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하 씨에게 알려주지 마세요. 제발요.”“알겠어요.”주서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유를 보며 물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알려주세요.”주서희는 이승하가 여자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무척 궁금해졌다.서유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예전에는 승하 씨가 여신으로 여기는 그 여자의 대역 같은 거죠. 하지만...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러자 주서희가 피식 웃으면서 되물었다.“여신? 연지유를 말하는 거예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주서희는 연지유임을 확인하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별말 없이 서유에게 푹 쉬라고 말하고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다.주서희가 떠난 후 서유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그렇게 한참 잠을 자고 눈을 뜨는 순간 이승하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검은색 니트를 입었고 따스한 햇볕이 그의 얼굴을 내리쬐자 하얀 피부와 조각 같은 이목구비가 유난히 돋보였다. 그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카리스마는 사람들이 함부로 가까이할 용기가 없게 만들었다.그는 손가락 사이에 보고서를 끼운 채 고개를 숙이고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큰 감정 기복이 없는 듯했다. 주서희가 가짜 보고서를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그녀는 약속을 지키면서 이승하에게 말하지 않았을뿐더러 가짜 보고서까지 만들어 주었다. 서유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그런데 이승하는 왜 여기 있을까? 이미 떠났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병실에 있지?서유는 힘들게 몸을 가누면서 일어나려고 했다가 등에 난 상처를 건드렸다. 순간 뼈가 부러지는듯한 통증이 몰려왔다.“움직이지 마.”이승하는 서유가 움직이려고 하자 미간을 찌푸리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아누울 수 있게 부축했다.이승하의 도움으로 서유는 가까스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이렇게 누우면 등에 상처가 침대에 닿지 않게 된다.서유는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싶었다... 하지
서유의 말이 끝나자 이승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내가 치료해 준다고 했으면 끝까지 책임질 거야. 믿고 따라만 와.”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불을 덥석 잡아당겨 덮어준 뒤 다시 보고서를 들고 옆에서 읽기 시작했다.길쭉하고 촘촘한 속눈썹이 크고 까만 그의 눈동자를 가리고 있어 지금 그의 기분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찌푸려진 미간 사이로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아주 조금 말이다.이승하는 원래 감정을 잘 숨길 줄 알았고 서유는 그런 그를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유는 추측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얌전히 옆으로 누워있었다.두 사람은 이렇게 조용하게 한 공간에 있은 적이 없다. 그리고 이승하도 5년 동안 이런 식으로 그녀 곁에 있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서유는 가끔 생각한다. 이승하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어떤 존재일까?단지 연지유의 대역이라면 왜 헤어지고 항상 다시 그녀를 찾아올까?심지어 한번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김시후의 손에서 잡아당겨 왔다.헤어진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왜 이럴까? 정신적인 결벽증 때문에? 아니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이럴까?‘아니면... 나를 좋아해서?’서유는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승하 같은 남자는 결코 쉽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이승하는 개인 핸드폰을 꺼내 수신 번호를 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전화기 너머로 소수빈의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안 카메라에 찍힌 영상들을 다 처리했습니다. 그 누구도 서유 씨의 존재를 모를 겁니다.”그러자 이승하가 덤덤하게 대답했다.“알았어. 걔는 깼어?”“방금 깨났습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서유 씨를 보자고 난리였어요...”이승하가 차갑게 말했다.“안돼.”소수빈은 난처하다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대표님, 그래도 화진 그룹 대표인데 말입니다. 지금 그쪽에서 계속 저를 찾고 있는데 우리가
“대... 대표님, 왜...”서유는 왜 갑자기 자기를 집으로 데려왔는지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입가에 맴돌던 그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서유는 고개를 숙인 채 이승하를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이승하는 마치 서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덤덤하게 그녀를 훑어보았다.“며칠 쉬었다가 가. 데려다줄게.”그는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이렇게만 간단히 말하면서 서유를 안심시켰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데려다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왜 자기를 집으로... 아마 이승하가 서유의 목을 부여잡는 바람에 서유가 목숨을 잃을뻔해서일까?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집으로 데려왔을까?억지스러운 이유였지만 그녀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이승하는 서유를 부축하여 침대에 옆으로 눕힌 후 집사를 불렀다.“주 집사님, 담백한 음식 좀 준비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주태현은 공손히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자 이승하는 도우미 두 명을 불러 여성용품을 준비하게 하고 서유가 씻는 것을 도와주게 했다.서유는 등에 난 상처와 심부전 증상 때문에 움직이기만 해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씻는 일은 무조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마침 어떻게 도움을 청할지 고민하던 중에 이승하가 알아차리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줬다. 이에 서유는 무척 감동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고마워요...”이승하는 그녀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한 번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그는 2층 소파에 앉은 후 노트북을 꺼내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주태현이 정성스럽게 끓인 죽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말했다.“주세요.”주태현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재빨리 알아차렸다.‘둘째 도련님이 직접 방에 있는 그 아가씨에게 가져다주려고 하는구나.’사실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주태현이 들고 오는 음식을 기다렸다. 이를 깨달은 주태현은 황급히 손에 든 쟁반
