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71화

Author: 윤지
사진은 유남준과 이지원이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합성한 건데 유남준의 등 뒤에 오쟁이를 지게 했다.

유남준이 알았을 땐 이미 소문이 천파만파 퍼진 상태였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기술팀에서 사진을 전부 삭제하고 현재 조사 중이지만 저번에 유남준의 개인 계좌를 털어간 수법과 매우 흡사하고 시간대도 비슷한 새벽 3~4시쯤인 걸 발견했다.

술이 깬 뒤 그 사진을 보게 된 유남준은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아직도 누가 그랬는지 못 밝혀낸 거야?”

서다희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저희가 조사해 낸 주소는 김인우 이사님의 해운 별장으로 나오는데요. 하지만 김 이사님이 그럴 리가요. 전에 대표님이 개인 계좌를 해킹한 사람의 주소는 조하랑 씨가 사는 곳입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혹시 그 아이가 아닐까요?”

박예찬의 얘기가 나오자 유남준은 잠시 침묵했다.

“검색어랑 기사 전부 다 내려.”

지시를 내리고 그는 또 이어 물었다.

“아이는 찾았어?”

서다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남준은 또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독한 술이라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는 빈 술잔을 한쪽 아무 데나 훌러덩 내던졌다..

”“계속 찾아.”

“네.”

“아, 참. 대표님, 어제저녁 일은 알아냈습니다. 사모님과 실랑이가 있었던 그 사람은 여기 현지 유명한 불량배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용 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건드릴 만한 인물이 아니에요. 감옥에도 몇 번 간 적이 있다 하고요.”

서다희는 짧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아쉽게도 이번엔 그자를 놓쳤어요.”

유남준은 그걸 듣고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알았어.”

보고를 마치고 서다희는 떠나갔다.

유남준은 소파에 앉아 어제 생긴 일을 다시 생각하다가 노트북을 켜고 한 계열사의 고객센터에 연락해 계정을 하나 달라고 했다.

...

신곡이 팔리지 않았으니, 박민정도 새로 계약할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운이 좋게도 아침부터 어떤 큰 사이트에서 그녀와 계약을 맺자고 연락이 왔다.

이 사이트가 유남준이 안배한 것인 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2화

    박민정은 상대방이 왜 그렇게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선뜻 돈을 입금하는 것을 보니 그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을 것 같아 그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전 사실 이혼 하고 나서 자유롭기도 하고 더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아요.”유남준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흠칫하였다.그는 달갑지 않아 물었다.“왜죠?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요?”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어차피 상대방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에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결혼 후에 먼저 떠나기로 한 사람은 보통 다 심사숙고를 거쳤을 거예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 꼭 한 가지 이유뿐만이 아니죠.”유남준은 답답한 마음에 몇 마디 더 써 내려가다가 다시 삭제해 버렸다.그때 박민정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내릴게요. 안녕히 계세요.”유남준은 채팅창을 닫았다.박민정이 했던 말을 생각하며 한참 동안 혼자 앉아 있다가 바람을 쐬러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그녀가 백팩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두 눈길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치자 박민정은 얼른 시선을 떼버렸다.오늘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박민정은 왠지 그를 보는 게 어색하여 그의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유남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하여튼 양심도 없는 여자야!’그는 박민정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꺼냈다.“어젯밤 널 구해준 전남편한테 이런 태도로 고마움을 표하는 거야?”그는 일부러 전남편이라는 세 글자를 강조했다.그가 전남편이라고 자칭하는 건 그녀도 처음이라 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조금 뜻밖이라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유남준의 잘생긴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이어 그녀를 향한 깊은 시선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계속 그런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만 보고 있었다.박민정은 저도 몰래 그의 눈빛을 피하며 붉은 입술을 열어 가볍게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3화

