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651 - Bab 660

995 Bab

제651화

구승훈은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하리가 방에서 나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을 봤다.그녀는 구승훈을 쳐다보지 않고 주해찬에게 곧장 말을 걸었다.“가요.”주해찬은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고는 강하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가는 도중에 알아낸 정보를 강하리에게 건넸다.“조심해야 해. 정 안 되면 이 프로젝트 포기해도 괜찮아.” 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 “알아요, 선배.”주해찬은 강하리를 행사장에 내려주고 자리를 떠났다.입찰 발표회는 총 2시간 넘게 이어졌고 발표회가 끝났을 때 강하리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뒤돌아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양철이 서 있었고 강하리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며 그쪽으로 걸어갔다.“하리 양, 오랜만이네요. 입찰하러 왔나요?”강하리의 입꼬리가 옅은 호를 그렸다.“그냥 구경이나 하러 왔어요.”정양철의 눈빛이 번쩍거렸다.“외교부 그만뒀다면서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외교부 일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요.”정양철은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럼 다시 대양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요?”강하리는 정양철을 바라보았다.“정 회장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세요?”정양철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난 하리 양 능력을 좋게 보거든요.”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이쪽으로 걸어오는 구승훈을 발견했다.정양철은 강하리와 구승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주현이 말로는 두 사람 헤어졌다던데요?”“정 회장님 남 일에 관심 참 많으시네요.”구승훈이 능청스럽게 답했다.정양철은 큰 소리로 웃었다. “난 그냥 눈여겨보던 후배를 걱정하는 것뿐입니다. 괜한 참견을 했나 보네요.”말을 마친 그는 더 얘기 나눌 생각이 없는지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그 순간, 행사장 다른 구석에서 연미숙이 다소 서늘한 눈빛으로 강하리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가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무언가를 속삭이자 그곳에 있던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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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응.”구승훈이 낮게 대답했다.구승훈의 등에는 무섭고 보기 흉한 흉터가 자리 잡고 있었고 하필 심장 바로 뒤쪽이었다.연고를 쥐고 있던 강하리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구승훈이 다쳤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흉측한 상처는 여러 번 꿰맨 것처럼 보였다.구승훈도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이건 내 아내와 딸을 지켜준 걸로 받은 공로 훈장이지.”말을 마친 그의 목울대가 움찔했고 순간 그는 이 말을 한 것을 다소 후회했다.예상대로 강하리의 눈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번뜩였고 그녀는 두 눈 속에 일렁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숨기기 위해 시선을 내린 채 그에게 연고를 발라주었다.“저녁에 샤워할 때 조심해. 내가 사람 보내서 카메라 확인해 볼게.”말을 마친 그녀가 뒤돌아 가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하리야, 해외로 가 있지 않을래? 해외로 갔다가 이쪽 일 다 해결되면 그때 다시 돌아와.”눈꼬리가 살짝 붉어진 그녀는 한참을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구승훈 씨, 만약 입장 바꿔서 당신 위험할까 봐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해외로 가서 숨어 있으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겠어?”구승훈은 순간 말문이 막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아내와 아이가 이렇게 다쳤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남자라고 할 수 있나.강하리는 더 말하지 않고 나문빈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나문빈은 강하리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막 도착한 상태였다.“벌써 내가 보고 싶어요?”강하리는 그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을 여유가 없었다.“주소 하나 보낼 테니까 거기 감시카메라 확인해 줘요.”나문빈이 콧방귀를 뀌었다.“대단한 사업가 나셨네요. 나 좀 쉬게 내버려 둘 순 없어요?”강하리가 웃었다.“예서 씨 좋아해요? 돌아오면 내가 두 사람 이어줄까요?”나문빈이 가볍게 목청을 가다듬었다.“좋아하는 건 아니고 어리바리해서 놀리는 게 재밌어요. 저기 뭐야, 주소나 얼른 보내요.”