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620 챕터
제611화
지원 엄마는 박민정의 아이디어에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박민정을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예찬 엄마, 최현아 씨가 왜 학부모 위원장이 됐는지 알아요? 유씨 가문에서 매년 유치원에 200억씩 기부하거든요. 그쪽도 유씨 가문의 며느리인 건 알지만 남편이...”눈이 멀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면서도 개의치 않았다.“만약 제가 더 기부하면요?”지원 엄마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학부모 위원장은 학교 측 의견도 있어요. 그리고 학부모 위원회 엄마들이 투표로 뽑는 건데 이제 막 들어온 사람에게 위원장 자리를 주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가 감히 유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겠어요? 다들 유씨 가문과 최현아 씨 모임에 들어가려고 난리예요. 최현아 씨 한마디면 남편 회사 일이 잘 풀리니까요.”유씨 가문의 실세가 아닌 유성혁도 이 정도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박민정은 호산 그룹을 아무나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고 확신했다.지원 엄마는 그녀가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혹시 최현아 씨에게 밉보이는 행동을 했어요?”비록 최현아와는 사촌지간이지만 그래도 시누이 사이인데 보통 가족이라도 다투기 마련인 걸 더구나 여긴 대가족이었다.“저희 사이엔 큰 갈등이 있죠.”예전에는 말로만 박민정을 모함하던 최현아가 이제는 유지훈에게 자신의 아들을 해치라고 시킨 것이다.또한 그녀는 최씨 집안 부모님까지 불러 윤우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지원 엄마는 자신이 엉뚱한 사람에게 붙은 건 아닌가 싶어 조금 겁이 났다.“예찬 엄마, 어차피 애들 학교 다니는 건 2, 3년밖에 안 되니까 그냥 최현아 씨한테 잘못 인정하고 고개 숙이고 조금만 참는 게 어때요?”참으라고?박민정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여러 번 참아주면 상대는 결국 자신을 우습게 볼 것이다.“알겠어요.”그녀는 지원 엄마에게 속내를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최현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바로 가서 일러바칠지 누가 알겠나?지원 엄마가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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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박민정은 엄마로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준비하기로 결심했다.먼저 유치원 원장에게 투자에 대해 문의했고 원장도 흔쾌히 동의했다.그리고 박민정은 엄마들의 모임에 천천히 들어갈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엄마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고 박윤우는 잠든 눈을 비비며 불렀다.“엄마, 밥 먹을 시간이에요.”“그래.”박민정은 컴퓨터를 닫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밥 먹을 시간이 되자 박윤우는 일부러 박민정과 유남준을 함께 앉혔다.“엄마 내 맞은편에 앉아요.”아이 맞은편에는 유남준이 앉아 있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힐끗 보고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리에 앉았다.식사 자리에서 유남준의 음식은 가정부가 떠줬기에 더는 당근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유남준은 식욕이 별로 없었는지 대충 몇 입 먹는 시늉을 했다.두 사람은 아주 가깝게 앉았는데, 박민정의 팔이 이따금 유남준의 팔에 닿자 그녀가 살짝 멀어지려던 찰나, 식탁 아래에서 유남준이 손을 뻗어 박민정의 의자를 옆으로 끌어당겼다.드르륵-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나며 박민정의 몸이 함께 흔들리더니 그대로 그의 품에 쓰러질 뻔했다.“뭐 하는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안 보여서 의자를 잘못 잡아당겼네.” 유남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박민정도 더 따지지 않고 다시 의자를 옮기려는데 이번엔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또 잘못 잡았어요?” 박민정은 다소 화가 났지만 때마침 박윤우가 말을 꺼냈다.“엄마, 아빠는 앞이 안 보이니까 좀 이해해 줘요.”박민정은 유남준이 아이에게 무슨 약이라도 먹인 듯 왜 윤우가 계속 그의 편을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억지로 손을 빼고 고개를 숙여 식사를 계속했다.바로 그 순간 전화가 걸려 왔고 박민정은 에리의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에리, 무슨 일이야?”에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세 부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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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박윤우는 잠들기를 거부했다. “엄마, 엄마랑 아빠가 저랑 형한테 이야기해 주면 안 돼요?”“무슨 이야기 듣고 싶어? 엄마가 나중에 들려줄게.”