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1198 챕터

제1021화

한편, 강세은의 방문 소식을 듣고 CCTV를 켠 이승하는 육성재와 서유의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내를 바라보는 육성재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설마 정말 그의 아내를 좋아하게 된 걸까?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그가 강세은에게 전화를 건 뒤 또 이지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내 육성재의 망원경에 강세은의 차가 나타났고 이번에는 눈꼬리가 올라간 여우 눈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가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망원경을 내려놓고 그녀를 잡으려 가려는 찰나 여우 눈을 가진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카메라 속 그 얼굴은 여우 눈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전에 본 모습은 아니었다. 네이버 창에 이지민을 검색해 사진을 확대하여 망원경에 있는 사람과 비교해 보았다. 사진 속의 사람은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망원경 속의 사람은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같은 사람이었다.설마 내가 정말 잘못 알아본 걸까?망원경을 들고 차 번호판과 옷을 자세히 확인해 보니 아까와 똑같았다.같은 사람이라면 왜 그를 보자마자 도망간 것인지?도둑이 제 발 저린 게 분명하다. 그가 의심하고 있을 때, 차의 주인은 경비원에게 물건을 건네주고 방금 전과 똑같이 빠른 속도로 산길로 달려갔다. 설마 그저 운전 습관인 걸까?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도망친 게 아니란 말인가?이승하의 속임수에 육성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다시 망원경을 들고 보는데 마침 이승하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정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맞은편은 훑어보았다. 차가운 눈이 카메라에 잡히자 육성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한테 미안한 일이라도 한 듯 재빨리 망원경을 내려놓고는 더 이상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을 한 건 사실이니까. 이승하는 시선을 거두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한편, 거실에서 설계도를 구상하던 서유는 그가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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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그녀는 대꾸도 안 하고 그를 밀어내지도 않고 이유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그저 반응조차 없이 그릇에 국을 담았다. 완전히 무시당한 이승하는 그제야 자신의 냉담한 태도에 그녀가 화가 났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연신 사과했다.“미안해.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나 못 본 척하지 마.”그녀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고 당황한 그는 그녀의 손에 있던 국자를 낚아채고는 그녀를 벽에 밀치고 키스를 퍼부었다.“육성재가 당신 허리를 안고 있는 모습 보고 질투가 나서 그랬어.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그가 그녀의 빨간 입술을 베어 물며 중얼거렸다.“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당신 무시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풀어.”돌아오자마자 그녀에게 쌀쌀맞게 대한 건 육성재 때문에 질투가 나서 그런 것이었다.그러나 참 어이없는 질투였다. 그녀가 일부러 육성재의 앞으로 다가간 것도 아닌데.그의 성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화가 나면 늘 곁에 있는 사람을 무시했다. 이 고질병은 제대로 고쳐줘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질투할 때마다 그녀에게 분풀이를 하게 될 테니까. 그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생각에 그녀는 그를 밀어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 안 났으니까 얼른 가서 씻고 와요. 저녁 먹게.”여자들이란.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얼굴에는 아직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는 걸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는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아직도 화 안 풀린 것 같은데.”그녀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내가 어떻게 감히 대표님한테 화를 내겠어요? 다 대표님 뜻에 따르는 거죠. 나한테 무슨 자격이 있어서.”가시가 박힌 그녀의 말을 그는 단번에 알아차렸다.“당신 무시한 건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러니까 제발 이러지 마.”그녀의 모습에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서유가 그를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대표님이 하자는 대로 해야죠.”여전히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마음이 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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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부엌에서는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거실에 앉아 있는 남자는 안절부절못하였다.마침 당고머리를 한 채 감자칩을 안고 뛰어 내려오는 연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웬일로 손을 뻗어 아이를 향해 손짓했다.“지연초, 이리 와봐.”간식을 몰래 먹다가 들킨 줄 알고 아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감자칩을 뒤로 숨겼다. “저 조금밖에 안 먹었어요. 벌 주지 마세요.”하지만 그는 지금 아이가 간식을 얼마 먹었는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가 연이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이모부 한 가지만 도와주면 벌하지 않을게.”그제야 연이는 통통한 다리로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말해요. 제가 무슨 일을 도와드리면 되는 거예요?”주방 쪽을 훑어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이모한테 가서 이모부 칭찬 좀 해줘.”