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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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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유남준은 공항이 아닌 정림원으로 돌아가 사람을 시켜 박윤우가 썼던 칫솔을 병원에 가져가 유전자 검사를 맡기도록 했다.다른 한편 조하랑과 박예찬은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고 누군가가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창밖의 세상은 온통 하얀색이었다. 조하랑은 밖을 내다보며 마음을 내려놓았다.“앞으로는 좀 조용히 살 수 있겠구나...”박예찬은 대답이 없었다.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조하랑은 그가 유치원 친구들과 떨어지는 게 아쉬워서 그러는 줄만 알고 그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나중에 동민이 데리고 널 보러 갈게.”그 말에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은 박예찬이 그녀를 보며 짧게 대답했다.“응.”조하랑은 더 얘기를 나누려고 하다가 박예찬이 앞좌석 주머니 안에 있는 신문을 꺼내 들고 보자 입을 닫았다.신문 헤드라인에는 아직도 이지원의 뉴스로 도배되어 있었다. 아마 한 일주일 정도는 열기가 식지 않을 것 같았다. 외부에서는 모두 이지원이 유남준의 여자 친구인 줄로만 알고 있으니 말이다.대충 훑어보고 흥미를 잃은 박예찬은 신문을 얼굴 위에 덮고 잠깐 잠을 청했다.조하랑은 옆에 앉은 조그만 아이를 보며 한창 귀여울 나이에 왜 저렇게 애어른 같을까, 하며 속으로 감탄했다.박예찬은 진주에 있는 동안에 한 번도 아빠를 찾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고 집에 가겠다는 말도 없었다.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는 지금도 그는 여전히 침착하고 차분한 표정이기만 하다.박민정이 있는 항구도시 오르후스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일여덟 시간은 족히 가야 하기에 조하랑도 눈을 감고 좀 자기로 했다.그리고 8시간 뒤.시차 때문에 오르후스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한밤중이었다.박민정은 진작부터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조하랑과 박예찬을 발견하고 다가오면서 그들을 불렀다.“예찬아, 하랑아.”박민정은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박예찬을 안았다.박예찬은 뽀송뽀송하고 발그스름한 얼굴을 엄마의 품에 비볐다.“엄마.”“가자. 우리 먼저 집으로 가자.”한편 집에서는 은정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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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걱정하지 마, 그 사람은 날 사랑하지도 않는데 계속 찾진 않을 거야. 시간이 좀 지나면 포기하겠지.”유남준이 자신을 찾아다니는 건 그저 달갑지 않아서일 뿐이라고 박민정은 생각했다.박민정은 그한테 큰돈을 남겨 빚 갚는 셈 치고 돌려주었다.하얀 천장을 올려다보며 조하랑은 생각에 잠깐 잠겨있더니 또 물었다.“그럼 너 윤우랑 예찬이한테 새 아빠 만들어줄 생각은 없는 거야?”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박민정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최근 몇 년 밖에서 떠돌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였다. 오직 어떻게 두 아이를 잘 키울지 하는 생각으로만 고민했었다.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난 지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애들을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보살필 수 있어. 괜히 새 아빠 만들어서 애들한테 영향 끼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 지금...”그녀는 손을 평탄한 아랫배에 얹으며 매만졌다.그걸 보자 조하랑은 눈을 크게 떴다.“진짜 임신한 거야?”“응.”박민정이 고개를 약간 주억거렸다.“여기 오자마자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봤는데 임신 맞대. 한 달 됐어.”조하랑은 호기심이 들어찬 눈빛으로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너무 잘 됐다. 그러면 아홉 달 후면 윤우 수술할 수 있겠네?”“정확히 말하면 8개월 후야.”박민정은 이런 방면에는 문외한인 조하랑에게 열 달 임신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었다. 실제로는 아홉 달이면 아이가 출산한다고.“아...그런 거구나...”조하랑은 손을 거둬들이며 박민정에게 국내의 소식을 들려주었다.“너 뉴스 봤지? 이지원 이번엔 끝장이야. 그리고 유남준도, 네티즌들이 오쟁이 진 남자라고 엄청 놀려대고 있어.”일이 이렇게 될지는 알았었지만 유남준이 여론을 막지 않은 것은 좀 의외였다.“유앤케이가 원래 여론 막는 데는 도가 텄지 않았어? 쓸데없는 말은 한 줄도 안 나오게 했던 것 같은데.”“몰라. 아빠 얘기 들으니까 유앤케이 지금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서 대표 자리에 앉혀놓고 유남준은 막후에서만 활동한대.”