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서희는 많은 의료기구들을 들고 들어왔다. 이때 이승하는 이미 방을 나갔다. 주서희가 약도 갈아주고 링거도 놔주는 모습을 보자 서유는 난처하기도 하면서 미안해했다.그때 주서희가 서유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서유 씨는 정말 복이 많네요.”이승하가 서유에게 남달리 잘해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잘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불쌍해서 동정하는 걸지도 모른다.두 사람은 5년 동안 함께 지냈고 이승하는 갑자기 서유가 심장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관심하고 동정할 것이다.주서희는 서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녀는 테이프로 주사 바늘을 붙인 후 약 몇 갑을 꺼내어 서유에게 건네주었다.“서유 씨는 복도 있고 운도 있어요. 마침 해외에서 심부전 말기 치료 약을 구입했어요. 이 약들은 비록 목숨을 살릴 수는 없지만 서유 씨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서유는 그 약들을 보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비록 주서희는 이승하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의사로서의 덕목과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서유는 약을 받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그러자 주서희도 빙그레 웃으며 푹 쉬라고 당부한 뒤 약상자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이때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여러 대의 업무용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바삐 회의하고 있었다.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여전히 집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그 이유는 방에 있는 아픈 서유 때문이다. 주서희가 보기에 그녀는 이승하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았다.이승하가 모든 화상 회의를 끝내고 나서야 주서희는 뚜벅뚜벅 그쪽으로 걸어갔다.“대표님, 서유 씨는 아직 조금 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제가 제시간에 링거를 놓아주러 올게요.”이승하는 주서희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말을 마친 주서희가 바로 떠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여전히 자리에 서서 머
문틈으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와 서유의 귀에 들어갔다. 이승하의 말은 서유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서유는 인제야 자신이 이승하 마음속에 어떤 존재임을 깨달았다.사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자기가 단지 이승하의 성욕을 채워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서유는 오른손을 들어 링거가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했다. 링거를 빨리 맞으면 병이 빨리 나을 것처럼 말이다.주서희가 떠난 후 이승하는 거실 쪽을 쳐다보자 방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거실을 향해 빨리 걸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서유가 링거 맞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손바닥만 한 얼굴에 큰 감정 기복이 없어 보였고 예전처럼 온순하고 얌전했다. 이승하가 들어오자 서유는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제야 이승하는 의심을 내려놓았다.방금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크지 않아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승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침대 앞에 앉았다.“좀 나아졌어?”서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많이 좋아졌어요.”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약간 어색하게 만들었다.이승하가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서유가 끝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가방 좀 찾아다 주시겠어요?”서유는 가방을 로얄 호텔 연회장에 두고 내렸고 핸드폰 같은 개인 소지품은 다 가방에 들어 있었다. 정가혜가 자신을 찾지 못할까 봐 이승하에게 가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이승하는 서유가 자기를 부르는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에전에도 “대표님” 혹은 “승하 씨” 라고 불렀지만 그때는 크게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헤어진 후 이렇게 부르니 이승하는 서유가 자신과 점점 멀어진다고 느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잡념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꺼내 소수빈에
소수빈은 소유욕에 불타오르는 이승하의 눈빛을 보았다. 마치 승리를 확신한 듯 카리스마가 넘쳤다. 소수빈은 원래 서유를 김시후에게 돌려주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이런 그의 모습을 보자 하려던 말을 삼켰다.‘대표님이 서유 씨를 포기할 수 없었네. 그래서 김시후와 겨루게 된 거야.’이런 이승하의 속내를 알고 있었지만 소수빈은 아는 척 티를 내지 않았다. 그저 “네”라고 대답을 하고 소식을 차단할 방법과 수단만 생각했다.비록 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승하의 측근이지만 저택에 있는 큰 사모님이 움직이면 쉽게 막아낼 수 없었다. 소수빈은 이럴 때일수록 이승하를 위해 장애물을 제거해야지 서유를 포기하라고 설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방금 서재에서 있던 대화를 모르는 서유는 주태현이 자기 가방을 들고 들어오자 급히 몸을 가누며 일어나 앉았다.“서유 씨, 가방을 찾았어요.”서유는 주태현이 건네준 가방을 두 손으로 받으면서 말했다.“감사합니다.”그러자 주태현은 선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도련님께서 찾으신 겁니다. 인사는 도련님께 하세요.”서유는 예의 바르게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태현도 그녀의 방에 오래 머무는 것이 불편하여 편히 쉬라고 당부하고 자리를 떠났다.주태현이 떠난 후에야 서유는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꺼냈다. 바로 조금 전, 정가혜가 그녀에게 십여 통의 전화를 걸었다. 깜짝 놀란 서유는 급히 콜백을 하였다. 통화 연결음이 딱 한 번 울리더니 정가혜가 전화를 받았다.“서유야, 어떻게 된 일이야? 송사월이 왜 우리 집 앞에 있어?”서유가 말하기도 전에 정가혜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5년 만에 복수하러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서유는 김시후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가혜야, 복수하러 온 것이 아니야.”서유는 회사에서 김시후를 접대하라고 한 일을 정가혜에게 말해줬다. 계단 어귀에 숨어 있던 정가혜는 그제야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이런...’그리고 문 앞을 지키고 김시후를 슬쩍 쳐다보았다.“서유야, 그런데 얘가
