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Bab 101 - Bab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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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롤스로이스 한대가 행운 빌라 입구에 멈춰 섰다. 뒷좌석에서 잠들었던 서유가 아직도 자고 있었다.운전기사가 김시후에게 물었다.“김 대표님, 아가씨를 깨울까요?”그는 고개를 돌려 달콤하게 자고 있는 서유를 보았다. 차마 그녀를 깨울 수 없었다.“차는 제게 맡기고 먼저 돌아가세요.”운전기사는 김지후에게 열쇠를 맡기고 차에서 내렸다.김지후는 서유가 몇 번지, 몇 호실에 살고 있는지 몰랐고 그녀가 언제 깨어날지는 더욱 몰랐다. 몇 분 동안 망설이다가 그는 시동을 걸고 서유를 자신의 개인 별장으로 데려갔다. 이 별장은 김지후의 소유였다. 그가 서울로 왔을 때 원래는 이곳에서 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연지유가 굳이 서유에게 호텔을 마련해 주겠다고 해서 별장에 온 적이 없었을 뿐이었다.김지후는 차를 세운 후 서유를 안고 별장으로 들어갔다.“도련님, 오셨습니까?”별장을 지키던 이혜선이 급히 마중 나왔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깨끗한 잠옷을 준비해주세요.”이혜선은 김지후의 품에 안긴 여자를 보았지만 더 묻지 못했다. 그녀는 “네”라고 대답하고 잠옷을 준비하러 갔다.서유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의 날카롭던 표정이 사그라들었다.손을 들어 서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던 김지후의 눈에는 그조차도 모르는 자상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침대 옆에 앉아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고 나서야 이혜선을 불러서 잠옷을 갈아입히라고 했다.김지후는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한 뒤 서유가 곤히 잠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러 갔다. 몸을 뒤척였지만 깨지 않고 잘 자는 것을 보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주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김지후는 잠결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돼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서유가 무사한 것을 보고 그는 가볍게 문을 닫고 안방으로 돌아갔다.서유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하루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녀는 낯선 방을 보고 멍해졌다.'어제 소파에 쓰러져 펑펑 울다가 숨이 차서 그대로 졸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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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서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감사해요."김시후는 그녀가 자신을 남처럼 대하는 것이 좀 불편했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서유가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물었다."김 대표님, 입찰 결과는 어때요?"그녀는 어제 오후에 현장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결과를 몰랐다."화진 그룹이 입찰에 성공했어요."서유는 이 결과를 듣고 조금 놀랐다.'이 대표님이 동아 그룹에게 개발권을 주지 않았다고? 연지유 씨가 첫사랑인 게 아니었어?'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러고는 담담한 말투로 김시후에게 말했다."축하드립니다."그는 서유가 자기를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고 자신과의 선을 지키는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윽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말하지 않았다.김시후는 마음속의 이질감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배고프지 않으세요?"서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옷이 바뀐 것을 발견하고 의심스럽고 충격적인 눈빛으로 김시후를 쳐다보았다."도우미 아주머니가 바꿔 입힌 겁니다."서유의 이상한 시선을 느낀 그는 얼른 입을 열어 설명했다.도우미가 바꿔 입혔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유는 다소 어색한 듯 김시후를 바라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그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오해할 수도 있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이 말을 들은 그녀는 어떻게 말을 이어나갈지 몰랐다.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다리 때문에 갈 수 없었다. 서유에게 데려다 달라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하던 중, 김시후가 이혜선을 불렀다."아주머니."40~50대쯤 되는 중년 부인이 식판을 들고 들어왔다. 통통한 몸매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나지 않는 상냥한 분이셨다.