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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1화

“그 은청준, 들은 바로는 은씨 가문의 젊은 세대 중에서 무도 천부가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더라. 작년에는 곤륜에서 특례로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했어.”“지금 1년 넘게 수련했으니 실력이 아마 전에 비해 몇 배는 강해졌을 거야.”“그 은범이라고 하는 사람이 신농에 들어갔다는 건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거겠지. 근데 내가 보기엔 은청준을 넘는 건 힘들 거야.”두 사람이 등장하자 구경꾼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대다수 사람은 은청준을 더 높게 평가했다.은청준은 곤륜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무도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다.지금은 곤륜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수련을 했으니 실력이 급격히 성장했을 게 뻔했다.반면 은범은 아무런 유명세도 없었기에 자연히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은범이 링에 올라서자 두 사람 사이에는 강렬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신농도 점점 대중화되는 거 같네, 개나 소나 다 들어가는 걸 보니.”은청준이 먼저 싸늘하게 웃으며 도발했다.이 말이 나오자마자 신농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은청준의 이 말은 신농을 모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의 실력을 깍아내리는 말이기도 했다.용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은범에게 소리쳤다.“은범아, 저놈을 이기면 내가 돌아가서 네 공을 제대로 인정해 주마.”“용전 선배, 그렇게 번거로울 필요 없습니다. 제가 무조건 저 녀석을 이길 거니까요.”은범의 눈에는 전투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은청준, 넌 자만심에 빠져서 날 항상 무시했지. 내가 네 앞에 서 있는데도 넌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내가 이번 4대 종문 대회에 참가한 목적은 단 하나, 바로 나 은범이 너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는 거야.”은청준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개미는 아무리 훈련해도 여전히 개미야. 기껏해야 실력이 좀 강한 개미일 뿐이지. 은범아, 난 다섯 번만 공격할 거야. 그걸로도 널 이기긴 충분해. 예전 집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지.”은청준의 입가에 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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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2화

이번 대회는 그들 4대 종문의 체면을 건 싸움이었다.은청준이 만약 진다면 곤륜의 체면이 바닥을 칠 것이다.게다가 곤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진서준 혼자서 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는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다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법이죠.”주자청의 말에 진서준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그저 링만 바라보았다.슥...은청준이 허리춤에서 보검을 뽑았다.반면에 은범은 두 손을 비운 채 은청준을 바라보았다.“네 무기는 어디 갔어?”은청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예전 은씨 가문에서 은범은 종종 검을 사용했었다.“난 이제 그런 겉만 번지르르한 물건은 안 써.”은범이 냉랭하게 한마디 대꾸했다.그 이유는 진서준이 바로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은범은 진서준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굴욕스러웠기에 다시는 검을 쓰지 않기로 했다.“겉만 번지르르하다고? 오늘 그 겉만 번지르르한 물건 아래서 패배할 거야.”은청준이 비웃으며 공격을 준비했다.“청준 선배가 전력을 다하려 해.”은청준이 검을 뽑자 곤륜 사람들은 전부 흥분하며 소리쳤다.“청준 선배 검술은 일반 검술이 아니야. 듣자 보니 곧 동북 검선과 맞붙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던데?”“한 가지 확실한 건 이따가 무조건 눈이 즐거울 거야.”“청준 선배가 검을 뽑는 속도는 총알보다 두 배 빠르다더라.”곤륜에서 은청준이 검을 사용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왜냐하면 검술이 은청준 비장의 카드였기 때문이었다.지금 은청준은 4대 종문 대회에서 첫 출발부터 전력을 모두 쏟아내기로 했다.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기세로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지금부터 네가 우리 차이가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 알게 될 거야.”은청준이 한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뒤 갑자기 온몸이 튕겨 나갔다.슉!순식간에 은청준은 총알처럼 날아가 은범에게 돌진했다.은청준은 우렁찬 목소리로 포효하며 단숨에 필살기를 사용했다.그러자 검의 그림자가 여러 겹 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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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3화

