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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서유는 상처가 조금 낫고 걸을 수 있게 되면 그때 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승하가 먼저 입을 열었으니 이 기회에 말하려고 하였다.

“급한 일로 저를 찾는 것 같아서요. 대표님께서 저를 그쪽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그렇게 급해?”

이승하는 우월감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조각 같은 얼굴과 매서운 눈빛은 조명 아래서 보는 이들을 떨리게 하였다.

“네.”

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두려워했지만 고개를 끄덕이었다. 김시후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이승하와 연지유는 곧 약혼하게 된다. 서유가 그의 집에서 묵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이승하의 지나친 다정함에 잠시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약혼한 남자와 더 이상 엮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유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은 너무 초조했다.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눈치였다. 이승하는 이런 서유를 보자 바로 전에 복잡한 감정들이 점점 사라지고 대신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못 본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보고 싶어? 다시 불같이 뜨거워졌어?”

이승하가 비아냥거렸지만 서유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려 하였다. 서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승하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는 점점 더 힘을 가해 서유의 턱을 잡았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서유는 아픔을 꾹 참고 이승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잠자리하고 애인인 척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그 사람과 다시 만나면 안 되는데요?”

첫마디에 상처받은 건지 아니면 뒤의 말에 당황한 건지 이승하는 말문이 막혔다. 서유는 슬쩍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반짝이던 그의 차가운 눈빛은 어느새 사악하게 변했다.

서유는 갑자기 움찔하더니 혹시 그를 좋아하는 자기 속마음이 드러날까 봐 이성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이때 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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