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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박민정은 상대방이 왜 그렇게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선뜻 돈을 입금하는 것을 보니 그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을 것 같아 그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전 사실 이혼 하고 나서 자유롭기도 하고 더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아요.”

유남준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흠칫하였다.

그는 달갑지 않아 물었다.

“왜죠?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어차피 상대방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에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결혼 후에 먼저 떠나기로 한 사람은 보통 다 심사숙고를 거쳤을 거예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 꼭 한 가지 이유뿐만이 아니죠.”

유남준은 답답한 마음에 몇 마디 더 써 내려가다가 다시 삭제해 버렸다.

그때 박민정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내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유남준은 채팅창을 닫았다.

박민정이 했던 말을 생각하며 한참 동안 혼자 앉아 있다가 바람을 쐬러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그녀가 백팩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

두 눈길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치자 박민정은 얼른 시선을 떼버렸다.

오늘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박민정은 왠지 그를 보는 게 어색하여 그의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유남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여튼 양심도 없는 여자야!’

그는 박민정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꺼냈다.

“어젯밤 널 구해준 전남편한테 이런 태도로 고마움을 표하는 거야?”

그는 일부러 전남편이라는 세 글자를 강조했다.

그가 전남편이라고 자칭하는 건 그녀도 처음이라 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조금 뜻밖이라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유남준의 잘생긴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이어 그녀를 향한 깊은 시선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계속 그런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만 보고 있었다.

박민정은 저도 몰래 그의 눈빛을 피하며 붉은 입술을 열어 가볍게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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