    유남준은 덜컥 겁이 났다. 얼른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와 급하게 박민정을 찾아 나섰다.그러다가 결제하는 곳에서 박민정을 본 후 그제야 긴장의 끈을 놓았다.박민정은 결제를 마친 후 돌아가서 요리를 하고 휴식했다.그녀는 지금 임신한 상태다. 그리고 이 아이는 무조건 잘 지켜내야 한다.악보를 쓰던 박민정은 흔들의자에 누워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봤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배 위에 올려놓고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아가, 무럭무럭 잘 크고 있지?”이때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낯선 사람이 보낸 문자였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핏빛으로 물든 잔인한 사진이었다.손이 약간 떨린 박민정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박민정은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신경 쓰지 않고 문자를 삭제했다.저녁, 밤이 깊어질 때 밖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옅은 잠을 자고 있던 박민정은 그 소리에 깨어나 거실로 갔다.“누구예요? 남준 씨예요?”그녀는 잠금장치를 바꾸었었다. 그래서 이 소리가 유남준이 문을 여는 소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박민정이 소리를 낸 후, 밖은 수상하리만치 고요해졌다.박민정이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 사람도 없었다.약간 두려워진 그녀는 다시 침실로 와 물건을 가지고 문을 막아버렸다.다시 침대로 돌아와 낮에 본 그 사진을 떠올리니 잠이 오지 않았다.보청기는 이미 망가졌다. 전에 정민기와 연락하던 설비도 없었다. 정민기와 연락하려면 전화를 거는 방법밖에 없었다.“민기 씨.”“네.”“주무셨어요? 혹시 제집에 와주실 수 있어요?”박민정이 물었다.“네.”정민기는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나왔다.그는 들어가면서 한 남자가 수상하게 도망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박민정 옆집의 유남준도 박민정 쪽의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곧이어 박민정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도 들었다.필요하면 부르라고 얘기했던 것이 떠오른 유남준은 박민정이 마음이 약해져서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옷을 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4화

    박민정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유남준 씨, 우린 끝났어요. 이러지 마요!”유남준은 박민정의 옷을 벗기면서 얘기했다.“이혼은 혼자서 하는 거 같아?”박민정은 벗어나지도 못하고 도망가지도 못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유남준을 깨무는 것이었다.그녀는 바로 유남준의 어깨를 꽉 물었다.유남준은 신음을 약간 흘렸지만 멈추지 않았다.박민정의 입가에는 피비린내가 났다. 그녀는 유남준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욕했다.“유남준, 이 쓰레기! 미쳤어요? 결혼했을 때는 내 몸에 손도 대지 않겠다더니, 난 이제 당신을 안 좋아하는데 지금 뭐 하는 거예요!”그녀는 울먹이면서 겨우 말을 뱉어냈다.“내가 잘못 봤어요. 이제 당신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한 사람은 처음부터 당신이 아니었어요!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유형도 아니에요! 그냥 미친 조울증 환자죠! 당신한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했다. 커다란 손으로 박민정의 얼굴을 움켜쥐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계속해봐.”박민정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유남준 씨,. 남자답게, 나랑 이혼해줘요. 돈도 이미 다 돌려줬는데 인제 와서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유남준은 바로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너무 아픈 나머지 박민정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등을 치며 놓아달라고 발악했다.하지만 유남준은 놓아주지 않았다.박민정은 그저 그를 같이 깨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의 입속에는 어느새 피 맛이 가득했다. 유남준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고 미소지었다.“너도 아픈 걸 알아? 너랑 연지석은 아들을 둘이나 낳았어. 난 3년 동안 널 무시했지만 넌 죽은 척하고 5년이나 도망쳤고. 누가 더 너무한 건데.”박민정은 그대로 굳었다.둘이라니.박예찬의 존재를 알게 된 건가?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그녀의 얼굴을 잡은 채 가까이 다가갔다.“내가 그 둘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5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박민정은 유남준을 철저히 끊어내리라 생각했다.그날 저녁, 눈보라가 거세게 쳤다.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 꽁꽁 갇혔다.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었다.“물 마시고 싶어요.”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유남준은 눈을 천천히 뜨더니 손을 뻗어 침대 맡에 있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손등에는 아주 선명한 잇자국이 나 있었다.어깨에도 있었고 입술은 이미 부르터있었다.그는 물병을 따서 박민정에게 건넸다.물을 조금 마신 박민정은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위에서 위액이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고 토가 몰려왔다.“우욱.”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유남준의 손을 뿌리친 채 침대 맡에서 구역질했다.유남준이 일어나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박민정은 바로 그의 손을 쳐내고 말했다.“건드리지 말아요.”유남준은 그대로 굳었다.박민정이 차갑게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이제 꺼져줘요.”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다시 손을 뻗은 유남준은 박민정의 발악에도 개의치 않고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한 시간 준다. 정리하고 나와. 진주로 가게.”이곳에 있은 시간도 꽤 길었다. 더는 박민정과 함께 이곳에 남을 시간과 힘이 없었다.유남준은 손에서 힘을 풀고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가운을 입은 후 문을 열고 나갔다.박민정은 이제 도망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젯밤 알게 되었다. 유남준이 이렇게 집착하는 것은 두 사람이 아직 결혼한 사이기 때문이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랑아, 너 이혼 소송도 알아?”...한 시간 후.박민정은 캐리어를 들고 입구에 왔다.유남준은 뒤에 경호원을 데리고 나왔다.그는 이미 박민정을 억지로 데려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박민정이 고분고분하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정장을 차려입은 유남준은 박민정에게로 걸어왔다.“잘 생각했어.”“네.”박민정은 모호하게 대답했다.경호원이 나서서 그녀의 캐리어를 들고 두 사람 뒤를 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6화

