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준은 순간 심장마저 쫄깃쫄깃해졌다.그러나 서다희가 하는 말을 듣게 되자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혈연관계가 없다고 나왔습니다.”친자가 아니라고...그러니 정말로 박민정의 말대로 두 사람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고, 윤우와 또 다른 아이는 그녀와 연지석이 아이라고?!주먹을 꽉 쥐고 있는 그의 손마디 뼈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목구멍은 불에 타고 있는 듯했다.“알았어.”유남준은 전화를 끊었다.차내의 공기는 삽시에 차가워져 시베리아가 따로 없었다. 유남준은 손등에 남은 잇자국을 바라보며 얼굴이 차갑기만 했다.박민정이 자신을 속인 줄로만 알았는데.인제야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지 알게 되었다.그는 기사한테 거처가 아닌 근처 술집으로 가자고 했다....박민정은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그때, 은정숙한테서 전화가 왔다.“엄마.”“엄마.”두 아이가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박민정은 바깥을 두리번거리며 유남준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아이들한테 대답했다:“어, 그래. 예찬아, 윤우야. 엄마 뽀뽀.”박민정은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쓰며 똑똑한 아이들이 눈치를 못 채게 각별히 신경을 썼다.“엄마 언제 와?”윤우가 큰 눈동자를 깜박깜박하며 묻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갈 거야.”“엄마, 나랑 형이 엄마 너무 보고 싶어.”“엄마도 너희들 보고 싶어.”그때 박예찬이 카메라 앞에 고개를 들이밀었다.“엄마, 저녁에 우유 마시는 거 잊지 마. 비타민도 꼭 섭취해야 해.”“알았어...”.한 배에서 난 아이지만 한 아이는 성숙하고 한 아이는 장난스럽고 귀엽다.박민정은 두 아이와 얘기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또 그들이 있기에 두려운 마음도 많이 덜해지는 것 같았다.혼자 두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그녀는 강해져야 하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 잘 헤쳐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그리하여 그녀는 스스로 방어하는 법을 배우고 호신용 무기라도
사진은 유남준과 이지원이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합성한 건데 유남준의 등 뒤에 오쟁이를 지게 했다.유남준이 알았을 땐 이미 소문이 천파만파 퍼진 상태였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기술팀에서 사진을 전부 삭제하고 현재 조사 중이지만 저번에 유남준의 개인 계좌를 털어간 수법과 매우 흡사하고 시간대도 비슷한 새벽 3~4시쯤인 걸 발견했다.술이 깬 뒤 그 사진을 보게 된 유남준은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짓눌렀다.“아직도 누가 그랬는지 못 밝혀낸 거야?”서다희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저희가 조사해 낸 주소는 김인우 이사님의 해운 별장으로 나오는데요. 하지만 김 이사님이 그럴 리가요. 전에 대표님이 개인 계좌를 해킹한 사람의 주소는 조하랑 씨가 사는 곳입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혹시 그 아이가 아닐까요?”박예찬의 얘기가 나오자 유남준은 잠시 침묵했다.“검색어랑 기사 전부 다 내려.”지시를 내리고 그는 또 이어 물었다.“아이는 찾았어?”서다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유남준은 또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독한 술이라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그는 빈 술잔을 한쪽 아무 데나 훌러덩 내던졌다..”“계속 찾아.”“네.”“아, 참. 대표님, 어제저녁 일은 알아냈습니다. 사모님과 실랑이가 있었던 그 사람은 여기 현지 유명한 불량배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용 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건드릴 만한 인물이 아니에요. 감옥에도 몇 번 간 적이 있다 하고요.”서다희는 짧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아쉽게도 이번엔 그자를 놓쳤어요.”유남준은 그걸 듣고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알았어.”보고를 마치고 서다희는 떠나갔다.유남준은 소파에 앉아 어제 생긴 일을 다시 생각하다가 노트북을 켜고 한 계열사의 고객센터에 연락해 계정을 하나 달라고 했다....신곡이 팔리지 않았으니, 박민정도 새로 계약할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그런데 오늘은 운이 좋게도 아침부터 어떤 큰 사이트에서 그녀와 계약을 맺자고 연락이 왔다.이 사이트가 유남준이 안배한 것인 줄
