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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과거의 일을 전부 없었던 걸로 하자고?

유남준은 그 서류를 낚아채 조목조목 들여다보았다. 페이지마다 적힌 내용은 하나같이 두 사람이 더 이상 관계가 없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가서, 배상액을 보는 순간 그는 흠칫 놀랐다.

1조 6천억!

이렇게나 많은 돈을...

박민정이 이 많은 돈을 어디서 났단 말인가.

유남준은 진즉에 박민정의 회사를 조사했다. 유동자산이 많아 봐야 천억 정도밖에에 안 되었고, 그 회사를 통째로 판다 해도 이 많은 돈을 모으기엔 턱 없이 모자란다.

냉소를 흘리며 유남준은 그 서류를 휴지통에 처박았다.

“허, 왜 내가 여기에 사인할 거라 생각해요?”

“제 의뢰인이 얘기한 바 있습니다. 유 대표님이 사인을 안 하시게 되면 이 돈이 필요 없다는 뜻이 되겠지만 옛날 일들을 전부 없던 일로 하자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요.”

장명철은 목소리를 낮추며 동시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그 일을 들먹여서 박민정 씨의 목을 조르지 마세요. 당신이 싫다고 한 것이지, 박민정 씨가 갚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란 걸 잊지 말란 말씀입니다.”

박민정을이 어릴 때부터 쭉 봐온 셈인 장명철은 전부터 그녀를 대신해 유남준한테 시원하게 욕을 날리고 싶었다.

영락없이 얻어맞으며 쫓겨날 줄 알았는데 유남준은 그가 한 말에는 별로 화가 난 눈치가 아니었고 이렇게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앞으로 그 일 다시 꺼내지 않을 테니까.”

너무 순순히 나오자 장명철은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유남준은 여느 때보다도 정신이 또렷했다. 박민정이 어처구니없는 금액의 큰돈을 서슴없이 내놓으면서까지 자신을 떠나려는, 자신과의 모든 관계를 끊으려는 결심이 얼마나 견결한지를 그는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장명철이 가고 난 후 유남준은 음침한 소리로 서다희한테 물었다.

“널 좋아하던 사람이 갑자기 변심하면 넌 어떻게 할 거야?”

서다희는 자기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물음에 대답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난 그녀를 반드시 후회하게 할 겁니다.”

그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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