다정하게 말하는 박민정은 자신은 해줄 수 있어도 유남준은 필요 없다는 뜻을 전했다.유남준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인공지능 로봇 가져와서 너희들에게 이야기 해주라고 할게.”“...”이 아빠가 정말 눈치도 없네.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유남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시뮬레이션이 잘 된 지능형 로봇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해주고 간단한 집안일도 돕게 했다.박윤우는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로봇이 너무 재미있었는지 박예찬과 함께 얼른 침실로 들어가 로봇을 조작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두 아이가 금방 말을 듣자 문득 유남준이 기꺼이 받아줬더라면 해외에서 자신 따라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위층으로 올라가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불렀다.“오늘 학부모 위원회에서 무슨 일 있었어?”멈칫한 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덧붙였다.“내가 애들 아빠인데 아이를 몰래 낳더니 아직도 숨기려는 거야? 나도 알 권리가 있어.”박민정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가 갑자기 학부모 위원회에 물어봐서 망설였다.“학부모 위원회 위원장이 최현아 씨인데, 한 아이의 학부모가 알려줬어요. 학교 측 담당자와 가까운 사이인데 아이들을 따돌리고 왕따 시킬 수 있다고요.”유남준은 오늘 박민정이 아이와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살짝 망설이는 걸 보아 분명 말하지 않은 일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런 일인 줄은 몰랐다.“최현아의 위원장 자리는 유씨 가문이 수년에 걸쳐 유치원에 투자한 것과 관련이 있을 거야. 내 기억이 맞다면 할아버지가 유치원의 최대 주주지.”박민정은 유치원에 투자한 사람이 유성혁인 줄은 알았는데 그 배후가 유명훈인 걸 보니 증손자인 유지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모양이었다.“그 얘기는 들었어요.” 박민정이 말하자 유남준은 카드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여기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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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박민정은 지원 엄마의 SNS도 살펴봤는데 딸 자랑과 인생 글귀를 제외하면 그녀가 직업도 없고 돈도 없이 집에서 시어머니에게 끌려다닌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박민정이 SNS를 살펴보던 중 엄마들 단톡방에 누군가 문자를 보냈다.[일요일에 다들 시간 되세요? 우리 집에 파티하러 와요.] 최현아였다.평소 최현아는 해외 출장을 가지 않을 때면 엄마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파티를 하곤 했는데 심심한 것도 있었고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함도 있었다.이번에 초대를 하며 최현아는 특별히 박민정도 언급했다.오늘 박민정을 망신시키지 못했으니 박민정이 파티에 오기만 하면 반드시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먼저 답장을 보낸 건 지원 엄마였다.[좋아요, 위원장님. 빨리 만나고 싶네요.]벌써 자정인 데다 박민정은 가사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지원 엄마가 아직 깨어 있었고 게다가 가장 먼저 답장을 보낼 줄은 몰랐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참석하겠다며 답장을 보냈고 박민정이 답장을 하지 않자 지원 엄마가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예찬 엄마, 좋은 기회인데 이번 기회에 최현아 씨와 더 가까워지는 게 어때요?]박민정은 이처럼 학부모 위원회 엄마들을 한 번에 다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드물었기에 지원 엄마에게 이렇게 답장했다.[네, 알려줘서 고마워요.]최현아와 가까워지려 하는 건 아니었다.박민정 역시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그래요, 내일 봬요.]답장을 마친 박민정은 밤새 유명 브랜드 의류 본사에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원피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박민정은 자신의 키와 몸무게, 사이즈를 보내며 맞춤 제작은 필요 없고 입을 수 있는 드레스면 된다고 말하며 돈은 얼마든지 내겠다고 했다.돈이 많으니 일이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마찬가지로 박민정은 전에 엄마들이 원했던 가방이나 구하지 못한 팔찌, 주얼리 등을 구입했다.단순히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할 때도 기교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비싼 선물을 주면 오히려 호감 대신 반감만 살 수 있었다.