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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가혜는 아직도 서유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트로 가는 내내 가면남을 만날 때 연장부터 챙겨야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가혜는 이를 악문 채로 말을 뱉었고 운전대를 잡은 손도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하얗게 질려있었다.

서유는 가혜가 운전대부터 뜯어낼까 조마조마하며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운전 조심하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그렇게 쉴 새없이 대화를 하다보니 금세 마트에 도착했다.

둘은 식재료들을 한 아름 사고서는 다시 집으로 차를 돌렸다. 집에 돌아와서 막 저녁을 하려고 주방으로 향할 때 강은우가 문을 두드렸다.

강은우는 서유와 짧게 인사를 하고 나서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가혜가 들고 있던 칼을 받아들었다.

"나가서 티비라도 좀 봐. 저녁은 내가 준비할게."

강은우의 다정함에 가혜의 입꼬리도 호선을 그리며 예쁘게 올라갔다.

"네가 요리를 잘하긴 해. 그럼 오늘은 너가 해."

가혜는 은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 어번 두드리고는 서유를 데리고 거실로 갔다.

티비를 켜자 지치지도 않는지 재방송 중인 JS그룹과 동아그룹의 정략결혼 기사가 보였다.

티비를 보고 있던 가혜는 이승하의 팔짱을 낀 여자가 서유와 어딘가 닮아 보였다. 아니, 닮아도 너무 닮은 그 모습에 가혜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서유야, 저 여자..."

순간, 가혜는 무언가를 알기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이승하가 서유한테 강제로 싸인을 시키더니... 그게 서유를 대타로 내세우기 위해서였구나.

아마도 서유가 이승하에게 버림받은 것뿐만 아니라 이용까지 당한 듯싶었다.

5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한 결과가 이런 거라니.

가혜는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봤다. 어쩐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그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서유야,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가혜는 손을 들어 서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 할지 생각했다.

이미 자신이 대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서유는 그냥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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