주서희는 많은 의료기구들을 들고 들어왔다. 이때 이승하는 이미 방을 나갔다. 주서희가 약도 갈아주고 링거도 놔주는 모습을 보자 서유는 난처하기도 하면서 미안해했다.그때 주서희가 서유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서유 씨는 정말 복이 많네요.”이승하가 서유에게 남달리 잘해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잘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불쌍해서 동정하는 걸지도 모른다.두 사람은 5년 동안 함께 지냈고 이승하는 갑자기 서유가 심장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관심하고 동정할 것이다.주서희는 서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녀는 테이프로 주사 바늘을 붙인 후 약 몇 갑을 꺼내어 서유에게 건네주었다.“서유 씨는 복도 있고 운도 있어요. 마침 해외에서 심부전 말기 치료 약을 구입했어요. 이 약들은 비록 목숨을 살릴 수는 없지만 서유 씨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서유는 그 약들을 보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비록 주서희는 이승하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의사로서의 덕목과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서유는 약을 받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그러자 주서희도 빙그레 웃으며 푹 쉬라고 당부한 뒤 약상자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이때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여러 대의 업무용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바삐 회의하고 있었다.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여전히 집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그 이유는 방에 있는 아픈 서유 때문이다. 주서희가 보기에 그녀는 이승하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았다.이승하가 모든 화상 회의를 끝내고 나서야 주서희는 뚜벅뚜벅 그쪽으로 걸어갔다.“대표님, 서유 씨는 아직 조금 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제가 제시간에 링거를 놓아주러 올게요.”이승하는 주서희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말을 마친 주서희가 바로 떠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여전히 자리에 서서 머
문틈으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와 서유의 귀에 들어갔다. 이승하의 말은 서유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서유는 인제야 자신이 이승하 마음속에 어떤 존재임을 깨달았다.사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자기가 단지 이승하의 성욕을 채워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서유는 오른손을 들어 링거가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했다. 링거를 빨리 맞으면 병이 빨리 나을 것처럼 말이다.주서희가 떠난 후 이승하는 거실 쪽을 쳐다보자 방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거실을 향해 빨리 걸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서유가 링거 맞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손바닥만 한 얼굴에 큰 감정 기복이 없어 보였고 예전처럼 온순하고 얌전했다. 이승하가 들어오자 서유는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제야 이승하는 의심을 내려놓았다.방금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크지 않아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승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침대 앞에 앉았다.“좀 나아졌어?”서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많이 좋아졌어요.”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약간 어색하게 만들었다.이승하가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서유가 끝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가방 좀 찾아다 주시겠어요?”서유는 가방을 로얄 호텔 연회장에 두고 내렸고 핸드폰 같은 개인 소지품은 다 가방에 들어 있었다. 정가혜가 자신을 찾지 못할까 봐 이승하에게 가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이승하는 서유가 자기를 부르는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에전에도 “대표님” 혹은 “승하 씨” 라고 불렀지만 그때는 크게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헤어진 후 이렇게 부르니 이승하는 서유가 자신과 점점 멀어진다고 느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잡념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꺼내 소수빈에
