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떠오르는 생각들에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그녀는 혹시라도 김시후가 볼까 봐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김시후가 건네준 우유를 조금씩 마셨다.우유를 마시는 서유의 모습에 김시후의 깨끗하고 청초한 얼굴 위로 감출 수 없는 웃음기가 드러났다.서유는 이번에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그가 건네준 우유를 마셨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가 사실은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시후는 눈길 한 번 떼지 않고 조용히 서유를 바라보았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그렇게 넋이 나간 듯 서유를 쳐다봤다.서유가 우유를 다 마시고 나서야 김시후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시선을 떼며 티슈로 서유의 입가를 닦아줬다.조명이 어둡긴 했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김시후의 애정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처음에는 서유가 그저 파트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김시후가 좋아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일부 임원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몰래 사진을 찍었다.김시후가 입가를 닦아주자 서유는 조금 불편했다.그를 밀어내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를 난처하게 만들 수는 없어 결국엔 참았다.김시후는 서유가 여전히 자신을 거절하지 않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그는 서유 대신 입가를 닦아준 뒤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물었다.“우리 형 만난 적 있어?”그는 서유가 자신을 이렇게 밀어내는 이유가 형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서유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똑똑히 물어볼 생각이었다.서유는 미간을 구겼다.“형이 있다고?”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김준혁이라고 예전에 화진 그룹 대표였어. 몰라?”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화진 그룹과 관련된 기사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기에 김준혁을 알 리가 없었다.김시후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서유는 그의 형이 누군지 몰랐다. 그렇다는 건 김준혁이 그녀를 찾아간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김준혁이 김시후의 이름으로 서유를 괴롭힌 적이 있어
임태진을 본 순간 서유는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두려움과 긴장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쳐왔다.“임, 임 대표님...”겁을 먹은 서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목소리도 떨렸다.임태진은 그녀의 겁먹은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서유 씨, 오랜만이네.”서유는 온몸을 떨고 있었지만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임 대표님, 무슨 일로 절 찾으러 여자 화장실까지 오셨죠?”임태진은 살짝 웃은 듯했다. 그리고 그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별거 아니야. 그냥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그는 말을 마친 뒤 마스크를 벗어 십여 바늘로 꿰맨 자신의 입을 보여줬다.촘촘한 바느질 자국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았다. 서유는 겁을 먹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러나 임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건지 서유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이리 와.”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다가가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돌려 옆 화장실로 달려갔다.그러나 임태진의 뒤에 있던, 손에 야구 배트를 든 경호원 두 명이 곧바로 그녀를 뒤따랐다.그들은 서유의 앞길을 막더니 양쪽으로 그녀의 팔을 고정해서 그녀를 임태진의 앞으로 데려갔다.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한 서유는 아주 굴욕적인 자세로 임태진의 발치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서유 씨, 여전히 도망을 잘 치네.”임태진은 음험한 얼굴로 웃더니 고개를 숙여 서유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임태진은 소름 끼치게 웃더니 험악한 눈빛으로 서유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서유 씨 덕분에 난 이제 팔도 다리도 못 써. 심지어 입까지 이 꼴이 됐지. 내가 서유 씨한테 어떻게 감사해야 할까?”임태진은 마지막 한 마디를 씹듯이 내뱉었다. 마치 서유를 갈가리 찢어놓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서유는 그의 모습에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임, 임 대표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모르겠다고?”임태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의 미소가 더욱 오싹해졌다.“서유 씨가 나한테 계약서를 넘긴 날, 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났어. 그들 중에서 리더는 금색
