여주는 죽을 조금씩 먹으며 이승연이 안고 있는 아기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승연은 딸을, 유나희는 아들을 안고 있었으며, 이진철은 옆에 앉아 이름 사전 책을 들고 고심 중이었다.이태석은 이진철과 마주 앉아 점쟁이를 불러 생년월일과 시간을 맞추며 이름을 고르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승하와 서유가 들어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가혜가 먼저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모두 고개를 돌렸다.“서유야!”정가혜는 서유를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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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정가혜는 선물을 받아 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네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뭘 또 선물까지 준비했어.”얼마 전, 서유가 친부모를 만나러 가면서 며칠간 연락이 끊겼고, 정가혜는 전화가 닿지 않아 안절부절못하며 크게 걱정했다. 이승하와 이연석이 번갈아 가며 정가혜를 안심시키지 않았다면, 정가혜는 아마 배를 움켜쥐고라도 서유를 찾으러 나갔을 것이다.다행히도 이연석이 서유의 상황을 알게 되자, 도저히 정가혜에게 비밀로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진실을 전했다. 정가혜는 마음을 졸이며 그들의 소식을 기다렸고 며칠 후 이승하가 서유를 데리고 돌아왔을 때야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그들 부부가 외국에서 총상을 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서야 정가혜는 안심하고 순산을 맞이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승하의 뇌에 있는 칩에 대한 이야기는 이연석이 정가혜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연석은 정가혜가 퇴원한 후에 형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런 일은 남자인 그들이 책임지고 감당하려고 했다. 여자들은 그저 행복한 일상만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이연석과 이승하는 눈짓으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조용히 합의에 도달했다. 서유는 아이가 주는 행복에 푹 빠져 있었고, 이승하가 건넨 선물 상자를 받아 병실 옆 탁자 위에 두었다.“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비한 게 아니라 너에게도 작은 선물을 챙겼어.”서유는 상자를 열지 않고 상자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집에 가서 확인해.”그리고 서유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나희와 이승연이 안고 있는 아기들을 바라보았다.“저... 제가 안아봐도 될까요?”“물론이죠.”이승연은 흔쾌히 아기를 서유에게 건네며 안는 법을 알려주었다. 서유는 겸손하게 배우며 작은 아기를 품에 안았고, 그 작은 존재가 품에 안기자마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아이가 이렇게 작다니...”작고 여린 눈, 코, 입까지 모든 게 부드럽고 포근했다. 서유는 여자아이를 안고 있을수록 점점 더 애정을 느끼며, 자신의 아이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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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도련님, 미안해요. 승하 씨가 말솜씨가 별로라서 그래요.” 서유는 이승하를 약간 꾸짖듯 바라보며 말했다. “차라리 당신 먼저 돌아가고, 내가 여기 남아서 아기들이랑 좀 더 시간을 보낼게요.” 이미 소파에 앉아 있던 이승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가 같이 있을게.” 즉, 서유가 가지 않으면 그도 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연석은 도움을 청하듯 서유를 바라보았다. 서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쉬운 마음으로 아이를 유나희에게 돌려주었다. 아기를 받아든 유나희는 아이가 정말 좀 못생겼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유나희는 아기를 한 번 보고, 이연석과 정가혜를 번갈아 보며 생각했다. 부모는 전혀 못생기지 않았는데, 어째서 아이는 이렇게 못생겼지? 유나희는 점점 아기가 못생겼다고 느껴져서 결국 아기를 다시 서유에게 건넸다. “숙모인 네가 여기 남아서 아기를 좀 더 안아줘.” 서유는 기쁘게 아기를 다시 품에 안으며 말했다. “그럼 좀 더 안아보다가 집에 돌아가야겠네요.” 병실에서 서유만이 아기가 귀엽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은 못생겼다고 생각을 했지만 아무도 그걸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서유는 한 손으로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 아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도련님, 어릴 때 조금 덜 예뻐 보이는 아이들이 커서 더 예뻐질 때가 많아요. 도련님이랑 가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둘째 형수가 해주는 말은 항상 따뜻해서, 이연석은 이내 얼굴을 펴며 웃었다. “그렇죠! 저랑 가혜는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데, 우리가 낳은 아이는 당연히 커가면서 더 예뻐질 거예요!” 턱을 괴고 있던 이승하는 그의 말을 듣고 살짝 미소 지으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열었지만 이연석이 재빠르게 막았다. “형, 듣기 좋은 말이 아니면 하지 마!” 이승하는 시선을 서유에게 돌렸다. 서유는 그에게 귀여운 표정으로 엄하게 경고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승하는 결국 입에 담으려던 ‘듣기 좋고 친절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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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7화

흰 셔츠를 입은 송사월은 말끔한 모습으로 문밖에 서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모습과는 달리 우뚝 선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온화한 서유의 시선이 그의 깨끗한 얼굴에서 다리로 옮겨졌다. 곧게 편 다리로 천천히 병실로 들어서는 그를 보며 그녀는 마음속에 쌓여있던 죄책감이 점차 사라져 버렸다. 마침내 송사월은 일어섰고 휠체어에 앉아 남은 인생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부터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살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한 그의 모습에 서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승하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내 시선을 피했다. 송사월 또한 그녀에게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하였다. 이미 스쳐 지나간 인연, 놓을 수가 없다면 마음속 깊이 묻어둘 수밖에.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이고 멀지 않아 엄마가 될 여자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그는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지민을 따라 정가혜에게 다가가자 서유는 아이를 안고 일어서며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는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서유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잠든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보여주었다. 그녀는 온통 아이한테 정신이 팔려있었고 송사월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했다. 더 이상 송사월이라는 존재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자신을 가득 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승하는 무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더니 웬일인지 갑자기 손을 뻗어 아이의 작은 입술을 살짝 건드렸다.부드러운 아이의 살갗이 닿자 차가웠던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바로 그때, 서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귀엽죠?”“귀엽게 못생겼네.”“남의 아이가 못생겼다고 하면 내 아이도 못생겨진대요.”그가 도도한 얼굴로 한마디 툭 내뱉었다.“당신이랑 내 아이인데, 어떻게 못생길 수가 있겠어?”