검만 빼 들면 사람을 다치게 한다더니, 최강의 필살기라더니, 다 헛소리였다는 말인가?공격 다섯 번만 들이댔는데 별다른 명성도 없는 사촌 동생에게 패했다고?”주자청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번에는 곤륜이 정말 큰 망신을 당한 셈이었다.“은범아, 잘했어! 너 진짜 우리 신농의 자랑이야!”“멋졌어, 은범아! 누가 다시 우리 신농이 개나 소나 다 들어갈 수 있는 종문이라고 헛소리하면 방금 이 맞대결에서 은범이 보인 표현을 보라고 하면 되겠어.”“곤륜은 한물갔네. 개나 소나 다 들어가는 종문이야.”신농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뻐하며 환호했다.용전의 입꼬리도 자꾸만 올라갔고 진서준을 비롯한 신농 제자들에게 도발과 경멸이 섞인 시선을 보냈다.“은청준, 가슴속에 잘 기억해 둬. 난 더 이상 예전의 은범이 아니야. 또 날 무시했다가는 혼뜨검이 날 줄 알아!”은범은 무대 위에 서서 목 놓아 외쳤다.오랜 세월 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분노가 조금 전 은청준이 날아가면서 완전히 풀려나갔다.20년이 넘는 치욕이 이제서야 복수로 풀린 것이다.“다들 얼른 청준 선배를 들어 오세요.”조슬기가 급히 말하자 곤륜 사람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바로 은청준을 옮기기 시작했다.은청준은 얼굴이 죽은 듯했다.신체적인 상처보다 은청준이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정신적인 상처였다.자기는 은씨 가문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평소에도 모두에게 무시당했던 은범의 공격 다섯 번만으로 패배한 것이다.무도의 길이 막힌 것 같았다.은청준의 무인으로서의 앞길도 이제 완전히 끝장난 것과 같다는 의미였다.“푸흡!”그때, 은범이 갑자기 피를 왈칵 토해냈다.“은범아, 괜찮아?”신농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난 괜찮아, 방금 너무 힘을 줘서 반동을 받았을 뿐이야.”은범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은범이 날린 주먹 세 방은 전력을 다해 날린 것이었다.은청준이 조금만 더 경각심을 높였더라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장담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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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4화

진서준이 확신에 찬 선언을 하는 걸 보면 이 시골 의사의 실력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어쩌면 진서준을 내보내면 정말 이길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이게 바로 그 김평안이야?”“그냥 일반 사람 같아 보이네?”“예전에 신농에 갔다던데, 어떻게 다시 나왔지?”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군대기 시작했다.“김평안, 너 신농의 배신자잖아.”무대에 올라서자마자 신농 사람들은 진서준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었다.“신농에 들어간 후 몰래 도망치다니, 이런 뻔뻔한 사람은 처음 봤어.”“지금, 또 곤륜에 붙었어? 오늘 우리는 하늘의 뜻을 대신해 널 없애버릴 거야.”“유자성, 그놈을 죽이지는 말고 그대로 생포해 신농에 데려가서 장로님들께 처벌받게 해.”용전이 한마디 했다.신농 사람들의 분노를 보자 관중들은 전부 충격을 받았다.“전해지던 말이 진짜였네. 이 김평안은 진짜 신농에서 도망친 거였구나.”“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한 거지? 대한민국 5000만 인구 중에서 신농에 들어갈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인데 이 녀석이 다시 도망쳐 나왔다고?”“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지. 그런 비정상적인 생각을 말이야.”무대 위에서 유자성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김평안, 네가 무대에 나올 배짱이 있을 줄은 몰랐어. 오늘 난 신농의 형제들을 대신해 널 제압하고 신농 장로님들에게 끌고 가서 심판을 받게 할 거야.”“날 심판한다고?”진서준은 그 말이 우스웠다.“네가 걱정해야 할 건 네 목숨이야.”진서준은 유지수를 죽일 수 없지만 유자성은 죽일 수 있었다.“뭐, 너 날 죽일 망상이라도 하는 거야? 농담도 정도껏 해.”유자성의 표정은 경멸로 가득 찼다.“오늘 내가 신농에서 쌓은 수련을 제대로 보여주마. 신농이 왜 4대 최고 종문으로 불리는지 똑똑히 알게 될 거야.”찌지직!유자성의 근육이 갑자기 부풀어 오르며 옷을 찢어버렸다.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근육을 본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대박, 신농 사람들 근육이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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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5화