서유가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임태진은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무릅쓰고 구두를 들어 발끝으로 서유의 턱을 쳐들었다.“천박한 년! 내가 지금 이 꼴이 된 건 다 네가 사람을 시켜서 한 짓 때문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어?”서유는 조금 전 임태진의 노여움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러나 억지로 고개가 들려 그를 보게 되었을 때, 그제야 임태진의 눈빛에서 활활 불타오르는 분노를 보아냈다. 순간 숨이 멎을 정도로 겁이 났지만 지금은 겁먹을 때가 아니었다. 서유는 냉정해지려고 이를 악물며 애썼다.“임 대표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전 사람을 시켜 임 대표님을 해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가면을 쓴 남자도 몰라요...”서유가 그 남자를 시켜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임태진이 의심한다고 해도, 그 남자와 아는 사이라는 걸 인정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서유는 그 남자에게 임태진을 혼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었다. 그녀 역시 이튿날 기사를 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리고 서유 또한 피해자였다.“모른다고?”임태진은 시치미를 떼는 서유의 모습에 음험하게 웃었다.“하하...”기괴하고 음산한 웃음소리에 서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주먹을 쥐더니 이를 악물고 부인했다.“그 가면을 쓴 사람이 임 대표님을 공격했다는 건 절대 평범치 않은 인물이란 걸 의미합니다. 저 같은 출신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알겠어요...”임태진은 여전히 입꼬리가 올라간 채 음산하게 웃고 있었다.“예전처럼 말은 잘하네. 하마터면 또 믿을 뻔했어. 하지만 이번에는...”그는 잠깐 뜸을 들였고, 노여움 가득한 눈빛에서 순간 지독함마저 뿜어졌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는 그 한마디를 내뱉은 뒤 서유를 힘껏 걷어찼다.발에 차여서 바닥에 쓰러진 서유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경호원이 야구 배트로 서유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엄청난 통증이 등에서 천천히 퍼져나갔다. 너무 아픈 나머지 서유는
아팠다.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호흡하는 것마저 힘겨울 정도로 아팠다.그러나 임태진은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는 두 경호원에게 명령해 서유를 세면대 쪽으로 밀치고는 음흉한 얼굴로 웃으며 두 경호원을 바라보았다.“내가 유일하게 아쉬운 게 너랑 자지 못했다는 거야. 하지만 현장에서 라이브로 감상하는 것도 꽤 자극적일 것 같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그 말은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보다 더 살벌하게 느껴졌다.서유는 등 뒤의 상처도 신경 쓰지 못한 채 필사적으로 임태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임 대표님, 전 정말 그 가면을 쓴 남자가 누군지 몰라요. 그리고 왜 최경욱 부대표님 얘기를 꺼낸 건지도 모르겠고요...”서유는 이 악물고 가면을 쓴 남자가 누군지 얘기하지 않았다. 그가 누군지 얘기한다면 임태진은 정말로 경호원들에게 그녀를 강간하라고 할 것이니 말이다.임태진은 그저 이런 방식으로 서유에게 가면 쓴 남자가 누군지 얘기하라고 압박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얘기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살길이 있었다.임태진은 서유가 아주 똑똑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제대로 겁을 주지 않는다면 서유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두 경호원을 향해 턱짓을 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벗겨!”경호원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서유의 옷을 벗겼다.겁을 먹은 서유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두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그들은 양쪽으로 서유의 팔을 잡고 그녀를 세면대 위에 엎드리게 했다.“꺼져! 내게 손대지 마!”서유는 미친 듯이,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그러나 그녀가 반항할수록 임태진은 더욱 흥분했다.“빨리, 빨리 해!”“임태진 씨, 가면을 쓴 남자가 누군지 알려줄게요. 그러니까 이거 놔요!”서유는 유일한 카드를 쥐고 이를 악물며 분노에 차서 임태진을 향해 소리쳤다.그러나 임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우선 해버려. 해버려서 단단히 혼쭐을 내.”임태진은 예전에도 서유랑 자고 싶었지만 서유의 말발에 넘어가서 몇 번이나 그녀에게 손을
