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Chapter 1651 - Chapter 1660

1814 Chapters

제1651화

“오늘 내가 기분이 좋으니 특별히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어.”주해준은 오만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지금 당장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 이번 한 번만 봐줄 거야.”그러자 검은 옷의 우두머리가 싸늘하게 말했다.“너 따위가 감히 우리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전부 덤벼! 저 녀석 난도질해 버려!”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킬러가 주해준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주해준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싸늘하게 웃으며 번개처럼 이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내 강룡십팔권을 맛보게 해주마.”주해준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 옷의 킬러들이 하나둘씩 나가떨어졌고 반면, 누구도 주해준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했다.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이었고 간지가 철철 넘치는 장면이었다.“역시 해준 선배입니다. 저런 잡것들이 해준 선배 상대가 될 리가 있겠어요?”“해준 선배, 너무 멋집니다. 저 쓰레기들 깡그리 박살 내버려요.”“우리 슬기 후배를 납치하겠다고? 도대체 우리를 뭐로 보고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곤륜 제자들은 환호하며 주해준을 응원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킬러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기 시작했다.주해준은 거만하게 턱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이 쓰레기들이 그냥 무릎 꿇고 살길 찾지 그랬어? 맞고 나니 후회돼?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르나 본데, 우린 곤륜 종문의 무도 고수야!”“해준 선배, 카리스마 넘치네요!”모두가 주해준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이곳에 은청준이 없으면 주해준이 곧 모두의 큰형이었다.하지만... 주해준의 간지는 오래가지 못했다.갑자기 누군가의 주먹이 주해준의 얼굴을 강타하자 주해준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고 코와 입에서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제기랄, 누가 기습질이야? 개싸가지 없네.”사람들이 황급히 주해준을 부축했다.주해준은 살기를 내뿜으며 검은 옷의 우두머리를 노려봤다.기습에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실력도 상당하다는 뜻이었다.“이건 교훈이야. 싸울 땐 집중해야지 어디서 허풍이나 치고 있어?”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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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주해준이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는데 그 표정은 당장이라도 혼자서 백 명도 상대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외칠 기세였다.“해준 선배, 고마워요.”조슬기가 감사를 표했다.“슬기 후배, 우리 사이에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있나?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난 어떤 겁쟁이처럼 이런 상황에서 구석에 처박혀 숨어 있지는 않아. 평소에는 잘난 척하는 끝판왕인데 막상 일이 터지니까 입도 뻥끗 안 하네? 같은 남자로서 진짜 창피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야.”주해준은 엄청나게 비꼬면서 일부러 진서준을 바라봤다.도대체 누구를 비꼬는 말인지는 누구나 다 뻔히 알 수 있었다.“이봐 김씨,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왜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어?”“그러게 말이야. 아까 해준 선배가 싸울 때는 거북이처럼 꼼짝도 안 하고 앉아 있었잖아. 이런 겁쟁이는 또 처음 봐.”“슬기 후배, 저런 남자랑은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사람들은 순간 수군거리며 진서준에게 경멸 어린 시선을 보냈다.한쪽은 위풍당당하게 나서서 싸웠고 다른 한쪽은 구석에서 몸을 사렸으니 두 사람을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컸다.“김평안 씨는 그런 분이 아니에요.”조슬기가 나서서 또 진서준을 옹호했다.“그리고요,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른 거잖아요? 김평안 씨는 의사예요. 당신들처럼 무인이 아니라고요.”배수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조슬기의 말을 들었다.“그딴 쓰레기들이랑은 상대할 가치도 없어.”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쓰레기는 개뿔, 실력은 형편없으면서 입은 왜 이렇게 살아있지?”“그러게. 해준 선배를 기습할 정도면 절대 쓰레기가 아닐 텐데?”“얼씨구, 딱 봐도 허세만 가득한 놈이네. 말발 하나는 끝내주겠어.”가만히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진서준이 한마디 하자마자 분위기가 더 싸늘해졌다.