이혜선은 식탁 위에 접시를 올려놓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가씨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도련님의 입맛에 맞게 아침을 준비했는데 먼저 배를 채워 두세요. 점심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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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차가운 표정을 하고있는 서유를 바라보던 김시후는 문득 그녀가 고슴도치 같다고 생각했다.조금만 다가가도 온몸으로 찔러서 다시는 한 발짝도 못 다가가게 하는 고슴도치 말이다.“비위를 맞출 필요 없어요. 몸만 괜찮으면 됩니다.”서유는 이미 김시후와 크게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그녀가 멍하니 김시후를 쳐다보자 그는 오히려 그녀를 보며 씩 웃었다. 담담하고 깨끗한 웃음이었다.방금은 정말 그녀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서 몇 마디 물어본 것 같았다.김시후는 몸을 돌려 테이블 위의 접시를 서유에게 건네면서 말했다.“먼저 뭐 좀 드세요.”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서유 씨?”김시후가 그녀를 부르자 서유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눈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는데 비치는 표정은 오히려 매우 담담했다. 그런 눈빛을 본 김시후는 갑자기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그녀에게 미안한 일을 한 사람처럼 극도로 긴장했다.김시후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서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몸만 괜찮으면 된다면서 왜 5년 전에 저를 그렇게 대했어요?”그녀는 과거의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방금 김시후가 한 말이 그녀의 마음을 울려버렸다. 서유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그때는 내 목숨을 원했으면서 지금은 왜 몸만 괜찮으면 된다고 하는 거지? 이렇게 모순된 사람은 도대체 어떤 마음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김시후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5년 전, 그는 기억을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사람과 일이 매우 낯설었다. 마침 그때, 서유가 매일 찾아와 해명해댔기에 김시후는 매우 짜증이 났다. 게다가 그녀에 관해서 찾아낸 정보들을 본 그는 서유에게 꿍꿍이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경비원에게 명령하여 당시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녀를 내쫓았다.이것은 김시후가 서유에게 한 가장 잔인한 짓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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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아침을 먹은 후, 서유는 조금 힘겹게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녀는 어제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정장 윗옷과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정장이 마침 그녀의 부은 다리를 가려주었다.그녀가 옷을 다 갈아입자 김시후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서유는 내려가는 것을 부축해달라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김시후는 그 생각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다가와서 이불을 들추고 그녀를 가로 안았다.서유는 어리둥절했지만 김시후는 오히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혼자서 걸을 수 있다면 저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겠죠.”이 한마디가 서유의 정곡을 찔러 마음이 불편해진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품에 안긴 여인은 너무나도 가벼워서 얼굴에 아픈 기색이 역력하여 매우 허약해 보였다.바람이 한 줄기 불기만 하면 그녀의 가냘픈 몸을 쓰러뜨릴 것만 같았다.이런 서유를 보고 김시후는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서유야.”별장을 나온 후, 그는 그녀를 가볍게 불렀다.서유는 그를 올려다보면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기다렸다.김시후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숙였다.“미안해, 널 잊어버렸어. 날 너무 원망하지 마.”이 말을 할 때 그의 눈동자는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하고 맑았다.서유는 의심스러워서 김시후가 연기하고 있는지 보려고 그와 눈을 마주쳤지만 모든 표정과 행동이 진심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진짜 기억상실증이야?”“기억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생각을 하기만 하면 머리가 아파.”