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804 챕터
제121화
“안 다쳤어.”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김시후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그녀의 등에 있는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너 많이 다친 것 같으니까 일단 병원부터 가자.”서유의 손에는 그의 피가 가득 묻어있었다. 그 자극적인 빨간색에 서유는 저도 모르게 5년 전, 그가 차에 치였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서유는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두 번 모두 그녀를 구하려고 크게 다쳤으니 말이다. 서유는 김시후가 왜 이렇게 자신을 보호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래.”김시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서유를 안은 채로 파티장을 가로질렀다. 몇몇 경호원들은 두 사람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그들을 둘러쌌다.김시후가 심하게 다친 것 같자 그들은 그를 지키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연신 사과했다.그러나 김시후는 개의치 않아 하며 임태진을 경찰서로 데려가라고 분부한 뒤 빠르게 호텔 로비 쪽으로 걸어갔다.서유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김시후의 겉옷이 커서 그녀의 가녀린 몸을 감싸기에는 충분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유는 불편함을 느꼈다. 혹시라도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볼까 봐 그녀는 김시후의 품속으로 머리를 파묻었다.서유가 김시후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호텔 문 앞에 경호원들이 몰려들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경호원들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김시후는 걸음을 멈추고 링컨 타운카에서 내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검은색 정장 위에 검은색의 코트를 걸치고 어둠 속에 서 있었다.마치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서 있던 그는 음험하고 매서운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김 대표님.”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서유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는 이승하가 왜 이곳에 있는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더 깊게 김시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이렇게 하면 이승하가 자신을 보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승하의 싸늘한 시선은 줄곧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김시후는 이승하에게서 적의를 느꼈지만 왜 그가 자신에게 적의를 갖는 건지 알지는 못했다.“이 대표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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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눈앞의 이승하는 그 말을 듣더니 눈빛이 더욱 차가워지고 어두워졌다.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서둘러 고개를 돌려 김시후에게 말했다.“우리 가자.”김시후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훨씬 좋아졌다.그들의 어떤 사이이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서유가 자신을 선택해 줬으니, 이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김시후는 무거운 마음을 정리하고 서유를 꼭 끌어안은 뒤 말 한마디 없이 이승하를 지나쳐 갔다.이승하는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드리워진 지울 수 없는 암울함은 그녀를 꿰뚫을 것만 같았다.서유는 빠르게 눈을 내리깔며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승하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뼈마디가 분명한 그 손은 엄청난 힘으로 서유를 김시후의 품 안에서 빼냈다.서유는 끌려가게 되자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다쳤던 등이 바닥에 쓸리면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팠다.그러나 서유는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팔을 뻗어 흘러내린 겉옷을 주우려고 했다.하지만 손이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이승하가 그것을 차버렸다그리고 곧이어 몸이 따뜻해지면서 검은색 코트가 그녀를 꽉 감쌌다.그 코트는 아주 커서 노출된 두 다리까지 덮었다.은은하게 느껴지는 옅은 향기에 서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자신 앞에 서 있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잠깐이지만 서유는 그가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공공연히 김시후에게서 그녀를 빼앗다니, 그들의 사이를 누군가 눈치챌까 두렵지 않은 것일까?“이승하 씨!”김시후는 서유를 거칠게 대하는 이승하의 모습에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이승하가 어떤 신분인지도 고려하지 않고 그에게 주먹질하려 했다.조금 전, 서유의 옷이 흘러내렸을 때, 이승하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몸을 돌렸었다.그러나 김시후에게서 깊은 적의를 감지한 그들은 즉시 몸을 돌려 그를 막았다.김시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스무여 명의 경호원을 혼자 상대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는 곧 바닥에 제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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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그 말에 서유의 목덜미에 멈춰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승하는 한 손으로 서유의 목을 그러쥐고 그녀를 들었다.엄청난 힘이 호흡 기관을 짓누르자 숨이 턱턱 막히면서 심장이 아팠다.심부전을 앓고 있는 서유는 충분한 산소가 필요했다. 만약 산소가 부족하다면 그녀는 죽게 된다.게다가 등까지 다쳐서 원래도 아파서 숨쉬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목까지 졸리고 있으니...숨 막히는 느낌에 서유는 심장에서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입을 뻐끔거리면서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했다.그러나 큰 손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목을 조르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서유는 떨리는 손으로 이승하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힘이 달렸다.