강하리는 웃으며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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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할 겁니까, 말 겁니까?”“사람은 그쪽에서 보내는데 이득은 내 쪽에서 취하는 겁니까?”“구씨 가문은 그쪽이, 문씨 가문은 내가 맡는 걸로 하죠. 어차피 결국 내 결혼 선물이 될 텐데 나한테서 뺏지 마시죠, 최하영 씨?”최하영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결혼 선물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전화를 끊은 구승훈은 옷을 갈아입고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점심때 밥이나 먹자. 입찰에 대해 할 얘기가 있어.”한편 강하리는 방으로 돌아와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손연지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전화를 받았고 입을 열자마자 자신의 목소리에 충격을 받았다.강하리도 당황했다.“연지야, 너...”손연지는 2초 동안 멍한 표정을 짓다가 그제야 상황 파악을 마쳤다.노민우는 여전히 긴 팔을 그녀의 허리에 얹은 채 잠들어 있었고 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노민우가 마침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손연지의 머릿속이 요란하게 돌아갔다.그녀가 움직이려는데 노민우가 곧바로 몸을 뒤집어 그녀를 자신의 밑에 짓눌렀다.“또 날 발로 차려고?”손연지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노민우를 밀어냈다.“비켜!”노민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짓궂게 웃었다.“어젯밤 어땠어, 나쁘지 않았지?”손연지는 그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가서 자기 옷을 들쳤다.“그냥 그랬어!”그녀는 노민우 말고는 다른 남자와 경험을 한 적이 없었기에 단순히 느낌으로만 말한다면 나쁘지 않았다.“허!” 노민우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시 한번 그녀를 품 안에 가두었다.“만족하지 못했어? 네가 내 몸 할퀸 자국을 봐, 좋아서 그런 거 아니었어?”손연지는 그의 어깨에 난 긁힌 자국과 이빨 자국을 흘끗 쳐다보았다.“자기도 즐겼으면서.”노민우는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나도 좋았어, 아주 좋았지. 앞으로 자주 할래?”손연지는 그를 발로 차버리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꺼져!”노민우가 등 뒤에서 혀를 차며 말했다.“좋은데 왜 안 해?”손연지는 그대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사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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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손연지가 짧게 대꾸하자 강하리는 할 말을 잃었다.무슨 말을 해야 할까.“어젯밤에 또 술 많이 마셨어?”“아니, 제정신이었어.”강하리가 멈칫했다.“근데 왜 또 노민우랑 잤어, 소 교수님은 어쩌고?”손연지는 잠시 침묵했다.“하리야,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난 소영준이 그래도 나한테 조금은 호감이 있는 줄 알았어.”강하리는 당황했다.“무슨 일 있었어?”손연지는 다소 멍한 표정으로 길가의 작은 돌멩이를 내려다보았다.소영준은 작년에 그녀가 일하는 병원에 왔고 당시 강하리가 유산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녀가 진료기록을 멋대로 바꾼 것에 대해 구승훈은 따지고 들지 않았지만 결국엔 누군가에 의해 그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당시 해고 위기에 처했던 그녀는 소영준이 나서서 그녀의 편을 들어준 덕분에 계속 병원에 남을 수 있었다.그 후에도 소영준은 여러 번 그녀를 도와줬고 왠지 모르게 그녀가 필요할 때마다 항상 소영준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그래서 줄곧 소영준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때쯤 그가 연수 신청까지 도와주자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적어도 어젯밤 전까지는 말이다.데이트라고 해서 나갔는데 방 안에는 남자들이 한 무리 있었고 그들 옆에는 여자가 한 명씩이 앉아 있었다.수위를 가리지 않는 농담들이 마구 오갔지만 소영준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고 그런 그의 모습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괜찮아.” 손연지는 왠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쪽 일은 끝났어?”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정말 괜찮아? 소영준이라는 사람...”“하리야, 네 말대로 미리 주변에 알아볼 걸 그랬어.”강하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소영준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니야, 그 얘기는 네가 돌아와서 하자. 나 가서 쉬고 싶어. 노민우 그 멍청이가 밤새 날 괴롭혔어.”“...”원래는 손연지에게 노민우와 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손연지가 얘기하길 꺼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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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강하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승낙했다.