“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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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과거의 일을 전부 없었던 걸로 하자고?유남준은 그 서류를 낚아채 조목조목 들여다보았다. 페이지마다 적힌 내용은 하나같이 두 사람이 더 이상 관계가 없음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가서, 배상액을 보는 순간 그는 흠칫 놀랐다.1조 6천억!이렇게나 많은 돈을...박민정이 이 많은 돈을 어디서 났단 말인가.유남준은 진즉에 박민정의 회사를 조사했다. 유동자산이 많아 봐야 천억 정도밖에에 안 되었고, 그 회사를 통째로 판다 해도 이 많은 돈을 모으기엔 턱 없이 모자란다.냉소를 흘리며 유남준은 그 서류를 휴지통에 처박았다.“허, 왜 내가 여기에 사인할 거라 생각해요?”“제 의뢰인이 얘기한 바 있습니다. 유 대표님이 사인을 안 하시게 되면 이 돈이 필요 없다는 뜻이 되겠지만 옛날 일들을 전부 없던 일로 하자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요.”장명철은 목소리를 낮추며 동시에 무게를 실었다.“그러니까 앞으로 그 일을 들먹여서 박민정 씨의 목을 조르지 마세요. 당신이 싫다고 한 것이지, 박민정 씨가 갚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란 걸 잊지 말란 말씀입니다.”박민정을이 어릴 때부터 쭉 봐온 셈인 장명철은 전부터 그녀를 대신해 유남준한테 시원하게 욕을 날리고 싶었다.영락없이 얻어맞으며 쫓겨날 줄 알았는데 유남준은 그가 한 말에는 별로 화가 난 눈치가 아니었고 이렇게만 말했다.“걱정 마세요. 앞으로 그 일 다시 꺼내지 않을 테니까.”너무 순순히 나오자 장명철은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하지만 유남준은 여느 때보다도 정신이 또렷했다. 박민정이 어처구니없는 금액의 큰돈을 서슴없이 내놓으면서까지 자신을 떠나려는, 자신과의 모든 관계를 끊으려는 결심이 얼마나 견결한지를 그는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장명철이 가고 난 후 유남준은 음침한 소리로 서다희한테 물었다.“널 좋아하던 사람이 갑자기 변심하면 넌 어떻게 할 거야?”서다희는 자기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물음에 대답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난 그녀를 반드시 후회하게 할 겁니다.”그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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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유남준은 입구에 서서 집 안에 있는 너무나 익숙해 마지않은 얼굴을 바라봤다.분명 못 본 지 겨우 반달 남짓 되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경호원들은 대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유남준만 집안에 들어섰다. 그가 들어오자 실내의 기압마저 낮아지는 기분이 들었다.“내가 분명히 다 얘길 한 줄로 아는데요.”박민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녀의 코앞까지 와서 우뚝 선 유남준은 빛을 등지고 선 탓에 얼굴색을 살필 수가 없었다.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깊게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며 시선을 한시도 떨구지 않았다.데일 것만 같은 따가운 시선에 박민정은 저도 몰래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장명철 변호사님한테서 돈 받았죠? 그러니까 우린 이제 끝난 사이에요.”여전히 말이 없는 유남준의 깊은 눈동자에는 오로지 박민정의 모습만 박혀있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에 얹으려고 했으나 박민정은 놀란 표정으로 그의 손을 피해 연거푸 몇 발짝이나 물러났다.그러고는 긴 숨을 들이쉬며 그녀가 물었다.“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허공에 떠 있는 손 그대로 유남준은 한 글자씩 또렷하게 내뱉었다.“나랑 집에 돌아가자.”“집이요?”박민정은 자조적으로 웃었다.“무슨 집이요? 두원 별장 말하는 거예요? 거긴 여태껏 내 집인 적이 없어요.”과거에 유남준은 이렇게 그녀와 말한 적이 있었다. 이젠 박민정이 그한테 그대로 돌려줄 차례였다.유남준은 박민정 때문에 상처받을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고작 한마디 말뿐인데 가슴이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다.“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허울뿐이잖아요!”박민정은 망설이지도 않고 받아쳤다.순간일순 큰 바위가 가슴을 누르는 듯한 느낌에 유남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어깨를 꽉 붙들어 잡았다. 눈빛에서는 불씨가 타오르는 듯하며 그녀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허울뿐?! 너 지난달까지만 해도 내 침대에 있었어. 너 기분 좋을 때 어떤 소리 내지르는지 내가 한 번 실감 나게 질러줘 봐?”쨕!박민정은 손을 들어 그의 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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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한참 후 유남준과 연지석의 얼굴에는 누구 하나 더 낫다 할 것 없이 골고루 상처가 나 있었다.하지만 전에 상처를 입은 연지석은 유남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유남준의 주먹이 또 날아오자 박민정은 두 팔을 벌려 연지석을 보호하며 막아섰다.