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후는 서유를 부축해서 먼저 차에 태운 후에야 비로소 차에 올랐다.자신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깨끗한 수건으로 빗물에 젖은 서유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그녀를 아프게 할까 봐 아주 부드러운 손길이었지만, 그녀의 노출된 피부에 시선이 닿자 안색이 변했다.김시후가 한평생을 아끼고 보살폈던 서유가 뜻밖에도 이승하 그 나쁜 놈에게 모진 꼴을 당하고 말았다...한 번도 아닌 족히 5년이나. 김시후를 평생 후회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서유는 김시후가 자신의 목덜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외투로 목을 감쌌다.김시후는 서둘러 설명했다.“서유야,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너무 못나서 널 해친 것 같아서...”서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 사람 탓 아니야. 내가 원했던 거야.”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서유이니 어떻게 이승하를 탓할 수 있을까?김시후는 흠칫 놀랐다. 서유가 원했다는 것은 강요당한 것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 닦아 주었다.부드럽게 자신을 보살피는 남자의 모습에 서유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이 있었다.“사월아, 나 할 말 있어.”“돌아가서 얘기할까?”그녀가 말을 꺼내자마자 김시후에 의해 중단되었다.그는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서유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서유는 여전히 거즈로 이마를 감싸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김시후는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별장으로 가고 싶었지만, 서유는 원하지 않았고 정가혜의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그 아파트는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곳에서 잠을 자는 것조차 안심할 수 있었다.김시후는 그녀를 아파트로 데려다주었지만, 위층에 올라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올라가면 서유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서유는 상황을 보고 차에서 급히 내리지 않았다.“사월아, 그래도 분명히 해야 할 말들이 있어.”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았다. 이번에 다쳐서 병세가 악화하였다. 주서희가
김시후는 방금 눈치챘지만 그녀가 직접 인정할 줄은 몰랐다.이제는 김시후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하긴, 내가 없는 5년 동안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하지.’하지만 김시후는 너무 괴로웠다.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서 허리를 굽혔다.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려고 해도 도무지 숨이 차오르지 않았다.그 숨 막히는 느낌이 그의 심장을 조여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이마에서는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렸다.그러다 겨우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그럼 난 어떡해...”이제 김시후는 어떻게 해야 할까?어려서부터 서유를 위해 살았는데, 서유가 이승하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서유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가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미안해...”김시후는 고개를 들어 선홍색 눈으로 미안함이 가득한 서유의 얼굴을 보았다.“사과는 필요 없어. 난 너를 원해, 서유야. 그 사람 사랑하지 말고 다시 나 사랑해 주면 안 돼?”그는 앞으로 나서서 서유의 차가운 손을 잡고 자신의 손바닥에 놓았다.“앞으로 내가 정말 잘해 줄게. 다시는 상처 안 줄게.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서 학교 다닐 때처럼 아무 걱정 없이 살자. 응?”서유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사월아,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김시후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너 지금 나 속이는 거지? 진짜 이승하를 사랑한다면 왜 방금 그렇게 매정한 말을 한 건데? 단지 날 원망해서 날 속이고...”“내가 그렇게 매정한 말을 한 건, 그 사람 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서유는 침착하게 김시후의 말을 끊었다.“그 사람이 나를 산 건 내가 연지유 씨와 닮았기 때문이야. 난 그저 대역일 뿐이라고. 이제 연지유 씨가 돌아왔으니, 곧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될 거야. 그러니 난 깨끗하게 정리해야지.”또 다른 이유는 서유가 곧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승하에게 죽기 전의 처참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사월아, 내가 왜 너를 만나러 온 줄 알아? 연지유 씨가 핍박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야. 아니면 절대 다시는 널 만나지 않았을 거야.”“난 너 완전히 잊었어. 그러니 너도 날 잊어줬으면 해. 부산에 돌아가서 화진 그룹을 잘 운영해. 그 곳이 바로 네 집이야.”서유는 단숨에 말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김시후가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그는 여자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껴 울었다.“서유야, 나 절대 너 못 잊어. 평생. 나 버리고 가지 마.”천성적으로 고집이 센 김시후는 이승하처럼 도도하고 오만하지 않아, 여자의 독한 말 몇 마디에 바로 돌아서지 않았다. 그와 깨끗하게 헤어지려면 반드시 더 독해야 했다.서유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돌아서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김시후, 똑똑히 들어. 네가 날 잊든 말든 난 더 이상 너 사랑하지 않아. 네가 계속 매달린다면 난 네가 귀찮고 싫증 날 거야.”그녀는 자신의 허리를 감싼 남자의 손가락을 하나씩 뜯으며 계속 차갑게 말했다.“네 형이 나를 발로 걷어찼는데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절대 불가능해. 그 일 때문에 난 너를 더 미워하게 됐으니까. 