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문득 가슴이 조여왔다.그가 누군가의 남편이 되는 것도 처음은 맞지만 자신도 누구의 아내가 처음인 건 마찬가지 아닌가?박민정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다.“남준 씨, 진주로 돌아가요. 당신이 미워지기 전에.”그녀를 안고 있는 유남준의 몸이 살짝 굳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안 돌아가. 널 기다릴 시간과 인내심 충분히 있어.”박민정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당신 나 안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왜 날 붙잡고 안 놔줘요, 대체 왜?”유남준의 목울대가 잘게 떨렸다.“난 이혼은 생각도 안 해봤으니까!”말하고 나서 그는 이불을 열어젖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필요하면 날 찾아와. 이제부터 너희 집주인은 나야.”이 말에 박민정은 눈이 휘둥그레져 그가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고 그 전의 집주인한테 연락하느라 바빴다. 집주인은 이 집을 팔았다고 했다.하는 수 없이 박민정은 일단 문을 도어락으로 바꿨다....새로 쓴 곡의 판권을 어떤 사장님이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마침 그 사장님도 이곳에 있어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다.박민정은 이른 아침부터 나갈 채비를 마쳤다. 이번 계약을 꼭 성사시키고 싶었다.거액을 유남준한테 주고 나니 자금 운용에 차질이 조금 생겼는데 이번 계약을 무사히 마칠 수만 있다면 매년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가장 가까운 5성급 호텔에 약속 장소를 잡았는데 상대 회사의 책임자는 LA 사람이고 재력이 어느 정도 되며 그를 우리말 이름으로 용 사장님이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그는 노멀한 정장 슈트 차림을 한 노란 머리, 파란 눈동자의 체구가 큰 외국인이었다.“민 선생님?”인터넷에서 아주 유명한 작곡가 민 선생이 여자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용 사장은 그녀를 보자 조금 뜻밖이라는 기색과 놀라워하면서도 살짝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박민정도 그가 우리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네, 맞습니다. 반가워요, 용 사장님.”그녀는 손을 내밀며 그와 악수를 청했다.용
그러나 뜻밖에도 그 외국인들은 쫓아오지 않았다.밖에 나오자마자 박민정은 크게 들숨 날숨을 쉬었다. 그러다 고개를 드는 순간, 유남준은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박민정은 그가 벌리는 입 모양을 보고 대충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이런 시기에 그와 길게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어 그녀는 남자의 손을 놓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해 걸어갔다.그러나 유남준은 몇 발짝 성큼 걸어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뭐야, 너 맞았어?”요즘 그는 줄곧 박민정을 따라다녔다. 오늘도 호텔에 가는 것을 보고 따라왔다가 복도에서 그런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놔요.”박민정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유남준은 놔주지 않고 오히려 큰 손으로 그녀의 턱밑을 감싸쥐고 그녀 얼굴에 있는 상처를 살폈다. 얼굴에는 아주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남아있었다.그가 호텔 입구를 다시 뒤돌아보자 그 두 외국 남자는 여전히 그들 쪽을 향해 보고 있었다.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유남준은 박민정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번쩍 안아 차 안에 밀어 넣었다.그녀의 보청기가 이미 떨어져 자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며 한 손으로 그녀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한 사람한테 주소를 문자로 전송하고는 또 전화를 걸었다.“사람을 데리고 와서 여기 이곳을 전부 에워싸. 누가 민정이한테 손찌검했는지 반드시 알아내고! 한 놈도 도망가게 하지 마!”전화를 끊고 그는 운전기사한테 근처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박민정은 멀지 않은 곳에 병원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서 스쳐 갔다.“나 병원 안 가요. 차에서 내릴 거예요.”병원에 가서 혹시라도 임신한 것을 들키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녀의 손목을 꽉 쥐고 단호하게 타일렀다.“말 들어!”“병원 안 간다니깐요. 빨리 나 내려줘요!”박민정은 너무 급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유남준은 조
유남준은 순간 심장마저 쫄깃쫄깃해졌다.그러나 서다희가 하는 말을 듣게 되자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혈연관계가 없다고 나왔습니다.”친자가 아니라고...그러니 정말로 박민정의 말대로 두 사람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고, 윤우와 또 다른 아이는 그녀와 연지석이 아이라고?!주먹을 꽉 쥐고 있는 그의 손마디 뼈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목구멍은 불에 타고 있는 듯했다.“알았어.”유남준은 전화를 끊었다.차내의 공기는 삽시에 차가워져 시베리아가 따로 없었다. 유남준은 손등에 남은 잇자국을 바라보며 얼굴이 차갑기만 했다.박민정이 자신을 속인 줄로만 알았는데.인제야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지 알게 되었다.그는 기사한테 거처가 아닌 근처 술집으로 가자고 했다....박민정은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그때, 은정숙한테서 전화가 왔다.“엄마.”“엄마.”두 아이가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박민정은 바깥을 두리번거리며 유남준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아이들한테 대답했다:“어, 그래. 예찬아, 윤우야. 엄마 뽀뽀.”박민정은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쓰며 똑똑한 아이들이 눈치를 못 채게 각별히 신경을 썼다.“엄마 언제 와?”윤우가 큰 눈동자를 깜박깜박하며 묻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갈 거야.”“엄마, 나랑 형이 엄마 너무 보고 싶어.”“엄마도 너희들 보고 싶어.”그때 박예찬이 카메라 앞에 고개를 들이밀었다.“엄마, 저녁에 우유 마시는 거 잊지 마. 비타민도 꼭 섭취해야 해.”“알았어...”.한 배에서 난 아이지만 한 아이는 성숙하고 한 아이는 장난스럽고 귀엽다.박민정은 두 아이와 얘기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또 그들이 있기에 두려운 마음도 많이 덜해지는 것 같았다.혼자 두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그녀는 강해져야 하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 잘 헤쳐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그리하여 그녀는 스스로 방어하는 법을 배우고 호신용 무기라도