“가혜 누나...”김시후가 울먹이며 외치는 그녀의 이름에 정가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정가혜는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김시후가 아니라 송사월이라고 믿고 싶었다.그래서 그가 예전처럼 자신을 불렀을 때 정가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충혈된 김시후의 눈을 차갑게 바라봤다.예전에 정가혜는 서유를 데리고 부산으로 가서 김시후를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김시후의 경호원에게 쫓겨났다.그 후 정가혜는 서유의 권유로 서울로 돌아갔고 김씨 가문 사람들로부터 사진을 뺏겼다. 당시 셋집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산 가구들도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하지만 정가혜를 더욱 실망하게 한 것은 김시후가 서유를 죽이려 했다는 것이다. 정가혜는 이런 일들을 잊은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다시 김시후를 만났을 때 쌓여왔던 화가 치밀어 올랐다.“죄송해요...”그는 용기를 내어 끝내 이 말을 뱉었다. 5년 늦은 사과였다. 또한 늦은 사과 때문에 그들은 5년이란 시간을 낭비하였다.“그 말은 서유한테나 해.”그가 가장 미안해야 할 사람은 서유이지 정가혜가 아니었다.“누나한테도 미안하고 서유한테도 미안해요...”그는 중얼거리면서 무의식적으로 정가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서유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제발요. 서유에게 할 말이 있어요.”비록 정가혜는 김시후를 수상하게 생각했지만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그의 손을 밀쳐 버렸다.“며칠 뒤 찾아오겠다고 했으니 할 말 있으면 그때 다시 해.”“아니에요. 서유는 이승하에게 끌려갔어요. 이승하는 서유를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이승하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서유가 몸을 팔아 자기를 구한 것을 알았지만 서유를 산 사람이 바로 이승하인 줄은 몰랐다.만약 이승하가 그날 자기 손에서 서유를 빼앗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직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이승하는 김시후보다 더 많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정가혜의 말은 김시후에게 치명타였다.“매번?”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충혈된 눈으로 정가혜를 바라보았다.“5년 동안... 서유가 계속 이승하와 함께 있었어요?”“그래.”그녀의 덤덤한 한마디가 비수처럼 김시후의 마음에 꽂혔다. 그는 서유가 한 번만 몸을 팔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승하와 5년 동안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어쩐지 이승하가 서유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소유욕으로 가득했다.‘두 사람이 5년 동안이나 함께 있었네.’김시후는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서유를 15년 동안이나 좋아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차에 치여 죽을지언정 그녀가 몸을 팔아 그를 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서유가 다른 남자 품에 누워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래서 김시후는 서유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미친 사람처럼 그녀를 비난했다.한 번도 감당하기 힘든데 5년이라니...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고 사랑했던 서유가 이승하와 5년...순간 그의 심장이 경련하듯 움츠러들었고 팔다리까지 아파지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갑자기 쓰러진 김시후를 보고 놀란 정가혜는 얼른 경비원을 불러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김시후가 안정을 되찾은 뒤 그녀는 병원에서 나왔다. 이미 날이 저물었다. 정가혜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내 서유에게 문자를 보냈다.[서유야,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와서 송사월을 만나봐. 뭔가 중요한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유는 문자를 받고 긴 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급하게 자기를 찾는 이유는 뭘까?그녀는 자기 몸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비록 특효약을 썼지만 단기간에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등에 새로 생긴 상처는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저릴 만큼 아팠다.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가고 싶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서유는 한참 고민하다가 답장했다.[알았어. 노력해 볼게.]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삿바늘을 빼주고 있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하루
서유는 상처가 조금 낫고 걸을 수 있게 되면 그때 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승하가 먼저 입을 열었으니 이 기회에 말하려고 하였다.“급한 일로 저를 찾는 것 같아서요. 대표님께서 저를 그쪽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그렇게 급해?”이승하는 우월감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조각 같은 얼굴과 매서운 눈빛은 조명 아래서 보는 이들을 떨리게 하였다.“네.”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두려워했지만 고개를 끄덕이었다. 김시후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이승하와 연지유는 곧 약혼하게 된다. 서유가 그의 집에서 묵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이승하의 지나친 다정함에 잠시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약혼한 남자와 더 이상 엮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유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은 너무 초조했다.