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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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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살길을 열어준다고?박민정의 입가에 냉소가 흘러나왔다. 이런 말이 친어머니란 사람이 할 소리가 맞는지...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았다.“그 돈은 내 능력으로 번 거니까 갖고 싶으면 어디 능력껏 해보세요. 그딴 말로 나를 겁 줄 생각이나 하지 마시고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장명철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보아하니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진주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았다.그녀는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서 은정숙의 방으로 갔다.은정숙은 깨어있었고 어젯밤의 일이 오해였다는 걸 알리자 아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유남준이 진짜 변한 거야?”“저도 모르겠어요. 아줌마는 푹 쉬어요, 다른 걱정 하지 마시고요.”“응, 그래.”은정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박민정은 은정숙에게 친구한테 일이 좀 생겨서 돌봐 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그래, 어서 가봐.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그러나 은정숙과 유남준만 집에 남겨 두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내가 간병인 아주머니 한 분 모셔 올게요.”싫다고 하면 박민정이 시름을 놓지 못할 걸 알고 은정숙은 고개를 주억거렸다.“그래, 알았다.”박민정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주방 내 식탁에는 이미 아침이 놓여있었고 그 밑에 쪽지가 한 장 깔려있었다.쪽지에는 유남준의 멋진 손 글씨가 쓰여 있었다.“나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하지만 사실 유남준은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서다희의 차를 타고 두원 별장으로 간 것이었다.두원 별장 내에 일부 기밀문서들이 있다고 서다희가 얘기했다....다른 한편, 공관에는 한수민과 이지원이 거실에 앉아있었다.현재의 한수민은 더 이상 예전의 그 망한 재벌 집의 사모님이 아니었다.5년 전, 그녀는 아들 박민호를 데리고 해외로 도주한 후 무슨 수를 부렸는지 현지에 있는 한 교포 재벌과 결혼하게 되어, 지금은 진주시 부유층 사모님들이 친분을 쌓으려고 애를 쓰는 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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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밤새 큰 눈이 내려 두원 별장 안팎에는 눈을 쓸고 있는 사용인들로 가득했다. 유남준이 앉은 차는 별장밖에 세워져 있었다. 한참 뒤, 서다희는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별장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그는 유남우였다.서다희는 즉시 그 사실을 유남준한테 알리며 물었다.“지금 들어갈까요?”별장밖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유남준이 이때 들어가면 유남우의 신분은 단번에 들통날 것이다.며칠 전부터 유남우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잠시 유씨 가문 옛 저택에 머물렀었는데 이렇게 금방 두원 별장으로 들어와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유남준의 신분을 대체하고 회사를 차지하더니 이젠 별장까지. 다음엔 가족과 와이프까지 뺏을 셈인가.“급할 거 없어.”유남준의 차분한 목소리가 서다희를 상념에서 깨어나게 했다.그는 차를 우선 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유남준의 곁에 오래 있었지만 그도 동생이 있단 얘기를 듣기만 했지, 직접 두 눈으로 실물을 보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유남우는 정말로 유남준과 똑같이 생겼다. 옷차림마저 똑같다면 아마 누가 누군지 아무도 못 알아볼 것이다.하지만 유남우는 필경 유남준의 친동생이고, 그가 회사를 맡는 것이 그 무능한 사촌 형 유성혁이 맡는 것보다 열 배는 나았다.기다리고 있는 동안, 승합차 한 대가 앞을 지나갔다.그 안에 앉은 사람이 이지원이라는 걸 서다희는 보지 못했다....두원 별장 안에서 유남우는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박민정이 쓰던 방에 들어와서 침대맡에 덮어 놓은 사진 액자를 발견했다. 가늘고 긴 손으로 그 액자를 돌려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이건 박민정과 유남준이 같이 찍은 사진인데 하얀 드레스를 입은 박민정이 정장 차림의 유남준의 곁에서 조심스러운 듯 팔짱을 끼고 있었다.이 사진은 두 사람이 약혼식을 올릴 때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둘은 웨딩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 박민정은 줄곧 이 사진을 웨딩사진처럼 고이 간직해왔다.그러다 이혼을 결정하고 나서 이 사진을 여기에 남겨둔 것이다.