소수빈은 소유욕에 불타오르는 이승하의 눈빛을 보았다. 마치 승리를 확신한 듯 카리스마가 넘쳤다. 소수빈은 원래 서유를 김시후에게 돌려주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이런 그의 모습을 보자 하려던 말을 삼켰다.‘대표님이 서유 씨를 포기할 수 없었네. 그래서 김시후와 겨루게 된 거야.’이런 이승하의 속내를 알고 있었지만 소수빈은 아는 척 티를 내지 않았다. 그저 “네”라고 대답을 하고 소식을 차단할 방법과 수단만 생각했다.비록 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승하의 측근이지만 저택에 있는 큰 사모님이 움직이면 쉽게 막아낼 수 없었다. 소수빈은 이럴 때일수록 이승하를 위해 장애물을 제거해야지 서유를 포기하라고 설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방금 서재에서 있던 대화를 모르는 서유는 주태현이 자기 가방을 들고 들어오자 급히 몸을 가누며 일어나 앉았다.“서유 씨, 가방을 찾았어요.”서유는 주태현이 건네준 가방을 두 손으로 받으면서 말했다.“감사합니다.”그러자 주태현은 선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도련님께서 찾으신 겁니다. 인사는 도련님께 하세요.”서유는 예의 바르게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태현도 그녀의 방에 오래 머무는 것이 불편하여 편히 쉬라고 당부하고 자리를 떠났다.주태현이 떠난 후에야 서유는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꺼냈다. 바로 조금 전, 정가혜가 그녀에게 십여 통의 전화를 걸었다. 깜짝 놀란 서유는 급히 콜백을 하였다. 통화 연결음이 딱 한 번 울리더니 정가혜가 전화를 받았다.“서유야, 어떻게 된 일이야? 송사월이 왜 우리 집 앞에 있어?”서유가 말하기도 전에 정가혜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5년 만에 복수하러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서유는 김시후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가혜야, 복수하러 온 것이 아니야.”서유는 회사에서 김시후를 접대하라고 한 일을 정가혜에게 말해줬다. 계단 어귀에 숨어 있던 정가혜는 그제야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이런...’그리고 문 앞을 지키고 김시후를 슬쩍 쳐다보았다.“서유야, 그런데 얘가
“가혜 누나...”김시후가 울먹이며 외치는 그녀의 이름에 정가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정가혜는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김시후가 아니라 송사월이라고 믿고 싶었다.그래서 그가 예전처럼 자신을 불렀을 때 정가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충혈된 김시후의 눈을 차갑게 바라봤다.예전에 정가혜는 서유를 데리고 부산으로 가서 김시후를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김시후의 경호원에게 쫓겨났다.그 후 정가혜는 서유의 권유로 서울로 돌아갔고 김씨 가문 사람들로부터 사진을 뺏겼다. 당시 셋집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산 가구들도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하지만 정가혜를 더욱 실망하게 한 것은 김시후가 서유를 죽이려 했다는 것이다. 정가혜는 이런 일들을 잊은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다시 김시후를 만났을 때 쌓여왔던 화가 치밀어 올랐다.“죄송해요...”그는 용기를 내어 끝내 이 말을 뱉었다. 5년 늦은 사과였다. 또한 늦은 사과 때문에 그들은 5년이란 시간을 낭비하였다.“그 말은 서유한테나 해.”그가 가장 미안해야 할 사람은 서유이지 정가혜가 아니었다.“누나한테도 미안하고 서유한테도 미안해요...”그는 중얼거리면서 무의식적으로 정가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서유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제발요. 서유에게 할 말이 있어요.”비록 정가혜는 김시후를 수상하게 생각했지만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그의 손을 밀쳐 버렸다.“며칠 뒤 찾아오겠다고 했으니 할 말 있으면 그때 다시 해.”“아니에요. 서유는 이승하에게 끌려갔어요. 이승하는 서유를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이승하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서유가 몸을 팔아 자기를 구한 것을 알았지만 서유를 산 사람이 바로 이승하인 줄은 몰랐다.만약 이승하가 그날 자기 손에서 서유를 빼앗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직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이승하는 김시후보다 더 많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정가혜의 말은 김시후에게 치명타였다.“매번?”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충혈된 눈으로 정가혜를 바라보았다.“5년 동안... 서유가 계속 이승하와 함께 있었어요?”“그래.”그녀의 덤덤한 한마디가 비수처럼 김시후의 마음에 꽂혔다. 그는 서유가 한 번만 몸을 팔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승하와 5년 동안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어쩐지 이승하가 서유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소유욕으로 가득했다.‘두 사람이 5년 동안이나 함께 있었네.’김시후는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서유를 15년 동안이나 좋아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차에 치여 죽을지언정 그녀가 몸을 팔아 그를 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서유가 다른 남자 품에 누워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래서 김시후는 서유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미친 사람처럼 그녀를 비난했다.한 번도 감당하기 힘든데 5년이라니...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고 사랑했던 서유가 이승하와 5년...순간 그의 심장이 경련하듯 움츠러들었고 팔다리까지 아파지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갑자기 쓰러진 김시후를 보고 놀란 정가혜는 얼른 경비원을 불러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김시후가 안정을 되찾은 뒤 그녀는 병원에서 나왔다. 이미 날이 저물었다. 정가혜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내 서유에게 문자를 보냈다.[서유야,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와서 송사월을 만나봐. 뭔가 중요한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유는 문자를 받고 긴 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급하게 자기를 찾는 이유는 뭘까?그녀는 자기 몸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비록 특효약을 썼지만 단기간에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등에 새로 생긴 상처는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저릴 만큼 아팠다.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가고 싶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서유는 한참 고민하다가 답장했다.[알았어. 노력해 볼게.]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삿바늘을 빼주고 있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