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지도 더 이상 말을 할 기분이 아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갔다.“뭐 먹고 싶어, 내가 만들어 줄게.”강하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려는데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주해찬의 전화였다.“선배?”주해찬의 목소리가 다소 무겁게 들렸다.“하리야, 너희 회사 입찰 실격된 거 알고 있었어?” 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피식 웃었다.“역시.”주해찬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알고 있었어?”강하리가 답했다.구승훈이 그녀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구승훈은 내가 이 일에 끼어드는 걸 원치 않았어요.”강하리가 나지막이 말하자 주해찬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하리야, 사실 나도...”“알아요, 다들 내가 위험할까 봐 걱정하는 건 알지만 선배, 아무것도 안 하고는 편히 먹고 잘 수가 없어요. 엄마한테 일이 생겼을 때 난 능력도 없고 임신 중이어서 무척 조심했는데 이젠 아이마저 없으니 더는 조심할 필요가 없잖아요. 선배, 난 평생 숨어 지내기 싫어요. 그 사람들이 뭔데 날 멋대로 괴롭혀요?”주해찬은 문득 가슴이 아팠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강하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입꼬리를 끌어당겨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선배.”주해찬은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하리야, 네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진다면 뭐가 됐든 난 기꺼이 도울 거야. 하지만 네가 행복해야 해. 이런 일을 할수록 너만 더 괴롭다면 그땐 나도 안 도와줄 거니까 나 원망하지 마.”강하리는 눈가가 붉게 물든 채 웃으면서 답했다.“그럼 이번 일은 어떻게 할 거야?”“걱정하지 마요, 다른 대안이 있으니까.”“알았어, 그럼 소식 기다릴게.”강하리는 전화를 끊고 욕실로 들어갔다.나왔을 때 그녀에게 영상 하나가 와 있었다.[오늘 그 연구소의 감시 시스템을 해킹했어요. 노진우 아이에 대해 계속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내가 가져왔으니까 이걸로 일단 호기심 해소하라고요.]강하리의 손가락이 허공에 멈췄다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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