주해준도 이때다 싶어서 콧방귀를 끼며 진서준을 내려다보았다.“네가 무인이든 아니든 악당이 나타났을 때는 남자가 먼저 나서야 하는 거야. 네가 무도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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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너 지금 뭐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진서준이 입을 떼자마자 곤륜 제자들이 일제히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이제야 확실해졌네. 넌 겁쟁이일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흔히 보는 악플러잖아?”“자기가 잘난 것도 없으면서 남이나 비웃고. 이따가 해준 선배가 이기면 넌 제대로 혼날 줄 알아.”“지난번 유씨 가문에서 네놈 안 팬 건 유씨 가문 가주 체면을 고려해서 그런 거였어. 네놈을 때리지 않으니까 아주 신났구나?”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진서준을 비난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허공으로 날아갔다.모두가 시선을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고 날아간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순간, 모두가 그대로 얼어붙었다.“뭐야, 이 자식 입 터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네?”“해준 선배가 날아갔다고? 저 대머리가 그렇게 강해?”조금 전까지 위풍당당하던 주해준이 지금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해준 선배. 괜찮으세요?”정신을 차린 제자들이 황급히 다가가 주해준을 부축하려 했다.그런데 손을 대려는 순간, 주해준이 울부짖듯 소리쳤다.“건들지 마! 허리가 부러졌어! 팔도 부러졌어! 다리도 부러졌어!”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면 당장 죽기라도 하는 게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제자들이 주해준의 몸을 살펴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주해준의 뼈가... 온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주해준의 단전이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무인에게 단전이 부서진다는 건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비록 목숨은 건졌다고 해도 더 이상 무인으로 살아갈 수 없으니 결국 곤륜에서 쫓겨날 게 뻔했다.“감히 우리 해준 선배의 단전을 파괴해? 네놈들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한 제자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철썩!그 순간, 대머리가 거침없이 그 제자의 뺨을 후려쳤다.“왜? 내가 파괴하면 안 돼?”“너... 네놈, 우리가 누구인지나 알아?”따귀를 맞은 청년이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그럼 네놈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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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이 모든 상황이 삼형제에게는 너무나도 우스워 보였다.“덤벼! 이 애송이들에게 제대로 된 고통을 맛보게 해.”장강수가 사악하게 웃으며 선두로 나서서 신수란을 향해 돌진했다.신수란의 날카로운 검세를 앞에 두고도 장강수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주먹을 불끈 쥐고 정면으로 맞섰다.주먹과 유연검이 부딪치는 순간, 금속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유연검이 대여섯 토막으로 부서졌다.곧이어 장강수의 주먹이 신수란의 어깨를 강타했다.쾅!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신수란은 그대로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장강수는 단 한 방에 신수란을 완전히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이 끔찍한 광경을 본 조슬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수란 언니! 수란 언니!”조슬기는 급히 신수란에게 달려갔다.신수란은 입안 가득 피를 토하며 눈을 붉혔다.단 한 방의 충격으로 외상뿐만 아니라 내장까지 심각하게 다친 신수란은 체내 경맥이 이미 절반이나 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계속 무리하게 싸우면 주해준처럼 완전히 폐인이 될 게 뻔했다.이때, 곤륜의 다른 제자들도 전투에 뛰어들었다.하지만 장강수 일행 세 명은 열 명이 넘는 제자들과 싸우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한 번씩 공격할 때마다 반드시 한 명씩 날려버렸다.곤륜의 제자들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니라 다만 제자들이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다.반면, 장강수 일행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오래된 악당이었다.그러니 그들의 공격은 한 방 한 방이 전부 치명적인 기술이었다.곤륜의 제자들은 평소에 목숨을 건 결투를 해본 적이 없었다.살의를 품지도 않고 치명적인 기술도 쓰지 않으니 자연스레 이런 악랄한 악당들을 이길 수 없었다.결국,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곤륜의 제자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졌고 피를 토하며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쳇, 쓰레기 같은 것들. 