특히 서유를 생각하면 머리가 더 아파졌는데 그가 그녀와 관련된 일을 기억시키는 것을 뇌가 막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를 볼 때마다 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괴로워지는지 몰랐다. 막 기억을 잃었을 때는 이런 감정이 없었는데 말이다.하지만 이번 만남에서 이런 애매모호한 정서는 더욱 짙어졌다.서유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가짜 같지 않았다.그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별하지 못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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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김시후의 품에 안겨 있던 서유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몸까지 떨렸다.서유는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고개를 들면 차 안의 남자와 마주칠 것 같았다.그녀는 그저 겁쟁이가 되어 이연석의 비난과 경멸을 받으며 가만히 있었다. 서유의 두려움을 눈치챈 김시후는 그녀의 손을 끌어안고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겁먹지 마.”김시후는 서유의 귓가에 대고 한마디 하고는, 차갑게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이연석 씨, 서유 씨가 갈지 말지는 당신과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 말이 나오자, 이연석은 화가 나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김시후를 한 대 때리려고 했다.코닉세그 차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석아, 중요한 일이 있잖니.”남자의 목소리는 차 밖의 일들이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담담했다.이윽고 남자의 말을 들은 이연석은 그제야 성질을 가다듬었다.그러고는 길 한복판에 주차된 람보르기니를 가리키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 좀 빼주시죠. 혼담 꺼내러 가는 길을 막지 말고요.”'혼담?''누구에게 혼담을 꺼내는데?'서유는 몸이 굳어서 끝까지 그 차를 보지 못했다.김시후는 이연석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연석이 자기를 여러 번 도발하여 그를 매우 불쾌하게 했다. 김시후는 이연석의 말을 듣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이연석과 겨룰 태세였다.이를 본 이연석의 표정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김 대표님, 우리 둘째 형이 지유 아가씨에게 혼담을 꺼내려고 하는데, 그의 길을 막다니요?”알고 보니 이승하가 연지유에게 혼담을 꺼내려고 했다.'결국 결혼하는 건가?'서유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온몸이 찢어지는 듯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아팠다.서유는 자기가 송사월을 내려놓은 것처럼 이승하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승하가 연지유에게 혼담을 꺼내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다. 이런 고통은 서유로 하여금 이승하 앞으로 달려가 그를 안고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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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서유는 피식 웃으면서 자기가 바보 같다고 느꼈다. 그들의 결혼식인데 자기랑 무슨 상관이야?서유의 씁쓸한 웃음을 보고 김시후는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왜 그래?"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지 않았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김시후는 서유가 이연석이 한 말에 상처받을까 봐 위로해 줬다."이연석이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 그냥 내가 이연석 여동생과의 혼인을 취소해서 이연석의 체면을 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견주하는 거야. 너랑 아무 상관 없어."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둘 것도 없었다. 어차피 아무도 그녀의 기분을 신경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시후는 서유의 눈에 절망감이 서려 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왜 이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그렇게 티가 나나?'서유는 자기 얼굴을 만졌더니 무지 차가웠다.'이런 내 모습, 엄청 무섭겠지?'서유는 애써 입꼬리를 잡아당겨 겨우 웃음을 지었다."아무 일도 없어. 그냥 몸이 좀 불편해서."김시후는 이 핑계를 믿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그래?"서유가 걷지도 못하는 걸 보니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방금 서유를 안았을 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가 부은 게 정맥류 때문인 것 같아."서유는 김시후에게 여전히 방비심을 가지고 있다. 서유는 김시후가 말한 기억상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숨길 수밖에 없다. 