“그만해요, 이제!”그녀는 차갑게 유남준을 바라보며 그를 저지했다.유남준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다 터진 입가로부터 묵직한 통증이 전해져오며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엄지손가락으로 피를 쓱 닦아내며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이만 가요, 안 그러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그한테 경고했다.그 순간의 기분은 대체 어떤 것인지 유남준도 알 수 없었다. 예전에는 그게 누구든 항상 제일 먼저 그의 편에 섰던 그녀였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다른 이를 선택했다.유남준은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묵묵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가 떠나자 박민정은 얼른 연지석의 상태를 살폈다.“괜찮아?”그녀의 손이 연지석의 팔에 닿자마자 급하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어, 괜찮아.”연지석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대답했지만 박민정은 그의 소매에서 피가 스며져 나와 그녀의 손끝까지 붉게 물들인 것을 발견했다.“네 팔에서 피가 나오고 있어.”연지석은 곧장 외투를 벗어 다부진 팔근육을 드러냈다. 흉측한 칼자국 상처가 조금 전의 싸움으로 인해 다시 벌어져 시뻘건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는 얼른 옷으로 그곳을 눌렀다.“전옛날에 난 상처인데, 혹시 놀랐어?”유남준이 주먹을 꽤 잘 쓰는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때 그가 데려온 사람도 집안에 들어왔다. 모두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얼굴들이었다.연지석이 다친 걸 보자 그 중 한 사람이 달려와 그에게 상처를 싸매주었다.“병원으로 가실까요?”“아니야, 너희들은 먼저 나가 있어.”연지석은 그 일행을 밖에 내보내고서는 박민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유남준이 널 다치게 하진 않았어?”박민정은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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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저녁이 되자 박민정은 취침하러 방에 들어갔다.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건만 머릿속에는 유남준이 떠날 때의 표정이 자꾸만 떠올랐다.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릴 때 그가 속았다는 걸 알고 나서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는 보지 못했다.마음속에서 은근히 피어오르는 불안감 때문에 박민정은 선잠을 잤다.한편, 유남준은 박민정의 집과 멀지 않은 한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싸늘한 표정으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연지석은 여기가 진주가 아닌 유남준의 구역을 벗어난 곳이라고 안심했지만, 사실 진주에 있을 때 유남준은 오히려 행동 가짐에 더 유의를 기울이는 편이었다.이제 외국에 왔으니 그는 더 거리낄 게 없었다.사고가 발생한 후 연지석의 가족들은 그를 밤새 데려갔고 모든 소식을 차단했다.그리하여 박민정은 연지석이 사고 난 걸 모르고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서 사람을 불러 문부터 수리했다.이 기간에 그녀는 여기에 잠시 머무르며 곡을 계속 쓰다가 유남준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면 다시 은정숙이 있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아침에 장보러 가려고 문을 열고 밖에 나오자 마이바흐 차를 세워놓고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유남준을 보게 되었다.남자는 그녀를 보자 얼른 담뱃불을 눌러 끄고 한쪽 휴지통에 꽁초를 버렸다.박민정은 그를 못 본척하며 그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유남준은 몸에서 담배 냄새가 사라지길 조금 기다렸다가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그녀를 쫓아왔다.”“민정아!”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어제 한 얘기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그럼 오늘 한 번 더 얘기해줄까요? 난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발 놔줘요. 우리 좀 좋게 좋게 헤어져요.”유남준의 눈동자에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너 없어지고 나서 내가 하루도 잠을 제대로 푹 잔 적이 없다는 걸 알아?”박민정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잠을 잘 못 잔다고요? 그럼 의사를 찾아가야지.”결혼한 지 3년 되는 시간 동안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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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박민정은 유남준이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제풀에 나가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그는 뜻밖에도 오르후스에 지사를 설립했다.