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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예전에 그가 가장 얕잡아 본 사람이 바로 이승하의 여자였다.

근데 지금...

뜻밖에도 자신이 이승하의 여자를 욕심내고 있을 줄이야.

이런 자신이 너무 짜증이 났다.

화를 참으며 조수석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냥 막 쑤셔 넣고 가려고 했는데 급하게 건네는 바람에 손끝이 그녀의 손에 닿았다.

따뜻한 감촉이 밀려와 그가 뜨거운 감자에 닿은 듯 잽싸게 손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은 여전히 불에 탄 듯 뜨거웠다.

뒤로 두 걸음 물러서더니 빠르게 차에 올라타 페달을 밟았다.

고개를 들고 감사의 말을 전하려는 찰나 그의 차가 길가의 큰 나무를 들이받았다.

놀란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

차는 뒤로 살짝 물러나더니 바로 쏜살같이 앞으로 질주했다.

얼마 되지 않아, 도로를 질주하던 차는 바다를 에워싸고 서 있는 옆 산 중턱으로 들어섰다.

멀리서 보니 차에서 내린 그가 화가 나서 차 문을 몇 번 세게 걷어찼다.

그가 이상하기 짝이 없는듯 해 보였으나 그녀는 마음에 두지 않고 선물 상자를 들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한편, 이승하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깊고 은은한 눈망울을 드리운 채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가 선물 상자를 그의 앞에 두었다.

“택이 씨가 보낸 여행 기념품이에요. 뜯어볼래요?”

남자는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뜯어봐.”

선물 상자의 리본을 떼자 그 안에는 액자와 얇은 유리 조각이 들어있었다.

액자에는 택이와 육성아가 초원에 앉아 있는 사진이 담겨 있었고 두 사람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유리 조각 안에는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박혀 있었고 오른쪽 하단에는 그녀와 이승하의 이름 그리고 영원히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걸 본 서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보, 우리도 다음에 여행 가면 선물 보내요.”

선물에 전혀 마음이 없었던 남자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차가운 그의 말투에 이젠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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