이런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덤비겠다고?”장강수가 대놓고 비웃었다.“우리 청준 선배가 없어서 네가 날뛰는 거야. 청준 선배만 계셨다면 너희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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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청준 선배! 드디어 오셨군요!”은청준이 나타나자 주해준 일행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믿음직한 대선배가 돌아왔으니 이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아까 진서준이 보여준 엄청난 기세 따위는 모두가 감쪽같이 까먹었다.내공으로 상대를 다치게 했다 한들, 청준 선배보다 강할 리 없다고 굳게 믿는 거였다.“감히 내 후배들을 건드려? 배짱 참 대단하구나. 저 쓰러진 내 후배는 너희가 한 짓이야?”은청준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은청준은 단순히 잠깐 나갔다 왔을 뿐인데 그 사이 누군가 조슬기까지 잡아가려 했던 것이다.불행 중의 다행은 은청준이 제때 방으로 돌아온 것이다.“청준 선배! 저놈들이 해준 선배 단전까지 파괴했어요.”한 제자가 울분에 차서 고발했다.주해준의 단전이 파괴되었다는 말에 은청준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수많은 후배들 중에서 주해준은 은청준을 가장 따르는 사람이었다.그야말로 은청준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그런 귀여운 팬의 단전이 박살이 났다고?은청준이 이 세 놈을 죽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낯짝으로 선배 노릇을 한단 말인가?“죽으러 왔다고? 좋아, 내가 기꺼이 보내주마.”셋째의 눈이 핏발 섰고 은청준을 쏘아보는 눈빛에 살기가 넘실거렸다.“죽으려 드는 건 네 쪽이야.”은청준이 바닥을 세차게 밟자 그의 몸이 치타처럼 앞으로 튕겨 나갔다.셋째도 한 치의 주저 없이 은청준에게 달려들었다.둘은 동시에 주먹을 쥐고 힘차게 내질렀다.강기가 실린 주먹끼리 정면으로 충돌하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닥이 흔들렸다.탁자 위의 유리컵마저 충격파에 깨져버렸고 곧이어 한 사람이 벽을 향해 날아가, 거칠게 처박혔다.모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날아간 사람이 은청준이라면?은청준조차 이 악당들에게 당했다면?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됐어, 청준 선배가 이겼어!”은청준이 여전히 제자리에 우뚝 서 있자 모두가 목 놓아 환호했다.반면, 장강수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이 자식, 좀 하긴 하는군. 하지만 우리 삼형제 명성도 헛된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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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은청준은 굳은 얼굴로 장강수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얼굴을 발로 짓눌렀다.“말해, 도대체 누가 널 시켜서 슬기 후배를 납치하려 한 건지.”이 문제는 반드시 밝혀야 했다.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를 먼저 잡아야 한다.배후에 있는 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오늘 이놈들을 모조리 죽인다 해도 조슬기를 노리는 자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차라리 날 죽여. 누가 시켰는지 말해줄 생각은 없어.”장강수는 이를 악물고 죽음을 각오한 표정을 지었다.“평소엔 신의도 없는 악당들이 이제 와서 왜 이렇게 입이 무거워졌지?”은청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의아해했다.이 모습은 파리가 똥을 마다하는 것처럼 신기한 광경이었다.“말하면 어차피 죽어. 그럴 거면 내가 왜 말해야 해?”장강수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네가 배후가 누군지 밝히기만 하면 꼭 그놈을 잡아낼게. 난 거짓말하지 않아.”은청준이 장강수와 약속했다.“대신 네 단전은 무조건 파괴해야 해.”주해준의 단전이 파괴된 이상, 은청준이 이대로 삼형제를 놓아주면 곤륜 제자들이 불쾌해할 게 뻔했다.“아니야, 우리가 말하면 무조건 죽어. 넌 그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장강수의 눈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서남 지역 악당들의 우두머리가 이렇게 겁을 먹을 정도면 배후에 있는 자가 보통 인물이 아닐 터였다.“혹시 네 머릿속에 독충이라도 심겨 있어?”이때, 진서준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뭐? 그건 무슨 말이야? 저놈 머릿속에 독충이 있을 수 있어?”은청준도 독충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독충에 걸리면 생사가 남의 손에 달리게 된다.그런 상태로 사는 건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고통이었다.장강수가 이 정도로 공포에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니 은청준은 진서준의 말이 꽤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이때 조슬기가 나섰다.“지난번 변경에서 우리를 잡으려던 악당도 독충 때문에 죽었잖아요.”“그게 우리 넷째야.”장강수는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그러니까 난 차라리 죽는 게 더 깔끔해. 