그리고 네가 계속 부산에 돌아가지 않으면 난 어쩔 수 없이 계속 너와 만나야 하고, 그럼 난 네가 더 미워질 거야...”김시후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미워한다까지, 그저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김시후는 지옥에 떨어진 것 같았다.“서유야...”그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서유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 아리따운 서유가 이렇게 심한 말을 하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김시후, 세상에 여자는 많아. 왜 한 나무에만 목매는 건데? 게다가 난 널 진작에 사랑하지 않아.”김시후는 상처 가득한 눈으로 서유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유는 손바닥을 쥐어짜고 괴로운 마음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계속 너 접대하기 싫으니까 제발 부산으로 돌아가 줘. 앞으로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 짜증 나니까.”그녀는 이 말
서유는 김시후가 밖에 있는 걸 알았지만 쫓지 않았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김시후가 계속 부산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두지 않을 것이며 김시후는 곧 사람들에게 끌려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서랍을 열어 전에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었다.주서희가 준 특효약과 휴대폰 같은 것도 깜빡하고 챙겨오지 않았다.그때 급하게 나오느라 이승하의 옷만 걸치고 김시후를 부축해 별장을 나왔다.서유는 남자의 향기가 담긴 코트를 집어 들고 손으로 만져보며 아쉬움이 가득했다.그러나 이승하가 자신의 귓가에 한 말을 생각하니 곧 정신이 들었다.유서는 여전히 서랍 속에 그대로 놓여 있었고, 서유는 ‘이승하’라는 세 글자가 적힌 종이를 찾았다.펜을 들어 한 줄 더 써넣었다.[그가 나를 사랑할 거라는 망상을 버리라고 했다. 그는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아마 요 며칠간 힘들어서인지 서유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말기 환자는 잠이 많았고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문밖의 남자는 문에 기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녀의 마음이 약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그녀는 문을 열지 않았다.남자의 눈에는 이미 모든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이씨 가문 별장.주서희는 평소대로 재검사를 하려고 의료 상자를 들고 왔다.하지만 주태현은 서유가 이미 떠났으니 앞으로 치료하러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주서희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으니 서유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 떠난 줄 알았다.‘그래, 어찌 보면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이니 이 집 별장에서 죽어서 괜한 오해를 사면 안 되지.’주서희는 주태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료 상자를 들고 병원으로 돌아가려는데 위층에서 소수빈의 목소리가 들렸다.“서희야, 대표님이 뵙자고 하셔.”주서희는 그 말을 듣고 순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오빠, 대표님이 왜 찾으세요?”소수빈은 주서희의 사촌 오빠였다. 두 사람은 모두 이
“심장을 찾게 되면 네가 데리고 가서 이식 수술을 하고, 앞으로 서유와 관련된 일은 나에게 보고할 필요 없어.’그의 차가운 한마디가 주서희의 추측을 끊어놓았다.정말 신경 쓴다면 절대로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없을 것이다.‘이건 분명 서유 씨를 뻥 차버리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야!’‘조지 의사가 심장을 찾을 수 있을지, 서유 씨가 살 수 있을지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잖아? 그렇지 않으면 왜 앞으로 서유 씨에 관한 일을 보고하지 말라고 하겠어?’‘보아하니, 두 사람 완전히 인연을 끊었나 보네.’‘다만 대표님이 헛수고하실까 봐 그게 걱정이네. 지금 서유 씨의 상태는 적절한 심장을 기다리지 못할 것 같은데...’주서희는 잠깐 고민했지만, 어차피 이승하가 서유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떠났다.주서희가 나가고 이승하는 저도 모르게 잡고 있던 펜을 꽉 쥐었다.서재에서 나온 주서희는 주소를 묻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이 생각났지만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문 앞에 서 있는 소수빈에게 물었다.“오빠, 서유 씨 집 주소 알아요?”소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하는 늘 그 작은 아파트로 서유를 데리러 갔으니 당연히 그녀의 집 주소를 알고 있었다.“내가 데려다줄까? 아니면 주소만 보내줘?”주서희는 손에 든 약을 보더니 말했다.“주소만 줘요. 대표님이 언제 찾을지 모르니 오빠 자리를 비워둘 수 없잖아요.”소수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꺼내 주서희에게 주소를 보냈다.주서희는 서유의 물건을 들고 내비게이션을 켜고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과 화진 그룹의 김시후가 보였다.김시후는 문 앞에 기대어 몸과 마음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여전히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주서희는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그녀가 의학을 배우게 된 것이 바로 김시후 때문이었으니 말이다.주서희는 더 이상 과거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주서희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대답이 없었다.서유가 잠에 빠졌을 거로 생각해 어떻게 문을 열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당신들 누구예요? 남의 집 문 앞에서 뭐 하고 있어요?”정가혜는 요 며칠 서유와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가 돌아왔는지 보려고 찾아왔다.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왔을 때,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열몇 명을 보았고, 김시후와 주서희가 그 사람들에게 가려져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집에 강도라도 든 줄 알고 복도에 경비 할아버지가 남겨둔 빗자루를 들고 앞으로 달려가 소리 질렀다.