검을 손에 잡은 진서준이 발을 살짝 내디디자 제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그 뒤로, 무대 위에 진서준의 그림자가 여러 개 나타났다.링 아래의 사람들은 진서준이 여러 명 무대에 나타난 걸 보고 깜짝 놀랐다.이 그림자들은 실체감이 없긴 했지만 얼핏 보면 진짜 사람인 것 같아 진서준 본체를 도저히 구별할 수 없었다.유자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았고 가슴속에서 위기감이 솟구치기 시작했다.유자성은 손을 뻗어 그림자 하나하나를 향해 거세게 내리쳤다.내리친 후에야 유장은 그 그림자들이 전부 가짜였음을 깨달았다.“유자성, 네 뒤를 조심해!”용전이 갑자기 크게 외치며 귀띔했다.그 말을 들은 유자성이 즉시 뒤를 돌아보자 언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진서준이 그의 뒤에서 공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진서준의 참선검은 유자성의 몸에서 불과 5c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푸슉!날카로운 검이 유자성의 어깨뼈를 관통하자 시뻘건 피가 쏟아지며 바닥을 적셨다.유자성은 이를 악물며 신음을 간신히 참고 손바닥으로 참선검을 내려쳤다.그러고는 힘의 반동력을 이용해 진서준과의 거리를 급히 벌렸다.“치사하긴 짝이 없구나. 나랑 정면으로 싸울 용기가 없어 이런 허튼짓을 해?”유자성은 피가 철철 흐른 어깨를 흘끗 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자성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충격을 억누를 수 없었다.유자성은 이미 삼급 횡련 대종사급의 실력이었기에 저격총조차 그의 피부를 뚫을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진서준이 단 한 번 날린 검격에 당해 이런 꼴이 되었다.역시 세상에 보기 드문 검인지라 그 날카로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유자성은 모든 공을 참선검에게 돌렸다.“이 검이 네 몸에 정통으로 닿았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진서준은 담담한 말투로 슬슬 약을 올렸다.“개소리 집어치워. 정정당당하게 정면으로 싸우면 네가 감히 날 다칠 수 있기나 할 것 같아?”유자성이 굳은 얼굴로 호통쳤다.“이 김평안, 생각밖으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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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6화

유자성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한 치 더 길면 실력도 그만큼 더 강하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어?”진서준이 갑자기 검을 뽑아내 휘두르자 피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너... 너...”유자성이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분하고 원통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유자성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쓰러졌고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금세 바닥을 적셨다.“김평안! 너 감히 4대 종문 대회에서 검을 휘둘러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 누가 허락했어?”용전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진서준을 향해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눈멀었어? 방금 저놈이 날 죽이려고 날린 공격 못 봤어?”진서준이 되물었다.“저놈이 날 죽이려고 드는데 난 저놈을 죽이면 안 돼? 너희 신농이 본래 이렇게 거만한 놈들이었어?”용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억지를 부렸다.“네가 무슨 신분인지 주제 파악이나 돼? 감히 우리 신농 제자와 비교하려고 들어? 넌 그저 하찮은 목숨이야. 죽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불교 성지에서 사람을 죽인다고? 부처님이 벌하는 게 두렵지도 않아?”용전은 또다시 진서준에게 큰 죄목을 덮어씌우며 소림의 원한을 끌어들이려고 했다.그러자 승려 여러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용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소림은 용전의 말대로 불교 성지가 맞았다.“난 불교를 믿지 않아. 근데 왜 두려워해야 하지?”진서준이 싸늘하게 대꾸했다.“평온 씨, 이 미친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세요.”용전은 배수정에게 화살을 돌렸다.“제가 당장 링에 올라 저놈을 생포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용전은 작년에 들어온 신입 제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다.그래서 이렇게 빙빙 에둘러 말하며 링에 올라갈 변명거리를 찾은 것이다.“이번 대회에서 살인을 금지한다고 규정한 적은 없어요.”배수정은이 차분하게 입을 열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평온 승려는 대놓고 김평안을 옹호하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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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7화

