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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서유의 말이 끝나자 이승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내가 치료해 준다고 했으면 끝까지 책임질 거야. 믿고 따라만 와.”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불을 덥석 잡아당겨 덮어준 뒤 다시 보고서를 들고 옆에서 읽기 시작했다.

길쭉하고 촘촘한 속눈썹이 크고 까만 그의 눈동자를 가리고 있어 지금 그의 기분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찌푸려진 미간 사이로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아주 조금 말이다.

이승하는 원래 감정을 잘 숨길 줄 알았고 서유는 그런 그를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유는 추측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얌전히 옆으로 누워있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조용하게 한 공간에 있은 적이 없다. 그리고 이승하도 5년 동안 이런 식으로 그녀 곁에 있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서유는 가끔 생각한다. 이승하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어떤 존재일까?

단지 연지유의 대역이라면 왜 헤어지고 항상 다시 그녀를 찾아올까?

심지어 한번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김시후의 손에서 잡아당겨 왔다.

헤어진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왜 이럴까? 정신적인 결벽증 때문에? 아니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이럴까?

‘아니면... 나를 좋아해서?’

서유는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승하 같은 남자는 결코 쉽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이승하는 개인 핸드폰을 꺼내 수신 번호를 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전화기 너머로 소수빈의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안 카메라에 찍힌 영상들을 다 처리했습니다. 그 누구도 서유 씨의 존재를 모를 겁니다.”

그러자 이승하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걔는 깼어?”

“방금 깨났습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서유 씨를 보자고 난리였어요...”

이승하가 차갑게 말했다.

“안돼.”

소수빈은 난처하다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

“대표님, 그래도 화진 그룹 대표인데 말입니다. 지금 그쪽에서 계속 저를 찾고 있는데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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