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도한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자 서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승하와 사이가 틀어지면 그가 사람을 보내 자기를 돌려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보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태현에게 그녀를 잘 돌보라고 했다.그리고 이승하는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마치 그녀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 주서희는 서유에게 며칠 동안 심부전을 치료하는 특효약을 먹어줬고 그러자 그녀의 몸은 점차 회복되었다.서유는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는 것만으로도 쓰러질 것 같았다. 주서희는 특효약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지만 목숨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서유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다. 그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서유가 욕실에서 벽을 짚고 나올 때 주서희는 의료기구를 치우고 있었다. 주서희는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서유를 보자 얼른 달려가 그녀를 부축하였다.“서유 씨, 억지로 버티지 말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세요. 이러다가 큰일나요...”“괜찮아요.”서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주서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러다 대표님께 들키실 겁니다.”서유는 입술을 깨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서 말인데요... 주 선생님, 저를 데리고 떠나주세요. 여기를 떠나고 싶어요.”하지만 주서희는 난감하다는 듯 대답했다.“대표님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서유 씨를 데리고 떠날 수 없을 겁니다.”서유는 주서희를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고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 주서희는 물컵을 들어 서유에게 건네며 말했다.“아직 먹은 게 없을 텐데. 물이라도 좀 마셔요.”심부전 말기 환자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에서 출혈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물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물도 마시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죽음에 이른 것이다.서유는 물을 받고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얼굴에 난 긁힌 자국을 보았다.“서희 씨, 얼굴에 상처...”방
서유는 쭈그리고 앉아 침대에 머리를 기대며 멍을 때렸다. 그때 눈 부신 헤드라이트가 창문에 반사되었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렸고 코닉세그 한 대가 별장 입구에 멈춰 섰다.우산을 쓴 경호원이 뒷좌석 문을 열자 190cm 되는 남자가 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면서 차갑게 말했다.“들어오지 못하게 해.”경호원은 “네”라고 대답하고 그 남자를 별장으로 모셨다. 그리고 경호원은 돌아서서 대문 밖의 철문으로 향했다.서유는 창문 앞에 서서 경호원이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봤더니 어떤 남자가 서있는 것 같았다. 너무 멀리 있고 게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아 서유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힘든 몸을 가누며 벽을 짚고 아래층 쪽으로 걸어갔다. 이승하는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떠나고 싶다고 말하려고 해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오늘 이승하가 드디어 돌아왔으니 서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이승하는 막 외투를 벗어 도우미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서유가 내려온 것을 보자 그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보기 흉하게 변했다.하지만 서유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얼른 마중 나갔다.“대표님...”그녀는 이승하와 몇 마디 나누고 싶었지만 그는 그녀를 쳐다도 보지 않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문전박대를 당한 서유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무슨 뜻이지?’서유를 집에 데려왔지만 대꾸도 안 하고 심지어 눈치를 주고 있다. 서유가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서유는 아예 이승하와 떠날 거라고 말하려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따라다니는 주태현을 보면서 생각을 다시 접었다. 이승하의 허락이 없으면 주태현, 도우미들과 경호원들은 계속 그녀를 주시할 것이다.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서유는 이를 악물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욕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서유는 얼른 일어나 걸어갔다.“대표님, 며
“역시 쟤랑 이미 다 말해놨네!”얼음처럼 차가운 이승하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서유는 어리둥절해졌다.“그런 적 없어요.”“그럼 걔가 어떻게 여기를 찾아왔어?”“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변명하지 마. 가방을 찾아달라고 한 이유가 쟤랑 연락하기 위한 거 아니야?”서유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승하는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는 고집을 부리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서유를 바라봤다. 그러자 서유는 할 말을 잃었다.아무리 변명해도 이승하는 김시후가 서유를 데리러 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서유는 변명하는 것조차 포기했다.“네가 회복되자마자 너를 데리러 왔네. 두 사람이 말을 맞춘 게 아니면 뭔데?”이승하는 점점 더 밀어붙였다. 서유는 억울함과 답답함에 지쳐가는 중이었다. 잠시 후, 서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맞아요. 우리 둘이 이미 다 상의했어요. 내가 회복되는 날에 데리러 오라고 했다고요.”이승하는 서유가 인정하자 입술을 깨물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사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천하긴 여전하네.