사진은 유남준과 이지원이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합성한 건데 유남준의 등 뒤에 오쟁이를 지게 했다.유남준이 알았을 땐 이미 소문이 천파만파 퍼진 상태였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기술팀에서 사진을 전부 삭제하고 현재 조사 중이지만 저번에 유남준의 개인 계좌를 털어간 수법과 매우 흡사하고 시간대도 비슷한 새벽 3~4시쯤인 걸 발견했다.술이 깬 뒤 그 사진을 보게 된 유남준은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짓눌렀다.“아직도 누가 그랬는지 못 밝혀낸 거야?”서다희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저희가 조사해 낸 주소는 김인우 이사님의 해운 별장으로 나오는데요. 하지만 김 이사님이 그럴 리가요. 전에 대표님이 개인 계좌를 해킹한 사람의 주소는 조하랑 씨가 사는 곳입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혹시 그 아이가 아닐까요?”박예찬의 얘기가 나오자 유남준은 잠시 침묵했다.“검색어랑 기사 전부 다 내려.”지시를 내리고 그는 또 이어 물었다.“아이는 찾았어?”서다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유남준은 또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독한 술이라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그는 빈 술잔을 한쪽 아무 데나 훌러덩 내던졌다..”“계속 찾아.”“네.”“아, 참. 대표님, 어제저녁 일은 알아냈습니다. 사모님과 실랑이가 있었던 그 사람은 여기 현지 유명한 불량배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용 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건드릴 만한 인물이 아니에요. 감옥에도 몇 번 간 적이 있다 하고요.”서다희는 짧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아쉽게도 이번엔 그자를 놓쳤어요.”유남준은 그걸 듣고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알았어.”보고를 마치고 서다희는 떠나갔다.유남준은 소파에 앉아 어제 생긴 일을 다시 생각하다가 노트북을 켜고 한 계열사의 고객센터에 연락해 계정을 하나 달라고 했다....신곡이 팔리지 않았으니, 박민정도 새로 계약할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그런데 오늘은 운이 좋게도 아침부터 어떤 큰 사이트에서 그녀와 계약을 맺자고 연락이 왔다.이 사이트가 유남준이 안배한 것인 줄
박민정은 상대방이 왜 그렇게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선뜻 돈을 입금하는 것을 보니 그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을 것 같아 그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전 사실 이혼 하고 나서 자유롭기도 하고 더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아요.”유남준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흠칫하였다.그는 달갑지 않아 물었다.“왜죠?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요?”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어차피 상대방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에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결혼 후에 먼저 떠나기로 한 사람은 보통 다 심사숙고를 거쳤을 거예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 꼭 한 가지 이유뿐만이 아니죠.”유남준은 답답한 마음에 몇 마디 더 써 내려가다가 다시 삭제해 버렸다.그때 박민정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내릴게요. 안녕히 계세요.”유남준은 채팅창을 닫았다.박민정이 했던 말을 생각하며 한참 동안 혼자 앉아 있다가 바람을 쐬러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그녀가 백팩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두 눈길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치자 박민정은 얼른 시선을 떼버렸다.오늘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박민정은 왠지 그를 보는 게 어색하여 그의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유남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하여튼 양심도 없는 여자야!’그는 박민정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꺼냈다.“어젯밤 널 구해준 전남편한테 이런 태도로 고마움을 표하는 거야?”그는 일부러 전남편이라는 세 글자를 강조했다.그가 전남편이라고 자칭하는 건 그녀도 처음이라 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조금 뜻밖이라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유남준의 잘생긴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이어 그녀를 향한 깊은 시선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계속 그런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만 보고 있었다.박민정은 저도 몰래 그의 눈빛을 피하며 붉은 입술을 열어 가볍게 말을