유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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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이지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두 손은 꼭 그러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박민정이 임수호와 같이 라이브 영상을 발표하여 그녀의 명예를 완전 바닥으로 끌어내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녀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겠는가.그런데 도리어 박민정한테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내키지 않았지만 유남준의 가차 없는 수단을 생각하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가서 사과할게요.”이지원은 두원 별장에서 어떻게 걸어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얼이 빠져서 떠나갔다.그녀가 떠나자 홍주영은 의문을 내비쳤다.“도련님, 왜 저 여자한테 사과를 강요하셨어요? 큰 도련님과는 서로 사이가 안 좋으신거 아닌가요? 왜 그의 아내를 감싸는 거죠?”말을 끝내자마자 홍주영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항상 온화한 얼굴만 보이던 유남우가 그녀를 조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주영아, 네가 모르는 게 있어.”홍주영은 유남우와 박민정의 과거에 대해 모른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더 캐물으면 안 될 거 같은 육감이 들었다.“그럼 제가 사람을 붙여 이지원이 박민정 씨한테 사과하는 걸 감시하도록 할게요.”“응.”두 사람은 두원 별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그들이 떠나자 유남준과 서다희는 비밀통로를 거쳐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유남준이 만들라고 한 이 비밀통로가 이럴 때 쓰일 줄은 몰랐다.유남준은 기억을 잃었지만 두원 별장에 들어오고 나서 마치 사라졌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처럼 기밀문서를 숨겨둔 장소를 대번에 생각해 냈다. 그리하여 금세 문서를 찾게 되었다.돌아가는 길에 그는 그것을 서다희한테 넘겨주었다.서다희는 깜짝 놀라하며 말했다.“이건 대표님이 직접 열어보시는 게 좋겠어요.”“난 네가 날 배신 안 할 거라 믿어.”“네.”서다희는 그제야 서류를 열어보았다.몇 페이지 대충 봤을 뿐인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갖고 있는 유남준의 개인 자산은 겉에 드러난 것보다 비교할 수 없게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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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집으로 돌아온 유남준은 사방을 찾아다녀도 박민정이 없자 약간 화가 났다.자신은 외출할 때마다 쪽지를 남기는데, 그녀는 어딜 가든지 자신한테 말하는 법이 없었다.박민정이 고용한 은정숙을 돌봐줄 간병인이 한창 주방에서 음식을 하다가 때때로 밖을 내다보며 답답하고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남준을 힐끔거렸다. 그가 자꾸 박민정의 이름을 부르자 간병인은 참지 못하고 그한테 말했다.“박민정 씨는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나한테 노인을 돌봐달라고 부탁했거든요.”낯선 소리가 들리자 유남준이 물었다.“누구세요?”“아, 저... 난 박민정 씨가 노인을 돌봐달라고 해서 온 간병인이에요.”간병인은 주방에서 걸어 나오며 유남준이 맹인인 걸 발견하고 대뜸 한마디 덧붙였다.“저기, 두 사람 돌보는 건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거 알죠? 나랑은 노인만 돌보면 된다고 했는데, 눈먼 소경이 하나 더 있다고 얘길 안 했어요.”그놈의 눈먼 소경.유남준은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난 돌봐줄 사람 필요 없어요.”“소경을 돌보지 않으면 어떡해요? 아, 몰라, 몰라. 돈 추가해야 돼요. 알았죠?”유남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당장 나가요, 여기서!”그가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간병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난 박민정 씨가 불러서 온 거라고요. 박민정 씨가가라고 해야 갈 거예요. 그리고 날 자르면 노인은 누가 돌봐요?!”그 후 10분 뒤, 근처에 잠복해 있던 경호원 몇 명이 들어와서 간병인을 메고 밖으로 내보냈다.소란스러운 기척에 놀란 은정숙이 일어나 방문을 나서니 바깥에서부터 간병인이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이 들렸다.“돈을 더 안 주면 말라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몰아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 당신들 고소할 거라고! 흑흑흑...”어려서부터 유남준의 앞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이런 막무가내의 시골 아줌마는 처음 상대하는지라 머리가 아팠다.유남준은 밖으로 나와 경호원한테 명령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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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문어귀에 선 유남준은 밖에서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귀뿌리가 빨개져 있었다.