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23화

부엌에서는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거실에 앉아 있는 남자는 안절부절못하였다.

마침 당고머리를 한 채 감자칩을 안고 뛰어 내려오는 연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웬일로 손을 뻗어 아이를 향해 손짓했다.

“지연초, 이리 와봐.”

간식을 몰래 먹다가 들킨 줄 알고 아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감자칩을 뒤로 숨겼다.

“저 조금밖에 안 먹었어요. 벌 주지 마세요.”

하지만 그는 지금 아이가 간식을 얼마 먹었는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가 연이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모부 한 가지만 도와주면 벌하지 않을게.”

그제야 연이는 통통한 다리로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말해요. 제가 무슨 일을 도와드리면 되는 거예요?”

주방 쪽을 훑어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모한테 가서 이모부 칭찬 좀 해줘.”

아이는 단번에 눈치챘다.

“이모부, 우리 이모 화나게 한 거예요?”

아이를 힐끗 쳐다보다니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쓸데없이 묻지 말고.”

아이는 손을 뻗어 자신의 당고머리를 만지며 씩씩거렸다.

“지금 저한테 부탁하시는 입장에 너무 사나운 거 아니에요? 안 도와줄 거예요.”

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아이의 손에 든 간식을 쳐다보았다.

“나한테 벌받을 거야? 아니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야? 선택해 .”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던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이모부, 진짜 미워요.”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 미워하는 사람 많아. 너 하나쯤 더 생긴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이모부라는 사람과 대화하면 화가 날 일밖에 없는 듯했다. 하필 그한테 꼬투리까지 잡혔으니 정말 괘씸했다.

연이는 이를 악물며 들고 있던 감자칩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도와드릴 테니까 감자칩 잘 지키고 계세요. 일이 해결되면 그땐 저한테 직접 먹여 주세요.”

씩씩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감자칩을 하인에게 던졌다.

“가져다 버려.”

아무것도 모르는 연이는 부엌으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