박민정은 상대방이 왜 그렇게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선뜻 돈을 입금하는 것을 보니 그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을 것 같아 그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전 사실 이혼 하고 나서 자유롭기도 하고 더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아요.”유남준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흠칫하였다.그는 달갑지 않아 물었다.“왜죠?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요?”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어차피 상대방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에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결혼 후에 먼저 떠나기로 한 사람은 보통 다 심사숙고를 거쳤을 거예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 꼭 한 가지 이유뿐만이 아니죠.”유남준은 답답한 마음에 몇 마디 더 써 내려가다가 다시 삭제해 버렸다.그때 박민정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내릴게요. 안녕히 계세요.”유남준은 채팅창을 닫았다.박민정이 했던 말을 생각하며 한참 동안 혼자 앉아 있다가 바람을 쐬러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그녀가 백팩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두 눈길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치자 박민정은 얼른 시선을 떼버렸다.오늘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박민정은 왠지 그를 보는 게 어색하여 그의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유남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하여튼 양심도 없는 여자야!’그는 박민정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꺼냈다.“어젯밤 널 구해준 전남편한테 이런 태도로 고마움을 표하는 거야?”그는 일부러 전남편이라는 세 글자를 강조했다.그가 전남편이라고 자칭하는 건 그녀도 처음이라 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조금 뜻밖이라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유남준의 잘생긴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이어 그녀를 향한 깊은 시선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계속 그런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만 보고 있었다.박민정은 저도 몰래 그의 눈빛을 피하며 붉은 입술을 열어 가볍게 말을
유남준은 덜컥 겁이 났다. 얼른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와 급하게 박민정을 찾아 나섰다.그러다가 결제하는 곳에서 박민정을 본 후 그제야 긴장의 끈을 놓았다.박민정은 결제를 마친 후 돌아가서 요리를 하고 휴식했다.그녀는 지금 임신한 상태다. 그리고 이 아이는 무조건 잘 지켜내야 한다.악보를 쓰던 박민정은 흔들의자에 누워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봤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배 위에 올려놓고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아가, 무럭무럭 잘 크고 있지?”이때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낯선 사람이 보낸 문자였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핏빛으로 물든 잔인한 사진이었다.손이 약간 떨린 박민정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박민정은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신경 쓰지 않고 문자를 삭제했다.저녁, 밤이 깊어질 때 밖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옅은 잠을 자고 있던 박민정은 그 소리에 깨어나 거실로 갔다.“누구예요? 남준 씨예요?”그녀는 잠금장치를 바꾸었었다. 그래서 이 소리가 유남준이 문을 여는 소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박민정이 소리를 낸 후, 밖은 수상하리만치 고요해졌다.박민정이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 사람도 없었다.약간 두려워진 그녀는 다시 침실로 와 물건을 가지고 문을 막아버렸다.다시 침대로 돌아와 낮에 본 그 사진을 떠올리니 잠이 오지 않았다.보청기는 이미 망가졌다. 전에 정민기와 연락하던 설비도 없었다. 정민기와 연락하려면 전화를 거는 방법밖에 없었다.“민기 씨.”“네.”“주무셨어요? 혹시 제집에 와주실 수 있어요?”박민정이 물었다.“네.”정민기는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나왔다.그는 들어가면서 한 남자가 수상하게 도망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박민정 옆집의 유남준도 박민정 쪽의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곧이어 박민정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도 들었다.필요하면 부르라고 얘기했던 것이 떠오른 유남준은 박민정이 마음이 약해져서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옷을 갈