김시후는 정맥류의 증상을 잘 알고 있다. 다리가 부을 수 있지만, 보통 어느 정도 기다리면 좋아질 건데 못 거는 정도는 아니다.하지만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방금 별장에서 서유의 병세와 관련된 일을 몇 마디 더 물었는데, 서유는 잔뜩 화가 나서 더 이상 서유를 화나게 하지 말아야 했다. 김시후는 더 이상 깊이 파묻지 않았지만, 여전히 서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소준섭 보고 치료해 달라고 할게. 준섭이는 의술 방면의 천재야. 반드시 네 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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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회사로 돌아온 김시후는 급히 노트북을 켜고 5년 전의 기록들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자료에는 역시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기록된 시간도, 보육원 사람들의 진술도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김시후는 서유가 전에 했었던 말이 사실이고 이 기록들은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김시후는 한껏 찌푸려진 미간을 하고서는 소준섭에게 전화했다. 마침 회의를 준비 중이던 소준섭은 발신자에 떡하니 적힌 김시후를 보고 급히 전화를 받았다."왜 무슨 일이야?""야, 내가 그때 서울에서 기억을 잃은 거야 아니면 집에 돌아와서 기억을 잃은 거야?"소준섭은 김시후의 친구이자 주치의로서 당연히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소준섭은 난데없이 이런 질문을 해오는 김시후에 잠시 벙쪄있다가 말했다."혹시 뭐가 기억나기라도 한 거야?""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이상해서."그 말에 소준섭은 수화기 너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기억은 서울에서 잃은 거야.""교통사고 난 다음에 바로 기억 잃은 거 맞아?"김시후가 곧바로 물어올 거라는 예상 못 했던 소준섭은 또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래."긍정의 대답을 들은 김시후의 안색은 아까보다 많이 어두웠다.김시후는 서유가 자신을 찾아왔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 서유는 분명 자기가 몸을 대주고 돈을 받은 일에 대해 화가 난 김시후가 일부러 기억을 잃은 척 하는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무릎까지 꿇으면서 몸을 대준 건 저를 살리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구구절절 해명했었다.만약 교통사고가 있은 직후 바로 기억을 잃었다면 서유가 굳이 제게까지 찾아와 이 일을 언급할 리가 없었다. 그말인즉슨 교통사고 후에 바로 기억을 잃은 건 아니고 이 일로 서유와 다툰 적이 있었기에 서유가 그리 다급하게 저에게 해명을했던 것이다.분명 다른 무슨 이유때문에 기억을 잃은 것일텐데 그게 무엇인지는 형과 그 측근들만 알 것이다.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에 김시후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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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대표님...""나가."굳은 얼굴을 한 채로 나가라는 김시후에게 김태진은 말 한번 제대로 꺼내보지 못하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김태진의 입에서는 사실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걸 알고 또 조작했던 유일한 사람은 이미 죽고 없으니 김시후는 다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그나마 기대볼 곳은 서유밖에 없었다. 이 일의 당사자이니 큰 형이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김시후가 서유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프런트 직원이 택배 박스를 들고 올라왔다."대표님, 대표님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어요."시킨 적도 없는 택배에 김시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무슨 택배죠?"직원은 박스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서유 씨께서 보내신 겁니다."익숙한 이름에 택배 박스에 적힌 보낸 이를 확인하니 확실히 서유였다. 직원을 돌려보낸 김시후가 박스를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안에는 자신이 선물했던 드레스와 구두가 들어있었다.김시후는 마음속에 큰 돌덩이가 눌러앉은 듯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저에게 단단히 실망해서 제가 준 건 받기조차 싫었던 것같다....서유는 열몇 시간의 긴 잠을 자고 나서 티비속의 시끄러운 소리에 마침내 눈을 떴다. 힘겹게 뜬 눈을 돌려 바라본 티비속에서는 JS그룹과 동아그룹의 정략결혼에 대한 보도가 한창이었다."아시아 재계 1위인 JS그룹 후계자 이승하가 두 달 뒤 동아그룹 연지유와 약혼식을 할 것을 알렸습니다.""두 그룹의 정략결혼이 아시아 재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티비속의 남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재벌 상속자다운 면모를 뽐내고 있었다. 하나 달라진 거라면 그옆에 팔짱을 끼고 선 여자가 늘었다는 거. 