    박민정이 조하랑에게 이혼 소송에 대해 얘기했을 때, 조하랑은 고소장을 쓰기 시작했다.“응. 이렇게 계속 지내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박민정은 고소장을 보더니 조하랑에게 얘기했다.“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알려줘. 이 소송을 빨리 끝내고 싶어. 우리 이길 수 있을까?”조하랑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그녀를 보면서 얘기했다.“민정아, 만약 전의 진단서를 증거로 가져온다면 80%의 승률이 있어.”결혼했을 때, 박민정이 계속 아이를 갖지 못해 계속 치료를 해왔다. 그러다가 심한 우울증이 생겼고 또 유남준과 몇 년 떨어져서 살았다.이 증거들로 이혼이라면 이길 수 있다.박민정도 떠올리고 얘기했다.“알겠어. 준비해서 보내줄게.”“응. 만약 유남준과 이지원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도 있으면 더 좋아. 혹은 유남준이 너한테 불리한 짓을 했다는 증거도 좋고.”조하랑이 얘기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 가서 고소장 제출한다?”“응.”...다른 한편.유남준은 돌아오자마자 몰래 이상한 짓을 한 주주들을 혼냈다.그는 아직 박민정이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일을 처리한 그는 얼른 두원으로 돌아왔다.박민정도 돌아와 있었다. 보일러를 틀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꽁꽁 싸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유남준은 돌아와 코트를 아무렇게 던지고 보일러를 더 크게 틀었다.“밥 먹었어?”박민정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네.”유남준은 걸어와서 박민정 앞에 섰다. 박민정이 만두처럼 자기를 이불 속에 감춘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게 되었다.“난 아직 못 먹었어. 저녁 먹으러 가자.”“가고 싶지 않아요.”몸이 허약해진 박민정은 추위를 잘 탔다. 해외는 국내보다 기온이 높았기에 잘 몰랐다.유남준은 옆에 앉아 그녀를 꼬옥 안았다.“이제 좀 따뜻해?”박민정은 약간 굳었다.“병원 가볼까?”“아니요.”유남준의 질문에 박민정이 바로 거절했다.그녀도 병원을 가보지 않은 건 아니다. 의사는 그저 추위를 많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7화

    그렇게 말하던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유남준은 잠에 들지 못하고 유남우의 말을 떠올렸다.“그 애가 좋아하는 건 나야. 그 애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나고.”겨우 잠에든 유남준은 박민정이 그를 떠나는 꿈을 꾸었다.그가 잠에서 깼을 때, 박민정은 아직 옆에 있었다.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유남준은 잠을 설치고 유남우의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어쩔 수 없이 고영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유남우는요?”“남우의 병세가 악화되어서 병원에 갔어. 왜?”고영란이 물었다.유남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얘기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는 전화를 끊었다.고영란은 박민정의 일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유남준이 바로 전화를 끊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고영란이 비서에게 물었다.“예찬이는 유치원에 갔어?”“원장님 말로는 예찬이 아버지가 예찬이를 데려간 후 다시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비서가 대답했다.고영란은 미간을 좁히고 생각하더니 또 물었다.“조하랑과 약속 잡았어?”비서는 고개를 저었다.“조하랑 씨가 만나 뵙기 싫다고 합니다.”고영란도 어쩔 수가 없었다.박예찬이 눈에 보이지 않자 그녀는 식욕을 잃었다.“난 언제쯤이면 손주를 보려나...”유남우는 몸이 좋지 않았고 유남준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했다.유남준이 애써 만들어낸 모든 것이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고영란은 치가 떨렸다.“원장한테 가서 물어봐. 예찬이 아빠가 누군지. 내가 만나봐야겠어.”네.”비서는 바로 일을 처리하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찬이 아버지가 김인우라는 것을 알아냈다.고영란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얼른 김인우를 데려왔다.병원에서.김인우는 수술을 마치자마자 고영란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김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항상 사이가 좋았다. 김인우도 고영란을 친족처럼 생각했기에 그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옛 저택으로 향했다.그러면서 유남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남준아, 사모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너랑 민정 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8화