아이는 단번에 눈치챘다.“이모부, 우리 이모 화나게 한 거예요?”아이를 힐끗 쳐다보다니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쓸데없이 묻지 말고.”아이는 손을 뻗어 자신의 당고머리를 만지며 씩씩거렸다.“지금 저한테 부탁하시는 입장에 너무 사나운 거 아니에요? 안 도와줄 거예요.”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아이의 손에 든 간식을 쳐다보았다.“나한테 벌받을 거야? 아니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야? 선택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던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이모부, 진짜 미워요.”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나 미워하는 사람 많아. 너 하나쯤 더 생긴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이모부라는 사람과 대화하면 화가 날 일밖에 없는 듯했다. 하필 그한테 꼬투리까지 잡혔으니 정말 괘씸했다. 연이는 이를 악물며 들고 있던 감자칩을 그에게 건네주었다.“도와드릴 테니까 감자칩 잘 지키고 계세요. 일이 해결되면 그땐 저한테 직접 먹여 주세요.”씩씩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감자칩을 하인에게 던졌다.“가져다 버려.”아무것도 모르는 연이는 부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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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밤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서유는 연이의 방에서 나왔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있던 그가 급히 다가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녀를 껴안고 밖으로 나가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가혜 씨 클럽에 가고 싶으면 나랑 같이 가. 응? 이제 그만 화 풀어.”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남자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혼자 갈 거예요.”그녀를 안고 있던 손이 갑자기 굳어졌고 잘생긴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당신도 알잖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그렇게 사랑해서 화날 때마다 나 무시하는 거예요?”그녀의 물음에 그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남자는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마음속 방어의 벽이 점차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간신히 참았다.“세은 씨랑 약속했어요.”그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그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그가 그녀를 내려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재로 돌아갔다. 문이 쾅 닫히는 순간 그녀의 심장도 덩달아 덜컹 내려앉았다. 화가 난 그의 모습은 역시 무서웠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가 없었던 그녀는 소지섭을 불렀다.차가 정원을 나선 후, 소지섭은 노파심에 몇 번이나 그녀를 설득했다.“사모님, 이 늦은 시간에 클럽이라니요? 대표님께서 아시면 난리 나실 텐데...”그가 언짢아할 거라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 또한 참을 수가 없었다.“그저 시늉만 하는 거예요. 절대 허튼짓 안 해요.”말려도 소용이 없자 소지섭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백미러를 쳐다보았다. 마침 뒤편에서 고급 차 십여 대가 그들의 뒤를 따라왔다. 소지섭은 고개를 저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진 꼴이다. 운전기사만 재수가 없게 되었으니...한편, 서유와 강세은은 VIP룸에서 만나 먹을 것을 잔뜩 주문했다.정가혜는 시간이 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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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그녀들이 떠난 뒤, 룸 안에는 그녀와 이승하만 남게 되었다. 남자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밤새 놀고 싶으면 내가 같이 있어 줄게.”남자는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을 들어 올려 셔츠의 단추를 부드럽게 풀었다. 이내 남자의 섹시한 목적과 깊게 파인 쇄골이 훤이 드러났다. 남자는 룸 안의 어두운 빛을 등지고 서서는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손을 길게 뻗어 소파 양쪽에 받치며 그녀를 감쌌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더니 그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말해봐. 어떻게 놀고 싶은 건지?”그의 유혹이 두려웠던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만 놀래요. 집에 갈 거예요.”남자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했다. 얼굴을 피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유혹해도 안 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쌀쌀맞은 그녀를 몇 초 동안 쳐다보던 그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서유야, 이제 그만 화 풀어.”도도하고 자신만만하던 그가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또 처음본다. 가슴 한쪽에 따뜻함이 몰려왔지만 그녀는 간신히 참으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고문을 받는 것처럼 괴로웠다. “여보, 말 좀 해봐.”“집에 가요.”어쩔 수 없었던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차에 태웠다.블루리도로 돌아와서도 그녀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욕실로 가서 샤워를 마치고는 연이의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그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지 못한 바람에 화가 나서 심장이 멎을 지경이었다. 싸우고 나서 화해도 하지 못한 채 각방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가 잔뜩 난 그는 창가 앞에 서서 반대편에 있는 별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음험하고 차가운 눈동자에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육성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 훤히 드러났다. 