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걔와 자고 싶어?”매너 있고 품격 있는 이승하가 이런 천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서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손바닥만 한 얼굴을 들고는 그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맞아요. 빨리 자고 싶어요. 그러니깐 제발 저를 풀어주세요. 일 초도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서유는 점점 더 강하게 밀고 나갔다. 그러자 그녀를 안고 있던 이승하는 갑자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서유는 자기가 이미 이승하를 화나게 한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도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서유는 가시 돋친 장미처럼 온몸의 모든 가시를 치켜세웠다.“대표님, 우리는 이미 헤어졌고 대표님은 곧 결혼하잖아요. 그러니깐 깔끔하게 정리합시다. 앞으로 다시 만나지 말고 다시는 저를 찾지 마세요. 네?”이승하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분위기는 극
주태현의 말을 듣자 이승하는 잠시 멈추고 흐릿한 눈으로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품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서유를 지긋이 바라봤다.“네 옛 애인이 너처럼 주제를 모르네.”이승하는 이 말을 한 후 주태현을 지시했다.“저 사람 올라오라고 해요.”‘서유를 보고 싶다고? 그러면 어디 한번 올라와 봐. 네가 견딜 수만 있다면!’“네.”주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경찰에게 잘 설명을 한 후 김시후를 들여보냈다. 흠뻑 적은 김시후는 비틀거리며 계단 손잡이를 잡고 한 걸음씩 올라왔다.서유가 이승하에게 창문에 깔린 채 강제로 키스 당하는 것을 본 순간 그는 눈물이 차올랐고 눈 주위가 모두 붉어졌다.그는 며칠 동안 이승하의 모든 부동산을 조사해 가며 힘겹게 이 집 주소를 찾아냈지만 지금 그가 마주한 광경은 그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김시후는 자리에 멍하니 서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통제력을 잃고 미쳐가기 시작했다!“서유야!”그는 비틀거리며 달려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 했지만 뒤따르던 경호원이 길을 막았다. 등을 돌리고 있는 이승하는 김시후가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서 그의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만족한 듯 피식 웃고는 서유의 머리를 잡고 다시 진하게 키스했다.서유는 김시후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이승하의 목적을 깨달았다. 비록 그녀는 김시후를 잊으려 했지만, 충혈된 그의 눈을 볼 때 가슴이 다시 움찔했다. 그녀에게 달려오려고 발버둥 치는 남자가 김시후가 아닌 송사월인 것 같았다. 오직 송사월만이 서유가 다른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무서운 것이 없다는 듯 달려들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송사월이 힘들어할까 봐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서유가 몸부림칠수록 이승하는 더 진하게 키스했고 심지어 김시후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이승하! 서유를 건드리지 마!”김시후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이승하를 죽이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경호원에게 눌려 꼼짝도 하지 못했고 이승
문이 닫히는 순간, 김시후의 깊은 절망적인 외침이 완전히 차단되었다.이승하는 서유를 침대에 내동댕이쳤고 그녀에게 반항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몸 위로 덮쳤다.서유는 남자가 그저 김시후를 자극한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자신의 몸을 원하는 줄은 생각도 못 했다.“승하 씨, 당신 정신 결벽증 있잖아요? 내가 다른 남자랑 잤는데 더럽지도 않아요?”서유는 이제야 정신 결벽증이 생각났고,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그게 뭐 어때서. 신경 안 써...”덤덤하게 말을 마친 남자의 어두운 눈빛은 마치 무언가 결심한 듯 더욱 확고해졌다.서유는 이 순간에서야 비로소 이승하가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화가 나서 더러운 것도 마다하고 기어이 그녀와 자려 하고 있었다.이것은 벌이기도 하고 분풀이기도 하며 또 아주 조금의... 그리움이었다.이승하는 서유의 몸에 닿자마자 통제력을 잃고 마음속에 억눌렸던 감정이 모두 폭발했다.“서유, 넌 반드시 내 거야...”그의 눈 밑에는 강렬한 소유욕이 넘쳐 흘렀고, 서유도 그런 남자의 모습은 처음이었다.키스를 퍼붓는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서유는 문득 황당했다.“승하 씨, 난 대체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죠?”정욕을 표출하는 도구? 아니면 그녀에게 조금의 자리라도 남겨줬을까?한 남자가 자신의 심리적 장애를 뚫고 여자에게 손을 댄다면, 이건 단지 생리적인 욕구 정도로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정신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더러워진 여자를 품을 수 있을까?그동안 서유는 이 점을 간과했지만 지금 갑자기 생각나서 그녀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다.“그럼 난 너한테 뭔데?”남자의 되물음에 한번 떠보려던 서유는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축 처진 속눈썹으로 눈 밑의 모든 감정을 가렸다.남자는 그녀의 손바닥만 한 얼굴을 꽉 잡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널 사랑할 거라는 망상은 버려.”이승하는 그녀