작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말소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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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그녀가 송사월과 함께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동안 단이수는 등 뒤에 숨어서 그녀가 점점 송사월에게 마음이 뺏기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뼛속 깊이 새긴 그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걸 보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그녀의 입에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단이수는 심장이 뻥 뚫린 것 같았다. 뼈가 긁히는 고통이 손바닥으로 파고들어 온몸에 펴졌고 살을 한 조각 한 조각 베어내듯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이렇게 아프고 나니 갑자기 사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에 기댄 채 등을 돌린 그는 눈물이 글썽한 눈을 들 어올려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의 마음은 왜 상처투성이인 것인지.이지민, 난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단 말이야. 평생 동안 묵묵히 네 곁을 지킬 생각이었어. 너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길 바랐는데... 결국은 네가 먼저 그걸 깨버리는구나.그러나 그 약속은 그녀와 상관없이 자신이 결정한 것이라는 걸 잊은 듯했다. 그러니 약속이 깨진 아픔은 스스로 감수할 수밖에. 그 아픔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손을 뻗어 썩을 대로 썩은 아픈 심장을 누르고 서유 옆에 앉아 있는 이지민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예전에 그가 모질게 떠났을 때 그녀는 하늘에 맹세했었다.“단이수, 똑똑히 기억해. 난 이제부터 오빠를 완전히 잊어버릴 거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거야. 그때 가서 다시 고개 돌리지 마. 오빠가 다시 뒤돌아선다면 내가 천벌 받을 거야.”귀청을 찢을 듯한 그 맹세가 수없이 깊은 밤 그의 가슴을 두드렸고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아팠다.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어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그 맹세가 현실이 되는 게 두려워 그는 그동안 그녀의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정말 이날이 찾아왔고 이렇게 고통스러운 줄은 몰랐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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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9화

그 후 이지민이 송사월에 대해 다시 언급할 때, 정가혜는 그녀에게 어떻게 송사월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물었었다. 송사월이 혼자 창가에 앉아 꽃을 볼 때마다 그가 불쌍하고 외로워 보였다고 했다. 그 사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어졌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녀는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을 성에 가둔 송사월의 마음에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의 인생에 그의 세상에 그의 모든 것에는 서유밖에 없었다. 이지민이 마음을 드러내도 송사월은 거절했고 심지어 치료도 거부하고 그녀가 찾아오는 것조차 거부했다.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서유 이외의 그 어떤 여자도 다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받아들이게 되면 또다시 서유를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 서유와 어긋난 인연은 자신의 기억 상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그 누구도 그 어떤 일도 그의 마음에 들어와 그의 기억을 차지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이지민은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어쩌면 단이수를 사랑했던 것만큼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을 다시 열게 해준 남자이니 그녀한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단이수가 뒤에서 묵묵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녀는 쉽게 뒤돌아서는 사람이 아니다. 살면서 한번 또 한 번의 생이별을 겪게 되면 다시 뒤돌아설지도... 그들 세 사람의 일에 대해 서유는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도 자신만의 생활이 있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각자 잘 지내고 무사하면 된 것이다. 잠시 후, 정가혜와 함께 있던 서유는 이승하의 손에 이끌려 블루리도로 돌아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차에 기대어 있는 육성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쌀쌀해진 날씨에 육성재는 얇은 블랙 코트를 입고 있었다. 준수한 얼굴의 그가 자신의 블랙 부츠를 쳐다보고 있는데 떨어진 검은 잔머리가 가끔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고독하고 쓸쓸해 보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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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택이의 말에 맑고 깨끗하던 이승하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헤아릴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짙은 속눈썹을 내리던 그의 눈 밑에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잠시 후, 남자는 눈 밑의 아픔을 감추고는 고개를 들어 굳은 얼굴로 육성재를 쳐다보았다.“택이를 닮았다는 그 사람, 이름이 뭐야?”“주진모.”주진모.... 이승하는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곱씹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일이 있어서 귀국했어. 겸사겸사 당신한테 알려주려고 찾아온 거야.”사실 이런 일은 전화로 알려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가 일부러 여기까기 찾아온 이유가 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반대편에서 똑같이 짙은 색 코트를 입고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남자가 그걸 왜 알아차리지 못했겠는가?그걸 알면서도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육성재는 또 자기 멋대로 행동했다. 그동안 이상한 꿈을 꿨었는데 꿈에서 서유가 비틀거리며 그에게로 달려왔다. 그는 그녀를 단단히 붙잡고 말했다.“그래요. 나랑 같이 가요.”꿈에서 깬 그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창밖의 쓸쓸한 풍경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꿈을 잊지 못하였다. 그 꿈 때문에 내려놓아야 할 마음이 또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맞은편,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에 그는 그게 그저 꿈일 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도 없는 허망한 꿈. “고마워.”뱀굴 속의 광경을 떠올리던 이승하가 무거운 마음을 거두고는 다시 육성재를 쳐다보는데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육성재의 시선을 따라 서유와 맞잡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순간, 그는 분노에 찬 육성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육성재.”차가운 목소리에 육성재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드니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승하와 눈이 마주쳤다.“내 아내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 소식을 내게 전해준 것도 고맙고.”그의 말에 가시가 박혀있었다. 자신에게 경고하는 말이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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