다만 서유가 화난 이유는 그의 무관심 때문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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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그의 입술이 몸 곳곳에 닿자 전류가 흐르듯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굳어있던 그녀의 몸이 한껏 나른해졌고 그녀가 남자의 어깨에 감싸고 있던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미세한 변화를 감지한 그가 그녀의 허리를 부러뜨리듯 더 세게 끌어안았다. 키스는 멈출 줄 몰랐고 그녀의 목덜미에 그녀의 쇄골에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방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그녀는 간신히 버티며 대답하지 않았다.“말해.”그녀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그의 입맞춤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세면대에 앉아 있던 여인은 점점 몸이 달아올랐지만 여전히 당당했다.“이승하요. 당신 이름 아니에요?”피식 웃던 그가 한 손으로 그녀를 들어 올리고는 그녀를 안고 샤워기 아래로 향했다.따뜻한 물이 내려오자 그녀의 얇은 블라우스가 흠뻑 젖었고 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한동안 볼록한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던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한껏 베어 물었다. 손길이 닿자마자 그녀는 항복했다.“다시는 이승하라고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한 번만 봐줘요.”남자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이미 늦었어.”복수라도 하듯 그는 미친 듯이 그녀를 탐했다. 그의 손길에 그녀는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었다.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있지 않았다면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 그의 버릇을 고쳐주려고 했는데 고작 하룻밤 지나고 그한테 이리 쉽게 잡히게 될 줄이야. “잠깐만요.”희미한 눈빛으로 그가 그녀를 담담히 훑어보았다.“기다릴 수 없어. 이미 시작되었으니까.”말이 끝나자마자 아랫배 쪽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고는 고개를 숙인 채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나 아직 당신 용서한 거 아니에요.”그녀를 안고 있던 남자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살짝 맞추었다.“다시는 안 그럴게.”서유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당신이 날 차갑게 대할 때마다 나 두려워요.”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있는 힘껏 그녀를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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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그와의 섹스는 오랫동안 이어졌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낮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단이수는 그녀에게 전화를 미친 듯이 했고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자 결국 집까지 찾아왔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단정하게 옷차림을 정리한 뒤, 단이수의 반대편에 앉았다. 약간 비틀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단이수가 물었다.“어디 아파요?”대답을 하려 했지만 입과 목이 바짝 말라 갑자기 심한 기침이 나왔다. 아픈 그녀의 모습에 단이수는 뭐라 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변호사의 시간은 되게 소중한 겁니다. 다음부터는 늦지 않았으면 하네요.”조금 진정된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다.“죄송해요. 다음에는 꼭 약속 시간 지키겠습니다.”“시간이 안 되거나 혹은 어디 아프면 미리 말해줘요.”단이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많이 아픈 거예요? 설마 재판에 영향이 있는 건 아니겠죠?”그녀가 다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예요.”위층에 서서 손목시계를 차며 거실 쪽을 바라보던 남자는 그녀의 말에 갑자기 피식 웃었다. “남편분은요?”고개를 들자 마침 그가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미쳐 날뛰는 중이에요.”“네?”자료를 정리하던 단이수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농담이에요.”눈치가 백단이 단이수는 그 몇 마디 말로 두 사람이 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을 자세히 보면 한여름에 긴팔과 긴바지, 스카프까지 두르고 있었다. 그걸 보고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면 바보가 분명하다.그는 주먹을 입술에 대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얼른 내려오라고 해요. 얘기 끝나고 돌아가서 사건 정리해야 합니다.”그녀가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는데 반듯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하얀 목덜미를 노려보며 그녀는 손해 본 느낌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그녀도 몇 입 깨물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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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단이수가 떠난 뒤 주태현이 다가왔다.“사모님, 육성재 씨가 찾아오셨습니다.”사건 자료를 뒤적거리던 서유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라고 하던가요?”“아니요. 잠깐 나오시라고...”자료를 들고 있던 남자의 손가락이 살짝 굳어졌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눈치를 챈 그녀는 얼른 다가가 그의 팔짱을 꼈다.“여보, 같이 가요.”그는 얼어붙은 입꼬리를 살짝 잡아당기며 겨우 웃음을 짜냈다. “가봐, 난 아직 할 일 남았어.”이번에는 화를 내지도 않고 그녀를 무시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그녀는 그에게 정말 일이 있는 줄 알고는 더 이상 그를 강요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점차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힘을 주어 손에 있는 자료를 꽉 쥐었다.