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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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주식 인수가 무척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박민정이 시세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이제 그녀는 유명훈을 제치고 54%의 지분을 가진 국제 유치원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절차가 거의 마무리되자 원장이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정민기는 그녀를 유씨 가문 저택으로 데려다주었다.유씨 가문 저택,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는 동쪽에 어르신과 작은 아들, 즉 유남준 부친 일가가 있었고, 서쪽에는 큰아들이 살고 있었다.박민정은 도착하자마자 서쪽 집사의 안내를 따라 최현아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차로 10분 정도 달려서 최현아와 유성혁의 집에 도착했다.멀리서 봐도 정자와 누각이 곳곳에 고급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박민정이 차에서 내리자 탁 트인 잔디밭에는 이미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고, 아기 엄마들은 모두 최고의 복장으로 곱게 차려입고 도착해 있었다.다소 평범해 보이는 지원 엄마도 목과 손목에 값비싼 보석을 차고 있었다.다만 주얼리와 들고 있는 가방 모두 오래된 모델이라 주변에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줄곧 박민정을 기다리던 그녀는 박민정이 도착하자 다가가려는데 어제와 다른 박민정의 모습을 발견했다.눈앞에 있는 박민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억’ 소리가 났다.다른 아기 엄마들도 박민정이 입은 옷을 훑어봤는데 귀걸이마저 1억 이상이었다.누가 일류 재벌이고 누가 평범한 사장인지 한눈에 드러났다.“예찬 엄마가 들고 있는 가방, 전 세계에 단 두 개뿐인 거 아니에요? 항상 갖고 싶었는데 남편이 우리 집 재산으로는 못 산다던데요.”“저 팔찌, 저도 눈여겨본 건데 10억짜리예요!”“옷도 맞춤 제작한 것 같은데 저거 최소 1년 전에 예약해야 할 걸요.”“위원장님 가방 중 가장 비싼 게 4억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죠? 예찬 엄마가 들고 있는 이 가방은 최소 6억 이상이겠는데요?”“...”아기 엄마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박민정은 그들의 부러운 눈빛을 바라보며 자신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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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지원 엄마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다. 유지훈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정도였지만 박예찬에 비하면 훨씬 부족했다.그래도 감히 최현아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던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설명했다.“위원장님,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우리 반 애들 다 똑똑하죠.”이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엄마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 누구도 자기 자식이 뒤처진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박민정도 지원 엄마가 누구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이해했다.그녀는 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은 돈 위에 군림하는 자라고 생각했다.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 엄마들은 각자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 기본적으로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박민정은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매 사람마다 기억하고 싶었지만 그게 힘들었다. 모든 사람이 유남준처럼 한번 보면 바로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지원 엄마가 다가왔다.“예찬 엄마, 편하게 있어요. 처음엔 모르는 게 당연하죠. 앞으로 천천히 친해지면 돼요.”박민정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지원 어머니, 학부모 위원회에서 활동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거의 1년 됐죠.”“그럼 이 사람들을 다 알아요?”지원 엄마는 곧바로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연하죠, 다 제가 데려온 사람들인걸요.”말을 마친 그녀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자기가 데려온 사람들인데 그녀의 능력이 부족하다며 대화하기를 꺼려했다.“그럼 제가 모든 분들에 대한 정보 프로필을 만드는 걸 도와주실 수 있나요?”지원 엄마는 당황했다.“정보 프로필이 왜 필요해요?”“제가 사람 얼굴을 잘 까먹어서 얼굴을 기억하기가 힘들거든요. 아이를 위해서 돌아가서 사진 보면서 외워두려고요.”지원 엄마는 아이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말에 더 이상 의구심을 갖지 않았지만 맨입으로 하려 하지는 않았다.박민정은 주머니 속에서 상자를 꺼냈다.“저를 잘 챙겨주셔서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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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이 엄마는 최현아에게서 그리로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박민정에게 미안해하며 말했다.