그래서 그저 눈물을 머금은 채로 이승하를 바라보며 그가 자신을 놓아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이승하는 서유의 안색이 심하게 창백한 걸 발견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죽을 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는 황급히 손에 힘을 풀고 그녀를 바닥으로 밀었다.숨 쉴 기회를 얻은 서유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심장께를 부여잡고 온 힘을 다해 한 글자를 쥐어짜 냈다.“약...”서유는 빨리 약을 먹어야 했다. 바로 산소를 들이마시면 죽을 수도 있었다.그녀는 매번 이승하를 만나기 전에 약을 아주 많이 먹어서 증상을 억제했다.수년 동안 이승하 앞에서는 딱 한 번 발작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승하는 그녀가 돈 때문에 엄살을 부린 거로 여겼다.그래서 그 뒤로 서유는 자신의 심장병을 철저히 숨겼고 단 한 번도 그에게 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서유는 이승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정했다.“나... 심장병이 있어서... 제발... 살려줘요...”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숨 막히는 기분이 너무 괴로운 탓에 저도 모르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이승하의 서늘한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약이 어디 있는데?”약은...서유는 외출하기 전 약을 많이 먹어서 집에서 나올 때 가방을 챙기지 않은 걸 떠올렸다.그 점을 떠올린 서유는 갑자기 손에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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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아직 숨이 붙어있던 서유는 사력을 다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운전하고 있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얼른... 약혼녀 쫓아가요... 나 신경 쓰지 말고...”그 말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들어서 말이 뚝뚝 끊겼다. 서유는 힘겹게 조수석에 기대어 거칠게 숨을 쉬었지만 숨 막히는 느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이승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서유를 바라볼 뿐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빠르게 병원으로 달렸다.서유는 그가 자신을 안고 빠르게 병원으로 향하자 힘없이 손을 뻗어 그의 흰 셔츠를 잡아당겼다.“난... 병원은 싫어요...”피부에 닿은 그녀의 손가락은 차가웠다. 마치 죽기 직전이라 체온이 빠르게 내려가는 듯해서, 이승하는 심장이 철렁했다.“착하지. 말 들어. 병원에는 산소가 있어.”그렇게 달래놓은 뒤 이승하는 품속의 그녀를 꼭 끌어안고 데스크로 향했다.그곳에서 순찰 중이던 병원 책임자는 이승하가 온 걸 보고 서둘러 그를 맞이했다.“이 대표님...”“주서희, 심장병이야. 얼른 산소 가져와.”흰 가운을 입은 주서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승하는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그녀는 이승하의 품에 안겨 숨을 쉬지 못하는 여자를 바라보더니 황급히 그를 옆 병실로 안내했다.“대표님, 따라오세요!”주서희는 병실 문을 열고 이승하가 서유를 병상 위에 내려놓게 했다. 그러고는 빠르게 산소마스크를 서유에게 씌워줬다.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시게 된 서유는 마치 물을 떠난 물고기가 갑자기 연못으로 돌아온 것처럼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꼈다.서유는 산소마스크를 쥐고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그제야 심장에 다시 산소가 공급되었다.이승하는 서유의 얼굴에 약간의 생기가 돌자 바짝 긴장해서 굳었던 표정이 서서히 다시 차가워졌다.그는 서유를 검진하고 있는 주서희를 바라보았다.“상태는 어때?”주서희는 서유의 심장 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산소를 마셔서 좀 나아지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는 더 검사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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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이건 어떻게 된 거야?”이승하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고 눈빛도 싸늘해졌다.“김시후가 때린 거야?”서유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뇨. 임태진이...”이승하의 잘생긴 미간이 단번에 구겨졌다.“똑바로 말해.”서유는 마지못해 조금 전 호텔에 있었던 일을 그에게 알렸고, 심하게 찌푸려졌던 이승하의 미간을 그제야 조금 펴졌다.그러나 임태진이 데려온 경호원들에게 강간당할 뻔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조금 펴졌던 미간이 다시 한번 심하게 일그러졌다.그는 고민하지도 않고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최경욱, 임태진 처리해.”이승하의 전화를 받은 최경욱은 급히 정중하게 대답했다.“네.”서유는 이승하의 통화를 듣고 조금 놀라웠다. 그가 자신을 대신해 임태진을 처리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승하는 자신이 가지고 놀던 여자를 다른 사람이 건드려서 그녀를 돕는 걸까? 아니면 그저 그녀를 걱정해서 그러는 걸까?서유는 임태진이 JS 그룹의 최 부대표를 언급한 걸 떠올리고 물었다.“그 최경욱 씨라는 사람... 최 부대표님이에요?”이승한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서유는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임태진은 서유가 최경욱과 연합해서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했다고 의심했고 최경욱이 금색 가면의 남자라고 의심하고 있었다.그건 무슨 뜻이고 또 어떻게 된 일일까? 이승하에게 묻고 싶었지만 그에게 자신과 금색 가면의 남자가 잔 적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이승하가 화를 낼까 봐 무서웠고, 그녀를 가벼운 여자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으며 그가 말로 모욕할까 봐 겁이 나서 감히 말할 수가 없었다.이승하는 창백한 얼굴의 서유를 보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잠깐만 참아.”그의 두꺼운 손바닥은 서유의 얼굴을 전부 감쌀 정도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서유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서유는 그의 행동에 착각이 들 정도였다.눈앞의 남자가 사실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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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승하 씨에게 알려주지 마세요. 