“너희들한테 물어보잖아.”그는 경호원들한테 얘기했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윽고 이웃 아줌마들이 그들한테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난리법석들이었다.은정숙이 살고 있는 이 신림현은 도시와 매우 떨어진 곳이다. 여기 사람들은 그저 박민정이 은정숙의 사장님 딸이고 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들었지만 나중에 그녀가 죽은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은정숙네와 왕래를 하지 않은 것은 5년 전에 유남준이 사람을 잔뜩 몰고 여기로 와서 이웃 몇 명을 데려가 조사한다고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다들 은정숙네가 무슨 대단한 인물을 건드린 줄 알고 그들이 다시 여기 돌아온 후부터는 접촉을 삼갔다.예전에 유남준이 이웃들을 데려가 박민정과 은정숙의 행방을 물을 때 무서워 고개도 감히 들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 유남준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은정숙과 박민정의 눈먼 남편을 보고, 모두 희한하게 잘생긴 얼굴이 신기하여 자꾸만 힐끔거렸다.처음에는 박민정의 남편이 눈이 멀었다고 들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유남준의 모습을 보더니 하나둘씩 박민정이 남편을 잘 만났다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눈이 먼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나가서 바람은 피우지 않겠으니.한바탕 소동 후, 유남준과 은정숙은 집안에 들어왔다.방금 은정숙이 저를 사위라고 불렀던 것이 기억나 유남준은 아직도 귓불이 빨갰다.은정숙은 큰 기업 대표라는 사람이 시골 여편네한테 괴롭힘을 당할 줄 몰랐다. 그녀가 더더욱 몰랐던 것은 자신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간병인 여자한테 남은 인생이란 없을 거란 것이었다.“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 새 간병인을 구하라고 했어요.”유남준이 말했다.“그래요.”방금 화를 낸 탓에 은정숙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아픈 몸을 겨우 버텨가며 그녀는 유남준한테 말했다.“내가 방금 유 대표님을 도와줬다 해서 용서한 줄로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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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유남준은 5년 전의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박민정과의 결혼식 날에 그녀 혼자 남겨두었던 것과, 박형식이 돌아가셨을 때도 그녀의 집안에서 자신을 속였다는 것만 생각하며 매정하게 그녀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도 관심조차 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더 많은 걸 상기해 내려 했지만 머리가 더 지끈하게 아파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그는 은정숙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아주머니, 그건 제가 약속드릴 수 없어요.”은정숙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요. 하지만 이것만 약속드릴게요. 예전에 제가 잘못한 것들, 앞으로 다 고칠게요. 민정이한테 잘 하고 다신 상처 안 준다고 약속드릴 수 있어요.”하지만 은정숙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어찌 됐거나 지금 유 대표가 이러는 건 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눈이 멀쩡했으면 민정이한테 잘 해준다 어쩐다 그런 소리를 절대 안 했을 거예요.”유남준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은정숙한테 그가 변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믿을 것 같았다.은정숙은 속이 뒤집혀 더는 유남준과 말하려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유남준은 별장에서 돌아온 후 여태 밥도 먹지 못했다. 박민정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그는 간병인이 그녀가 요새 안 돌아올 거라 했던 말을 떠올리며 휴대전화를 꺼내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다.한편, 박민정은 진주로 돌아와 장명철부터 찾아가 그를 보석하여 출소시킨 후 조하랑네 집으로 갔다.한창 식사 중인데 유남준한테서 연락이 와 그녀는 대충 둘러대며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너 지금 어디야?”유남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한테 말해주고 싶지 않은 박민정은 삐딱하게 대답했다.“내가 어디 있든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이 며칠 동안 당신 자신이나 잘 챙겨요. 아줌마는 내가 간병인 구해서 돌보라고 했으니까. 나 이제 며칠 있다가 돌아갈 거예요.”유남준은 한쪽으로 그녀와 통화하며 한쪽으로는 사람을 시켜 그녀의 위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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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그게 뭔데?”