“잠시 저쪽에 갔다가 다시 올게요” 박민정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지금 당장은 최현아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박민정은 이해했고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그 후 남은 대부분의 시간은 최현아가 엄마들과 수다를 떨고 자랑을 늘어놓는 시간이었다. 박민정은 구석에 앉아 있었다.“위원장님 남편분이 수백억 원을 들여 시장 사업을 독점하고, 공동 구매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면서요?”한 엄마가 물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최현아는 그녀의 물음을 정정했다.“수백억 원이 아니라 자그마치 1조 원이에요. 이 1조 원은 아직 초기 투자금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르겠어요.”한 사업 분야를 독점하려면 몇백억 가지고는 어림도 없지.1조 원? 이제 일주일밖에 안 된 시간이라고 했다.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유씨 가문의 방계마저 사업을 위해 물 쓰듯 돈을 쓰고 있었는데, 현재 일가를 책임지고 있는 유남우는 매개 프로젝트에 얼마를 많은 돈을 쏟아붓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현아 씨, 제 남편도 이 업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시간이 되시면 혹시...”그중 한 엄마는 이번 기회에 자기 남편을 유씨 가문에 빌붙게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현아는 단칼과 같이 잘랐다. “어머, 미안해요. 사업에 관한 건 보통 제 남편이 결정하고 저는 집에서 돈 쓰는 담당이에요.”정말 재수 없을 만큼 얄미운 말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감히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때 최현아가 곁에 있던 한 엄마에게 눈짓했다. 그 엄마는 이를 보고 박민정에게 물었다.“예찬이 어머니 남편분은 무슨 일 하시죠?”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또 다른 엄마가 말을 가로챘다.“박예찬 어머니 남편분이 바로 유남준 씨잖아요? 교통사고로 앞을 볼 수 없어서 지금은 아마 일을 할 수 없죠?”최현아는 차를 마치는 척 찻잔을 들어 올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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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최현아는 일부러 자기 집에서 준비한 이 파티에서 박민정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려 요즘 유치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개혁안을 언급했다.유치원에 대한 새로운 개혁 방안을 이야기하자 엄마들은 다시 그녀와 함께 떠들썩하게 토론을 시작했고 박민정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사라졌다.요즘 아이들은 모두 출발선부터 다퉜고 박예찬이 다니고 있는 이 국제 유치원은 입학과 동시에 두 가지 언어와 수학 및 기타 취미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고 엄마들은 하나둘 앞다투어 최현아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했다.그중 박민정을 가장 놀라게 한 건 최현아가 그 자리에서 아이들의 좌석을 배정하는 것이었다.2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급이었지만 최현아는 자기에게 아부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맨 앞자리와 가운데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그러고는 박민정에게 말했다.“예찬이 엄마, 예찬이는 성적이 좋으니 다른 아이들처럼 앞자리에 앉을 필요 없지?”사실 박예찬에게는 앞자리나 뒷자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민정은 아들이 차별을 당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쟁취할 것은 쟁취해야 하지.“그럼 지훈이는요? 그 아이도 뒷자리에 앉히나요? 성적이 좋으니까요?”박민정이 웃으며 물었다. 만약 최현아가 유지훈을 뒷자리에 앉히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 뜻은 자기 아들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최현아는 알고 있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우리 지훈이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박민정은 듣자마자 옆을 가리켰다. 지원이 엄마처럼 별로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엄마였다. 그녀는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박민정은 그녀의 아들이 반에서 유일하게 안경을 쓴 한 학생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학생의 이름은 아마 도한이었던 것 같았다.“그럼 도한이도 제일 앞자리에 앉혀야죠. 어떻게 맨 구석에 앉힐 수 있나요.”최현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박민정이 순간 다른 엄마들을 끌어들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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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아이들의 등교 안전과 교내 청결을 위해 학교 이사진에서 내린 결정이니 조금만 양해해 주세요. 