    그녀는 이렇게 썼다.[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전 이 사업이 꼭 필요했어요. 그리고 왜 이혼의 일에 대해 물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결혼 생활은 그렇게 좋지 못했어요. 하지만 모든 결혼 생활이 똑같은 결말인 것은 아니니 만약 결혼 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 얼른 해결하고 사모님과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라요.]긴 문자를 보면서 유남준의 마음은 더욱더 복잡해져 갔다.그는 참지 못하고 문자를 보냈다.[하지만 이제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떡하죠?]박민정은 자면서 핸드폰 알림 소리를 듣고 문자를 확인했다.상대방도 정말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상대방이 대답을 해줬다는 것에도 놀랐다.박민정이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유남준은 생각하다가 글을 썼다.[내가 전에 잘 해주지 못해서...]이윽고 그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예전에는 날 사랑했었어요.]하지만 그 말을 보내려다가 유남준은 삭제해 버렸다.박민정이 사랑한 건 그가 아니었다.유남준은 멈칫하고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얘기했다.[내가 전에 잘 해주지 못해서 지금은 다른 남자랑 아이까지 낳았어요.”박민정은 대화 상대가 유남준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글만 읽어볼 뿐, 자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죄송해요.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박민정이 대답했다.이윽고 상대가 또 대답했다.[괜찮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더라도 못 도망가게 할 거니까요.]그 말을 본 박민정이 뭐라고 대답하려는데 상대방이 이미 로그아웃을 했다.그 사람을 위해 위로의 글이라도 남기려던 찰나, 누가 침실의 문을 두드렸다.언제 온 것인지 모를 유남준이 문 앞에 서 있었다.“깼어? 일어나서 아침부터 먹어.”박민정은 얼른 핸드폰을 거두었다.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의 동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까까지 자기와 대화 중이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물었다.“누구한테 문자를 보내는 거야.”박민정이 침대에서 일어나 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79화

    유남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원하는 건 항상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박민정도 더 캐묻지 않고 따뜻한 소파에 앉아 익숙한 주변 환경을 보면서 그리움을 드러냈다.“여기가 마음에 들면 앞으로 여기 살자.”유남준이 얘기했다.박민정은 그가 오해했다고 생각했다.어릴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박민정은 이곳이 전혀 좋지 않았다.물론 아버지가 잘 대해주긴 했지만 그는 일하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아버지가 집에 없을 때, 그녀는 이 집에서 엄마와 남동생의 오붓한 장면을 보고 자기는 낯선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여기서 살고 싶지 않아요.”유남준은 침묵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보면서 얘기했다.“집을 이지원한테 돌려줘요. 계산은 제대로 해요.”조하랑은 전날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러 법원에 갔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유남준도 알게 될 것이다.박민정이 몸을 일으켰다.“다른 일 없으면 하랑이한테 가볼게요.”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밖은 정말 추웠다.유남준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그저 사람을 시켜 그녀를 감시하게 했다.박민정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유남준과 소송을 할 준비만 하고 있었다.차를 타고 조하랑의 셋집으로 간 그녀는 소송에 쓸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민정은 해외의 입원 기록과 진료 기록들을 가져다주었다.“법원 쪽은 어떻게 됐어?”“응. 심사가 끝났어. 곧 유남준도 이 소식을 알게 될 거야.”조하랑이 대답했다.“그럼 오늘 밤은 돌아가지 말아야겠어.”박민정은 조하랑의 담요를 무릎에 덮으며 얘기했다.조하랑이 걱정하면서 물었다.“오늘 밤 돌아가지 않으면 유남준이 미치는 거 아니야?”“미치는 게 차라리 낫지. 너한테 녹음기도 있지?”박민정이 물었다.조하랑은 바로 이해했다.“물론이지. 변호사로서 녹음기가 없을 리 없지.”그녀는 작은 브로치를 박민정의 옷에 달아주었다.“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바로 여기를 눌러, 그럼 녹음이 되거든.”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4화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오준수의 엄마, 차현영이 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울먹거리며 물었다.“준수야, 대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왜 업체들이 갑자기 우리더러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데?”오준수는 하룻밤 사이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상태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엄마, 우리 이제 끝난 것 같아요.”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이천애도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아무리 눈치 없다고 해도 오씨 집안이 진짜 큰일 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차현영이 아침 댓바람부터 이렇게 찾아와 울부짖지도 않았을 것이다.집에는 오직 오성훈만 아무 걱정도 없이 쿨쿨 자고 있었다.차현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떻게 된 건지 빨리 말해. 누구한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야?”오준수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에 대해 차현영에게 말해줬다.그러자 그녀는 대뜸 오준수를 꾸짖기 시작했다.“이 멍청한 놈, 그때 그렇게 이혼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는데도 내 말은 귓등으로 흘려보내더니. 손씨 가문 딸이면 우리 가문에도 얼마나 득이 되고 좋아? 하필이면 아무 쓸모도 없는 모델을 데려와서는.”“이천애는 그냥 우리 집안이랑 안 맞는 여자야.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회사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 것 좀 봐, 이제 어떡하면 좋지?”“지금 당장 연서한테 가서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해!”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보니 이천애가 구석에서 몰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여우 같은 계집애, 우리 집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꺼지지 못해?”이천애는 오랜만에 집에 온 거라 이대로 순순히 돌아가기 싫었다.“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성훈이 친엄마인데 아이 앞에서 굳이 이런 식으로 저를 대해야겠어요?”“그나마 성훈이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에 널 밖으로 끌어냈어.”그러다가 차현영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오준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따 사과하러 갈 때 천애도 같이 데려가. 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3화