“어떻게...”서유는 그런 김시후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승하의 옷으로 몸을 꽁꽁 가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과 목덜미의 키스 자국은 모두 김시후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그는 빨개진 눈으로 손을 떨며 다른 남자의 손길이 닿은 곳을 만지려고 했지만 서유가 이를 피했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행동은, 방금 문밖에서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상처를 주었다.김시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미동도 없는 여자를 멀리서 보았다.지금 이 순간에서야 김시후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은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서유를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김시후의 형이 김시후를 사칭하여 그녀를 두 번 세게 걷어찼을 때, 김시후는 이미 서유를 완전히 잃은 것이었다...새빨간 눈가에 물안개가 피어올라 서유의 모습이 흐려졌다.김시후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힘들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온 힘을 다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에 새겨넣을 듯 꽉 안았다.하지만 그렇게 그녀를 품에 안았어도 여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예전의 서유는 송사월이 안아주면 활짝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사월아, 계속 일만 하지 말고 나랑도 놀아 주면 안 돼?”서유는 송사월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송사월은 두 사람의 더 나은 미래와 삶을 위해 항상 그녀와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송사월에게 함께할 시간이 생겼을 때, 두 사람은 교통사고로 인해 서로를 놓쳤다...이런 아쉬움은 그의 심장을 옥죄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질식시켰고, 숨을 크게 내쉬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차가운 액체가 쇄골에 떨어지자 서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그의 큰 손바닥이 여자의 머리를 감쌌다.“서유야, 나 보지 마.”김시후는 자신의 낭패한 모습을 서유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남은 한 가닥 자존심이었다.오늘의 김시후는 너무
김시후는 붉어진 눈으로 서유를 향해 씁쓸하게 웃었다.“우리를 헤어지게 하려고 큰형이 나를 사칭해 너를 때렸던 거야...”“형이 5년 전에 너에게 했던 일들은 나도 최근에야 알았어.”“미안해, 서유야. 내가 널 지키지 못했어...”김시후는 여기까지 말하고 멈추더니 붉어진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서유의 심장은 순식간에 멈추더니, 종이처럼 하얀 작은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러니까, 송사월은 그녀를 버릴 생각도, 죽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당시 그녀를 모질게 때리고, 독한 말을 한 사람은 모두 그의 큰형이었다니...송사월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고, 그녀도 사람을 잘못 사랑하지 않았다...오랫동안 가슴속에 서려 있던 응어리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서유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갑자기 고민도, 슬픔도, 원망도 사라졌고 과거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그녀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을 때, 한결 편안해진 눈빛이었다.“네 탓이 아니야. 우리가 인연이 없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거지. 이미 지나간 일이니 더 이상 사과할 필요 없어...”그녀의 태연한 말투에 김시후는 더욱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고 손마디까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한 것은, 그녀가 이미 두 사람의 과거를 내려놓았음을 의미하는 걸까?“너... 나 버리려는 거야?”김시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서유는 손을 들어 자신의 목덜미를 만졌다. 그 위에는 온통 이승하가 남긴 키스 자국이 가득한데, 이런 그녀가 어떻게 송사월에게 어울릴까?그녀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김시후를 보며 웃었다.“너도 봤다시피 난 이미 깨끗하지 않아.”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던 김시후는 갑자기 용기를 내어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키스 자국을 닦아 주었다.“깨끗하게 지우면 되지. 괜찮아.”그녀의 목덜미를 닦아주는 김시후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남자의 모습에 서유는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송사월은 소유욕이 엄청나게 강
서유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꼭 껴안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그의 안색은 차갑고 음산했으며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얼굴 가득 노기를 띤 것을 보니 방금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은 듯했다.‘내가 사월이랑 갈까 봐 나와서 막는 걸까? 이미 사월이 앞에서 그렇게 지나친 일을 저질러 놓고 왜 아직도 날 놓아주지 않는 걸까?’서유는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감추었다.이승하는 그녀가 반항하지 않자 안색이 누그러졌지만, 차가운 눈으로 김시후를 보았다.“내가 갖고 놀던 물건을 김 대표님이 인수하겠다니. 아주 의리가 깊네요.”이 모욕적인 말에 김시후는 벌컥 화냈다.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승하에게 달려들어 한 방 먹일 생각이었다.하지만 뒤통수를 심하게 다치고 폭우까지 맞은 김시후가 어떻게 이승하의 적수가 될까?주먹이 이승하의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그의 발에 맞아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주제를 알고 덤벼야지!”이승하는 손을 들어 옷소매를 튕기더니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를 향해 거만하게 말했다.김시후의 생사를 전혀 개의치 않는 이승하의 모습에 서유는 더욱 실망했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이승하를 밀어내고 김시후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사월아,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다른 남자를 걱정하며 긴장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악기가 치솟았다.마치 중요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듯 강한 소유욕이 타올랐다.“이리 와...”그의 수양과 이성은 직접 여자를 빼앗아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이승하는 제자리에 꼿꼿하게 서서 땅에 있는 어리석은 한 쌍의 남녀를 내려다보았다.그가 드러낸 표정은 명령이고, 경고이며, 그녀가 복종하지 않으면 반드시 징벌을 가하는 압박이었다.이승하 눈을 마주친 서유는 괴로움이 극에 달했다. 조금도 그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승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절대 그녀와 김시후를 안전하게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서유는 어차피 그에게 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