조하랑이 궁금해하며 묻자 박민정이 대답했다.“아버지의 유언장.”박형식은 죽기 전 회사가 변변치 못한 아들의 손에 넘어가 전부 말아먹게 될까 봐 따로 유언장을 하나 더 작성했다.그 유언장은 주로 두 가지 내용인데, 하나는 박민정에게 200억을 물려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민정이 아무 때든 바움 그룹을 포함한 그의 유산 전부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져갈지에 대한 여부는 박민정이 결정하기로 돼 있었다.박민정은 이 유언장을 계속 손에 쥐고 한 번도 꺼내 본 적이 없었다. 이걸 꺼내면 한수민이 갖고 있던 유언장은 무효가 된다. 이 유언장을 꺼내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 대학에서 갓 졸업한 그녀가 회사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엄마와 동생 손에서 재산을 뺏을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때 이 유언장을 꺼내놓더라도 아무런 배경도 실력도 없는 그녀였기에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그 호락호락하고 마음이 여린 여자애가 아니다. 한수민이 만약 끝까지 몰아붙인다면 그녀도 같이 진흙탕에서 뒹굴 의지가 있다.전후 사정을 다 듣고 나서 조하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된 거구나. 그렇지만 이제 바움 그룹은 없는데...”“내가 굳이 따진다면?”박민정이 묻자 곁에 있던 예찬이가 입을 열었다.“그럼 반드시 돌려줘야지. 돌려줄 수 없다 해도 책임을 져야 하고.”박민정은 예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난 굳이 돌려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좀 겁을 주고 싶은 거지. 너무 설쳐대지 말라고.”조하랑은 예찬이가 자기보다 반응이 더 빠를 줄 몰랐다. 그녀는 또 참지 못하고 예찬이의 볼을 꼬집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예찬이가 요리조리 도망가며 밥상 앞에서 한창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조하랑이 의문에 찬 눈길로 현관을 향해 보며 말했다.“배달 안 시켰는데, 누구지? 잠시만. 내가 가 볼게.”그녀는 슬리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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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지원은 고집이고 자존심이고 모두 내다 버리고, 조하랑도 같이 보는 앞에서 박민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민정 씨, 미안해요.”박민정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조하랑은 이지원이 무릎을 꿇자 그녀가 또 무슨 나쁜 마음을 가지고 저러는 게 아닐까의심부터 들었다.“이지원 씨, 이건 또 무슨 수작이에요?”이지원은 조하랑을 쳐다보지도 않고 박민정을 향해 머리를 세게 조아렸다.“민정 씨, 예전에는 제가 잘못했어요. 민정 씨가 사람 구한 공로를 가로채고 또 민정 씨를 괴롭혔어요. 죄송해요,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요.”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는지 박민정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이지원이 궁지에 몰리지 않고서야 자기한테 머리를 조아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바닥에 꿇어앉은 이지원은 눈시울이 새빨갰다.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분노와 질투 때문이었다.자신이 왜 박민정한테 사과해야 하는지... 언젠가는 박민정을 발밑에 깔아뭉개겠다고 다짐했다.박민정은 일어나서 이지원의 앞에 섰다.“무슨 이유로 나한테 와서 사과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난 용서 안 해요. 이제 그만 꺼져요.”그녀는 지금 이 광경을 예찬이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의 말을 듣자 이지원은 얼른 일어나서 달갑지 않은 기색으로 조하랑의 집을 나섰다.“그냥 저렇게 가는 거야?”조하랑은 조금 얼떨떨해서 물었다.“저 여자 진짜로 개과천선이라도 한 건가?”박민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딱 봐도 진심이 아닌 게 느껴졌어. 무슨 이유에서 저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이지원은 집을 나서며 손끝을 꽉 그러쥐었다. 그러고는 한 검은색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이제 됐어요?”차창이 내려지며 홍주영의 싸늘한 얼굴이 드러났다.“얼굴에 내키지 않는다고 쓰여 있어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유 대표님이 시킨 일을 완성했다고 내가 가서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기사한테 출발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때 이지원이 잠깐, 하며 떠나려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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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공관 밖에서 사용인이 그녀한테 문을 열어주었는데 박민정의 수수한 옷차림을 보자 눈동자에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박민정 씨인가요?”