박민정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유남준 씨, 우린 끝났어요. 이러지 마요!”유남준은 박민정의 옷을 벗기면서 얘기했다.“이혼은 혼자서 하는 거 같아?”박민정은 벗어나지도 못하고 도망가지도 못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유남준을 깨무는 것이었다.그녀는 바로 유남준의 어깨를 꽉 물었다.유남준은 신음을 약간 흘렸지만 멈추지 않았다.박민정의 입가에는 피비린내가 났다. 그녀는 유남준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욕했다.“유남준, 이 쓰레기! 미쳤어요? 결혼했을 때는 내 몸에 손도 대지 않겠다더니, 난 이제 당신을 안 좋아하는데 지금 뭐 하는 거예요!”그녀는 울먹이면서 겨우 말을 뱉어냈다.“내가 잘못 봤어요. 이제 당신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한 사람은 처음부터 당신이 아니었어요!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유형도 아니에요! 그냥 미친 조울증 환자죠! 당신한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했다. 커다란 손으로 박민정의 얼굴을 움켜쥐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계속해봐.”박민정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유남준 씨,. 남자답게, 나랑 이혼해줘요. 돈도 이미 다 돌려줬는데 인제 와서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유남준은 바로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너무 아픈 나머지 박민정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등을 치며 놓아달라고 발악했다.하지만 유남준은 놓아주지 않았다.박민정은 그저 그를 같이 깨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의 입속에는 어느새 피 맛이 가득했다. 유남준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고 미소지었다.“너도 아픈 걸 알아? 너랑 연지석은 아들을 둘이나 낳았어. 난 3년 동안 널 무시했지만 넌 죽은 척하고 5년이나 도망쳤고. 누가 더 너무한 건데.”박민정은 그대로 굳었다.둘이라니.박예찬의 존재를 알게 된 건가?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그녀의 얼굴을 잡은 채 가까이 다가갔다.“내가 그 둘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박민정은 유남준을 철저히 끊어내리라 생각했다.그날 저녁, 눈보라가 거세게 쳤다.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 꽁꽁 갇혔다.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었다.“물 마시고 싶어요.”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유남준은 눈을 천천히 뜨더니 손을 뻗어 침대 맡에 있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손등에는 아주 선명한 잇자국이 나 있었다.어깨에도 있었고 입술은 이미 부르터있었다.그는 물병을 따서 박민정에게 건넸다.물을 조금 마신 박민정은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위에서 위액이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고 토가 몰려왔다.“우욱.”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유남준의 손을 뿌리친 채 침대 맡에서 구역질했다.유남준이 일어나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박민정은 바로 그의 손을 쳐내고 말했다.“건드리지 말아요.”유남준은 그대로 굳었다.박민정이 차갑게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이제 꺼져줘요.”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다시 손을 뻗은 유남준은 박민정의 발악에도 개의치 않고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한 시간 준다. 정리하고 나와. 진주로 가게.”이곳에 있은 시간도 꽤 길었다. 더는 박민정과 함께 이곳에 남을 시간과 힘이 없었다.유남준은 손에서 힘을 풀고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가운을 입은 후 문을 열고 나갔다.박민정은 이제 도망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젯밤 알게 되었다. 유남준이 이렇게 집착하는 것은 두 사람이 아직 결혼한 사이기 때문이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랑아, 너 이혼 소송도 알아?”...한 시간 후.박민정은 캐리어를 들고 입구에 왔다.유남준은 뒤에 경호원을 데리고 나왔다.그는 이미 박민정을 억지로 데려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박민정이 고분고분하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정장을 차려입은 유남준은 박민정에게로 걸어왔다.“잘 생각했어.”“네.”박민정은 모호하게 대답했다.경호원이 나서서 그녀의 캐리어를 들고 두 사람 뒤를 따