그녀는 집주인의 기세로 이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들은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김시후는 정가혜의 목소리를 듣고 경호원에게 길을 비키라고 명령했다.그제야 정가혜는 김시후를 발견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 집 앞에서 뭐 하는 거야?”정가혜는 김시후를 보자마자 퉁명스럽게 힐끗 쳐다보았다. ‘우리 서유를 발로 차 놓고, 이제는 집까지 찾아와서 때릴 생각인가?’김시후는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미안해요, 가혜 누나. 서유한테 볼 일이 있어서요.”정가혜는 빗자루를 내려놓고 차갑게 말했다.“이승하가 데려갔다고 했잖아?”아직 서유가 돌아온 줄 모르는 정가혜는 그저 김시후를 쫓아낼 생각이었다.하지만 남자의 핏발 선 눈을 본 순간, 모진 말들을 꿀꺽 삼켜야 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예뻐하던 동생이었으니 차마 모진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서유 돌아왔어요. 저를 보고 싶지 않아 해요.”정가혜는 다시 한번 남자를 흘겨보았다.“네가 서유에게 한 짓이 있지. 그런데 널 보고 싶겠니?”김시후의 눈시울이 또 붉어졌다.그렇다, 그가 직접 한 짓이 아니더라도, 그의 친형이 한 짓이다.김시후는 책임을 피할 수 없으니, 서유가 그를 원망하는 것도 당연했다.다만 김시후가 슬픈 이유는, 서유가 자신을 원망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잊고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그 말에 주서희는 아무 대답 없이 덤덤히 정가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정가혜는 당황할 정도였다.정가혜는 두 사람을 소파에 앉힌 후, 몸을 돌려 방문을 두드렸다.“서유야, 손님 왔어.”방 안의 서유는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이미 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났다.그들이 밖에서 대화하는 것도 모두 들었지만 일어날 힘이 없었다.이제 몸을 가누고 일어나려고 할 때, 정가혜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일어나려다 일어나지 못하는 서유의 모습을 본 정가혜가 곧장 달려갔다.“서유야, 괜찮아?”김시후와 주서희도 소리를 듣고 들어왔다.김시후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주서희가 한발 앞서 말했다.“의사인 제가 있는데 물러나시죠.”주서희는 김시후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서유의 이마를 짚고 체온을 쟀다.“비 맞았어요?”체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서유에게 이 정도의 고온은 치명적이었다.아까 이승하의 별장에서 나올 때 비가 내렸었다. 김시후가 외투로 비를 막아줬지만 그래도 비를 좀 맞았다.김시후는 자책하는 얼굴로 서유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피했다.서유는 주서희를 의식해 남자의 손만 피했을 뿐 그를 쫓아내지 않았다.그녀의 행동에 김시후는 가슴에 가시가 박힌 것 같았다...이제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서유가 아니었다...예전에 그녀가 화났을 때 심한 말을 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두 사람은 약속했었다.그녀의 화가 풀리면 그때 다시 달래주면 반드시 용서해주겠다고 했다.하지만 김시후는 이미 밤새 문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서유는 돌아오지 않았다.주서희는 두 사람의 작은 행동을 보고 의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진찰을 핑계로 왔을 뿐이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미열이 조금 있으니 해열제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주서희는 해열제를 준 후 가방과 그 약을 건네주었다.“이건 서유 씨가 두고 간 물건이라고 대표님께 전해주라고 하셨어요...”주서희는 원래 약을 몇 갑 더 주려고 했지만 서유가 계속 눈짓을
김시후는 고개를 돌려버린 서유를 보자 가슴에 사무치는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그의 몸도 같이 휘청거렸다."정말 이승하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거야? 그래서 나한테 이러는거냐고...""서유야, 내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지 넌 알잖아. 근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말을 하는 김시후의 눈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매정한 서유를 향한 원망이었고 제가 아닌 다른 이를 마음에 품은 것에 대한 원망이었다. 서유는 김시후를 한번 쳐다보더니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그래, 나 이승하 좋아해. 너도 나랑 만났으니까 알잖아. 사랑할 때의 내가 어떤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승하야. 그래서 너한테 여지 줄 생각 없어. 너도 나 좀 그만 놔주면 안돼?"서유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김시후의 가슴에 비수가 되여 꽂혔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휘청거리던 몸도 주체 못하고 더욱 거세게 떨려왔다. 김서하는 화가 난 발걸음으로 한걸음에 서유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턱을 쥐여잡고는 입을 맞췄다.강압적인 입맞춤은 예전과 같았다. 하나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유가 더 이상 그 입맞춤에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아무런 반응도 없는 서유를 놓아주고 증오가 서린 차가운 그녀의 표정을 보았을 때, 김시후는 정말 모든 것이 끝났음을 자각했다."언젠가는 네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김시후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고 벽에 흔들리는 몸을 겨우 지탱한 채 밖으로 나갔다.그 안쓰러운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유도 코끝이 찡해오며 눈물을 흘렸다.그런 서유를 본 가혜는 분명 아직도 김시후를 잊지 못하면서 왜 그렇게까지 모질어야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서유야, 혹시 그때 김시후가 너를 때린 것 때문에 그래?"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일은 그냥 오해였어. 김시후가 그런 게 아니야."이번에는 가혜가 묻기도 전에 서유가 먼저 김시후의 쌍둥이 형에 대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가혜는 오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