“네. 한 여사님과 박인호를 찾아왔어요.”사용인은 박민정을 거실로 안내하며 얘기했다.“저희 사모님은 밖에 차 마시러 나가셨고, 도련님만 집에 계십니다.”사모님과 도련님이라...이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꽤 부유하고 편안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였다.거실에 들어서자 박민호가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비싼 명품 정장으로 몸을 휘감고 있는 그는 팔목에 몇억짜리 파테크 필리프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소매에는 한 개에 몇천만 원 하는 커프스단추를 부착했다.방금 거실에 들어설 때 보니 손에 세계 명화를 들고 감상하고 있었다.분명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 문외한 임이 틀림없는 그는 그림을 가져온 사람한테 대놓고 물었다. “이 그림 얼마에요?”“저희 사장님이 200억에 낙찰받은 건데요.”그림을 가져온 사람은 비위를 맞추며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200억? 좋아요. 이건 내가 받을 게요. 사장님한테 전해요, 손에 있는 물건들 내가 다 처리해 줄 거라고.”“네네네.”원하는 대답을 얻은 그 사람은 조심스럽게 떠났다.박민호는 거만한 표정으로 그림을 사용인한테 툭 건네며 말했다.“내 보물창고에 갖다 넣어요.”그러는 동안 박민호는 박민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박민정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박민호가 지금 사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손에 쥐어진 유언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정민기는 거실 밖에서 자리를 지켰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부터 박민호는 사용인한테서 들어 알고 있었지만 볼일을 다 보고 나서야 눈길을 누나인 박민정한테 돌렸다. 박민정한테 건들건들 다가오는 그의 눈빛에는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했다.“너 설마, 저 밖에 서있는 저 남자 때문에 유남준이랑 이혼하겠다고 한 건 아니지?”박민정과 유남준의 이혼 스캔들은 전 세계에 파다하게 퍼져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박민호가 알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그와 한수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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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박민정은 아픈 목을 주무르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박민호는 아파서 바닥에 드러누운 채 일어나지도 못했다. “너… 사람을 데리고 와 나를 때려? 내가 지금 어떤 신분인지 모르지, 너?”박민정이 정민기한테 눈길을 주자 정민기는 박민호의 가슴팍을 향해 거침없이 발길질을 했다.“소송 취하해!”정민기의 우렁찬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박민호는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구둣발을 떼어내려고 애썼으나 소용없었다. 숨이 콱콱 막혀오고 뼈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에 그는 황급히 사정했다.“알았어, 알았어. 취하할게, 취하한다고.”하지만 발은 미동도 없었다.공관 내 사용인들은 도련님이 남의 발밑에 깔려있는걸 보고도 무서워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오장육부 어디 한 군데라도 안 아픈데가 없었다. 박민호는 눈물을 글썽였다.“누나, 내가 잘못했어. 누나, 제발 그만하라고 해줘. 나 죽을 거 같아.”맞고 혼나야 그는 누나라고 불렀다.박민정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박민호가 처음 때릴 때 그녀도 같이 때렸다. 박민호가 그 당시에는 아주 어려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얻어맞고 나면 그는 울면서 ‘누나, 잘못 했어’ 하고 반성을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한수민은 박민호의 편을 들며 손에 잡히는 물건을 그게 뭐든 간에 박민정한테 뿌리곤 했다.한번은 꽃병으로 그녀의 머리를 내리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적도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이 온통 피로 물든 것만 같았었다.그 후로 그녀는 얻어맞기만 하고 무서워 같이 때리지 않았다.박민정은 한참 뒤에야 상념에서 깨어나 정민기한테 말했다.“이제 가요.”“네.”…그 시각 공관 밖에는 마이바흐 한 대가 큰 나무 밑에 세워져 있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파악한 후 즉시 아랫사람한테 조사해 보라고 하여 여기에 박민정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공관 내에 사람을 보내 상황을 확인하게 했는데, 얼마 후 경호원이 상황 보고를 하며박민호가 박민정의 목을 조르고 또 박민정의 보디가드에 의해 얻어맞고 피를 토했다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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