박민정이 조하랑에게 이혼 소송에 대해 얘기했을 때, 조하랑은 고소장을 쓰기 시작했다.“응. 이렇게 계속 지내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박민정은 고소장을 보더니 조하랑에게 얘기했다.“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알려줘. 이 소송을 빨리 끝내고 싶어. 우리 이길 수 있을까?”조하랑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그녀를 보면서 얘기했다.“민정아, 만약 전의 진단서를 증거로 가져온다면 80%의 승률이 있어.”결혼했을 때, 박민정이 계속 아이를 갖지 못해 계속 치료를 해왔다. 그러다가 심한 우울증이 생겼고 또 유남준과 몇 년 떨어져서 살았다.이 증거들로 이혼이라면 이길 수 있다.박민정도 떠올리고 얘기했다.“알겠어. 준비해서 보내줄게.”“응. 만약 유남준과 이지원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도 있으면 더 좋아. 혹은 유남준이 너한테 불리한 짓을 했다는 증거도 좋고.”조하랑이 얘기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 가서 고소장 제출한다?”“응.”...다른 한편.유남준은 돌아오자마자 몰래 이상한 짓을 한 주주들을 혼냈다.그는 아직 박민정이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일을 처리한 그는 얼른 두원으로 돌아왔다.박민정도 돌아와 있었다. 보일러를 틀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꽁꽁 싸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유남준은 돌아와 코트를 아무렇게 던지고 보일러를 더 크게 틀었다.“밥 먹었어?”박민정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네.”유남준은 걸어와서 박민정 앞에 섰다. 박민정이 만두처럼 자기를 이불 속에 감춘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게 되었다.“난 아직 못 먹었어. 저녁 먹으러 가자.”“가고 싶지 않아요.”몸이 허약해진 박민정은 추위를 잘 탔다. 해외는 국내보다 기온이 높았기에 잘 몰랐다.유남준은 옆에 앉아 그녀를 꼬옥 안았다.“이제 좀 따뜻해?”박민정은 약간 굳었다.“병원 가볼까?”“아니요.”유남준의 질문에 박민정이 바로 거절했다.그녀도 병원을 가보지 않은 건 아니다. 의사는 그저 추위를 많이
그렇게 말하던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유남준은 잠에 들지 못하고 유남우의 말을 떠올렸다.“그 애가 좋아하는 건 나야. 그 애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나고.”겨우 잠에든 유남준은 박민정이 그를 떠나는 꿈을 꾸었다.그가 잠에서 깼을 때, 박민정은 아직 옆에 있었다.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유남준은 잠을 설치고 유남우의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어쩔 수 없이 고영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유남우는요?”“남우의 병세가 악화되어서 병원에 갔어. 왜?”고영란이 물었다.유남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얘기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는 전화를 끊었다.고영란은 박민정의 일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유남준이 바로 전화를 끊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고영란이 비서에게 물었다.“예찬이는 유치원에 갔어?”“원장님 말로는 예찬이 아버지가 예찬이를 데려간 후 다시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비서가 대답했다.고영란은 미간을 좁히고 생각하더니 또 물었다.“조하랑과 약속 잡았어?”비서는 고개를 저었다.“조하랑 씨가 만나 뵙기 싫다고 합니다.”고영란도 어쩔 수가 없었다.박예찬이 눈에 보이지 않자 그녀는 식욕을 잃었다.“난 언제쯤이면 손주를 보려나...”유남우는 몸이 좋지 않았고 유남준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했다.유남준이 애써 만들어낸 모든 것이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고영란은 치가 떨렸다.“원장한테 가서 물어봐. 예찬이 아빠가 누군지. 내가 만나봐야겠어.”네.”비서는 바로 일을 처리하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찬이 아버지가 김인우라는 것을 알아냈다.고영란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얼른 김인우를 데려왔다.병원에서.김인우는 수술을 마치자마자 고영란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김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항상 사이가 좋았다. 김인우도 고영란을 친족처럼 생각했기에 그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옛 저택으로 향했다.그러면서 유남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남준아, 사모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너랑 민정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