위치도 그녀의 집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유남준이 비즈니스 귀재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사업수완은 여전했고 어디에 가나 잘 먹히는 모양이었다. 며칠 되지도 않는 새에 그는 이 도시의 부자들과 친목을 쌓으며 소위 말하는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그리고 매일 아침 박민정의 집에는 꽃다발과 값비싼 선물이 배달됐다. 하지만 그것들은 매번 그녀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였다.이날에 유남준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 전체를 사버리고 그녀의 옆집으로 이사왔다.테라스에 서 있기만 하면 서로 마주 볼 수 있었다.박민정은 야외 테라스에서 곡을 쓸 때 그와 마주쳤다.“너 여기 사는 게 좋으면 앞으로 우리 여기서 살자.”유남준이 그녀한테 말했다. 박민정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악보를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다른 한편, 서다희는 인테리어업체 사람을 데리고 왔다가 유남준이 혼자 테라스에 서서 맞은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민정이 보고 싶어 저러고 있다는 걸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대표님, 옆집은 이미 샀습니다. 사모님이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가셔도 됩니다.”박민정에 대한 유남준의 마음을 알고 나서부터 서다희는 박민정에 대한 호칭을 바꿨다.박민정은 자가가 아니라 셋집이었다.서다희는 금방 받은 박민정네 집 열쇠를 유남준한테 넘겨주었다.유남준은 그 열쇠를 건네받으며 힐끔 보고는 물었다.“국내 상황은 어때?”“회사 원로들의 반발은 이미 전부 수그러들었는데 유성혁과 최현아가 아직도 물밑에서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유남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 둘은 신경 안 써도 돼.”유남준의 상대로 그들 둘은 자격 미달이었다. 서다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유남우는?”유남준이 또 묻자 서다희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모르겠습니다. 대표님이 진주시를 떠나고 나서 유남우도 저택을 떠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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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박민정은 문득 가슴이 조여왔다.그가 누군가의 남편이 되는 것도 처음은 맞지만 자신도 누구의 아내가 처음인 건 마찬가지 아닌가?박민정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다.“남준 씨, 진주로 돌아가요. 당신이 미워지기 전에.”그녀를 안고 있는 유남준의 몸이 살짝 굳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안 돌아가. 널 기다릴 시간과 인내심 충분히 있어.”박민정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당신 나 안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왜 날 붙잡고 안 놔줘요, 대체 왜?”유남준의 목울대가 잘게 떨렸다.“난 이혼은 생각도 안 해봤으니까!”말하고 나서 그는 이불을 열어젖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필요하면 날 찾아와. 이제부터 너희 집주인은 나야.”이 말에 박민정은 눈이 휘둥그레져 그가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고 그 전의 집주인한테 연락하느라 바빴다. 집주인은 이 집을 팔았다고 했다.하는 수 없이 박민정은 일단 문을 도어락으로 바꿨다....새로 쓴 곡의 판권을 어떤 사장님이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마침 그 사장님도 이곳에 있어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다.박민정은 이른 아침부터 나갈 채비를 마쳤다. 이번 계약을 꼭 성사시키고 싶었다.거액을 유남준한테 주고 나니 자금 운용에 차질이 조금 생겼는데 이번 계약을 무사히 마칠 수만 있다면 매년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가장 가까운 5성급 호텔에 약속 장소를 잡았는데 상대 회사의 책임자는 LA 사람이고 재력이 어느 정도 되며 그를 우리말 이름으로 용 사장님이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그는 노멀한 정장 슈트 차림을 한 노란 머리, 파란 눈동자의 체구가 큰 외국인이었다.“민 선생님?”인터넷에서 아주 유명한 작곡가 민 선생이 여자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용 사장은 그녀를 보자 조금 뜻밖이라는 기색과 놀라워하면서도 살짝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박민정도 그가 우리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네, 맞습니다. 반가워요, 용 사장님.”그녀는 손을 내밀며 그와 악수를 청했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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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그러나 뜻밖에도 그 외국인들은 쫓아오지 않았다.