제발요.”“알겠어요.”주서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유를 보며 물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알려주세요.”주서희는 이승하가 여자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무척 궁금해졌다.서유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예전에는 승하 씨가 여신으로 여기는 그 여자의 대역 같은 거죠. 하지만...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러자 주서희가 피식 웃으면서 되물었다.“여신? 연지유를 말하는 거예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주서희는 연지유임을 확인하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별말 없이 서유에게 푹 쉬라고 말하고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다.주서희가 떠난 후 서유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그렇게 한참 잠을 자고 눈을 뜨는 순간 이승하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검은색 니트를 입었고 따스한 햇볕이 그의 얼굴을 내리쬐자 하얀 피부와 조각 같은 이목구비가 유난히 돋보였다. 그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카리스마는 사람들이 함부로 가까이할 용기가 없게 만들었다.그는 손가락 사이에 보고서를 끼운 채 고개를 숙이고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큰 감정 기복이 없는 듯했다. 주서희가 가짜 보고서를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그녀는 약속을 지키면서 이승하에게 말하지 않았을뿐더러 가짜 보고서까지 만들어 주었다. 서유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그런데 이승하는 왜 여기 있을까? 이미 떠났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병실에 있지?서유는 힘들게 몸을 가누면서 일어나려고 했다가 등에 난 상처를 건드렸다. 순간 뼈가 부러지는듯한 통증이 몰려왔다.“움직이지 마.”이승하는 서유가 움직이려고 하자 미간을 찌푸리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아누울 수 있게 부축했다.이승하의 도움으로 서유는 가까스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이렇게 누우면 등에 상처가 침대에 닿지 않게 된다.서유는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싶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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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서유의 말이 끝나자 이승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내가 치료해 준다고 했으면 끝까지 책임질 거야. 믿고 따라만 와.”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불을 덥석 잡아당겨 덮어준 뒤 다시 보고서를 들고 옆에서 읽기 시작했다.길쭉하고 촘촘한 속눈썹이 크고 까만 그의 눈동자를 가리고 있어 지금 그의 기분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찌푸려진 미간 사이로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아주 조금 말이다.이승하는 원래 감정을 잘 숨길 줄 알았고 서유는 그런 그를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유는 추측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얌전히 옆으로 누워있었다.두 사람은 이렇게 조용하게 한 공간에 있은 적이 없다. 그리고 이승하도 5년 동안 이런 식으로 그녀 곁에 있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서유는 가끔 생각한다. 이승하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어떤 존재일까?단지 연지유의 대역이라면 왜 헤어지고 항상 다시 그녀를 찾아올까?심지어 한번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김시후의 손에서 잡아당겨 왔다.헤어진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왜 이럴까? 정신적인 결벽증 때문에? 아니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이럴까?‘아니면... 나를 좋아해서?’서유는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승하 같은 남자는 결코 쉽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이승하는 개인 핸드폰을 꺼내 수신 번호를 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전화기 너머로 소수빈의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안 카메라에 찍힌 영상들을 다 처리했습니다. 그 누구도 서유 씨의 존재를 모를 겁니다.”그러자 이승하가 덤덤하게 대답했다.“알았어. 걔는 깼어?”“방금 깨났습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서유 씨를 보자고 난리였어요...”이승하가 차갑게 말했다.“안돼.”소수빈은 난처하다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대표님, 그래도 화진 그룹 대표인데 말입니다. 지금 그쪽에서 계속 저를 찾고 있는데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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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대... 대표님, 왜...”서유는 왜 갑자기 자기를 집으로 데려왔는지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입가에 맴돌던 그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서유는 고개를 숙인 채 이승하를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이승하는 마치 서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덤덤하게 그녀를 훑어보았다.“며칠 쉬었다가 가. 데려다줄게.”그는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이렇게만 간단히 말하면서 서유를 안심시켰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데려다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왜 자기를 집으로... 아마 이승하가 서유의 목을 부여잡는 바람에 서유가 목숨을 잃을뻔해서일까?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집으로 데려왔을까?억지스러운 이유였지만 그녀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이승하는 서유를 부축하여 침대에 옆으로 눕힌 후 집사를 불렀다.“주 집사님, 담백한 음식 좀 준비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주태현은 공손히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자 이승하는 도우미 두 명을 불러 여성용품을 준비하게 하고 서유가 씻는 것을 도와주게 했다.