    오준수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설마요? 혹시 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게 맞아요? 전 오현웅 씨의 아들, 오준수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정 대표님과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저를 젊은 사람이 능력까지 갖췄다고 칭찬도 했었다고요.”순간 경호원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욱 살벌해졌다.“계속 여기서 소란 피우면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손을 대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그러나 오준수는 이대로 가기 싫었다. 막무가내로 병실 안을 향해 달려던 이때, 그와 그의 비서는 몇 명의 경호원에 의해 보기 좋게 쫓겨났다.그렇게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그의 얼굴에 울긋불긋 멍이 든 모습을 본 이천애가 깜짝 놀라 물었다.“오빠, 얼굴이 왜 이래? 누구한테 맞았어? 누가 감히 오빠를 때렸는데?”이천애의 쏟아지는 물음에 오준수는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꺼져!”그러자 이천애도 슬슬 기분 나빠지기 시작했다.“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예전 같았으면 금방에라도 달려가 그녀를 달래줬을 텐데 지금 이천애를 보면 자꾸 손연서만 생각났다.“나한테 도움도 안 되는 게, 왜 쓸데없이 연서한테 시비 걸었어? 안 그랬으면 내가 이혼할 일도 없었잖아!”이혼하지만 않았으면 지금 정씨 가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의 말에 이천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손연서랑 이혼하길 잘했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말이다.“오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그녀가 다시 차분하게 되묻자 오준수는 애써 화를 억누르고 오늘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모조리 말해줬다.이천애는 그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연서 씨가 어떻게 지엔 그룹의 대표랑 친구 사이일 수가 있죠? 그리고 그 박 대표라는 사람은 고작 친구 하나 때문에 회사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는대요? 우리가 어떤 가문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게 분명해요.”그러나 오준수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지엔 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오씨 가문과 계약해도 그만, 안 해도 아무 손해가 없었기 때문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2화