“이 사람 실력이 너무 특이해서 넌 잠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문추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언했다.남사 장로인 문추원도 진서준의 진짜 실력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만약 도권우가 진짜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남사에 돌아가서 뭐라고 설명할지도 난감했다.“문 장로님, 이놈은 속도만 조금 빠를 뿐입니다. 걱정할 필요 전혀 없어요.”도권우는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장로님도 잘 알잖아요. 속도는 제 강점 중 하나라는 걸요.”도권우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자 문추원은 그가 무대에 오르는 것을 제지하지 않기로 했다.“큰일 났어, 도권우가 올라갔다. 저 김평안은 아마 상대가 안 될 거야.”은청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우려가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댔다.도권우는 남사 종주의 아들이었는데 그 실력이 출중했다.가장 중요한 점은 도권우의 공격이 교묘하고 그의 손에 있는 암기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방금 경기를 끝낸 진서준이 쉬지 않고 바로 도권우와 싸워야 한다면 패할 가능성이 컸다.“김평안 씨, 일단 내려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조슬기도 은청준 못지않게 초조해졌다.단순히 패배한다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도권우의 암기에 맞아 크게 다친다면 그건 큰 손해가 될 것이다.지금 진서준은 곤륜의 유일한 희망이었다.“괜찮아요.”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너 그만 멋 부리고 얼른 내려와!”“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피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좋게 좋게 말할 때 얼른 내려와!”곤륜 제자들의 설득을 듣자 도권우는 조롱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링에 올랐다.“곤륜 사람들이 한낱 외부 사람인 널 보물처럼 여기나 봐?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이미 올라온 이상 네가 내려가려면 누워서 무대에서 내려가야만 할 거야.”도권우는 올라오자마자 바로 진서준을 도발했다.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 발생한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도권우는 곤륜 사람을 부숴버릴 좋은 기회가 생긴 만큼 이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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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8화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김평안이 왜 모르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모두가 무모한 김평안을 향해 혀를 끌끌 찰 때, 진서준과 도권우는 이미 정식으로 맞붙었다.도권우는 속도 우세를 살려 진서준의 검을 정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몸에 숨겨둔 암기를 꺼내어 진서준을 향해 날렸다.“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내 암기는 전부 독이 묻어 있어. 조금이라도 스치면 30초 이내에 식물인간이 될 거니까.”도권우는 자신만만한 말투로 자기 암기를 자랑했다.하지만 진서준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태연하게 산책하듯이 도권우가 날리는 암기를 피하고 있었다.“서남 지역 그 악당들은 네가 부른 거지?”진서준이 암기를 피하면서 태연하게 물었다.“뭐라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도권우는 냉랭하게 웃으며 모르쇠를 놨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서준은 절대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일단 인정하면 이후에는 모두에게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알아듣지 못한 거야, 아니면 알아듣지 못한 척하는 거야?”“너와 상관없는 일에 신경 쓰는 것보다 너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나을 거야.”도권우는 갑자기 속도를 내며 옷에서 하얀 가루를 한 움큼 꺼내 진서준의 눈에 뿌렸다.그러자 진서준은 즉시 뒤로 물러서며 눈을 꼭 감았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도권우는 진서준의 퇴로를 막기 위해 품에서 수리검을 꺼내 날렸다.그 장면을 본 진서준은 손을 들어 참선검으로 날아오는 수리검을 잘라버렸다.하지만 도권우의 진짜 목적은 암기 공격이 아니라 그 틈을 노려 진서준의 곁으로 돌진해 공격하는 것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진서준은 독이 묻은 단검을 손에 잡고 진서준 앞에 나타났다.단검은 진서준의 목과 불과 10센티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조금만 단검에 스쳐도 진서준은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절체절명의 순간, 진서준의 다른 손이 갑자기 도권우의 손을 꽉 잡았다.“어라?”도권우가 의아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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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9화