임태진을 향한 김시후의 시선은 섬뜩했다.“임태진,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죽고 싶어?”김시후는 서유를 안고 임태진 앞에 서더니 그의 휠체어를 걷어찼다.임태진의 팔, 다리는 치료 중이라 힘을 쓸 수가 없었기에 걷어차이자 바닥에 넘어져서 꼼짝하지 못했다.그러나 임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더니 바느질로 꿰맨 입으로 음험하게 웃어 보였다.“서유, 정말 대단하네. 김시후마저 꼬드긴 거야? 그러니까 나랑 자지 않으려고 했지...”김시후는 그의 말이 너무 역겨웠다.마치 누군가 그가 애지중지하는 보물을 더럽힌 것처럼 김시후는 순식간에 집요하고 무시무시하게 돌변했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무거운 구두로 임태진의 입을 힘껏 짓밟았다. 그의 입을 으스러뜨리려는 듯 말이다.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에 임태진은 결국 두려움을 느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시후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힘껏 짓눌렀다.서유는 김시후의 모습에 곧장 정신을 차렸다.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송사월이 아니라 김시후였고, 당시 그 또한 그녀의 심장을 이렇게 짓밟았었다.서유가 잠깐 딴생각을 하고 김시후가 임태진을 상대하는 사이, 아무도 그들의 등 뒤로 경호원들이 일어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김시후는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채 경호원에게 야구 배트로 머리를 공격당했다.엄청난 충격에 김시후는 눈앞이 까매지면서 그대로 고꾸라질 뻔했다.그러나 서유가 떨어질까 봐 걱정되어 이를 악물고 버텨서 한쪽 무릎만 꿇었다. 그리고 품 안의 서유가 무사한 걸 보고 그제야 안도했다.“김시후, 괜찮아?”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있던 서유는 손이 축축한 걸 느꼈다. 팔을 풀어서 보니 온통 피투성이였다.서유는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그의 팔을 잡고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너 다쳤어. 우리 얼른 여기서 떠나서 병원에 가자.”서유는 등을 다쳤을 뿐이지만 김시후는 머리를 다쳤다. 치명적인 곳인 데다가 피도 많이 흘렸으니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김시후는 고개를 젓더니 말없이 그녀를
“안 다쳤어.”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김시후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그녀의 등에 있는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너 많이 다친 것 같으니까 일단 병원부터 가자.”서유의 손에는 그의 피가 가득 묻어있었다. 그 자극적인 빨간색에 서유는 저도 모르게 5년 전, 그가 차에 치였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서유는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두 번 모두 그녀를 구하려고 크게 다쳤으니 말이다. 서유는 김시후가 왜 이렇게 자신을 보호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래.”김시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서유를 안은 채로 파티장을 가로질렀다. 몇몇 경호원들은 두 사람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그들을 둘러쌌다.김시후가 심하게 다친 것 같자 그들은 그를 지키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연신 사과했다.그러나 김시후는 개의치 않아 하며 임태진을 경찰서로 데려가라고 분부한 뒤 빠르게 호텔 로비 쪽으로 걸어갔다.서유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김시후의 겉옷이 커서 그녀의 가녀린 몸을 감싸기에는 충분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유는 불편함을 느꼈다. 혹시라도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볼까 봐 그녀는 김시후의 품속으로 머리를 파묻었다.서유가 김시후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호텔 문 앞에 경호원들이 몰려들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경호원들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김시후는 걸음을 멈추고 링컨 타운카에서 내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검은색 정장 위에 검은색의 코트를 걸치고 어둠 속에 서 있었다.마치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서 있던 그는 음험하고 매서운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김 대표님.”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서유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는 이승하가 왜 이곳에 있는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더 깊게 김시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이렇게 하면 이승하가 자신을 보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승하의 싸늘한 시선은 줄곧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김시후는 이승하에게서 적의를 느꼈지만 왜 그가 자신에게 적의를 갖는 건지 알지는 못했다.“이 대표님, 이