    그러자 손연서가 느긋하게 하품하며 답했다.“응, 그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오준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다시 설득했다.“연서야, 만약 네가 박민정 씨한테 우리랑 재계약할 수 있도록 한 마디만 말해주면 내가 당장 너랑 재혼해 줄게.”그 말에 손연서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갑자기 수화기 너머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자 오준수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왜 웃어?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어?”손연서는 한참 웃다가 겨우 멈추고는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저기요, 오준수 씨? 설마 지금 내가 그쪽이랑 재혼하고 싶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분명히 말하는데 난 당신을 사랑한 적도 없고 재혼도 하기 싫어. 난 그저 당신이 처참하게 당하는 꼴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기대해 봐. 이제부터 시작이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손연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오준수는 또다시 일방적으로 대화가 단절되자 화도 나는 한편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러면서 예전에 엄마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손연서와 이혼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누가 손연서한테 이런 황금 동아줄과 같은 친구가 있을 줄 알았단 말인가.“오 대표님, 사모님께서 뭐라고 하나요?”비서가 조심스레 묻자 오준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모님은 무슨, 이혼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사모님이야.”“내가 고작 이런 여자한테 당할 줄 알아? 지금 당장 박민정 씨가 어디 있는지 알아봐. 내가 직접 만나러 가야겠어.”“네.”말을 마치자마자 비서는 사무실을 나갔다.그리고 손쉽게 박민정은 지금 정수미와 같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그렇게 오준수는 여러 가지 고급스러워 보이는 선물을 준비한 뒤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안.박민정은 마침 손연서와 통화 중이었다.“민정 씨,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 제대로 그 사람 골탕 먹였거든요. 그리고 뻔뻔스럽게 저랑 재혼하자는 거 있죠?”그러자 박민정이 눈살을 찌푸리고 답했다.“그래도 아주 멍청한 사람은 아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1화

    오준수는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지엔 그룹 부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다.“부사장님, 여태껏 저희랑 잘 지내왔으면서 이번 건은 왜 갑자기 취소한다는 걸까요?”이때 수화기 너머에서 한껏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굴 건드렸는지 아직도 몰라요?”오준수는 당연히 몰랐다.“저는 건드린 적이 없는데요?”한껏 주눅이 든 목소리는 전혀 오준수답지 않았다.부사장도 이처럼 멍청한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이제는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지엔 그룹의 새 대표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나요?”매일 술이나 마시고 다니느라 회사 일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한때, 그의 아버지 오현웅은 모든 일을 빈틈없이 깔끔하게 처리했던 사람이라 오준수가 이런 자잘한 일까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작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부담이 오준수 한 사람에게 떠넘겨지게 되었다.오준수가 다급히 비서에게 묻자 비서는 현재 신임 대표는 정수미의 딸인 박민정이라고 알려줬다.“박민정...”오준수는 왠지 귀에 익은 듯한 이름을 계속 곱씹어 봤지만 정확하게 그녀가 누구였던지 기억나지 않았다.이때, 옆에 있던 비서가 다시 그에게 말했다.“손연서 씨 친구입니다.”순간 오준수는 온몸이 굳어졌다.애써 정신을 차리고 수화기에 대고 대답하려고 보니 상대방 쪽에서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린 상태였다.지엔 그룹 부사장은 지금 오준수와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오준수는 끊어진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왜 그걸 잊어버렸지?”그러면서 머리를 몇 번 세게 두드렸다.“연서가 지엔 그룹의 대표랑 친구 사이라고? 어쩐지 우리랑 갑자기 계약을 취소하더니 외부에도 우리랑 계약하지 말라고 했네.”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오 대표님, 사모님한테 빨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아까까지 손연서라고 이름을 부르던 비서도 눈치껏 사모님이라고 불렀다.그 의미를 눈치챈 오준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연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신호음만 들릴 뿐이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0화

    옆에 있던 애인이 맞장구쳤다.“손연서 같은 여자, 설령 아이를 가질 수 있다 해도 아들을 낳긴 힘들었을걸?”그러곤 능글맞게 웃으며 덧붙였다.“오빠, 역시 나밖에 없지? 내가 오씨 가문의 대를 이었으니까.”그들이 낳은 아들, 성훈이는 이미 포동포동 살이 올라 커다란 덩치가 되어 있었다.손연서가 아이를 돌볼 때는 건강한 식습관을 신경 써서 관리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방치된 상태였다.먹고 싶은 건 다 먹고 공부도 등한시하며 오냐오냐 자랐다. 오성훈은 기름진 음식을 입안 가득 우겨넣으며 거칠게 내뱉었다.“손연서 그 여자, 진짜 재수 없어요. 더러운 년이에요.”이런 말투는 모두 엄마를 따라 배운 것이었다.하지만 오준수는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다시 들었다.온 가족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듯했으나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하인이 다가와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을 들어 그에게 건넸다.오준수는 발신 번호를 확인했는데 비서였다.그는 귀찮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뭔데?”“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엔 그룹에서 저희 그룹과의 모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준수는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뭐? 무슨 헛소리야? 지엔 그룹과의 계약은 최소 5~6년은 남았어! 갑자기 취소될 리가 없잖아!”그동안 그가 매일같이 술 마시고 노닥거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지엔 그룹과의 협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걸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만든다고?비서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또...”그러나 남은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오준수는 불길한 예감에 다급하게 다그쳤다.“또 뭐가 있는데?”비서는 망설이다가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지엔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오씨 가문과 협력하는 기업은 곧 정씨 가문의 적으로 간주하겠다고요.”이 말은 마치 날벼락과도 같았다.오준수의 머릿속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9화