유남준은 덜컥 겁이 났다. 얼른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와 급하게 박민정을 찾아 나섰다.그러다가 결제하는 곳에서 박민정을 본 후 그제야 긴장의 끈을 놓았다.박민정은 결제를 마친 후 돌아가서 요리를 하고 휴식했다.그녀는 지금 임신한 상태다. 그리고 이 아이는 무조건 잘 지켜내야 한다.악보를 쓰던 박민정은 흔들의자에 누워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봤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배 위에 올려놓고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아가, 무럭무럭 잘 크고 있지?”이때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낯선 사람이 보낸 문자였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핏빛으로 물든 잔인한 사진이었다.손이 약간 떨린 박민정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박민정은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신경 쓰지 않고 문자를 삭제했다.저녁, 밤이 깊어질 때 밖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옅은 잠을 자고 있던 박민정은 그 소리에 깨어나 거실로 갔다.“누구예요? 남준 씨예요?”그녀는 잠금장치를 바꾸었었다. 그래서 이 소리가 유남준이 문을 여는 소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박민정이 소리를 낸 후, 밖은 수상하리만치 고요해졌다.박민정이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 사람도 없었다.약간 두려워진 그녀는 다시 침실로 와 물건을 가지고 문을 막아버렸다.다시 침대로 돌아와 낮에 본 그 사진을 떠올리니 잠이 오지 않았다.보청기는 이미 망가졌다. 전에 정민기와 연락하던 설비도 없었다. 정민기와 연락하려면 전화를 거는 방법밖에 없었다.“민기 씨.”“네.”“주무셨어요? 혹시 제집에 와주실 수 있어요?”박민정이 물었다.“네.”정민기는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나왔다.그는 들어가면서 한 남자가 수상하게 도망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박민정 옆집의 유남준도 박민정 쪽의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곧이어 박민정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도 들었다.필요하면 부르라고 얘기했던 것이 떠오른 유남준은 박민정이 마음이 약해져서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옷을 갈
박민정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유남준 씨, 우린 끝났어요. 이러지 마요!”유남준은 박민정의 옷을 벗기면서 얘기했다.“이혼은 혼자서 하는 거 같아?”박민정은 벗어나지도 못하고 도망가지도 못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유남준을 깨무는 것이었다.그녀는 바로 유남준의 어깨를 꽉 물었다.유남준은 신음을 약간 흘렸지만 멈추지 않았다.박민정의 입가에는 피비린내가 났다. 그녀는 유남준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욕했다.“유남준, 이 쓰레기! 미쳤어요? 결혼했을 때는 내 몸에 손도 대지 않겠다더니, 난 이제 당신을 안 좋아하는데 지금 뭐 하는 거예요!”그녀는 울먹이면서 겨우 말을 뱉어냈다.“내가 잘못 봤어요. 이제 당신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한 사람은 처음부터 당신이 아니었어요!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유형도 아니에요! 그냥 미친 조울증 환자죠! 당신한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했다. 커다란 손으로 박민정의 얼굴을 움켜쥐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계속해봐.”박민정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유남준 씨,. 남자답게, 나랑 이혼해줘요. 돈도 이미 다 돌려줬는데 인제 와서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유남준은 바로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너무 아픈 나머지 박민정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등을 치며 놓아달라고 발악했다.하지만 유남준은 놓아주지 않았다.박민정은 그저 그를 같이 깨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의 입속에는 어느새 피 맛이 가득했다. 유남준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고 미소지었다.“너도 아픈 걸 알아? 너랑 연지석은 아들을 둘이나 낳았어. 난 3년 동안 널 무시했지만 넌 죽은 척하고 5년이나 도망쳤고. 누가 더 너무한 건데.”박민정은 그대로 굳었다.둘이라니.박예찬의 존재를 알게 된 건가?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그녀의 얼굴을 잡은 채 가까이 다가갔다.“내가 그 둘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박민정은 유남준을 철저히 끊어내리라 생각했다.그날 저녁, 눈보라가 거세게 쳤다.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 꽁꽁 갇혔다.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었다.“물 마시고 싶어요.”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유남준은 눈을 천천히 뜨더니 손을 뻗어 침대 맡에 있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손등에는 아주 선명한 잇자국이 나 있었다.어깨에도 있었고 입술은 이미 부르터있었다.그는 물병을 따서 박민정에게 건넸다.물을 조금 마신 박민정은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위에서 위액이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고 토가 몰려왔다.“우욱.”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유남준의 손을 뿌리친 채 침대 맡에서 구역질했다.유남준이 일어나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박민정은 바로 그의 손을 쳐내고 말했다.“건드리지 말아요.”유남준은 그대로 굳었다.박민정이 차갑게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이제 꺼져줘요.”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다시 손을 뻗은 유남준은 박민정의 발악에도 개의치 않고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한 시간 준다. 정리하고 나와. 진주로 가게.”이곳에 있은 시간도 꽤 길었다. 더는 박민정과 함께 이곳에 남을 시간과 힘이 없었다.유남준은 손에서 힘을 풀고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가운을 입은 후 문을 열고 나갔다.박민정은 이제 도망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젯밤 알게 되었다. 유남준이 이렇게 집착하는 것은 두 사람이 아직 결혼한 사이기 때문이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랑아, 너 이혼 소송도 알아?”...한 시간 후.박민정은 캐리어를 들고 입구에 왔다.유남준은 뒤에 경호원을 데리고 나왔다.그는 이미 박민정을 억지로 데려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박민정이 고분고분하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정장을 차려입은 유남준은 박민정에게로 걸어왔다.“잘 생각했어.”“네.”박민정은 모호하게 대답했다.경호원이 나서서 그녀의 캐리어를 들고 두 사람 뒤를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