절대 누가 시켰는지 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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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그건 신경 쓸 필요 없어.”진서준은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설명해 봤자 상대방이 이해할 리도 없어 괜히 입만 아플 뿐이다.“이제 네 머릿속 독충도 없애줬으니 대체 누가 너희한테 조슬기를 잡아 오라고 시켰는지 말할 수 있겠지?”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하자 장강수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말할게. 대신 우리 셋은 살려줘야 해.”“미리 말해둘게. 목숨은 살려줄 수 있어도 너희 단전은 박살 낼 거야.”은청준이 끼어들었다.이건 은청준의 마지노선이었기에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진서준도 그 제안을 반대하지 않았다.이 세 놈을 그냥 풀어줬다간 서남 지역의 백성들이 또다시 고통받을 것이기에 차라리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나을 것이다.“좋아, 하지만 우리도 조건이 하나 있어. 우리 단전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난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입을 닫겠어.”장강수의 목소리는 결연했다.장강수 일행은 서남 지역에서 수많은 유명 인사의 원한을 샀다.만약 장강수 일행이 더 이상 무인이 아니라는 소문이 퍼지면 원수들에게 쫓겨 개죽음당할 게 뻔했다.“그 정도는 약속하지.”은청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우리에게 조슬기 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장강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거칠게 걷어차였다.곧이어 남사 종문의 제자들이 무리 지어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선두에 선 청년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장강수를 노려보며 외쳤다.“이 악당 놈들이 감히 숭산까지 쫓아와? 오늘은 절대 그냥 못 넘어가!”그러고는 주위 사람이 반응할 틈도 없이 단숨에 장강수의 목을 비틀어버렸다.그 움직임은 아무런 주저도 없이 너무 신속했다.이 장면에 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속으로 비웃었다.일찍 올 수도, 늦게 올 수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막 배후를 밝혀내려던 순간에 나타나 대뜸 목을 꺾어버리다니, 이걸 우연이라고 믿으라고?진서준은 발가락으로라도 믿을 수 없었다.이 자식 몸에서 수상한 냄새가 진하게 났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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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하지만 종문을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붙어보자고? 얼씨구, 내가 너희를 무서워할 것 같아?”은청준은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하지만 은청준 뒤에 있는 곤륜 제자들은 살짝 주춤했다.“선배, 오늘은 그냥 넘어가죠. 나중에 더 좋은 날 잡아서 제대로 붙으면 되잖아요.”한 제자가 뒤에서 조용하게 속삭였다.“지금 우리 다들 심하게 다쳤는데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붙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은청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제자들을 돌아봤다.이 제자의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다들 상처가 생각보다 꽤 심했다.이 상태에서 싸웠다가는 손해 보는 건 곤륜 제자들뿐이었다.게다가 돌아가면 이장로에게 한 소리 들을 게 뻔했다.4대 종문 간의 충돌은 무조건 정식적인 도론 대회에서 해결해야 하지 사적으로 해결하는 건 절대 금지였다.만약 몰래 싸우려고 마음먹었다면 상대에게 고자질할 기회조차 주지 말고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숨통을 끊어놓아야 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특별했다.이틀 뒤가 4대 종문 대회인데 지금 여기서 곤륜 제자들이 죽으면 대충 조사해도 바로 남사 짓이라는 게 드러날 게 뻔했다.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곤륜과 남사는 한쪽이 전멸할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울 것이다.“왜, 은청준? 겁먹었어?”도권우가 비웃으며 도발했다.은청준도 절대 무지하고 덤벙대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태연하게 콧방귀를 끼며 대응했다.“도권우, 이틀 후 대결에서 널 완전히 박살 내주지.”“좋아, 기대하고 있을게.”도권우 역시 코웃음 쳤다.“아, 그리고 하나 더. 내 약혼녀 잘 보호해. 너희가 제대로 못 지키겠으면 내가 직접 지켜줄 테니까.”도권우는 바로 부드러운 눈빛으로 조슬기를 바라봤다.“슬기야, 나랑 같이 가는 게 어때?”하지만 조슬기의 표정은 차가웠다.“도권우 씨, 우리 약혼은 20년 전에 어른들이 그냥 한 말일 뿐이에요.”“그냥 한 말이라니?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그땐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는데?”