    손연서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도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민정 씨, 고마워요.”“우리 사이에 뭘요. 예전에 제가 힘들 때 연서 씨도 도와줬잖아요.” 박민정이 웃으며 말했다.과거 그녀가 윤소현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손연서가 나서서 힘을 써준 적이 있었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손연서는 여전히 감동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손연서가 떠난 후, 박민정은 정수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정수미는 오씨 가문의 남자들을 가장 혐오했다. 자신의 아내를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정부를 만들어 원래의 배우자를 해치다니. 이런 남자들과 도덕 없는 애인은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했다.“민정아, 그 여자의 남편 이름이 뭐라고 했지?” 박민정이 기억을 더듬으며 답했다.“오준수예요.”오준수.정수미가 옆에 있던 비서를 바라보자 비서는 바로 떠올렸다.“오현웅 회장의 아들입니다.”“아, 그 사람이구나.”정수미의 눈빛에 냉소가 스쳤다.“그 오준수, 몇 번 본 적 있어. 나한테도 몇 번 찾아온 적 있고. 근데 별 볼 일 없는 놈이야. 그냥 허세뿐인 한량이지.”문득 떠오른 듯, 정수미가 박민정을 보며 말했다.“그런데 내가 그 사람 아버지 체면을 봐서 오씨 가문과 거래를 한 적이 있거든. 네 친구를 돕고 싶다면 계약을 취소하면 돼.”박민정은 정수미가 오준수를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런 식으로 얽혀 있을 줄이야.“그거 참 잘됐네요. 마침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별것도 아닌 일에 머리 쓸 필요 없어.”정수미는 오씨 가문 따위는 거들떠볼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씨 가문이 정씨 가문과 비교하면 동네 구멍가게와 대형 프랜차이즈 마트 정도의 차이였다.“김 원장이 그러잖아. 너 요즘 며칠 푹 쉬어야 한다고. 그러니까 이 일은 다른 사람이 하게 둬.”정수미가 덧붙였다. 그때 옆에 있던 정윤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언니, 내가 해줄게요.”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정수미가 먼저 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8화

    정수미는 자신이 여기 있으면 대화가 불편할 거란 걸 눈치채고 비서에게 밖에 가 햇볕을 쬐겠다고 했다.그녀가 나가자 세 사람은 한결 편해졌다.지원 엄마는 더욱 활기차게 말을 이어갔다.“예찬 엄마, 다음 학기부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잖아요. 예찬이는 어느 학교로 갈 예정이에요?”박예찬의 학교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박민정은 도한 엄마에게도 초청장을 건넨 적이 있었다. 그녀는 문득 자신에게 아직 한 장 더 남아 있다는 걸 떠올렸다.박민정은 지원 엄마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했다.“학교는 이미 정했어요. 혹시 지원이도 같은 학교에 보내고 싶다면 같이 다니게 할까요?”“좋아요!”지원 엄마는 학교가 어디인지 묻지도 않고 흔쾌히 승낙했다.박민정과 유남준이라면 분명 좋은 학교를 선택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그럼 제가 시간 될 때 초청장을 드릴게요.”“고마워요, 예찬 엄마.”지원 엄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한편, 손연서는 아이가 없어서 대화에 쉽게 끼지 못했다.그녀는 엄마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 자신이 왜 남의 아이를 키우겠다고 선택했던지 후회스러웠다. 만약 전 남편의 본모습을 일찍 알았더라면 좋은 남자를 만나 지금쯤 자신도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잠시 후, 지원 엄마와 도한 엄마는 집에 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떴다.손연서는 계속 남아 박민정에게 과일을 깎아 주었다.박민정은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기억을 잃은 후로 손연서의 소식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손연서는 사과를 깎아 한 조각 건네며 말했다.“괜찮아요. 아주 편해요. 예전보다 훨씬 나아요.”그러다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다만, 이제 와서 좀 후회가 돼요.”“후회요?”“네, 민정 씨가 아이를 키우는 걸 보면 정말 부럽더라고요.”손연서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전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왜 그런 말을 해요?”박민정은 손연서가 아직 젊은데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게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7화