한편 연미숙은 차에 앉아 정양철이 강하리에게 접근한 시점부터 강하리가 구승훈의 보호를 받을 때까지의 전 과정이 담긴 감시카메라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었다.그동안 그녀는 줄곧 강하리에 대해 뒷조사했고 의심이란 게 한번 싹이 트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는 법이었다.심씨 가문 생일잔치가 끝난 그날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런 의심의 씨앗이 뿌리를 내렸다.왠지 모르게 정양철이 강하리만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이 하는 행동에서는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특히 얼마 전 강하리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도 정양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괜한 의심인가 싶었는데 며칠 전에 아들 정주현으로부터 정양철이 강하리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니 의심의 불길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그래서 오늘 떠보려고 했는데 그 물을 구승훈이 고스란히 막아낼 줄은 몰랐다.연미숙이 얼굴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치우려던 찰나 정주현의 전화가 걸려 왔다.강하리가 옷에 관해 물었다는 것을 듣자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주현아, 강하리 씨랑 식사 약속 한번 잡아.”레스토랑에 도착한 강하리는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정주현뿐만이 아니라 연미숙까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 뒤 계속해서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사모님.”연미숙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강하리 씨 얼굴 보기 참 힘드네요.”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주현은 혀를 찼다.“엄마, 하리 씨 엄청 바빠. 그리고 엄마가 왜 하리 씨를 만나? 두 사람 말도 안 통할 텐데. 만나도 내가 하리 씨랑 만나야지.”연미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으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의 시선이 연미숙의 옷으로 향했다.“사모님께서도 오늘 행사장에 오셨어요?”연미숙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강하리 씨 똑똑하네요.”정주현은 두 사람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연미숙은 곧바로 웨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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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강하리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이쯤 되니 정양철에 대한 의심이 좀 더 확실해졌다.정양철은 처음부터 그녀를 겨냥하고 접근한 거다.컵을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표정만은 태연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조금 의아해요, 사모님. 정 회장님은 왜 굳이 저를 대양에 데려가신 걸까요? 저와 정 회장님이 불륜 사이라고 의심하는 거면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접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전 구승훈도 있는데 정 회장님이 눈에 들어올 리가요. 사모님께서 정 의심이 간다면 본인 남편분에 대해 알아보세요. 왜 하필 연성에 가야 했는지, 왜 저를 끌어들였는지도요.”연미숙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강하리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상대의 표정을 살펴보던 강하리는 손을 들어 연미숙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사모님께서는 혹시 저의 어머니에 대해 아시나요?”연미숙은 얼굴을 찡그렸다.“강하리 씨 어머님이요?”“네, 저희 어머니도 정 씨거든요, 정서원.”연미숙은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에 대해 이미 뒷조사했기에 당연히 강하리 어머니의 사진도 본 적이 있었다.아주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그녀의 삶은 엉망이었다.혼전임신으로 송씨 가문의 아이를 뱄다가 알코올 중독자 도박꾼과 결혼하고는 교통사고를 당해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누워 있었다.정양철이 연성에 와서도 그녀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줄 알았는데 강하리가 이렇게 말하자 문득 조바심이 들었다.연미숙은 한참을 찡그리다가 부드러운 웃음을 터뜨렸다.“강하리 씨는 설마 우리 그이가 잘해주는 게 그쪽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강하리가 웃었다.“저도 추측일 뿐이에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연미숙을 바라보았고 상대도 그녀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몇 마디 더하려고 할 때 정주현이 밖에서 돌아왔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 식사는 계속됐다. 정주현만 계속해서 강하리에게 안부를 묻고 강하리가 일일이 대답하는 식이었다.