“당신들 남사는 규칙을 어기려는 거예요?”배수정의 목소리가 의장석에서 천천히 울려 퍼졌다.이번 4대 종문 대회에서는 장로들의 참석을 금지했고 새로 입문한 제자들만이 링에 올라갈 수 있었다.배수정이 질문을 던지자 문추원은 기운을 거두었다.“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반드시 내 손으로 널 죽여버릴 거야.”문추원은 냉랭하게 경고하고는 돌아서서 내려갔다.“김평안, 어서 내려와!”은청준이 즉시 소리쳤다.“김평안 씨, 내려와서 좀 쉬어요. 무리하지 말고요, 아직 세 번이나 더 싸워야 해요.”조슬기도 급히 만류했다.이미 신농보다 승리를 하나 더 거머쥐었으니 진서준도 마침 쉬려고 했다.유자성과 도권우는 진짜 고수 중의 고수였다.진서준이 쉽게 이긴 것 같았지만 사실 그는 영기를 거의 다 소진했다.쉬지 않고 또 다음 경기를 치른다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천용 반지의 힘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이상 천천히 하는 게 나쁠 건 없었다.“그러죠, 저도 내려가서 쉬려던 참이었습니다.”진서준은 발걸음을 옮겨 천천히 무대에서 내려왔다.진서준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이 김평안 정말 대단하네. 국안부가 대규모로 홍보했던 이유가 있었구나.”“쯧쯧,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맞네. 동북 검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네.”“장백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승리에 관심이 없는 건가?”적지 않은 사람들이 장백이 이번 대회에서 너무 조용하다는 걸 눈치챘다.장백은 경기 내내 소리치지도 않았고 제자들을 링에 올리지도 않았다.그냥 구경만 하러 온 건가?그럴 리가 없겠는데?그런데 정말 한 번도 링에 안 올라가면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다들 의견이 분분할 때, 신농에서 또 한 사람이 일어섰다.이번에 링에 오른 것은 신농의 리더 유지수였다.“지금 4대 종문 대회 중 세 종문은 이미 링에 올랐는데 유독 장백만이 조용하네요. 혹시 겁먹은 건가요?”유지수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장백을 지목하며 도발했다.이 말이 떨어지자 장백의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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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0화

“쯧쯧...”유지수는 못내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이렇게 예의 바르니 죽이기 아까울 정도네요.”그 말에 정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저를 죽이려고요? 유지수 씨와 저 사이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요?”“없어요. 하지만 제가 일단 공격하면 죽거나 크게 다치게 될 거예요.”유지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저는 유지수 씨가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정수현은 여전히 공손하게 말했다.정수현은 유지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가 신농의 리더인 이상 실력이 약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그래서 여자를 상대로 싸워도 정수현은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그럼 시작하죠.”유지수의 손톱이 점점 길어지더니 10cm 길이에서 멈췄다.날카로운 칼날을 예상케 하는 손톱을 보며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정수현도 방심하지 않고 손에 든 보검을 뽑았다.다음 순간, 두 사람은 정면으로 겨루기 시작했다.장검과 손톱이 부딪치며 금속이 맞부딪치는 요란한 소리를 냈다.“김평안 씨, 저 두 사람 중 누가 이길 것 같아요?”조슬기는 이 경기의 결과가 궁금해졌다.“지금 보기엔 유지수가 이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진서준은 직설적으로 대답했다.몇 번 교전하자 유지수는 이내 주도권을 손에 잡고 상대를 압도했다.반면, 정수현은 점점 버티기 어려워졌다.“저 여자는 누구죠? 왜 이렇게 강한 거죠?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조슬기가 머리를 긁적였다.“정말 여자라도 남자 못지않네.”신수란도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소검선을 압도하는 여자는 바로 신수란의 우상이었고 신수란도 나중에 이런 고수가 되고 싶었다.“저 여자가 이 정도로 강하다고? 수현 선배가 상대가 안 될 지경이라고?”“그러게 말이야. 수현 선배를 압도하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아.”“망했다, 우리 장백이 첫 경기부터 패배하게 되었네.”장백의 제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정수현은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한 실력자였다.그런데 지금 신농의 듣보잡 여자 제자가 장백의 일인자를 압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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