    유남준은 떠나지 않고 혼자서 바깥을 서성이고 있었다.“남준아.”김인우가 먼저 다가왔다.“술 한잔하러 갈까?”유남준은 그를 흘겨보았다.“하랑 씨 임신했다며? 무슨 술이야.”“오늘 밤은 우리 없이도 잘 지낼 테니까, 우리도 재미 좀 찾아야지.”김인우는 그렇게 말하며 서다희, 정민기, 방성원을 바라보았다.서다희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우리 애가 싫어할 거예요.”방성원도 거들었다.“우리 딸이 내 몸에서 술 냄새 나는 걸 싫어하거든.”정민기는 무표정하게 한마디 했다.“전 술 안 마셔요.”김인우는 입을 달싹였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자신만 아직 변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좋은 남자친구, 좋은 남편이 되어 있었다.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이제 너도 철들 때가 됐어.”“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지...”서다희가 말했다.“우리 애가 그러더라고요. 심심하면 의미 있는 일을 하라고. 굳이 술 마실 필요 없잖아요. 그렇죠, 대표님?”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술은 몸에 안 좋아.”김인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하나같이 모두 성인군자가 되어 있었다.“그럼 뭐 할 건데? 밤새 여기서 멀뚱멀뚱 서 있을 수도 없잖아.”“그건 네가 알아서 정해야지. 방이라도 하나 마련해서 쉬는 게 좋겠어. 난 그래도 딸 보러 먼저 가볼 생각이야.”방성원이 말했다.“알겠어.”김인우는 바로 옆방을 준비하도록 했다.딱히 할 일이 없는 남자들은 모여서 카드나 한 판 하며 시간을 보냈다.옆방에서는 김인우의 예상대로 모두가 박민정을 위해 오늘 밤만큼은 함께 있기로 했다.다만, 고영란은 두 아이를 데리고 먼저 돌아갔다. 박윤우와 박예찬도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비비며 유남준을 찾아왔다.유남준이 그들에게 말했다.“너희, 이제 세 살짜리 아기 아니잖아. 알아서 잘 곳 찾아가.”결국 두 아이는 방 한쪽에서 나란히 잠들었다.그 모습을 본 김인우가 감탄했다.“남준아, 유전자 진짜 대단하다. 윤우랑 예찬이, 완전 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6화

    “그럼 됐어. 약속했으니까 꼭 지키는 거야.”박민정의 눈가에 다정한 미소가 어렸다.연지석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응.”비행기가 곧 이륙할 예정이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연지석은 짧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다음에 보자.”“그래, 잘 가.”박민정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마음 한구석에 얹혀 있던 돌덩이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지금까지는 늘 자신이 연지석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자신도 어느 정도 힘이 생겨 그를 도울 수 있게 되었다.연지석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유남준이 다정하게 박민정의 어깨를 감쌌다.“가자, 우리도 돌아가야지.”“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공항을 빠져나왔다.밖으로 나오자 언제부터인가 가늘고 부드러운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었다.운전기사가 다가와 우산을 건넸고 유남준은 조심스럽게 박민정에게 씌워 주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차로 향했다.가는 길에 박민정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다시금 분주한 인파를 둘러보았다.지금 그녀는 보청기를 끼지 않고도 주변의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소리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귀에 들어왔는데 그 순간이 참으로 신기했다.“민정아,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문득, 유남준이 걸음을 멈추었다.박민정도 따라서 멈춰 서며 그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뭔데요?”유남준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랑해.”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박민정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참...”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박민정은 조금 쑥스러워졌다.“갑자기 왜 그래요?”유남준이 미소를 지었다.“그냥, 지금 말하고 싶었어.”“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좋아해.”“좋아하는 게 다야?”유남준이 장난스럽게 되물으니 박민정은 어쩐지 부끄러워졌다.“그럼 뭐라고 해야 해요? 그냥 좋아하는 거예요.”“그래, 좋아한다는 것도 괜찮지.”유남준이 흐뭇하게 웃었다.박민정이 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