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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대표님..."

"나가."

굳은 얼굴을 한 채로 나가라는 김시후에게 김태진은 말 한번 제대로 꺼내보지 못하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김태진의 입에서는 사실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걸 알고 또 조작했던 유일한 사람은 이미 죽고 없으니 김시후는 다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그나마 기대볼 곳은 서유밖에 없었다. 이 일의 당사자이니 큰 형이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김시후가 서유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프런트 직원이 택배 박스를 들고 올라왔다.

"대표님, 대표님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어요."

시킨 적도 없는 택배에 김시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택배죠?"

직원은 박스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서유 씨께서 보내신 겁니다."

익숙한 이름에 택배 박스에 적힌 보낸 이를 확인하니 확실히 서유였다. 직원을 돌려보낸 김시후가 박스를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안에는 자신이 선물했던 드레스와 구두가 들어있었다.

김시후는 마음속에 큰 돌덩이가 눌러앉은 듯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저에게 단단히 실망해서 제가 준 건 받기조차 싫었던 것같다.

...

서유는 열몇 시간의 긴 잠을 자고 나서 티비속의 시끄러운 소리에 마침내 눈을 떴다. 힘겹게 뜬 눈을 돌려 바라본 티비속에서는 JS그룹과 동아그룹의 정략결혼에 대한 보도가 한창이었다.

"아시아 재계 1위인 JS그룹 후계자 이승하가 두 달 뒤 동아그룹 연지유와 약혼식을 할 것을 알렸습니다."

"두 그룹의 정략결혼이 아시아 재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티비속의 남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재벌 상속자다운 면모를 뽐내고 있었다. 하나 달라진 거라면 그옆에 팔짱을 끼고 선 여자가 늘었다는 거.

둘이 나란히 참석하는 약혼 파티에서 재계의 내노라하는 상류인사들은 서로 앞다투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서유는 한때 이승하가 자신을 약혼녀로 세상에 소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지금 연지유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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