연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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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정주현도 일이 바빠 자리에 더 머물지 않았고 심준호는 떠나는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구승훈을 돌아봤다.“그때 널 도와서 하리 씨를 붙잡은 게 살짝 후회되네.”구승훈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한참 후 피식 웃었다.“솔직히 나도 후회해.”그때 그렇게 그녀를 놓아줬더라면 지금쯤 그녀와 아이가 무사히 잘 지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준호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래도 이미 이렇게 됐는데 후회해봤자 소용없잖아. 현실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게 답이야. 솔직히 나도 하리 씨가 위험해지는 건 싫어. 하지만 지금 하리 씨는 복수에 혈안이 돼 있고 네가 나서서 한 번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 막는 건 불가능해.”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꺼냈다.“한 번이라도 막으면 최소한 그 한번은 위험을 피해 갈 수 있잖아.”심준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둘 중 대체 누구를 말렸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구승훈은 강하리를 따라 호텔로 돌아왔고 강하리가 문을 열고 있는데 구승훈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연미숙 만나러 갔어?”그의 말을 무시한 채 강하리는 곧바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려는 것을 본 구승훈은 곧장 달려가 문을 손으로 잡았다.“강하리, 정씨 집안 사람들이 무슨 목적을 가졌는지 아무도 몰라. 앞으로 따로 혼자서 만나지 마.”강하리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구승훈 씨, 오늘 행사장에서 끓는 물 부으라고 시킨 게 그 여자야. 내가 안 만난다고 그 여자가 날 안 찾아올까? 문제는 무작정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아. 그리고 난 이미 충분히 숨고 피해 다녔잖아. 그렇게 피해 다녔어도 우리 엄마, 내 아이까지 결국엔...”그녀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자 아예 화제를 돌렸다.“정양철에 대해선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 하지만 내가 풀려고 하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야. 내 복수에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있어.”구승훈이 미간을 확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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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구승재가 다시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어 소영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뒤 전화를 끊었다.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구승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형, 강하리 씨 정말 소영준이랑 뭐 있는 건 아니겠지?”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아니야.”그는 손연지가 소영준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강하리가 절대 소영준과 이러저러한 일로 엮일 리 없다는 걸 잘 알았다.말을 마친 그는 창밖을 내다봤다.조금 전 강하리가 단지 소영준에 관해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았다.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요즘 구정우 쪽에선 움직임 없어?”“구정우랑 문원진이 만났어, 둘이 손잡으려나 봐. 구정우는 똑똑해. 처음부터 문원진 찾아갈 수 있었는데 형이 문연진을 다치게 하고 나서야 찾아가잖아.”구승재가 말하며 백미러를 통해 구승훈을 바라보았다.“형, 형도 요즘 조심해. 구정우한테는 형이 타깃 1순위야. 지금 구정우는 서둘러 가주 자리를 이어받길 원하지만 할아버지와 집안 어르신들이 동의하지 않고 다들 형이 돌아오길 바라. 그러니까 구정우는 형한테 손을 쓰겠지.”짧게 대꾸한 구승훈은 손가락으로 손목에 차고 있는 염주를 만지작거렸다.“구정우가 가주 자리를 원한다면 실컷 앉으라고 해. 그리고 함께 부숴버리면 돼.”구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형, 정말 구씨 가문을 무너뜨릴 생각이야?”그는 줄곧 구승훈이 구씨 가문에서 나온 건 그저 할아버지를 위협해서 강하리를 받아들이게 만들려는 것이지 실제로 구씨 가문을 망치려 할 줄은 몰랐다.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난 처음부터 진심이었어.”“하지만...”“새로운 구씨 가문을 세울 거야. 구승재, 난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무도 이래라저래라 하지 못하고 아무도 괴롭힐 수 없는 집을 만들어주고 싶어.”구승재는 목구멍이 꽉 막힌 느낌에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강하리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손연지는 막 잠에서 깨어났다.“하리야, 왔어?” 그녀는 무기력한 상태로 강하리 앞에 앉았다.