다른 반 엄마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의견이 있으시면 원장님께 말씀해 주세요.”웬만한 초등학교나 중학교보다 더 큰 이 국제 유치원은 교육 수준이 진주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도한이 엄마는 그토록 어렵게 주어진 입학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괜찮아요, 도한이를 일찍 일어나게 해서 스스로 걸어가게 하면 돼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 살 남짓한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엄마는 바빠서 정신이 없을 것이다.박민정은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껴졌다. 자신도 두 아이를 한꺼번에 돌본 경험이 있기에 그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파티가 끝나자 일부 엄마들이 앞다투어 최현아와 사진을 찍었다.도한이 엄마도 갔지만 맨 끝줄에 설 수밖에 없었고 마지막 사진에는 몸의 절반만 찍혔다.도한이 엄마도 남편의 출세를 위해 빌붙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아들의 자리 배정 문제로 최현아의 눈 밖에 나버렸다.박민정은 옆에 멀찍이 서서 학부모들의 얼굴 하나하나 세세히 들여다보았다.권력은 정말 무서울 때가 있다. 특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무책임하고 형평성을 잃었다면 더욱더 말이다.이들은 사진 촬영이 끝나자 하나둘 걸어나가 차를 탔다. 차를 안에 주차하지 않은 이유는 나가는 길에 서로 엄마들끼리 대화하기 위해서였다.박민정은 도한이 엄마에게 다가가 학교 이사들이 사용하는 주차 카드를 내밀었다.“도한이 어머니, 괜찮으시면 이걸 먼저 사용하세요.”이 주차 카트는 오늘 원장실에서 나올 때 원장에게서 건네받은 것이었다.원장은 그녀에게 세 개를 주었다. 아이들의 교실과 가깝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적어 주차 자리가 남아도는 학교 이사들의 전용 주차장이었다.도한이 엄마는 약간 놀랐다.“예찬이 어머니, 어떻게 학교 이사들의 주차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의심하지 말고 그냥 쓰시면 돼요. 제 생각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시스템이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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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박민정이 고개를 돌려보니 유남준이 박윤우의 손을 잡고 문 앞에 서 있었다.“엄마, 나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아빠를 데려왔어. 우리 셋이 함께 자자.”박민정은 무의식중에 거절하고 싶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녀는 유남준과 여전히 냉전 중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남준은 대수롭지 않게 박윤우를 안고 들어와서 침대에 눕히더니 자기도 곁에 덩달아 누웠다.“자자, 나 내일 출근 해야 해.”유남준은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박민정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박윤우를 보았다. 유남준이 더 이상 말하지 않자 그녀는 두 사람을 내쫓지 않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함께 잠에 들었다.잠이 든 후 박민정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조각배처럼 해면을 따라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괴로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몽롱한 상태에서 그녀는 남자의 넓은 어깨가 자신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숨결이 이마 위에 쏟아져 내리며 따라서 그녀의 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설마 유남준일까?박민정은 억지로 정신을 차려 그 사람인지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겨우 눈을 들어 올리자, 희미한 달빛을 통해 아직도 중간에서 자는 박윤우와 침대 끝자락에서 자는 유남준이 보였다.이상한 건 유남준은 침대의 맨 끝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고, 자신은 이미 침대 한가운데에 있었으며 오른쪽은 한참 비어 있었다.박민정은 너무 졸려서 별생각 없이 옆으로 가서 누운 후 박윤우를 안아 가운데에 눕혔다. 물론 유남준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다시 잠이 든 박민정은 다음 날 깨어났을 때 다시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그녀는 다소 의문스러웠다. 자신은 잠잘 때마다 항상 얌전히 자는 스타일로 크게 움직임도 없었다. 하물며 어젯밤에는 곁에 아이가 함께 자고 있었는데 말이다.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민정은 별생각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그녀는 점심이 되면 박예찬에게 혹시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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