눈앞의 이승하는 그 말을 듣더니 눈빛이 더욱 차가워지고 어두워졌다.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서둘러 고개를 돌려 김시후에게 말했다.“우리 가자.”김시후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훨씬 좋아졌다.그들의 어떤 사이이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서유가 자신을 선택해 줬으니, 이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김시후는 무거운 마음을 정리하고 서유를 꼭 끌어안은 뒤 말 한마디 없이 이승하를 지나쳐 갔다.이승하는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드리워진 지울 수 없는 암울함은 그녀를 꿰뚫을 것만 같았다.서유는 빠르게 눈을 내리깔며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승하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뼈마디가 분명한 그 손은 엄청난 힘으로 서유를 김시후의 품 안에서 빼냈다.서유는 끌려가게 되자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다쳤던 등이 바닥에 쓸리면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팠다.그러나 서유는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팔을 뻗어 흘러내린 겉옷을 주우려고 했다.하지만 손이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이승하가 그것을 차버렸다그리고 곧이어 몸이 따뜻해지면서 검은색 코트가 그녀를 꽉 감쌌다.그 코트는 아주 커서 노출된 두 다리까지 덮었다.은은하게 느껴지는 옅은 향기에 서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자신 앞에 서 있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잠깐이지만 서유는 그가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공공연히 김시후에게서 그녀를 빼앗다니, 그들의 사이를 누군가 눈치챌까 두렵지 않은 것일까?“이승하 씨!”김시후는 서유를 거칠게 대하는 이승하의 모습에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이승하가 어떤 신분인지도 고려하지 않고 그에게 주먹질하려 했다.조금 전, 서유의 옷이 흘러내렸을 때, 이승하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몸을 돌렸었다.그러나 김시후에게서 깊은 적의를 감지한 그들은 즉시 몸을 돌려 그를 막았다.김시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스무여 명의 경호원을 혼자 상대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는 곧 바닥에 제압당
그 말에 서유의 목덜미에 멈춰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승하는 한 손으로 서유의 목을 그러쥐고 그녀를 들었다.엄청난 힘이 호흡 기관을 짓누르자 숨이 턱턱 막히면서 심장이 아팠다.심부전을 앓고 있는 서유는 충분한 산소가 필요했다. 만약 산소가 부족하다면 그녀는 죽게 된다.게다가 등까지 다쳐서 원래도 아파서 숨쉬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목까지 졸리고 있으니...숨 막히는 느낌에 서유는 심장에서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입을 뻐끔거리면서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했다.그러나 큰 손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목을 조르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서유는 떨리는 손으로 이승하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힘이 달렸다.그래서 그저 눈물을 머금은 채로 이승하를 바라보며 그가 자신을 놓아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이승하는 서유의 안색이 심하게 창백한 걸 발견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죽을 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는 황급히 손에 힘을 풀고 그녀를 바닥으로 밀었다.숨 쉴 기회를 얻은 서유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심장께를 부여잡고 온 힘을 다해 한 글자를 쥐어짜 냈다.“약...”서유는 빨리 약을 먹어야 했다. 바로 산소를 들이마시면 죽을 수도 있었다.그녀는 매번 이승하를 만나기 전에 약을 아주 많이 먹어서 증상을 억제했다.수년 동안 이승하 앞에서는 딱 한 번 발작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승하는 그녀가 돈 때문에 엄살을 부린 거로 여겼다.그래서 그 뒤로 서유는 자신의 심장병을 철저히 숨겼고 단 한 번도 그에게 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서유는 이승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정했다.“나... 심장병이 있어서... 제발... 살려줘요...”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숨 막히는 기분이 너무 괴로운 탓에 저도 모르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이승하의 서늘한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약이 어디 있는데?”약은...서유는 외출하기 전 약을 많이 먹어서 집에서 나올 때 가방을 챙기지 않은 걸 떠올렸다.그 점을 떠올린 서유는 갑자기 손에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