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눈치였다. 이승하는 이런 서유를 보자 바로 전에 복잡한 감정들이 점점 사라지고 대신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못 본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보고 싶어? 다시 불같이 뜨거워졌어?”이승하가 비아냥거렸지만 서유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려 하였다. 서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승하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는 점점 더 힘을 가해 서유의 턱을 잡았다.“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도대체 왜?”서유는 아픔을 꾹 참고 이승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저는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잠자리하고 애인인 척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그 사람과 다시 만나면 안 되는데요?”첫마디에 상처받은 건지 아니면 뒤의 말에 당황한 건지 이승하는 말문이 막혔다. 서유는 슬쩍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반짝이던 그의 차가운 눈빛은 어느새 사악하게 변했다.서유는 갑자기 움찔하더니 혹시 그를 좋아하는 자기 속마음이 드러날까 봐 이성으로 억누르고 있었다.이때 이승
그 도도한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자 서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승하와 사이가 틀어지면 그가 사람을 보내 자기를 돌려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보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태현에게 그녀를 잘 돌보라고 했다.그리고 이승하는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마치 그녀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 주서희는 서유에게 며칠 동안 심부전을 치료하는 특효약을 먹어줬고 그러자 그녀의 몸은 점차 회복되었다.서유는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는 것만으로도 쓰러질 것 같았다. 주서희는 특효약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지만 목숨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서유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다. 그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서유가 욕실에서 벽을 짚고 나올 때 주서희는 의료기구를 치우고 있었다. 주서희는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서유를 보자 얼른 달려가 그녀를 부축하였다.“서유 씨, 억지로 버티지 말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세요. 이러다가 큰일나요...”“괜찮아요.”서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주서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러다 대표님께 들키실 겁니다.”서유는 입술을 깨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서 말인데요... 주 선생님, 저를 데리고 떠나주세요. 여기를 떠나고 싶어요.”하지만 주서희는 난감하다는 듯 대답했다.“대표님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서유 씨를 데리고 떠날 수 없을 겁니다.”서유는 주서희를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고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 주서희는 물컵을 들어 서유에게 건네며 말했다.“아직 먹은 게 없을 텐데. 물이라도 좀 마셔요.”심부전 말기 환자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에서 출혈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물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물도 마시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죽음에 이른 것이다.서유는 물을 받고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얼굴에 난 긁힌 자국을 보았다.“서희 씨, 얼굴에 상처...”방
서유는 쭈그리고 앉아 침대에 머리를 기대며 멍을 때렸다. 그때 눈 부신 헤드라이트가 창문에 반사되었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렸고 코닉세그 한 대가 별장 입구에 멈춰 섰다.우산을 쓴 경호원이 뒷좌석 문을 열자 190cm 되는 남자가 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면서 차갑게 말했다.“들어오지 못하게 해.”경호원은 “네”라고 대답하고 그 남자를 별장으로 모셨다. 그리고 경호원은 돌아서서 대문 밖의 철문으로 향했다.서유는 창문 앞에 서서 경호원이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봤더니 어떤 남자가 서있는 것 같았다. 너무 멀리 있고 게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아 서유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힘든 몸을 가누며 벽을 짚고 아래층 쪽으로 걸어갔다. 이승하는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떠나고 싶다고 말하려고 해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오늘 이승하가 드디어 돌아왔으니 서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이승하는 막 외투를 벗어 도우미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서유가 내려온 것을 보자 그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보기 흉하게 변했다.하지만 서유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얼른 마중 나갔다.“대표님...”그녀는 이승하와 몇 마디 나누고 싶었지만 그는 그녀를 쳐다도 보지 않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문전박대를 당한 서유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무슨 뜻이지?’서유를 집에 데려왔지만 대꾸도 안 하고 심지어 눈치를 주고 있다. 서유가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서유는 아예 이승하와 떠날 거라고 말하려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따라다니는 주태현을 보면서 생각을 다시 접었다. 이승하의 허락이 없으면 주태현, 도우미들과 경호원들은 계속 그녀를 주시할 것이다.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서유는 이를 악물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욕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서유는 얼른 일어나 걸어갔다.“대표님, 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