서유는 등에 난 상처와 심부전 증상 때문에 움직이기만 해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씻는 일은 무조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마침 어떻게 도움을 청할지 고민하던 중에 이승하가 알아차리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줬다. 이에 서유는 무척 감동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고마워요...”이승하는 그녀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한 번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그는 2층 소파에 앉은 후 노트북을 꺼내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주태현이 정성스럽게 끓인 죽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말했다.“주세요.”주태현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재빨리 알아차렸다.‘둘째 도련님이 직접 방에 있는 그 아가씨에게 가져다주려고 하는구나.’사실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주태현이 들고 오는 음식을 기다렸다. 이를 깨달은 주태현은 황급히 손에 든 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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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주서희는 많은 의료기구들을 들고 들어왔다. 이때 이승하는 이미 방을 나갔다. 주서희가 약도 갈아주고 링거도 놔주는 모습을 보자 서유는 난처하기도 하면서 미안해했다.그때 주서희가 서유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서유 씨는 정말 복이 많네요.”이승하가 서유에게 남달리 잘해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잘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불쌍해서 동정하는 걸지도 모른다.두 사람은 5년 동안 함께 지냈고 이승하는 갑자기 서유가 심장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관심하고 동정할 것이다.주서희는 서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녀는 테이프로 주사 바늘을 붙인 후 약 몇 갑을 꺼내어 서유에게 건네주었다.“서유 씨는 복도 있고 운도 있어요. 마침 해외에서 심부전 말기 치료 약을 구입했어요. 이 약들은 비록 목숨을 살릴 수는 없지만 서유 씨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서유는 그 약들을 보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비록 주서희는 이승하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의사로서의 덕목과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서유는 약을 받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그러자 주서희도 빙그레 웃으며 푹 쉬라고 당부한 뒤 약상자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이때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여러 대의 업무용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바삐 회의하고 있었다.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여전히 집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그 이유는 방에 있는 아픈 서유 때문이다. 주서희가 보기에 그녀는 이승하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았다.이승하가 모든 화상 회의를 끝내고 나서야 주서희는 뚜벅뚜벅 그쪽으로 걸어갔다.“대표님, 서유 씨는 아직 조금 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제가 제시간에 링거를 놓아주러 올게요.”이승하는 주서희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말을 마친 주서희가 바로 떠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여전히 자리에 서서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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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문틈으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와 서유의 귀에 들어갔다. 이승하의 말은 서유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서유는 인제야 자신이 이승하 마음속에 어떤 존재임을 깨달았다.사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자기가 단지 이승하의 성욕을 채워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서유는 오른손을 들어 링거가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했다. 링거를 빨리 맞으면 병이 빨리 나을 것처럼 말이다.주서희가 떠난 후 이승하는 거실 쪽을 쳐다보자 방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거실을 향해 빨리 걸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서유가 링거 맞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손바닥만 한 얼굴에 큰 감정 기복이 없어 보였고 예전처럼 온순하고 얌전했다. 이승하가 들어오자 서유는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제야 이승하는 의심을 내려놓았다.방금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크지 않아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승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침대 앞에 앉았다.“좀 나아졌어?”서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많이 좋아졌어요.”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약간 어색하게 만들었다.이승하가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서유가 끝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가방 좀 찾아다 주시겠어요?”서유는 가방을 로얄 호텔 연회장에 두고 내렸고 핸드폰 같은 개인 소지품은 다 가방에 들어 있었다. 정가혜가 자신을 찾지 못할까 봐 이승하에게 가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이승하는 서유가 자기를 부르는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에전에도 “대표님” 혹은 “승하 씨” 라고 불렀지만 그때는 크게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헤어진 후 이렇게 부르니 이승하는 서유가 자신과 점점 멀어진다고 느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잡념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꺼내 소수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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