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서유는 그런 김시후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승하의 옷으로 몸을 꽁꽁 가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과 목덜미의 키스 자국은 모두 김시후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그는 빨개진 눈으로 손을 떨며 다른 남자의 손길이 닿은 곳을 만지려고 했지만 서유가 이를 피했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행동은, 방금 문밖에서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상처를 주었다.김시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미동도 없는 여자를 멀리서 보았다.지금 이 순간에서야 김시후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은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서유를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김시후의 형이 김시후를 사칭하여 그녀를 두 번 세게 걷어찼을 때, 김시후는 이미 서유를 완전히 잃은 것이었다...새빨간 눈가에 물안개가 피어올라 서유의 모습이 흐려졌다.김시후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힘들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온 힘을 다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에 새겨넣을 듯 꽉 안았다.하지만 그렇게 그녀를 품에 안았어도 여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예전의 서유는 송사월이 안아주면 활짝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사월아, 계속 일만 하지 말고 나랑도 놀아 주면 안 돼?”서유는 송사월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송사월은 두 사람의 더 나은 미래와 삶을 위해 항상 그녀와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송사월에게 함께할 시간이 생겼을 때, 두 사람은 교통사고로 인해 서로를 놓쳤다...이런 아쉬움은 그의 심장을 옥죄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질식시켰고, 숨을 크게 내쉬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차가운 액체가 쇄골에 떨어지자 서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그의 큰 손바닥이 여자의 머리를 감쌌다.“서유야, 나 보지 마.”김시후는 자신의 낭패한 모습을 서유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남은 한 가닥 자존심이었다.오늘의 김시후는 너무
김시후는 붉어진 눈으로 서유를 향해 씁쓸하게 웃었다.“우리를 헤어지게 하려고 큰형이 나를 사칭해 너를 때렸던 거야...”“형이 5년 전에 너에게 했던 일들은 나도 최근에야 알았어.”“미안해, 서유야. 내가 널 지키지 못했어...”김시후는 여기까지 말하고 멈추더니 붉어진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서유의 심장은 순식간에 멈추더니, 종이처럼 하얀 작은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러니까, 송사월은 그녀를 버릴 생각도, 죽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당시 그녀를 모질게 때리고, 독한 말을 한 사람은 모두 그의 큰형이었다니...송사월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고, 그녀도 사람을 잘못 사랑하지 않았다...오랫동안 가슴속에 서려 있던 응어리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서유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갑자기 고민도, 슬픔도, 원망도 사라졌고 과거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그녀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을 때, 한결 편안해진 눈빛이었다.“네 탓이 아니야. 우리가 인연이 없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거지. 이미 지나간 일이니 더 이상 사과할 필요 없어...”그녀의 태연한 말투에 김시후는 더욱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고 손마디까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한 것은, 그녀가 이미 두 사람의 과거를 내려놓았음을 의미하는 걸까?“너... 나 버리려는 거야?”김시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서유는 손을 들어 자신의 목덜미를 만졌다. 그 위에는 온통 이승하가 남긴 키스 자국이 가득한데, 이런 그녀가 어떻게 송사월에게 어울릴까?그녀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김시후를 보며 웃었다.“너도 봤다시피 난 이미 깨끗하지 않아.”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던 김시후는 갑자기 용기를 내어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키스 자국을 닦아 주었다.“깨끗하게 지우면 되지. 괜찮아.”그녀의 목덜미를 닦아주는 김시후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남자의 모습에 서유는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송사월은 소유욕이 엄청나게 강
서유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꼭 껴안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그의 안색은 차갑고 음산했으며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얼굴 가득 노기를 띤 것을 보니 방금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은 듯했다.‘내가 사월이랑 갈까 봐 나와서 막는 걸까? 이미 사월이 앞에서 그렇게 지나친 일을 저질러 놓고 왜 아직도 날 놓아주지 않는 걸까?’서유는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감추었다.이승하는 그녀가 반항하지 않자 안색이 누그러졌지만, 차가운 눈으로 김시후를 보았다.“내가 갖고 놀던 물건을 김 대표님이 인수하겠다니. 아주 의리가 깊네요.”이 모욕적인 말에 김시후는 벌컥 화냈다.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승하에게 달려들어 한 방 먹일 생각이었다.하지만 뒤통수를 심하게 다치고 폭우까지 맞은 김시후가 어떻게 이승하의 적수가 될까?주먹이 이승하의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그의 발에 맞아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주제를 알고 덤벼야지!”이승하는 손을 들어 옷소매를 튕기더니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를 향해 거만하게 말했다.김시후의 생사를 전혀 개의치 않는 이승하의 모습에 서유는 더욱 실망했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이승하를 밀어내고 김시후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사월아,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다른 남자를 걱정하며 긴장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악기가 치솟았다.마치 중요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듯 강한 소유욕이 타올랐다.“이리 와...”그의 수양과 이성은 직접 여자를 빼앗아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이승하는 제자리에 꼿꼿하게 서서 땅에 있는 어리석은 한 쌍의 남녀를 내려다보았다.그가 드러낸 표정은 명령이고, 경고이며, 그녀가 복종하지 않으면 반드시 징벌을 가하는 압박이었다.이승하 눈을 마주친 서유는 괴로움이 극에 달했다. 조금도 그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승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절대 그녀와 김시후를 안전하게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서유는 어차피 그에게 5년