둘이 나란히 참석하는 약혼 파티에서 재계의 내노라하는 상류인사들은 서로 앞다투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서유는 한때 이승하가 자신을 약혼녀로 세상에 소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지금 연지유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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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서유는 한참을 생각하고서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당연히 많이 해봤죠.]아마도 서유와 김시후의 관계를 많이 신경 쓰는 듯 했다. 그게 아니라면 백통이 넘는 전화를 해댈 리도 없었겠지.이렇게 답장을 하면 김시후와 서유가 꽤 깊은 관계라 여겨 더 이상 귀찮게 하진 않을 것 같았다.역시, 서유가 생각했던 대로 가면남에게서 더 오는 연락은 없었다. 서유는 입꼬리를 올리며 핸드폰을 두고 얼른 밑으로 내려갔다."가혜야!"서유는 얼른 달려가 오랜만에 본 가혜를 껴안았다. 가혜도 그런 서유를 받아주며 환하게 웃었다."나 안 보고 싶었어?""당연히 보고 싶었지!"서유는 그 품을 파고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진짜"가혜는 자신을 꼭 껴안고 말해오는 서유의 손을 톡톡 치며 입을 열었다."됐어됐어, 고작 몇칠 못본거 가지고 뭘"서유도 웃으며 팔을 풀고는 그제서야 자신을 여기까지 내려오게 한 그 특산물을 찾았다."네가 챙겨왔다던 특산물은 어딨어?"가혜는 뒤를 돌더니 손가락으로 작은 산처럼 쌓인 물건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짠! 저거 다야.""뭘 이렇게 많이 샀어?""야, 오랜만에 해외여행 간 건데, 돈 좀 썼지.""야... 그래도 이건 너무 많잖아. 너 이거 사려면 며칠 일해야 되는지는 알아?"서유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지만 가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냥 스킨케어랑 영양제 뭐 그런가야. 얼마 안 해."가혜는 서유를 앞장서서 짐을 한아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뒤를 돌아보며 벙쪄있는 서유를 재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얼른 와, 이거 다 올려가려면 한참 걸려."그 말에 서유는 생각하길 포기하고 바닥에 쌓인 물건들을 집어 들고는 가혜의 뒤를 따랐다. 가혜가 사 온 물건들은 벌써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뭐 부족하다고 얘기한 적도 없는데 뭘 이렇게 많이 산 건지.서유는 봐도 봐도 너무나 많은 물건에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가혜는 냉장고부터 확인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서유가 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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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서유는 가혜가 조금 걱정됬다. 강은우가 자신의 약혼녀가 집에 오는 걸 그렇게까지 막아 나서고 부모님들조차 며느리 될 사람이 집에 오는 걸 마다하는게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유가 집이 너무 누추해서라니, 아무리 봐도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다. 하지만 가혜는 그냥 강은우와 그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배려해서 그런 거라고 혹시나 그런 집을 보게 되면 강은우와의 사이가 나빠질까 봐 우려해서 그런다는 말을 믿으며 별다른 생각은 안 하는데 거기서 제3자인 서유가 말을 꺼낼 수 없었다.그냥 이미 결혼도 한 사인데 아직도 집에 들이지 않는다는 게 의문이었다.다행인지 가혜는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알 게 뭐야, 나도 그런 시골엔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았어. 나랑 은우는 그냥 서울에 계속 있을거고 부모님은 시골에 계신다니까 고부갈등도 없고 좋잖아."가혜의 말을 들은 서유는 하고 싶던 말을 그냥 묻어두었다. 잘 지내고 있는 애한테 괜한 얘기를 해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그냥 괜한 기우일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시댁 사람들이 가혜한테 잘해주신다고 하고 또 결혼 한다니까 몇 년 동안 모든 적금까지 깨서 절반이나 되는 신혼집 선금도 내주시고, 그런걸로 보아 환대받으며 하는 결혼인 건 맞는 듯싶었다.항상 시골에만 계셨던 분들이 그만한 돈을 내주시고 혼수까지 두둑이 챙겨주신 걸로 보아 할 도리는 다하신 것 같다. 정말 순수하게 누추한 집을 보고 가혜가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될까 우려했던 것일 수도 있는거니까. 서유는 깊어져가던 의심을 거두고 가혜와 팔짱을 끼고서는 마트로 향했다.차에 앉은 서유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또 그 가면남이었다.[너 진짜 더러워.][나랑 잔지 얼마나 됐다고 또 딴 남자랑 자냐. 남자가 그렇게 좋아?][걸레 같은 년, 죽여버리고 싶어]계속 이어지는 험한 말들에 서유는 너무 화가 나서 몸까지 떨려왔다. '허 진짜 제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강간범 주제에 어디서 훈계질이야'서유는 핸드폰을 들어 분노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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