도권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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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돌아가는 길에 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조슬기 씨, 아까 그 도권우라는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조슬기와 약혼한 사람이라면 남사의 일반 제자일 수 없었다.조슬기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남사 종문의 종주 아들이에요.”“어쩐지 그렇게 당당하더라고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신분상으로 보면 조슬기와 도권우는 꽤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하지만 결혼이라는 건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지금 세상은 자유연애가 대세다.부모가 정해준 결혼 같은 건,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이나 다름없었다.조슬기가 도권우에게 전혀 마음이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이었다.문제는 도권우 쪽이 조슬기에게 관심이 지나치게 많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그러니 참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한쪽은 결혼하고 싶지 않은데 다른 한쪽은 어떻게든 결혼하고 싶어 했다.게다가 이건 양쪽 부모끼리 정한 것이라서 조슬기가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아가씨, 저는 아까 그 사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신수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조금 전 배후를 막 알아낼 뻔했는데 그 녀석이 딱 들어오자마자 증인을 죽였잖아요? 이거 누가 봐도 입막음이에요.”은청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맞아. 그 녀석에게 아무 문제 없다곤 도저히 못 믿겠어. 우린 각자 다른 길로 시내에 갔는데 그 녀석이 어떻게 우리가 노래 부르는 걸 알았지? 게다가 우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고?”그때, 진서준이 뜬금없이 물었다.“너희 4대 종문끼리는 암암리에 서로를 암살하고 그래?”진서준은 4대 종문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게다가 국안부 문서에도 관련 기록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당연하지. 그런 상황이 없었으면 뭐 하러 4대 종문 대회랑 논도 대회를 벌이겠어?”은청준이 눈을 부릅뜨며 대꾸하자 진서준이 흥미를 보였다.“논도 대회는 또 뭔데?”“너 질문 진짜 많다? 뭐 어린아이도 아니고 궁금한 게 왜 그리 많아?”은청준이 짜증 난 듯 쏘아붙였다.그러자 진서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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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맞아. 해준 선배가 나서지 않았으면 너 벌써 그 세 악당에게 처참하게 죽었을 거야.”“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사람 구해줘야 해.”모두가 입을 모아 진서준을 비난했다.그 말에 진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이 날 구했다고? 자기가 실력이 부족해서 단전이 파괴된 게 아니고? 너희가 날 조롱하느라 여념이 없더니 이제 와서 구해달라고 하면 내가 그 말을 들을 것 같아? 나 김평안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진서준의 표정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김평안 씨...”“조슬기 씨, 저 사람을 옹호하려고 하지 마세요.”진서준은 손을 들어 조슬기의 말을 끊었다.“죄는 지은 대로 가고 덕은 닦은 대로 간다고 했어요. 저 녀석들이 날 어떻게 무시했는지 난 제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이 말에 곤륜 제자들은 크게 분노해 언성을 높였고 신수란 역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넌 우리가 변경에서 만난 그 애송이랑 정말 똑같아. 속이 왜 그렇게 좁아?”“맞아, 난 속이 원래 좁아.”진서준이 쌀쌀하게 받아치자 은청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정말 우리 후배를 치료하지 않을 거야?”“네 제자에게 무릎 꿇고 내게 세 번 머리 조아리면 뼈를 치료해 줄게.”진서준이 조건을 제시하자 주해준이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꿈 깨! 난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너 같은 놈에게 무릎 꿇고 구걸하진 않을 거야.”“김평안, 너 요구가 너무 지나치구나.”은청준이 이를 악물었다.자고로 남자는 경솔하게 남에게 무릎 꿇지 않는다고 했다.주해준이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면 설령 뼈가 회복될 수 있어도 더 이상 곤륜에서 고개를 들고 떳떳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이게 내가 원하는 전부야. 너희가 동의 안 해도 상관없어.”진서준이 평온하게 말했다.“청준 선배, 저 녀석에게 구걸하지 마세요. 나중에 성약당에 가서 장로님께 도움을 청하면 될 거예요.”주해준이 단호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그때 은청준이 갑자기 배수정을 쳐다보았다.“평온 씨, 듣기로는 소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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