그녀의 눈은 맑고 깨끗했으며 이승하에 대한 미련은 조금도 없었고 간청만 있었다.이승하는 온몸의 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를 품은 후 얻은 약간의 안도감도 순식간에 무너졌다.그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진 듯 온몸이 아파졌다.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마구 퍼지는 이 통증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이런 통증은 처음이었다. 온몸을 휘젓고 다니며 사지 전체가 아프고 쑤셨다.“대표님, 제가 가장 나약할 때 손 내밀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사월이는 살 수 없었을 거예요.”“너무 감사하지만, 제가 대표님에 대한 감정은 딱 여기까지예요.”“그만!”이승하의 차가운 소리에 서유는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이승하를 볼 용기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그의 분노를 기다렸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렸지만 남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서유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그의 차갑고 실망한 눈동자가 보였다.그녀는 마음이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승하가 가장 잘하는 것은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그는 이미 이성을 되찾았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여자에게 이승하는 그저 감사한 존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하지만 이승하는 번번이 자존심을 굽혀가며 몇 번이고 그녀를 찾아갔다.그때마다 서유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송사월이고, 이승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매번 각인시켜 줬다.이런 상황에서 이승하가 계속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스워 보일 것이다.그는 실망한 기색을 거두고 차갑게 서유를 보더니 전에 없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쓸데없는 말 한마디 없는 이 간단한 두 글자는 이승하가 그녀를 놓아줬다는 것을 의미한다.그와 깨끗하게 헤어지는 목적에 달성했으니 기뻐해야 마땅하지만, 서유는 마음속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서유는 오만하고 차가운 남자의 눈동자를 그윽하게 쳐다보고는 이를 악물고 돌아서서 김시후를 향해 걸어갔다.김시후를 부축하고 떠날 때,
김시후는 서유를 부축해서 먼저 차에 태운 후에야 비로소 차에 올랐다.자신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깨끗한 수건으로 빗물에 젖은 서유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그녀를 아프게 할까 봐 아주 부드러운 손길이었지만, 그녀의 노출된 피부에 시선이 닿자 안색이 변했다.김시후가 한평생을 아끼고 보살폈던 서유가 뜻밖에도 이승하 그 나쁜 놈에게 모진 꼴을 당하고 말았다...한 번도 아닌 족히 5년이나. 김시후를 평생 후회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서유는 김시후가 자신의 목덜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외투로 목을 감쌌다.김시후는 서둘러 설명했다.“서유야,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너무 못나서 널 해친 것 같아서...”서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 사람 탓 아니야. 내가 원했던 거야.”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서유이니 어떻게 이승하를 탓할 수 있을까?김시후는 흠칫 놀랐다. 서유가 원했다는 것은 강요당한 것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 닦아 주었다.부드럽게 자신을 보살피는 남자의 모습에 서유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이 있었다.“사월아, 나 할 말 있어.”“돌아가서 얘기할까?”그녀가 말을 꺼내자마자 김시후에 의해 중단되었다.그는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서유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서유는 여전히 거즈로 이마를 감싸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김시후는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별장으로 가고 싶었지만, 서유는 원하지 않았고 정가혜의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그 아파트는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곳에서 잠을 자는 것조차 안심할 수 있었다.김시후는 그녀를 아파트로 데려다주었지만, 위층에 올라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올라가면 서유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서유는 상황을 보고 차에서 급히 내리지 않았다.“사월아, 그래도 분명히 해야 할 말들이 있어.”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았다. 이번에 다쳐서 병세가 악화하였다. 주서희가