밖에 나오자마자 박민정은 크게 들숨 날숨을 쉬었다. 그러다 고개를 드는 순간, 유남준은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박민정은 그가 벌리는 입 모양을 보고 대충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이런 시기에 그와 길게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어 그녀는 남자의 손을 놓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해 걸어갔다.그러나 유남준은 몇 발짝 성큼 걸어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뭐야, 너 맞았어?”요즘 그는 줄곧 박민정을 따라다녔다. 오늘도 호텔에 가는 것을 보고 따라왔다가 복도에서 그런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놔요.”박민정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유남준은 놔주지 않고 오히려 큰 손으로 그녀의 턱밑을 감싸쥐고 그녀 얼굴에 있는 상처를 살폈다. 얼굴에는 아주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남아있었다.그가 호텔 입구를 다시 뒤돌아보자 그 두 외국 남자는 여전히 그들 쪽을 향해 보고 있었다.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유남준은 박민정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번쩍 안아 차 안에 밀어 넣었다.그녀의 보청기가 이미 떨어져 자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며 한 손으로 그녀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한 사람한테 주소를 문자로 전송하고는 또 전화를 걸었다.“사람을 데리고 와서 여기 이곳을 전부 에워싸. 누가 민정이한테 손찌검했는지 반드시 알아내고! 한 놈도 도망가게 하지 마!”전화를 끊고 그는 운전기사한테 근처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박민정은 멀지 않은 곳에 병원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서 스쳐 갔다.“나 병원 안 가요. 차에서 내릴 거예요.”병원에 가서 혹시라도 임신한 것을 들키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녀의 손목을 꽉 쥐고 단호하게 타일렀다.“말 들어!”“병원 안 간다니깐요. 빨리 나 내려줘요!”박민정은 너무 급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유남준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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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유남준은 순간 심장마저 쫄깃쫄깃해졌다.그러나 서다희가 하는 말을 듣게 되자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혈연관계가 없다고 나왔습니다.”친자가 아니라고...그러니 정말로 박민정의 말대로 두 사람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고, 윤우와 또 다른 아이는 그녀와 연지석이 아이라고?!주먹을 꽉 쥐고 있는 그의 손마디 뼈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목구멍은 불에 타고 있는 듯했다.“알았어.”유남준은 전화를 끊었다.차내의 공기는 삽시에 차가워져 시베리아가 따로 없었다. 유남준은 손등에 남은 잇자국을 바라보며 얼굴이 차갑기만 했다.박민정이 자신을 속인 줄로만 알았는데.인제야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지 알게 되었다.그는 기사한테 거처가 아닌 근처 술집으로 가자고 했다....박민정은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그때, 은정숙한테서 전화가 왔다.“엄마.”“엄마.”두 아이가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박민정은 바깥을 두리번거리며 유남준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아이들한테 대답했다:“어, 그래. 예찬아, 윤우야. 엄마 뽀뽀.”박민정은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쓰며 똑똑한 아이들이 눈치를 못 채게 각별히 신경을 썼다.“엄마 언제 와?”윤우가 큰 눈동자를 깜박깜박하며 묻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갈 거야.”“엄마, 나랑 형이 엄마 너무 보고 싶어.”“엄마도 너희들 보고 싶어.”그때 박예찬이 카메라 앞에 고개를 들이밀었다.“엄마, 저녁에 우유 마시는 거 잊지 마. 비타민도 꼭 섭취해야 해.”“알았어...”.한 배에서 난 아이지만 한 아이는 성숙하고 한 아이는 장난스럽고 귀엽다.박민정은 두 아이와 얘기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또 그들이 있기에 두려운 마음도 많이 덜해지는 것 같았다.혼자 두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그녀는 강해져야 하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 잘 헤쳐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그리하여 그녀는 스스로 방어하는 법을 배우고 호신용 무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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