여름의 오후는 특히 무더위가 심했기 때문에 그녀는 검은 우산을 쓴 채로 철문을 사이에 두고 문밖에 서 있는 육성재를 바라보았다. 흰 셔츠에 회색 양복바지를 입은 그는 단정하고 깔끔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이 어딘가 좀 멍청해 보였다.뜨거운 햇볕에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도 차 안에 앉아 있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런 육성재의 모습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육성재 씨,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예요?”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그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문득 어젯밤 꾼 꿈이 떠올라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발견한 서유가 물었다.“귀가 왜 이렇게 빨개요? “그녀에게 들킨 줄 알고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얼른 자신의 귀를 막았다.그런데 이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대로 계속 햇볕에 쬐면 껍질이 벗겨질 거예요.”그녀는 그가 햇볕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미친 듯이 뛰던 심정이 그제야 조금 가라앉았다.“아니에요. 괜찮습니다.”그가 괜찮든 안 괜찮든 그녀는 사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말해요. 왜 찾아온 거예요?”그제야 그가 찾아온 용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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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예전에 그가 가장 얕잡아 본 사람이 바로 이승하의 여자였다.근데 지금...뜻밖에도 자신이 이승하의 여자를 욕심내고 있을 줄이야.이런 자신이 너무 짜증이 났다. 화를 참으며 조수석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냥 막 쑤셔 넣고 가려고 했는데 급하게 건네는 바람에 손끝이 그녀의 손에 닿았다. 따뜻한 감촉이 밀려와 그가 뜨거운 감자에 닿은 듯 잽싸게 손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은 여전히 불에 탄 듯 뜨거웠다.뒤로 두 걸음 물러서더니 빠르게 차에 올라타 페달을 밟았다. 고개를 들고 감사의 말을 전하려는 찰나 그의 차가 길가의 큰 나무를 들이받았다. 놀란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 차는 뒤로 살짝 물러나더니 바로 쏜살같이 앞으로 질주했다.얼마 되지 않아, 도로를 질주하던 차는 바다를 에워싸고 서 있는 옆 산 중턱으로 들어섰다. 멀리서 보니 차에서 내린 그가 화가 나서 차 문을 몇 번 세게 걷어찼다.그가 이상하기 짝이 없는듯 해 보였으나 그녀는 마음에 두지 않고 선물 상자를 들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한편, 이승하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깊고 은은한 눈망울을 드리운 채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그녀가 선물 상자를 그의 앞에 두었다.“택이 씨가 보낸 여행 기념품이에요. 뜯어볼래요?”남자는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뜯어봐.”선물 상자의 리본을 떼자 그 안에는 액자와 얇은 유리 조각이 들어있었다. 액자에는 택이와 육성아가 초원에 앉아 있는 사진이 담겨 있었고 두 사람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유리 조각 안에는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박혀 있었고 오른쪽 하단에는 그녀와 이승하의 이름 그리고 영원히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그걸 본 서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여보, 우리도 다음에 여행 가면 선물 보내요.”선물에 전혀 마음이 없었던 남자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차가운 그의 말투에 이젠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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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처음 별장 안으로 들어온 육성재는 내부 환경을 보고 조금 놀랐다.주태현이 그의 뒤에서 집 소개를 했다.“성재 도련님, 보시다시피 이 집은 저희 사모님께서 전부 디자인한 것입니다.”그러면서 특히 이 말을 강조했다.“사모님께서 저희 도련님께 주신 신혼 선물이에요.”신혼 선물이라...육성재가 입을 삐죽거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성재 도련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죠. 그저 소개해 드린 것뿐입니다.”육성재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에 들어서자 벽 곳곳에 두 사람의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사진 속의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계단에 서 있는 이승하에게로 향했다. 흰 셔츠를 입은 남자는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고 남자의 눈 밑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났다. 왜 저녁 초대를 했느냐고 물으려던 찰나 서유가 달려와 그의 허리를 뒤에서 덥석 껴안았다.“승하 씨, 이준 씨가 또 건축에 관한 문제를 보내왔는데 너무 어려워서 계산이 안 돼요. 나 좀 도와줄래요?”육성재의 앞에서는 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남편을 껴안고 마치 소녀처럼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라니.그녀의 남편이라...마음속 깊이 미친 듯이 자라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저녁 초대라고 하더니. 밥은?”육성재의 목소리에 그녀가 이승하의 뒤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육성재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내가 초대했어.”이승하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꼭 잡고는 깍지를 꼈다. “식사 시간 아직 안 됐어. 잠깐 앉아 있을래?”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왜 슬쩍 쳐다봤는지 잘 모르겠다.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돌리는데 차갑고 음험한 이승하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쪽으로 와.”이승하가 뭔가 눈치챈 줄 알았는데 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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