김시후는 방금 눈치챘지만 그녀가 직접 인정할 줄은 몰랐다.이제는 김시후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하긴, 내가 없는 5년 동안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하지.’하지만 김시후는 너무 괴로웠다.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서 허리를 굽혔다.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려고 해도 도무지 숨이 차오르지 않았다.그 숨 막히는 느낌이 그의 심장을 조여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이마에서는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렸다.그러다 겨우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그럼 난 어떡해...”이제 김시후는 어떻게 해야 할까?어려서부터 서유를 위해 살았는데, 서유가 이승하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서유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가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미안해...”김시후는 고개를 들어 선홍색 눈으로 미안함이 가득한 서유의 얼굴을 보았다.“사과는 필요 없어. 난 너를 원해, 서유야. 그 사람 사랑하지 말고 다시 나 사랑해 주면 안 돼?”그는 앞으로 나서서 서유의 차가운 손을 잡고 자신의 손바닥에 놓았다.“앞으로 내가 정말 잘해 줄게. 다시는 상처 안 줄게.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서 학교 다닐 때처럼 아무 걱정 없이 살자. 응?”서유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사월아,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김시후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너 지금 나 속이는 거지? 진짜 이승하를 사랑한다면 왜 방금 그렇게 매정한 말을 한 건데? 단지 날 원망해서 날 속이고...”“내가 그렇게 매정한 말을 한 건, 그 사람 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서유는 침착하게 김시후의 말을 끊었다.“그 사람이 나를 산 건 내가 연지유 씨와 닮았기 때문이야. 난 그저 대역일 뿐이라고. 이제 연지유 씨가 돌아왔으니, 곧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될 거야. 그러니 난 깨끗하게 정리해야지.”또 다른 이유는 서유가 곧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승하에게 죽기 전의 처참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사월아, 내가 왜 너를 만나러 온 줄 알아? 연지유 씨가 핍박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야. 아니면 절대 다시는 널 만나지 않았을 거야.”“난 너 완전히 잊었어. 그러니 너도 날 잊어줬으면 해. 부산에 돌아가서 화진 그룹을 잘 운영해. 그 곳이 바로 네 집이야.”서유는 단숨에 말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김시후가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그는 여자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껴 울었다.“서유야, 나 절대 너 못 잊어. 평생. 나 버리고 가지 마.”천성적으로 고집이 센 김시후는 이승하처럼 도도하고 오만하지 않아, 여자의 독한 말 몇 마디에 바로 돌아서지 않았다. 그와 깨끗하게 헤어지려면 반드시 더 독해야 했다.서유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돌아서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김시후, 똑똑히 들어. 네가 날 잊든 말든 난 더 이상 너 사랑하지 않아. 네가 계속 매달린다면 난 네가 귀찮고 싫증 날 거야.”그녀는 자신의 허리를 감싼 남자의 손가락을 하나씩 뜯으며 계속 차갑게 말했다.“네 형이 나를 발로 걷어찼는데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절대 불가능해. 그 일 때문에 난 너를 더 미워하게 됐으니까. 그리고 네가 계속 부산에 돌아가지 않으면 난 어쩔 수 없이 계속 너와 만나야 하고, 그럼 난 네가 더 미워질 거야...”김시후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미워한다까지, 그저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김시후는 지옥에 떨어진 것 같았다.“서유야...”그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서유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 아리따운 서유가 이렇게 심한 말을 하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김시후, 세상에 여자는 많아. 왜 한 나무에만 목매는 건데? 게다가 난 널 진작에 사랑하지 않아.”김시후는 상처 가득한 눈으로 서유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유는 손바닥을 쥐어짜고 괴로운 마음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계속 너 접대하기 싫으니까 제발 부산으로 돌아가 줘. 앞으로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 짜증 나니까.”그녀는 이 말
서유는 김시후가 밖에 있는 걸 알았지만 쫓지 않았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김시후가 계속 부산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두지 않을 것이며 김시후는 곧 사람들에게 끌려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서랍을 열어 전에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었다.주서희가 준 특효약과 휴대폰 같은 것도 깜빡하고 챙겨오지 않았다.그때 급하게 나오느라 이승하의 옷만 걸치고 김시후를 부축해 별장을 나왔다.서유는 남자의 향기가 담긴 코트를 집어 들고 손으로 만져보며 아쉬움이 가득했다.그러나 이승하가 자신의 귓가에 한 말을 생각하니 곧 정신이 들었다.유서는 여전히 서랍 속에 그대로 놓여 있었고, 서유는 ‘이승하’라는 세 글자가 적힌 종이를 찾았다.펜을 들어 한 줄 더 써넣었다.[그가 나를 사랑할 거라는 망상을 버리라고 했다. 그는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아마 요 며칠간 힘들어서인지 서유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말기 환자는 잠이 많았고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문밖의 남자는 문에 기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녀의 마음이 약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그녀는 문을 열지 않았다.남자의 눈에는 이미 모든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이씨 가문 별장.주서희는 평소대로 재검사를 하려고 의료 상자를 들고 왔다.하지만 주태현은 서유가 이미 떠났으니 앞으로 치료하러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주서희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으니 서유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 떠난 줄 알았다.‘그래, 어찌 보면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이니 이 집 별장에서 죽어서 괜한 오해를 사면 안 되지.’주서희는 주태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료 상자를 들고 병원으로 돌아가려는데 위층에서 소수빈의 목소리가 들렸다.“서희야, 대표님이 뵙자고 하셔.”주서희는 그 말을 듣고 순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오빠, 대표님이 왜 찾으세요?”소수빈은 주서희의 사촌 오빠였다. 두 사람은 모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