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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저녁이 되자 박민정은 취침하러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건만 머릿속에는 유남준이 떠날 때의 표정이 자꾸만 떠올랐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릴 때 그가 속았다는 걸 알고 나서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는 보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은근히 피어오르는 불안감 때문에 박민정은 선잠을 잤다.

한편, 유남준은 박민정의 집과 멀지 않은 한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싸늘한 표정으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지석은 여기가 진주가 아닌 유남준의 구역을 벗어난 곳이라고 안심했지만, 사실 진주에 있을 때 유남준은 오히려 행동 가짐에 더 유의를 기울이는 편이었다.

이제 외국에 왔으니 그는 더 거리낄 게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후 연지석의 가족들은 그를 밤새 데려갔고 모든 소식을 차단했다.

그리하여 박민정은 연지석이 사고 난 걸 모르고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서 사람을 불러 문부터 수리했다.

이 기간에 그녀는 여기에 잠시 머무르며 곡을 계속 쓰다가 유남준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면 다시 은정숙이 있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아침에 장보러 가려고 문을 열고 밖에 나오자 마이바흐 차를 세워놓고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유남준을 보게 되었다.

남자는 그녀를 보자 얼른 담뱃불을 눌러 끄고 한쪽 휴지통에 꽁초를 버렸다.

박민정은 그를 못 본척하며 그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유남준은 몸에서 담배 냄새가 사라지길 조금 기다렸다가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그녀를 쫓아왔다.”

“민정아!”

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어제 한 얘기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그럼 오늘 한 번 더 얘기해줄까요? 난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발 놔줘요. 우리 좀 좋게 좋게 헤어져요.”

유남준의 눈동자에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

“너 없어지고 나서 내가 하루도 잠을 제대로 푹 잔 적이 없다는 걸 알아?”

박민정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잠을 잘 못 잔다고요? 그럼 의사를 찾아가야지.”

결혼한 지 3년 되는 시간 동안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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