“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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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손연지도 더 이상 말을 할 기분이 아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갔다.“뭐 먹고 싶어, 내가 만들어 줄게.”강하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려는데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주해찬의 전화였다.“선배?”주해찬의 목소리가 다소 무겁게 들렸다.“하리야, 너희 회사 입찰 실격된 거 알고 있었어?” 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피식 웃었다.“역시.”주해찬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알고 있었어?”강하리가 답했다.구승훈이 그녀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구승훈은 내가 이 일에 끼어드는 걸 원치 않았어요.”강하리가 나지막이 말하자 주해찬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하리야, 사실 나도...”“알아요, 다들 내가 위험할까 봐 걱정하는 건 알지만 선배, 아무것도 안 하고는 편히 먹고 잘 수가 없어요. 엄마한테 일이 생겼을 때 난 능력도 없고 임신 중이어서 무척 조심했는데 이젠 아이마저 없으니 더는 조심할 필요가 없잖아요. 선배, 난 평생 숨어 지내기 싫어요. 그 사람들이 뭔데 날 멋대로 괴롭혀요?”주해찬은 문득 가슴이 아팠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강하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입꼬리를 끌어당겨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선배.”주해찬은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하리야, 네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진다면 뭐가 됐든 난 기꺼이 도울 거야. 하지만 네가 행복해야 해. 이런 일을 할수록 너만 더 괴롭다면 그땐 나도 안 도와줄 거니까 나 원망하지 마.”강하리는 눈가가 붉게 물든 채 웃으면서 답했다.“그럼 이번 일은 어떻게 할 거야?”“걱정하지 마요, 다른 대안이 있으니까.”“알았어, 그럼 소식 기다릴게.”강하리는 전화를 끊고 욕실로 들어갔다.나왔을 때 그녀에게 영상 하나가 와 있었다.[오늘 그 연구소의 감시 시스템을 해킹했어요. 노진우 아이에 대해 계속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내가 가져왔으니까 이걸로 일단 호기심 해소하라고요.]강하리의 손가락이 허공에 멈췄다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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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강하리는 한참을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다.세수를 하러 갔다가 돌아와서는 또다시 영상 속 꼬맹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짧은 영상 하나를 몇 번이나 재생했는지 모른다.분명히 다른 사람의 아이였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인데 어쩐지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었다.손연지가 우유 한 잔을 가져왔다.“누구 아이야?”정신을 차린 강하리가 답했다.“노진우 씨 아이.”아이 침대 위에 있는 팻말에 노연정이라는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손연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그 운전기사 아이라고?”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웃기지 않아? 남의 애를 보고 그렇게 운다는 게.”손연지는 가슴이 아팠다.자식을 잃은 엄마들은 보통 남의 아이를 보면 자신의 아이를 떠올린다.“괜한 생각 말고 우유 마시고 푹 일찍 자. 난 당직이라 병원 가야 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컵을 들어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병원에 가서 소영준 만나면 못 본 척하고 괜히 언성 높이지 마, 알았지?”손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나 바보 아니야. 좋은 사람이라서 좋아한 건데 하나도 그렇지 않으면 더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린 채 손연지를 바라보았다. 말은 대수롭지 않게 해도 두 눈엔 온통 슬픔이 가득했다.이런 일엔 원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손연지가 떠난 후 강하리는 우유를 마시고 약을 먹은 후 침대에 누웠다.하지만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한참 후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나문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때요, 그 아기 귀엽죠?”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나문빈 씨, 연구소에 등록된 아기 엄마 이름은 뭐예요?”나문빈은 한숨을 쉬었다.“그거 물어볼 줄 알았어요. 내가 정보 다 알아내서 보냈으니까 알아서 봐요.”그렇게 말한 후 나문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잠시 후 강하리의 휴대폰으로 한 장의 자료가 전송되었고 거기에는 아이 출생 연도부터 부모님 이름, 임신 시기, 검사기록, 심지어 교통사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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